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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Maマ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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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gametalk_171421
    작성자 : 마Maマ
    추천 : 2
    조회수 : 1336
    IP : 125.141.***.158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3/22 00:34:48
    http://todayhumor.com/?gametalk_171421 모바일
    [이브 온라인 단편집] 3. 무법지대 배회
    1편 (웜홀의 유령) : http://todayhumor.com/?gametalk_169744

    ****

    Black Rise Region > Ishaga Constellation > Enaluri Solar System
    2번 행성 - ‘State Protectorate’ 병참 지원소
    칼다리 국
    치안수준 0.3278
    이브 표준시 12:10

     “내가 정찰이랑 갱 부스터 지원해 줄테니, 로밍[Roaming, 돌아다니며 싸울 상대를 찾는 행위]이나 갑시다!”

     라키라스가 회사 통신망에 대고 큰 소리로 말한다. 가장 귀찮을 뿐 아니라, 차후 전투 기록으로 남지도 않는 ‘정찰’ 및 ‘갱 부스터 지원’역할을 자원하면서까지 로밍을 가자고 하는 것으로 보아, 어지간히도 무료했던 모양이다.

     회사 통신망에는 지금 10명 내외의 회사원이 접속해 있다. 그들은 모두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라키라스와 같은 스테이션 안에서, 각자의 함장실에 앉아 노닥거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귀찮은 일 모두 도맡아 해 줄테니 놀러 나가자’는 제안에 긍정적으로 응답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긍정적이고 아니고는 둘째 문제고, 응답 자체를 해 주는 사람조차 없다.

     ‘이 사람들 좀 보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 라키라스는, 곧장 근처 컴퓨터를 능숙하게 조작해,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시킨다. 함장실의 홀로그램이 현란한 그래픽으로 가득 찬다. 짧은 영상이 지나간 이후, 세련된 디자인의 로고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한쪽 구석에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출력된다. 라키라스는 무표정으로 ID와 비밀번호를 빠른 속도로 입력하여 접속 명령을 내린다. 접속이 끝나자, 라키라스는 화면의 다른 쪽 구석에 위치한 ‘접속 중인 친구’ 목록을 확인한다.

    “페일리 로크(실명 친구) : 게임 중 / 에스타멜(가명 친구) : 게임 중 …….”

     예상했던 장면이고, 자주 보는 광경이지만,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하다. 라키라스의 심리공간에 짜증이 캡슐에 물 차오르듯 스며오른다. 라키라스는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몇 번 문지르고는, 통신망에 대고 아까보다 한층 더 큰 소리로 외친다.

     “이럴 줄 알았어! 이 화상들아, 로밍 가자니까! 이러고 앉아있을 거면 뭐하러 캡슐리어 자격증 땄고, 뭐하러 우리 회사 들어왔냐? 자꾸 이렇게 나오면 회사에서 [Kick : 강제 해고]하는 수가 있다?”

     답답한 심정을 쏟아내는 라키라스의 한탄이 끝나기가 무섭게, 라키라스보다 약간 더 무거운 톤의 목소리가 응답해 온다.

     “근데, 제가 회사 사장인데요……?”

     그렇다. 회사 사장이 나서서 회사원들과 적극적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한 행성 안에서 활동하는 해적단의 선원들이, 출항할 생각은 않고 항구에 며칠 동안이나 쳐박혀 공놀이를 하고 있는데, 선장이 그런 선원들을 독려하여 출항을 유도하기는커녕 자기가 앞서 공놀이를 주도하는 상황이다. 

     “정말 돌겠네. 사장님, 이럴 거면 그냥 회사 해산하고 아마추어 게임단, 아니, 아예 프로 게임단 차립시다. 지금 게임하는 사원들 재산의 0.001%만 모아도 게임단 수백 개는 차릴 겁니다. 정찰, 갱부 나서서 해주겠다는 사람이 있는데도 로밍을 일주일에 한번 할까말까한 회사가 무슨 해적 회사며, 무슨 ‘캡슐리어 상대 정예 전투병 모임’이란 말입니까?”
     “아 몰라요. 이 판 끝나고 생각해 봅시다. 야, 거기! 동쪽으로 온다!”
      
     사장은 라키라스의 진심어린 조언(?)을 한 귀로 흘려버리고는, 하던 게임에 집중한다. 라키라스는 포기하지 않고, 회사 통신망에 대고 끊임없는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별 효과가 없다.

     물론 이 회사가 처음부터 이런 분위기였던 것은 아니다. 다들 사냥감을 찾아 나돌아다니느라 스테이션 안에 정박해 있는 회사 소속 파일럿을 찾아보기 힘든 시절, 최대 대여섯명 남짓의 활동인원으로 한 달에 천대 단위의 적함을 파괴하고 다니던 시절도 분명히 존재했다.

