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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nimation_174644
    작성자 : 마Maマ
    추천 : 6
    조회수 : 1243
    IP : 183.101.***.5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1/17 22:38:48
    http://todayhumor.com/?animation_174644 모바일
    [반역 팬픽, 브금] 제1장.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일




    BGM : 호로비츠 연주, 슈베르트 즉흥곡 Op. 90 No. 4, 내림가장조
    Horowitz, Schubert Impromptu Op. 90 No. 4 in A flat major


    ======================================================

     -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반역의 이야기’ 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스포일러에 주의!

     - 12장+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으며, “1쿨짜리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면 어떤 내용이 될까?” 라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 에필로그를 제외한 각 장은 대략 200자 원고지 75매~100매 사이의 분량입니다.

     - 일본식 표현은 가능한 한 순화하였습니다.
     (예 : 마미상 -> 마미 언니, 사야카짱 -> 사야카)

     - 성을 부르는 경우, 이름을 부르는 경우,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것 등은 원칙적으로 원작의 규칙을 따랐습니다.
     (예 : “미키 사야카, 너는~”, “마도카, 아케미하고는 만나 봤어?”, “나기사는 치즈가~”)

     - 원칙적으로 주 2회, 화요일과 금요일, 21시~24시 사이에 연재합니다. 

     - 제 관심병이 도지면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말에 합본으로 재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 샤프트식/이누카레식 연출의 느낌을 글로 옮겨보려고 최대한 노력하였습니다만, 능력 부족은 어쩔 수가 없네요.

     - 너무 많은 흑역사가 한 닉네임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와 다른 닉네임을 씁니다.

    ======================================================



    제 1 장.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일 



     무언가로부터 격리된 느낌을 받는다.

     어딘가에 갇혀 있는 기분과는 다르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한 순간 다른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버린다면 이런 기분을 느낄까? 아니면 기계적으로 하던 일을 갑자기 할 수 없게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무리에서 길을 잃은 개미? 왕따?

     꿈인지 아닌지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끊임없이 따라온다. 얼마나 지났을까, 궁궐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던 왕자, 공주가 잘 소독된 기계들의 손에 이끌려 추방당하는 장면을 떠올릴 무렵, 상상한 장면이 너무 자극적이었기 때문인지 정신이 조금 되돌아온다.

     그러자 역설적으로, 지금의 감정, 소외감, 격리감을 어떤 비유로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그렇다면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일까.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만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감고 있었던 눈을 떠 보기로 결심한다. 눈앞에 어떤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더라도, 냉정하게 받아들일 것이라 다짐한다. 그 어떤 혹독함도, 눈을 감고 나 혼자 상상만을 하고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눈을 뜨기 전에 느껴지는 눈꺼풀의 미묘한 경련이 마지막으로 내 결심을 확인하는 듯하다. 정말로 눈을 떠도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아마도,’ 따위의 의미 없는 대답을 속으로 되뇌면서 겉으로는 결심이 굳은 척, 눈을 사납게 치켜뜬다. 그러면서도 두려움이 남는지, 처음부터 고개를 들지는 못한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눈앞에는 마치 대리석으로 조각된 것처럼 새하얀 길이 펼쳐져 있다. 사람이 한 번도 다니지 않았던 것일까, 길에는 조그만 흠집조차 없다. 길의 이쪽 편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힘없는 꽃잎이 약한 분홍빛을 반사하며 조용히 물의 흐름에 기대고 있다.

     벚꽃?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본다. 길의 저편에는 벚꽃이 피어 있다. 낭만 없이 본다면, 저것들도 단순히 태양이 보내 주는 빛을 반사하고 있을 뿐인데, 얼마 후면 지고 말 일시적인 환상일 뿐일 텐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태양보다도 더 아름답다. 울지 않는 까마귀가 몇 마리 벚꽃나무 사이에 앉아서, 자기 깃털을 손질한다. 벚꽃에 섞여 떨어지는 검은 깃털. 겉모습만 놓고 보니, 태양의 흑점이 저런 것일까 싶다.

     시선을 약간 왼쪽으로 옮긴다. 길 한가운데, 몇 십 년쯤 전에 유행했을 법한 디자인의 테이블과 차양막이 놓여 있다. 우산 형태의 차양막이 햇빛을 완벽하게 가리고 있다. 테이블에 무엇이 있는지, 그 윤곽조차 보이지가 않는다.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무슨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비명을 지르는 것인지,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다. 기분이 갑자기 나빠진다. 어떻게든 내 목소리를 거둬들이려 하던 중, 무의미한 진동 속에서 한 단어가 떠오른다.

     ‘악마’

     악마라고?

     스스로 되묻고는, 도대체 이게 무슨 맥락인지 생각을 시작하기도 전에, 차양막 아래 어둠 속에 무언가가 있음을 느낀다. 저게 무엇인지 확인해야겠다는 의무감에, 고개를 살짝 앞으로 내밀면서 눈을 부릅뜬다.