     하기야, 그 시절에도 회사원들을 모아 로밍을 함께 가는 것은 녹록하지 않긴 했다. 하지만, 그 당시 사람을 모으기가 힘들었던 것은, 지금처럼 스테이션 안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원들이 피에 지나치게 굶주린 나머지 제각각 두어 명씩 짝을 지어, 혹은 혼자서, Tenal에서 Delve까지, 드론 랜드에서 아우터 링까지, 우주 방방곡곡으로 흩어져 싸울 상대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적의 중간지점을 찾아 모여도 각자 20~30점프씩은 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라키라스가 속한 회사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치안유지에 힘쓰는 선량한(?) 캡슐리어들이 모여 만든 회사, 웜홀 탐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물론, 우주 외곽의 권력싸움에 몸담고 있는 대형 회사 연합체들도 종종 이런 문제를 겪곤 한다. 이들 회사의 통신망 내에서 가장 활발한 소그룹이 ‘같이 게임해요!’인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최근엔 대형 연합체 소속 한 회사의 사원들이 단체로 게임 기타 여가활동에 빠져 연합 단위의 작전에 참여율이 지나치게 저조해진 나머지, 회사가 통째로 연합체에서 강제탈퇴당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미묘한 위안일 뿐, 로밍을 포기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아, 알겠어요, 알겠어. 게임 한판 끝났으니, 한번 가 봅시다.”
     “나도 낄래, 오빠.”
     “난 영 귀찮으니, 그냥 계속 게임이나 할란다.”

     라키라스가 로밍 인원을 모집하기 위해 지나치게 소리를 지른 나머지, 슬슬 ‘성대에 무리가 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무렵, 게임 한 판이 종료되었는지 회사원들이 드디어 응답을 하기 시작한다. 라키라스는 복잡한 심정이 담긴 한숨을 크게 내쉰 다음, 기초적인 준비를 시작한다.

     첫째로 인원 체크. 확인에 재확인, 재재확인을 거듭한 끝에, 로밍을 갈 용의가 있는 파일럿이, 라키라스를 포함하여 여섯 명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라키라스는 정찰 겸 갱 부스팅을 지원해 줄 것이니, 전투인원은 다섯 명이다. 다음으로, 함대 구성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라키라스가 질문한다.

     “다섯 명 모였네. 무슨 구성으로 갈까? RR[Remote Repair]? 아니면 뭐, 프리깃 함대?”
     “귀찮게 뭐 그런 함대를 구성해 간답니까. 그냥 순양전함이나 끌고 갑시다. 저 아직 오라클[Oracle] 안 터졌으니, 그거나 끌고 갈게요.”
     “난 보험 끝나기 전에 드레이크[Drake]나 타고 갈래.”
     “저도 오라클 타고 갑니다.”
     “오라클 하나 더요.”
     “전 그럼 허리케인[Hurricane]이나 타고 가죠.”

    Drake.jpg

     순식간에 함대 구성이 정해진다. 오라클급 순양전함 셋, 허리케인급 순양전함 하나, 드레이크급 순양전함 하나. 그리고 정찰 및 갱 부스팅을 담당할 로키. 4대 제국의 순양함급 함종의 기본구조 개선계획 및 순양전함급 함종의 비용현실화 계획이 완료된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딱히 효율적인 함대구성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기록의 시간적 배경은 위 두 계획이 실시되기 전, 이른바 ‘순양전함의 전성기’이다. 지금 라키라스 외 5인의 함대 구성은, 6인 함대로서 딱히 흠 잡을 곳 없이 막강하다. 하지만, 라키라스는 지금 구성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이렇게 끌고 가면 누가 싸워 주겠냐? 다들 좀 덜 쓰이는 배 가지고 있는 것 없어?”

     강한 배를 끌고 가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첫째 이유는 ‘강한 함대일수록 싸움다운 싸움을 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트리아지[Triage :: 항공모함급 함선에 강한 지원능력을 부여하는 장비] 모듈을 장착한 아콘[Archon]급 항공모함 서넛의 지원 하에, 비싸고 강력한 바알곤[Bhaalgorn], 또는 빈디케이터[Vindicator]급 전함 이십여대로 구성된 무지막지한 함대를 이끌고 로밍을 간다고 가정해 보자. 정말 운이 좋은 날이 아니라면, 이 함대가 비슷한 전력의 다른 함대를 만나 싸움다운 싸움을 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 비싼 함대는 불운한 소규모 함대를 만나 수 초 내로 박살내는 시시한 전투나 두어번 하다가, 몇 시간 내로 우주 외곽에서 영토전쟁을 치르는 대형 얼라이언스[Alliance]의 백 척 단위 함대가 머리 위로 도약해 와서 장렬하게 산화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해적들이 원하는 진짜 싸움이 아니다.

    Archon.jpg

     반대로 (기록의 시점 당시) 약하다고 소문이 나 있었던 프로퍼시[Prophecy]급 순양전함 두 대를 이끌고 로밍을 간다면, 조금 과장을 섞어 ‘싸움 좀 한다’는 캡슐리어 전부가 싸움을 걸어 올 것이다. 그 중에서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파일럿, 또는 방심한 파일럿을 잡아먹어 ‘기록상으로는 멋진’ 싸움을 할 수도 있고, 비슷한 실력의 캡슐리어를 만나 ‘좋은 싸움’을 하게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물론, 이 경우에도 언젠가는 수십 명 단위의 함대를 조우하여 학살을 당하거나, ‘좋은 싸움’에서 패배해 함선을 잃게 될 테지만 말이다.

     어떤 경우이든, 해적은 언젠가는 자기 함선을 잃게 된다. 하지만, 어차피 캡슐리어 상대로 싸움을 하고 다니는 이상, 배는 언젠가는 파괴되기 마련. 그 전에 ‘재미’를 통해 본전을 뽑았느냐 그렇지 않냐가 중요할 뿐이다. 첫번째 사례에서, 해적들은 비싼 배를 몰고 가서는, 그 배가 파괴되기 전까지 단 한 번의 싸움도 하지 못한다. 반면, 두번째 사례에서 해적은, 값싼 배가 터지기 전에 여러 번의 싸움을 할 수가 있으며, 그 중에는 ‘좋은 싸움’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해적들의 진짜 목표, ‘싸움을 통한 즐거움’을 달성하는 데 효율적일지에 대해서 더 이상의 부연은 필요없으리라.

     이 외에도, ‘명예’라는 요인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같은 적을 상대로 싸울 때, 강한 함대로 싸워 이기는 경우보다는 약한 함대로 싸워 이길 때 해적들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더 분명하게 증명되고, 그만큼 높은 명예를 얻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타 ‘귀찮음’이라는 요소도 조금 기여하기는 한다. 아무래도, 남들이 쓰지 않는 배를 사용하려면, 그만큼 그 배의 장비, 그 배를 사용한 전술에 관해 독자적으로 연구를 할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이들은 어떻게 하면 함대 구성을 약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의논한다.

     “그럼 제가 허리케인 대신 럽처[Rupture] 타고 가죠.”
     “어쩔 수 없죠. 오라클 대신 나가[Naga]로 바꿀게요.”
     
     가장 먼저 허리케인급 순양전함이 럽처급 순양함으로 바뀌고, 뒤이어 오라클급 순양전함이 나가급 순양전함으로 바뀐다.

     “또 누구 없나?”
     “배 없어요.”
     “귀찮아서…….”

     라키라스는 함대 구성이 조금만 더 약화되면 좋겠다는 듯 한번 더 질문을 던지지만, 퉁명스러운 대답만이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또 한번 한숨을 푹 쉰 라키라스가 말한다.

     “어쩔 수 없지. 마음에 안 들지만 이대로 가자.”
     “아, 잠깐만, 오빠.”

     캡슐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페일리가 통신 너머에서 라키라스를 멈춰세운다. 라키라스는 혹시 페일리도 함선을 조금 약한 배로 바꾸려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별로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드레이크급 순양전함이 분명 강한 배이기는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미끼’ 용으로 활용하기 적당한 배이기도 하고, 함대의 안정성에 큰 기여를 하기 때문에 굳이 드레이크를 다른 함선으로 바꿔가면서까지 함대구성을 약화시킬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뒤를 잇는 페일리의 발언은, 라키라스가 방금 한 걱정이 너무도 의미 없는 것이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나 드론[Drone] 없어. 스테이션 마켓에서도 안 파는데?”
     “아! 진짜! 어떻게 드론이 없을 수가 있어?”

     라키라스가 반쯤 폭발하여, 매우 강하고 높은 목소리로 외친다.

     “몰라, 저번에 로밍갔을 때 급하게 도망치느라 회수 못 했나 봐.”
     “미치겠네 정말! 누구 드론 가지고 있는 사람 없나?”
     “…….”