     바둑판무늬 천장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고, 다음으로는 분홍색 바탕에 흰색 세로줄과 꽃문양으로 장식된 벽지가 보인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생각하며 몸을 일으킨다. 파란색 바탕에 흰색 토끼가 박힌 이불에 시선이 가서야 지금까지 내가 무얼 하고 있었는지가 분명해진다.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듯 말을 내뱉는다.

     “뭐야, 꿈이었잖아.”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아하니, 꿈 때문에 잠을 설치지는 않은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알람이 울리기 불과 오 분 전이다. 평소라면 당연히 도로 드러누웠겠지만, 오늘은 이상한 꿈의 여운이 남아 있어서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앉은 채로 기지개를 한번 펴고, 침대 옆 바닥으로 시선을 옮긴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빨갛고 긴 머리를 한 소녀 하나가 이불을 반 이상 걷어찬 채, 혼자만의 밤을 즐기고 있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눈매가 상당히 날카롭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날카로움은 적대감, 오만함, 이기심이 아닌, 어린아이의 순수한 심술궂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침대에서 같이 자도 괜찮다고, 불편하지 않다고 말해줘도, 굳이 자기는 바닥이 편하다며, 바닥에서 이불 하나만 덮고 (그마저도 아침이면 발로 차내며) 자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 것도, 아마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저 아이의 모양새가 더욱 우습다. 희극적인 만화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뻗어 있는 사람이 취하는 유머러스한 자세. 코를 골지는 않지만,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쉬는 얼굴. 이런 꼴을 보고 있자니, 소녀의 왼손 중지에 끼워져 있는, 검은색 줄이 살짝 섞인 은색 바탕에, 붉은색 보석이 작게 박혀 있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반지가 유난히 어색해 보인다. 
     
     이제 침대에서 일어나 잠깐 거울을 본다. 오른쪽이 조금 더 긴 파란색 단발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학교에나 서너 명씩은 있을 법한, 소년 이미지의 여학생. 이왕 소년 이미지라면 미소년이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나 자신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므로 치워둔다. 소꿉친구들 사이에서는 눈매가 씩씩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 왔다. 하지만 저 빨간 녀석과 친해진 이후로는 그저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어차피 조금 뒤에 빗질을 할 것이지만, 형편없이 헝클어진 부분을 조금이라도 정리하려 머리에 왼손을 잠깐 가져다 댄다. 빨간머리 소녀의 반지와 비슷한 모양의 반지가 내 왼손 중지에도 끼워져 있다. 마법소녀의 징표. 오른손 손가락을 반지 위에 살짝 가져다 대고는 미소를 지어 본다.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같은 마법소녀, 그 중에서도 일부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깊은 의미를 가진 물건이니까.

     그새 5분이 지나 시계 알람이 울린다. 빨간머리는 알람을 듣고도 일어나기는커녕 뒤척이지도 않는다. 알람을 끄고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을 알면서도 빨간머리를 깨워 본다.

     “야, 쿄코, 일어나!”

     항상 그랬던 것처럼, 미동조차 없다. 옆구리를 가볍게 발로 툭, 찌르고, 방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덧붙인다.

     “먼저 씻는다! 저번처럼 아침 못 먹지 말고 빨리 일어나!”

     아침이라는 말에 반응한 듯, 사쿠라 쿄코는 뒤척이며 뭐라고 소리를 내지만, 두 살배기 아기의 옹알이와 구분할 수가 없다. 나는 피식 웃고는 세수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쿄코야 뭐, 내가 거의 다 씻을 때쯤 되어서야 다다음 알람을 듣고 일어날 것이다. 다음 알람(평소 내가 이때쯤 일어난다)은 몰라도, 다다음 알람은 쿄코도 버틸 수 없을 만큼 시끄러운데다가, 내가 꺼주는 일도 없으니 말이다.

     평소보다 15분 정도 일찍 일어났으니, 오늘은 씻는 시간에 여유가 있다. 아직도 남아 있는 꿈의 잔재를 털어버리기도 할 겸, 아침에 머리를 감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쿄코정도의 머리를 제대로 감으려면 빨라도 20~30분은 걸릴 텐데, 쿄코는 머리를 제대로 감기는 하나? 샤워할 때 걸리는 시간이, 머리길이가 삼분의 일도 안 되는 나랑 비슷하던데. 인상을 약간 찌푸리면서, 다시 한 번 제대로 교육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제부터의 준비는 기계적이다. 아무 생각 없이 손에 익은 대로, 몸에 익은 대로 행동하다 보니, 어느새 등교할 준비를 모두 마치고 식탁 앞에 앉아 있다. 쿄코도 반쯤 잠에 빠진 상태로 식탁에 와 앉는다. 