     묵묵부답. 지금 통신망에 접속해 있는 회사원 모두에게 드론이 하나도 없을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이 침묵의 의미는 ‘드론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 아니라, ‘가지고 있지만, 귀찮으므로 모른 척 하겠다’일 것이다. 라키라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기 재산 목록을 한차례 훑어보지만, 드론을 쓰지 않는 임무, 즉 정찰과 갱 부스팅을 주로 하는지라 여유 드론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 저”

     반가운 응답. 하지만 그 반가움은 이번에도 1초가 지나지 않아 실망으로 변환된다.

     “저는 총알이 없네요. 여기선 고급 탄환을 안 파니, 다른 성계로 가서 사와야겠는데요? 사는 김에 내나이트[Nanite Repair Paste :: 과부하로 인해 손상된 장비를 긴급 수리하는 소모품]도 조금 싸게 사고…….”

     라키라스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간신히 가라앉힌다. 여기서 화를 내 봐야, 로밍이 시작하기도 전에 파탄이 날 가능성만 높아질 뿐이다. 

     “…뭐, 그럼 Ichoriya[Enaluri에서 가장 가까운 하이 시큐리티 성계. 동시에 미션 허브라 상권이 그럭저럭 형성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에 가서 사 와. 난 근처 지역 돌아다니면서 싸울 상대나 물색하고 있을게.”
     “그러죠.”

     Enaluri에서 Ichoriya까지는 고작 2점프. ‘쇼핑’을 다녀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쇼핑을 하러 가는 둘이 느그적느그적 행동할 것은 너무도 분명하기에, 라키라스는 그 시간을 스테이션에서 지루하게 보내느니 미리미리 근처 성계를 정찰할 마음을 먹는다. 라키라스는 곧장 캡슐에 탑승한 뒤, 정찰과 갱 부스팅용 로키 전략순양함을 조종하기 시작한 다음, 곧장 출항하여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한다.

     ****

    Black Rise Region > Inolari Constellation > Raihbaka Solar System
    칼다리 국
    치안수준 0.3798
    이브 표준시 13:02

     “돌아왔습니다”
     “나도 준비 완료됐어.”

     라키라스가 근처 성계를 거의 다 순찰했을 무렵, Enaluri에서 장거리 통신이 전달되어 온다. 하지만, 라키라스의 마음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순찰 결과, 근처 저치안 지역에는 싸울 만한 상대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라키라스는 비통한(?) 어조로 이 사실을 전달한다.

     “근처 성계 다 죽었다. 널섹[Null-Sec, Null Security Space, 무법지대]으로 가야될 것 같다.”
     “아, 그럼 전 다시 게임이나 하러 갈게요. 저 범죄자로 찍혀서 하이 시큐리티 지역 못 들어가요.” 

     라키라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파일럿이 로밍 포기를 선언한다. 선제공격, 캡슐 파괴 등을 지나치게 자주 자행한 나머지, 4대 제국의 데이터베이스에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등록된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하이 시큐리티 지역, 즉 고치안 지역에 진입하는 즉시 제국의 경찰들의 추적을 받게 된다.

     “너, 오라클 타는 거 아니었어? 괜찮아. 그럼 충분히 도망갈 수 있어.”
     “아뇨, 저번에 한번 잡혀서 죽을 뻔 했었어요… 그냥 귀찮으니 여기 있을래요.”
     “…….”

     라키라스는 진지하게, 화를 내 볼까 고민하지만, 오라클 한 대가 빠진다고 해도, 다운그레이드 결정을 철회하기만 한다면 2오라클, 1허리케인, 1드레이크로 무난한 구성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쳐, 이 파일럿의 무례한(?) 행동을 묵인하기로 결정한다.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됐어. 원래 구성으로 가자. 2오라클, 1드레이크, 1허리케인에 내 로키 갱부. 목표지점은 당연히 EC-P8R. 그 전 성계인 Torrinos에서 모인다.” 

     천만 다행으로, 다른 함대원들은 이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기 않는다. 라키라스는 네비게이션 시스템에 EC-P8R을 목적지로 설정한 다음, 최대한 빠르게 그곳을 향해 워프와 점프를 번갈아 반복하기 시작한다.

    ****

    Lonetrek Region > Asalola Constellation > Torrinos Solar System
    칼다리 국
    치안수준 0.5197
    이브 표준시 13:27

    EC-P8R.jpg

     30분이 약간 못 미치는 여행 끝에, 라키라스가 함대원 중 가장 먼저 Torrinos에 도착한다.  Enaluri와 Torrinos는 직선거리로 따져도 8광년이 조금 넘는 거리만큼 떨어져 있지만, 카메라 드론에 잡히는 광경은 성운의 배치와 크기가 미묘하게 바뀐 것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

     “이게 누구신가? 여긴 웬일이쇼? 동생분은 어디 가시고?”