     엄마와 아빠도 같이 식사를 한다. 내가 마법소녀가 된 이후부터, 우리 가족(쿄코를 포함하여)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는 일은 아침을 빼고는 매우 드물다. 내가 시간이 맞으면, 아빠 일이 바쁜 경우가 많고, 아빠 일이 한가하면, 내가 바쁜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아침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려는데, 쿄코가 자기 반찬도 다 먹지 않은 채 내 반찬을 태연하게 집어간다.

     “어? 야! 그거 내꺼…”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반찬은 쿄코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선전포고로구나. 곧이어 젓가락 전쟁이 벌어진다. 자기 자신의 생존을 걸고 싸우는 것이기에, 서로 싸움에 진지하게 임한다. 불필요한 대화나 도발은 집중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짧게 입술 사이로 내뱉는 숨소리와 같이, 본능적으로 들어가는 추임새만이 허용될 뿐이다. 수십 합을 서로 주고받은 끝에 쿄코의 반찬을 빼앗아 내 입에 넣는 데 성공한다.

     “으악, 사야카! 그러기냐!”

     쿄코가 억울한 듯 말을 꺼낸다.

     “자업자득, 인과응보! 누가 먼저 공격하랬냐?”

     사야카는 나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응수한다. 1대 1임에도 불구하고, 쿄코는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쿄코에게 있어서 먹을 것은 인생의 전부이니까.

     아마 식탁문화가 보수적인 집안이라면, 당장에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이다.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장난치지 말라고. 그러면서, 생산자의 입장을 생각해 보라는 한 차례의 긴 설교가 이어졌을 것이다. 사야카와 쿄코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사야카의 부모님은 그런 측면에서는 매우 개방적인 편이었다. 그들은 아이들의 장난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다.

     사야카의 어머니가 말을 꺼낸다.

     “너희들이 그렇게 씩씩하게 장난치는 걸 보니 정말 다행이구나.”

     맞은편에 있던 부모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티격태격하던 사야카와 쿄코가 그제야 고개를 돌린다.

     “응? 엄마?”

     “몇 주 전에 사야카 네가 갑자기 기운이 축 쳐져 있지 않았니? 엄마가 눈치가 없어서 얘가 왜 이러나 짚이는 구석도 없었고… 그렇다고 얘가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밤늦게까지 사야카 너랑 쿄코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리는데, 그걸 엿들을 수도 없고…….”

     “에이 엄마, 아침부터 왜 갑자기 그런…”

     “그렇게 며칠 지나니까, 사야카 네가 다시 기운을 차리지 않겠니? 만약 여기 쿄코가 없었으면, 엄마나 아빠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너랑 상담할 수 있었을까? 부모라면 그래야 하겠지만, 엄마는 왠지 자신이 없구나. 그냥 엄마 느낌이 그래. 아무리 노력해도, 사야카 널 완전히 이해하고, 보듬어주지 못할 것 같았어.”

     잠깐의 침묵.

     “몇 달 전에, 며칠 쿄코를 재워주더니, 난데없이 아예 얹혀살아도 되겠냐고 물어봤을 땐, 걱정됐지. 얘가 갑자기 왜 그럴까, 쿄코란 애가 나쁜 애는 아닐까, 잘못된 길로 빠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지금 보니까, 정말 잘 허락해 줬다는 생각이 들어. 쌍둥이 같아. 둘 다 내 딸 같고, 내가 해주지 못하는 걸 서로 채워주는 것 같아. 누가 마련해 준 인연일까. 정말 너무 고맙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갑자기 엄마가 왜 이리 감상적이 됐을까, 사야카는 생각한다. 하지만, 엄마가 자신들을 좋게 봐주고 있다니,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내심 부모님께 민폐만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한편으로는 엄마도 그때 나름 마음고생이 있었다는 걸 안다.

     사야카가 잠시 이런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쿄코가 뜬금없는 농담을 하고, 사야카의 아버지가 그것을 받아줘서 식탁의 분위기가 바뀐다.

     “뭐야, 다들 무슨 말 한거야?”

     사야카가 물어보자, 다들 아무것도 아니라 대답한다. 눈치를 보고 있으려니, 쿄코가 분명 사야카를 농담의 소재로 삼은 것 같다. 아무리 쿄코가 마음에 들어도 그렇지, 진짜 딸은 나인데! 사야카는 언젠간 부모님과 쿄코에게 이 일을 복수할 장난을 치겠다고 결심한다.

     유난히 정신없었던 아침식사가 끝나고, 쿄코를 포함한 사야카의 가족은 각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간다. 사야카와 쿄코는 미타키하라 중학교를 향해 가면서, 이런저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하루 24시간을 거의 붙어 지내는데도, 화제가 마를 틈이 없는 모양이다.

     “아 맞다, 맞다, 쿄코, 어제 너 잠들고 난 이후에 문자가 왔는데 말이야…”
     “뭐?! 쿄스케냐?”
     “확! 너 죽여 버린다?”

     사야카가 주먹을 들어 올리며 위협하자, 쿄코는 방어 자세를 취하며 웃는다.

     “미안, 미안, 그래서, 누군데?”
     “카나메 마도카라고, 내 어렸을 적 소꿉친구. 히토미하고 셋이서 뭉쳐 다녔지. 어렸을 적이라고 해봐야 겨우 3년 전이지만.”
     “흠, 그래서? 나랑은 상관없잖아!”
     “아 좀 들어봐. 걔가 3년 전에 걔네 엄마 일 때문에 미국으로 갔었는데, 이번에 갑작스럽게 일이 바뀌어서 급하게 되돌아오게 됐다나봐.”

     사야카는 신이 나서 설명하지만, 쿄코는 간혹 무성의하게 ‘듣고는 있다’는 표시를 해 주는 정도로, 반은 듣고 반은 흘리고 있는 듯하다.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 우리 중학교로 다시 오게 됐대. 급하게 준비하느라 아직 어떤 반으로 들어올지는 모르지만, 같은 반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
     “흥, 그래서? 소꿉친구가 맞긴 한 거야? 소꿉친구가 전학 오기 하루 전에 겨우 문자로만 연락한다고? 하, 역시 사야카를 생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거구나!”

     쿄코가 이렇게 대답하자, 사야카는 곧바로 쿄코를 째려본다.

     “너, 내 말 안 듣고 있었지?”
     “아니, 듣고 있었거든?”
     “내가 급하게 돌아오는 거라고 말했잖아. 입국해서 이사하자마자 짐도 안 풀고 바로 학교로 오는 애가 문자로 연락하지 그럼 어떻게 하냐? 역시, 내 말 안 들었구나! 괘씸하다!”
     “아니 그, 그게 아니라!”

     그렇게 또 다시 둘의 장난이 시작된다. 서로 친한 중학생 사이에서는 별로 특이한 일도 아니다. 행복한 일상.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못하다. 

     잘 만들어진 정원의 산책로를 연상케 하는 등굣길을 지나, 둘은 학교 안으로 진입한다. 거대하고 웅장한 성당과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학교 안은 유리를 주 소재로 하여 마치 먼 미래의 건물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디자인뿐만이 아니다. 칠판은 타블렛을 응용한 디지털 기술을 완벽하게 활용하고 있고, 좌석 및 출석 시스템도 완벽하게 전산화되어 있다. 이른바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이미 기초 중의 기초가 된 지 오래이다.

     이처럼 미타키하라 중학교의 외양과 기술은 독특하고 미래지향적이지만, 그 속을 채우는 학생과 선생들 역시 그만큼 특별한 것만은 아니다. 사야카와 쿄코의 반 담임인 사오토메 카즈코 선생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HR 시간을 자신의 연애사를 이야기하며 보내고 있다. 보아하니, 어제는 자신의 애인 (지금은 ‘전’ 애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과 계란 반숙이 좋으냐, 완숙이 좋으냐,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 것이냐를 가지고 크게 싸웠던 모양이다. 물론 선생의 이러한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학생은 별로 없다. 이럴 때면 항상 질문을 받는 나카자와를 빼면 말이다.

     ‘휴, 사오토메 선생님이 저렇게 다른 말씀만 하시는 걸 보니, 마도카가 우리 반은 아닌 모양이네’

     선생의 말이 길어지자, 사야카는 내심 가졌던 기대를 접는다. 하지만, 사야카의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선생은 예고도 없이 화제를 전환한다.

     “자 그럼, 이제부터, 전학생을 소개하겠습니다!”
     
     ‘윽, 그 쪽을 먼저 하셨어야지!’

     사야카는 이렇게 생각하며, 교실로 들어오는 전학생을 바라본다. 분명히 카나메 마도카다. 3년 간 미국 생활을 했기에 많이 바뀌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대로인 것 같다.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기는 하지만, 그 정도도 바뀌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마도카는 분홍색 빛이 도는 중간 길이의 머리를, 양 갈래로 조금 높이 묶고 있다. 묶은 부분을 노란색 리본이 장식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열 살 가량의 꼬마에게나 어울릴 법한 머리스타일이다. 하지만, 그 머리스타일은 마도카의 작은 키, 딱 봐도 착하고 순수해 보이는 인상, 거기에다가 다소 갑작스런 상황에 긴장한 모습과 조화되어,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그러고 보니, 3년 전에도 작은 키였는데, 그동안 별로 크지 않았구나. 하고 사야카는 생각한다. 더불어, 미국에 있었다면 뭔가 자신감 넘치고 활달하게 바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 걸 보니 사람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도 같이 한다. 