     라키라스가 미리 정찰을 하기 위해 곧장 EC-P8R로 워프 명령을 내리려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개인 통신으로 말을 걸어온다. 라키라스는 통신의 발신인을 확인한다. 이름의 발음과 스펠링이 까다로워, ‘TJ’라는 약어로 불리는 파일럿이다. 공식적인 블루 스탠딩[Blue Standing :: 우호적 캡슐리어]은 아니지만, 나름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캡슐리어다. 서로 열 번 가량 ‘좋은 싸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정이 들고, 이후부터는 가끔 함대를 즉흥적으로 합쳐 같이 사냥을 다니기도 하면서 상당히 친해진 것이다. 

     “뭐하긴, 여기 통해서 로밍이나 가려고 왔지. 페일리는 따라오고 있고. 그러는 자넨 웬일이요?”

     로우 시큐리티나 널 시큐리티 지역에서 일대 일로 만났다면 곧바로 장소를 정해 ‘좋은 싸움’을 시작했겠지만, 지금은 장소로 보나 함대구성으로 보나 그럴 상황이 아니다. 대신, 이들은 같은 PvP 캡슐리어간의 호의로서 미묘하게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한다.

     “아, 친구 한 놈이랑 M-OEE8에서 시작해서 한바퀴 크게 돌고 오는 길이었소.”
     “그래? EC-P8R에 뭐 있던가?”

     TJ의 말은, M-OEE8 성계에서 시작하여 무법지대를 주욱 통과하여 EC-P8R을 종점으로 로밍을 종료하고, 하이 시큐리티 지역인 Torrinos로 빠져나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TJ는 조금 전 EC-P8R을 지나쳐 왔음이 틀림없고, 그 성계 내의 상황이 어떤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한 10대정도가 게이트 캠핑[Gate Camping :: 점프게이트 근처를 많은 함선으로 봉쇄하여, 점프해오는 캡슐리어를 사냥하는 행위]을 하고 있더군.”
     “배 구성 기억하고 있나?”

     캠핑의 규모가 너무 커, 예컨대 20대, 30대 규모라면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겠지만, 10대 가량으로 구성된 비교적 소규모 캠핑이라면, 그 함선 구성이나 상대방 파일럿들의 예상 숙련도에 따라 교전을 시도해 볼만도 하다.

     “글쎄, 레이피어랑 아머 탱킹 허리케인 두 대에 전함도 몇 대 있었고, 태클러도 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네. 저쪽에 갱부는 없어 보였지만, 탈로스[Talos] 둘이서는 답이 안 나와서 그냥 빠져나왔지. 확실하진 않으니 들어가서 직접 확인해 보게.”
     “흠, 합류해서 같이 잡아볼 생각은 없나?”

    Talos.jpg

     아주 대략적인 함선 구성 정보와, ‘상대편에 갱부는 없다’와 같은 가치 있는 정보를 파악한 라키라스는, TJ에게 일시적 동업을 제안해 본다.

     “아니, 일이 있어서 곧장 Jita[주요 상권 중 하나]로 가야 할 것 같네. 왜, 인원이 좀 부족한가?”
     “그런 건 아니오. 일 있으면 가 보시게나.”
     “나중에 보세. 굿 럭.”

     TJ는 라키라스의 그런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한다. 이 거절의 배경에 딱히 이들간의 신뢰가 충분치 않다는 등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해적들이 특히 이른바 ‘케어베어’들에게 사악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불충분할 정도로 악랄한 짓을 하기는 하지만, 그런 야비함이 이런 상황에까지 번져오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라키라스는 조용히 통신을 종료하고는 EC-P8R 게이트로 워프, 정찰을 위해 점프해 들어간다.

    ****

    Pure Blind Region > YS-GOP Constellation > EC-P8R Solar System
    “+Barely Harmful+” Aliance 영토
    치안수준 -0.4466
    이브 표준시 13:31

     EC-P8R로 점프를 하자마자, 워프 방해 버블이 점프게이트를 온통 뒤덮고 있음이 확인된다. 구역[Region]과 구역을 잇는 거대한 게이트를, 수십 개의 워프 방해장이 물샐 틈 없이 막아놓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함선이 여기 들어왔다면, 곧장 최대 속력으로 게이트에 접근해 Torrinos로 다시 점프하는 편이 그나마 생존확률이 제일 높을 것이다. 게이트 근처를 배회하는 전함, 레이피어, 허리케인 때문에 그조차도 쉽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라키라스의 함선은 워프 방해 버블 무효화 시스템[Interdiction Nullifer]과 클로킹 장비를 갖춘 로키급 전략순양함이기에, 라키라스가 지금 상황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라키라스는 곧장, 오래 전 만들어 두었던 전술 포인트, ‘게이트에서 태양과 90도 각도로 370km 위 지점’으로 워프 명령을 내리며 동시에 클로킹 장비를 가동한다.