     ‘쿄코! 거봐! 내가 말했지? 카나메 마도카!’

     사야카가 텔레파시로 쿄코에게 말을 건넨다.

     ‘그건 됐고, 진짜 친구가 맞긴 한거야? 너 전혀 못 알아보는 것 같은데?’
     ‘긴장해서 그렇겠지! 마도카는 나랑 같은 반이라는 것도 아직 모를 걸? 기대해. 인사시켜 줄게. 이 미키 사야카는 먹을 것밖에 모르는 너와는 달리 인맥도 두텁다고!’

     이 발언은 쿄코와의 장난을 다시 불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서로 머릿속으로 티격태격하는 사이, 카나메 마도카는 자기소개를 마친다. 사오토메 선생이 간단히 마도카의 상황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고, 마도카에게 뒤쪽 자리로 가라고 말한다. 

     ‘어? 들어온다.’

     사야카는 쿄코와의 장난을 잠시 멈추고, 자기 자리를 찾아 들어오는 마도카를 향해 시선을 보낸다. 마도카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눈을 사야카 쪽으로 돌린다. 마도카는 곧이어 사야카를 알아보고는 눈인사를 건넨다. 사야카도 살짝 웃어주는 것으로 서로를 알아봤음을 확인한다.

     사오토메 선생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했는지, HR시간이 조금 남았음에도 전학생과 얘기를 나눠보라고 하며 쉬는 시간을 선언한다. 사야카는 마도카와 오랜만에 대화를 나눠보기 위해 일어선다. 하지만 곧, 전학생에 관심이 많은 다른 학생들이 어느새 마도카를 둘러싸고 질문공세를 퍼붓는 것을 발견한다.

     학생들은 ‘미국은 어땠느냐’, ‘어머니가 능력이 있으신 모양이다’ 따위의 질문부터 시작해서, ‘키가 작구나’, ‘초등학생 같다’ 처럼, 사람에 따라서는 상처가 될 수 있을 말까지 서슴없이 건네고 있다. 사야카는 자신이 마도카와 소꿉친구임을 선언하고, 저 혼란스런 관계에 개입해 볼까도 생각했으나, 마도카도 어차피 다른 학생들과 스스로 친해져야 할 테고, 자신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마도카와 대화할 기회가 많을 테니 그만두기로 결정한다.

     조금 당황하고 있는 마도카를 보면서, 사야카는 마도카가 고립되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젯밤에 꾸었던 꿈을 떠올린다. 격리된 느낌,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 혹시 그때 내 기분이, 지금 마도카가 느끼는 기분은 아닐까. 그리고 유일하게 기억나는 단어, ‘악마’, 그런 실없는 꿈을 아직까지 기억하는 자신이 우습다는 듯, 사야카는 피식 웃는다. 꿈 생각을 멀리 치우고, 몸을 돌려 쿄코와 다시 노닥거리기 시작한다.

     정식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전학생엔 관심 없다는 듯, 맨 앞자리에서 턱을 괴고 딴 생각만 하고 있던 한 여학생이 일어나 마도카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쿄코가 이를 발견하고는 사야카의 말 중간에 끼어든다.

     “어? 쟤 뭐야? 전학생한테 말 걸러 가나?”
     “응? 누가?”

     사야카가 반문하며 고개를 뒤로 돌린다. 마도카를 향해 걷고 있는 여학생은 검은 장발, 흰 피부, 차가운 인상, 단정한 복장을 하고 있다. 용모도 수려하여, 미인이라는 데 의문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거기다가 교과 성적은 물론 예체능 계열에서도 예외 없이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우등생이다. 굳이 흠을 잡자면, 학생들과의 사적인 교류를 병적으로 기피하는 면을 지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야카의 다른 소꿉친구이자 같은 반인 시즈키 히토미 –현재 남자친구가 있기에 같이 다니는 시간이 크게 줄기는 했지만- 도 다른 학생들과 사적인 교류가 거의 없기는 마찬가지이므로, 학생들은 이 여학생도 시즈키 히토미처럼 부잣집 딸로 집안의 과잉보호를 받고 있겠거니 생각할 뿐이다.

     교실에 있는 학생들은 거의 동시에 ‘어? 아케미가 웬일이지?’ 라는 생각을 한다. 분명히, 자연스러운 광경은 아니다. 하지만, 이 아케미 호무라라는 학생이 조금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기는 해도, 학생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피해를 입힌 적은 없기에, 호무라의 예외적인 행동에 대해 적대감을 품는 학생은 없어 보인다.

     한편, 사야카와 쿄코는 남들이 모르는 하나의 사실을 더 알고 있다. 호무라가 자신들과 같은 마법소녀라는 것이다. 물론, 호무라와 처음부터 행동을 같이 한 적은 없다. 마수와 싸울 때 한두 번, 호무라가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 위기에서 구해주고는, 별 말 없이 곧장 사라진 적이 있었을 뿐이다. 어쨌든, 사야카와 쿄코도 굳이 호무라의 행동에 적의를 가질 이유는 없다.

     호무라는 마도카에게 다가가, 주변을 둘러싼 학생들에게, 그들이 마도카를 너무 긴장시키는 것 같다고 얘기하고는, 마도카에게 학교를 안내해 주겠다며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학생들은 모두 ‘친절도 참 이상한 방식으로 베푼다’고 생각한다. 사야카도, 쿄코도 비슷하게 생각한 후, 하던 잡담을 계속한다.
     
     오 분 정도 지났을까, 사야카는 갑자기 강한 위화감을 느낀다. 순간적으로 아주 먼 곳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되돌아온 듯한 느낌이었다.

     “뭐야, 사야카, 갑자기 왜 그래?”

     쿄코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사야카에게 물어본다. 사야카는 아무 일도 아니라 얼버무리며, ‘나만 그렇게 느꼈구나. 오늘 상태가 좀 이상하네’ 라고 생각한다. 

     조금 뒤 마도카와 호무라가 다시 교실로 돌아온다. 사야카는 이유 없이 마도카의 외양을 다시 훑어본다. 마도카는 분홍색 빛이 도는 중간 길이의 머리를, 양 갈래로 조금 높이 묶고 있다. 묶은 부분을 빨간색 리본이 장식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열 살 가량의 꼬마에게나 어울릴 법한 머리스타일이다. 하지만, 그 머리스타일은 마도카의 작은 키, 딱 봐도 착하고 순수해 보이는 인상, 거기에다가 다소 갑작스런 상황에 긴장한 모습과 조화되어,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조금 전과 달라진 점을 찾아볼 수 없다.

     ‘흥, 달라진 게 없네.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당연히 안 달라졌겠지!’
     
     그러던 중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학생들은 모두 기계적인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공부하거나, 졸거나, 몰래 잡담을 나누거나, 필기하는 척 휴대용 전자기기를 활용해 놀다가, 점심을 먹고는, 또다시 두어 차례 수업을 들은 뒤 하교한다.

     방과 후, 근처 카페에서 사야카, 쿄코, 마도카, 히토미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학생이 덜 주목받기 시작한 점심시간 이후에, 사야카가 드디어 마도카와 인사를 나누고, 방과 후에 만나자고 한 결과이다. 히토미는 남자친구가 레슨이 있다고 일찍 가버리는 바람에 참여하게 되었다. 히토미 덕택에, 쿄코는 소꿉친구 셋의 모임에 느닷없이 끼어든 불청객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마도카 특유의 친화력이 발휘되어, 쿄코도 몇 분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융화된다.

     마도카는 간단하게 3년 동안의 이야기를 한다. 미국생활 초기, 마도카 아버지가 미국 식료품점에 적응하고, 미국식 요리법을 공부하고, 시차적응이 되질 않아 힘겨워하는 마도카를 달래느라 고생했다는 이야기, 마도카 어머니는 일본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한가했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는 이야기, 미국 학교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다’고 귀여움을 받았던 이야기, 영어를 공부한 이야기 등, ‘간단하게’라고 했지만 워낙 화젯거리가 많은데다가, 사이사이에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가 끼어드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마도카의 동생인 카나메 타츠야가 일본어보다 영어를 더 잘하게 될 뻔 했다는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사야카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마도카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 참, 마도카. 아케미 있잖아, 검은머리 여자애”
     “응? 호무라 말하는 거야?”
     “뭐야, 너 벌써 서로 이름 부르게 됐냐?”
     “아니 뭐… 호무라가 그렇게 하자길래…….”

     마도카는 이렇게 대답하며, 특유의 웃음소리로 짧게 웃는다.

     “거 참 그녀석도 신기하네. 아무튼, 너 데리고 나가서 뭘 한 거야?”

     사야카가 이렇게 질문하자, 쿄코와 히토미도 궁금했다는 듯 관심을 보이는 눈치이다.

     “음, 그러니까… 학교를 좀 돌아다녔지?”
     “응? 그것뿐이야?”
     “아 그리고 뭔가 질문을 하긴 했는데… 뭐였더라, 질서가 중요하다 그랬던가?”

     마도카는 여기까지 말한 뒤, 또 다시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고백하고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날 겁주려고 하는 것 같진 않았어. 글쎄, 나한테 나쁜 짓을 하려는 것 같지도 않았고…….”

     이 말을 들은 쿄코가 내뱉듯 말한다.

     “헷, 그 녀석, 원래 좀 특이하다고. 집에만 갇혀 있다가 정신이 이상해진 게 아닌가 몰라!”
     “에헤헤, 그런가?”
     “그럼, 그 뒤로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은 건가요? 카나메 씨?”