     워프가 무난하게 완료되고 나서, 라키라스는 느긋한 마음으로 전투 개요 디스플레이를 통해 적의 함종을 확인한다. 아마겟돈[Armageddon]급 전함 하나, 도미닉스[Dominix]급 전함 하나, 레이피어급 첩보함 하나, 텐구급 전략순양함 하나, 파이어테일[Firetail]급 프리깃 하나, 타라니스[Taranis]급 요격함[Interceptor] 하나, 바가본드[Vagabond]급 중전투함 하나, 탈로스급 순양전함 하나, 그리고 첩보에 따르면 아머탱킹 장비를 갖춘 허리케인급 순양전함 둘. 

     단순히 숫자로만 따지면 5대 10, 자체 전투능력이 없는 라키라스 자신을 빼면 4대 10의 전투가 된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일단, 로키의 스커미쉬 갱 부스터가 있으니, 아군은 적군에 비해 속력면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아군 함선들은 적군의 전함이 자신을 락온하기도 전에 전함들의 유효 전투거리 밖으로 벗어날 수 있다. 아머탱킹 장비를 갖춰 속력이 느린 허리케인에게도 이런 논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물론, 레이피어급 첩보함이 웹을 걸어 속력을 낮춰버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현재 아군의 함대구성이라면 레이피어급 첩보함은 최대 20초면 파괴하거나 전투에서 이탈시켜버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무려 다섯 척의 적함이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실질적인 교전은 4:5가 된다. 여기서, 파이어테일과 타라니스와 같은 작은 배 역시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이들이 현재 아군에게 실질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이들이 워프 스크램블 장비를 장착해서 아군의 MWD를 작동불능 상태에 빠뜨려 속력에서의 우위를 무효화시키는 경우뿐인데, 그렇게 하려면 이들은 스크램블러를 작동시키기도 전에 아군 드레이크의 듀얼웹 사정거리와 허리케인의 에너지 무력화 장비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게 된다. 이들 장비에 노출된 프리깃들은 불과 수 초를 버티지 못하고 파괴당할 것이다.

     고로, 실질적인 교전은 결국 4:3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실질적인 수적 우위는 아군측에서 가져가게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적 텐구급 전략순양함의 외형으로 볼 때, 텐구급 전략순양함의 장비체계는 MWD-쉴드버퍼로 불리는 구식 피팅이므로 그 위험도가 높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함선의 구성과 피팅, 소속 얼라이언스와 회사(대체로 대형 얼라이언스의 비주류 회사 소속 파일럿들임을 알 수 있다) 등으로 미루어 보면, 저들은 분명 체계적인 지휘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오합지졸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물론, 몇 가지 변수가 싸움을 망쳐놓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클로킹 상태로 전황을 지켜보고 있는 첩보함이 다수 존재한다거나, 점프 후 임의로 정해지게 되는 아군의 위치가 지나치게 불리하여 각개격파당하게 된다거나, 적에게도 뛰어난 로키 갱 부스터가 존재한다는 등의 예기치 못한 요소가 나타난다면 우리 쪽이 큰 피해를 입고 패퇴하는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런 낮은 가능성을 두려워한 나머지, 충분히 승산 있는 전투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지금 해적들이 타고 나온 배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일하고, 다시 구매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배라면 모를까, 이들은 “[함선의 파괴]을 감당할 수 없는 배는 타고 나오지 마라”는 이브의 격언에 충실하여, 이미 지금 탄 함선 100대쯤은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재력을 갖추고 있는 상태이다.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모두 도착했어 오빠. 어떻게 할까?”

     때마침 페일리가 다른 함대원들이 모두 Torrinos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바로 게이트에 붙어. 점프 준비.”

     라키라스는 곧장 이렇게 명령하고는, 우주 깊숙한 곳에 마련해 둔 안전지대로 워프하여 갱 부스터를 작동시킬 준비를 한다. 그러면서, 정찰로 알아낸 여러가지 상황, 적함의 수, 구성, 그리고 대략적인 작전을 브리핑한다.

     “…이런 작전으로 간다. 나머지 세부적인 전술은, 항상 그랬듯이 개인판단에 맡긴다. 멍청한 실수만 하지 않도록.”
     “오케이.”
     “그럼, 점프! 갱부 업.”