     히토미가 마도카에게 추가로 질문한다.

     “에, 응. 그 다음부터는 별 관심 없다는 느낌이었어.”
     “하, 어쨌든 알 수 없는 녀석이네! 됐고, 하던 얘기나 계속 하지 뭐!”

     분위기가 굳어질 듯한 느낌을 받자, 사야카가 다시 대화를 일상적인 쪽으로 돌린다.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야카가 자신과, 히토미의 남자친구 카미조 쿄스케와의 관계를 소재로 이른바 ‘자학개그’를 선보일 무렵, 사야카와 쿄코의 머릿속에 성숙한 목소리가 울린다.

     ‘사쿠라, 미키. 마수가 많이 출현했어. 도와줘야겠는걸?’
     ‘아, 마미 언니! 알겠어요. 금방 갈게요!’

     다소 어색하게 헤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때마침 히토미가 피아노 학원에 가야 했기 때문에 사야카와 쿄코는 무리한 핑계를 대지 않고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작별인사를 나누고, 마도카와 히토미가 시야에서 벗어나자, 사야카와 쿄코는 곧장 토모에 마미가 호출한 장소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목적지에 접근하자, 금발을 소위 ‘드릴 머리’라고도 불리는 스타일로 꼬아 놓은 토모에 마미가 보인다. 사야카나 쿄코보다 고작 한 살 위일 뿐인데, 최소한 서너 살은 더 먹은 듯한 성숙한 분위기를 풍긴다. 눈매는 어떻게 보면 마도카보다도 부드럽고 순하지만, 표정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위압감이 있기에 어리숙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 옆에는 얼핏 보면 잠옷과도 같은 복장을 한 조그만 어린아이, 모모에 나기사가 같이 있다. 하얀 머리카락은 파마를 한 듯 구불구불하고, 허리 아래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다. 귀 뒤쪽 머리카락 일부를 낮고 짧게 양 갈래로 묶어 놓아서, 귀여운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마미 언니! 나기사!”
     “헷, 시간 딱 맞춰 온 것 같네!”

     “응, 정확히 맞춰 왔어.”
     “어서 오세요!”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나자, 토모에 마미가 바로 말을 잇는다.

     “자, 오늘은 해치워야 할 적이 좀 많아. 바로 시작하자!”

     마미의 말에, 나머지 셋은 곧장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변신’에 돌입한다.

     줄을 맞춰 서고, 반지를 낀 왼손을 앞으로 뻗은 뒤, 반지를 소울 젬의 형태로 변형시킨다. 같이 활동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텐데, 여전히 박자가 완전히 맞지는 않는다. 소울 젬을 감싸듯 쥐면서, 각자 생각한 ‘멋진 포즈’를 취하며 변신에 돌입한다.

     토모에 마미는 귀족풍의 무용을 연상케 하는 우아한 동작을 취하면서, 르네상스 시대 소총병, 머스킷티어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취한다.

     미키 사야카는 절도 있게 교향곡을 지휘하는 지휘자와 같은 자세로, 소녀 기사와 흡사한 복장으로 탈바꿈한다.

     모모에 나기사는 어린아이 특유의 귀여움을 강조한 동작과 함께, 인형극의 주연과도 같은 복장으로 변신한다.

     사쿠라 쿄코는 약간 요란한 종교의식을 취하는 것처럼, 절제된 듯 화려한 움직임을 보이며, 종교 성전에 임하는 전사를 떠올리게 하는 복장을 몸에 착용한다.

     각자의 변신이 완료되자, 나름대로 조화를 맞춘 동작을 취하면서 “퓨에라 마기 홀리 콰르텟(Quartet)”이라고 외친다. 미키 사야카와 사쿠라 쿄코는 왜인지 서로 장난칠 때보다 목소리가 작다.

     마수와의 전투는 화려함 그 자체이다. 마법소녀끼리 모여 다과회를 가질 때, 부끄럽다고 하면서도 틈틈이 생각해 놓은 기술 이름을 외치고,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동작도 크게 취하며 무기를 다룬다. 싸움에 임하는 태도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아침에 있었던 사야카와 쿄코의 젓가락 싸움이 더 진지하다.

     둘씩 짝을 지어 각자의 기술을 합치기도 한다. 마미의 머스킷 앞에 사야카의 칼을 소환해 놓음으로써 산탄과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하고, 쿄코의 결계를 통과하여 사야카의 칼을 던져 사슬이 달린 것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나기사가 내뿜는 거품도, 사야카의 마법과 결합하면 치유의 힘을, 쿄코의 결계와 결합하면 차단의 힘을, 마미의 리본과 결합하면 더욱 예측 불가능한 구속의 힘을 얻는다.

     마수는 별 움직임이 없고, 주변 환경의 변화에도 별 반응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마수가 언제 어떤 공격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때문에, 마수는 초보 마법소녀들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상대이다. 실제로, 아무 반응도 없는 마수의 태도를 보고 방심한 초보 마법소녀들이 섣불리 싸움을 시작한 나머지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이미 충분한 경험을 쌓은 네 명의 마법소녀들에게 마수는 쉬운 상대일 뿐이다. 물론, 드물게 나타나는 강한 마수는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최소한 이번 싸움에 그런 마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에, 넷은 지금처럼 화려한 기술을 뽐내며, 효율성을 희생하고 재미를 추구하며 마수 퇴치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전투가 끝나고, 마법소녀들은 싸움터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검정색 정육면체, ‘그리프 큐브’를 회수한다.

     “오늘도 다들 수고했어. 날이 갈수록 모두 발전하는 것 같네.”

     회수가 끝나고 넷이 한 곳에 모이자, 마미가 눈웃음을 지어 주며 이렇게 말한다. 사야카는  자기가 쿄코를 돕지 않으면 쿄코의 발전도 없다며 쿄코를 자극하고, 쿄코가 이 자극에 반응하면서 또 둘의 장난이 개시된다. 마미는 물론, 어린 나기사조차도 이미 익숙하다는 듯 둘을 바라보며 웃는다.

     그러고 있자니, 어디선가 강아지와 고양이의 중간쯤 되어 보이는 흰색 동물이 뛰어온다. 귀 안쪽에서 또 다른 귀가 길게 늘어져 있고, 그 끝에는 금색 고리가 공중에 떠 있듯 달려있다. 꼬리는 길고 풍성한 편이며, 등에는 속이 빈 빨간색 타원이 그려져 있다. 어찌되었든, 상당히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 큐베, 왔구나. 잠깐만 기다려. 곧 주도록 할게.”

     마미가 큐베를 알아보고 말을 건네자, 큐베는 ‘큐우-’하는 특유의 울음소리를 한 차례 내고는, 잘 훈련된 강아지처럼 자리에 앉아 꼬리만을 좌우로 흔든다.

     마법소녀들은 각자 그리프 큐브를 활용하여, 조금씩 탁해진 자신들의 소울 젬을 정화하고는, 사용이 끝난 그리프 큐브를 큐베 앞에 가져가 놓는다. 큐베는 그리프 큐브가 모두 모일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 큐브가 모두 자기 앞에 놓이자 재롱을 떨면서 그리프 큐브를 하나씩, 또는 여러 개 씩 자신의 등에 그려진 붉은 타원을 통해 회수한다. 간혹 큐베가 실수하여 그리프 큐브를 떨어뜨릴 때는 여지없이 네 마법소녀의 웃음이 터진다.

     그리프 큐브가 모수 회수되자, 큐베는 눈웃음과 애교 섞인 울음소리로 인사를 하고는, 곧장 사라진다. 마법소녀들은 달려가는 큐베를 향해 ‘항상 고맙다’고 인사하지만, 큐베가 여기에 응답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큐베는 그리프 큐브의 회수가 필요할 때, 또는 새로운 마법소녀가 필요할 때만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나타내고는, 할 일이 끝나면 지체 없이 사라질 뿐이다.

     “자 그럼”

     큐베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미가 말문을 연다.

     “오랜만에 미타키하라의 마법소녀가 모두 모였고, 일도 생각보다 일찍 끝났으니, 우리 집에 가서 과자라도 먹지 않을래?”

     나머지 셋은 당연히 찬성한다. 쿄코와 나기사는 사야카보다 더 기뻐한다. 그렇게 넷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마미의 집으로 향한다.

     한편, 큐베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 쉴 틈 없이 달려 미타키하라 시의 뒷산 쪽으로 향한다. 뒷산에는 넓고 아름다운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정원의 가장 높은 곳에, 어떤 인물의 실루엣이 보인다.

     아케미 호무라가 홀로 의자에 앉아, 멀리서 마법소녀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학교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귀걸이를 하고 있다. 귀걸이는 중앙에 보랏빛 보석이 박혀 있고, 테두리는 온통 검다. 조금 뒤, 큐베가 아케미 호무라 옆까지 달려오더니 쓰러지듯 주저앉아 숨을 헐떡인다. 하지만, 아케미 호무라는 이 귀여운 생물체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잠깐의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아케미 호무라는 그저 마미의 집으로 향하는 네 마법소녀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다. 

     ‘이제부터,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일로 가는구나.’

     호무라는 눈을 잠시 감았다 뜨더니, 시선을 마도카의 집 쪽으로 옮긴다. 마도카는 아마 아직까지도 짐 정리에 바쁠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마도카가 행복하기만 하면 돼.’

     호무라는 다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렇게 할 능력이 있어.’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바람에 실려 주변을 날아다니던 검은 깃털 몇 개가, 달빛을 반사하여 문득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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