     라키라스가 마지막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EC-P8R의 지역 통신망에 네 명의 파일럿이 추가로 들어온다. EC-P8R 내부의 Torrinos 게이트의 작동이 감지된다. 적들이 아무리 오합지졸이라도, 서너 척의 함선이 점프해 들어왔다는것쯤은 눈치를 챘을 것이다.

     “위치 확인. 드레이크, 게이트 위쪽에서 태양 방향으로 살짝 치우침.”

     페일리가 가장 먼저 나서서, 자연클로킹 상태에 있는 아군 함선들의 위치확인을 시작한다.

     “오라클, 태양 반대쪽 방향.”
     “허리케인, 게이트 아래쪽에서 태양 반대쪽으로 살짝 치우침”
     “오라클 2, 역시 태양 반대쪽 방향.”
     
     아주 좋은 위치다. EC-P8R의 Torrinos 게이트를 기준으로, 태양 반대쪽에는 별다른 천체가 없다. 때문에, 캠핑을 하는 적들은 대개 게이트에서 태양 방향에 몰려 있는 상태이다. 대부분 배들의 위치가 태양 반대쪽이라는 말은, 아군이 적들에게서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빠른 속력을 무기로 싸우는 해적들에게 엄청난 희소식이다.

     “드레이크, 레이피어 및 전함과의 거리 약 20km, 허리케인과의 거리 약 30km. 허리케인은 어때?”
     “마찬가지로 각각 20km, 30km.”

     오라클보다 적 함대와 가까운 두 함선이 중요한 거리 정보를 주고받는다.

     “충분할 것 같네. 모두 태양 반대쪽 전술포인트로 얼라인. MWD 켜고 달립시다. 필요하면 알아서 과부하 넣으시고. 프라이머리[Primary : 1차 목표]는 레이피어. 프라이머리는 레이피어. 무기는 필수적으로 과부하 겁니다!”

    Rapier.jpg

     오라클 파일럿의 지시와 함께, 이들은 자연클록 상태에서 벗어나 일제히 태양 반대쪽으로 최대 속력을 내며 달리기 시작한다. 로키 갱 부스터의 힘으로, 순양전함들이 웬만한 순양함의 최대속력보다 빠른 속력, 거의 2km/s에 육박하는 속력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레이피어를 락온하여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다. 오라클들의 스코치[Scorch]렌즈에서 나오는 보라색 빛, 허리케인의 배러지[Barrage]탄, 드레이크의 스커지[Scourge] 중미사일 공격이 모두 레이피어에 집중된다. 

     “나, 허리케인, 레이피어한테 웹 당하고 있다.”

     허리케인의 속력이 500m/s 수준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레이피어가 락온을 하고 웹을 걸기까지의 약 5초동안 충분한 거리를 벌려놓은 상태이기에, 전함이나 상대편의 아머 허리케인이 유효 전투거리 내로 접근하기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뿐 아니라, 상대편은 상당히 당황한 듯, 타게팅이 영 엉망이다. 텐구급 전략순양함은 오라클을 공격하고, 나머지 배들은 드레이크와 허리케인을 ‘골고루’ 공격하고 있다. 적의 탈로스급 순양전함은, 사정거리 내에 있으며 웹까지 걸린 허리케인을 놔두고, 사정거리 밖에 위치한 드레이크를 공격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나마 파이어테일과 타라니스가 각각 드레이크, 허리케인에게 20km가량의 거리를 유지하며 워프 방해를 거는 데 성공하지만, 아까 설명한 바와 같이 스크램블러가 아닌 이상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드레이크와 허리케인은 워리어[Warrior]급 라이트 드론을 사출하여 프리깃을 공격하도록 명령을 내려 놓는다. 하지만, 프리깃들이 최대 속력을 내는 지금으로서는 견제의 의미밖엔 없을 것이다.

     “레이피어 도망갑니다.”

     5~6초간의 공격에, 보호막이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레이피어가 급히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보인다. 워프 방해 버블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다. 캠핑을 하는 적들조차도, 도망가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워프 방해 버블 유효거리 바깥으로 도망갈 필요가 있다. 덕분에, 레이피어가 더 이상 아군 허리케인을 자신의 웹 사정거리 안에 두지 못한다. 허리케인에 웹이 풀리고, 허리케인의 속도가 원상복귀된다.

     “레이피어는 멀어졌다. 곧 워프아웃할 것으로 보임. 허리케인, 탱킹은 할만 합니까?”

     또 다른 오라클 파일럿이 허리케인의 잔여 쉴드량을 체크한다. 어느 순간부터 탈로스와 텐구가 제정신을 차리고 허리케인을 공격하기 시작했기에, 허리케인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터였다.

     “쉴드 50%정도 까였습니다. 태클러들좀 처리해야겠는데요.”
     “오케이. 나한테 가까이 와. 웹 걸고 하나씩 처리하자.”

     페일리의 지시에 따라, 드레이크와 허리케인은 서로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 덕에 단순히 허리케인으로부터 20km지점을 공전하고 있던 타라니스가, 드레이크의 최대 웹 사정거리인 약 19km 이내로 들어온다.

     “타라니스에 웹 두개.”

    Taranis.jpg


     타라니스의 속력이 웹에 걸려 급격하게 저하됨과 동시에, 풀어 놓았던 드론이 드디어 유효타를 가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멀리 떨어져 있는) 오라클의 대구경 레이저도 타라니스를 스쳐 맞추는 데 성공한다. 드레이크의 미사일 공격 효율이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타라니스는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폭발한다.

     “다음, 파이어테일”

     비슷한 이유로, 드레이크와 거리를 유지하던 파이어테일은 허리케인의 에너지 무효화 장치 사정거리인 12km 안에 접근하게 되었다. 그 결과, MWD가 잠시 꺼져 속력이 급격하게 저하되었고, 드레이크가 19km 이내로 접근하여 듀얼 웹을 걸 여지를 마련해 주고 만다. 파이어테일 역시 5초가 지나지 않아 폭발한다.
     
     “쉴드 25%. 탈로스한테서는 도망칠 수 있으니, 바가본드만 어떻게 빨리 처리해 봅시다.”

     프리깃들을 처리하는 사이, 허리케인의 탱킹도 거의 뚫려가고 있다. 지금부터 직선으로만 달린다면, 최대 속력이 2100m/s 남짓한 탈로스는, 2500m/s의 최대 속력을 가진 로키 갱부 허리케인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하지만, 로키 갱부 허리케인은 MWD에 과부하를 걸지 않고도 2400m/s의 속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바가본드에게서 벗어나기 어렵다.

     “아, 바가본드는 못 따라가겠고, 일단 탈로스는 웹 걸어서 떨쳐냈다.”

     페일리의 통신. ‘어차피 탈로스한테서는 도망갈 수 있다며, 웹 거는게 무슨 소용이냐’고 질문할 수 있겠지만, 탈로스에게서 빨리 멀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탈로스의 유효사거리에서 빨리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탈로스의 DPS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허리케인의 생존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즉, 바가본드가 파괴되어 모든 워프 방해 모듈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때까지, 허리케인이 고철덩이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오라클, 다중주파수 렌즈로 교체.”

     그 사이, 최대 데미지를 내기 위해 가속을 중지하고 바가본드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던 오라클들이 터렛에 사용되는 렌즈를 장거리용 스코치에서 단거리용 다중주파수로 교체한다.

     “아머 데미지 받고 있습니다”
     “바가본드도 마찬가지. 시간 충분할 겁니다.”

     허리케인의 보호막이 모두 사라지고, 직접적으로 장갑에 피해를 입기 시작했지만, 탈로스가 이미 유효사거리 바깥으로 벗어난 상태에서, 텐구와 바가본드의 데미지만으로는 허리케인을 빠르게 잡아낼 수 없다. 반면, 오라클, 허리케인의 근거리 공격과, 거리에 따른 파괴력 감소가 없는 드레이크의 미사일 공격을 동시에 받아내는 바가본드는 순식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 시작한다.

     “아머 30%”
     “바가본드 거의 죽었어, 괜찮아.”

     바가본드는 이제 선체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고 있다. 그 바가본드를 향해, 드레이크에서 발사된 중미사일 한 뭉치가 마지막 타격을 가한다. 바가본드가 격렬하게 산화함과 동시에, 아군 허리케인에 걸려 있던 마지막 워프 방해가 풀린다.

     “아머 10%… 오케이, 워프아웃했습니다.”

     자기 함선에 끊임없이 워프 명령을 내리고 있던 허리케인 파일럿이, 안전하게 도주했음을 알린다.

     “좋아. 이제 탈로스 때리죠. 완전히 붙잡아 놨으니까요.”

     페일리가 직접 지시를 내리기 전부터, 두 대의 오라클은 페일리의 드레이크에 웹과 워프 방해가 걸려 옴짝달싹못하고 있는 탈로스를 공격하기 시작한 상태였다. 자체적인 방어능력이 형편없는데다가, 속력을 활용하여 공격을 흘려낼 방도도 없는 탈로스의 보호막이 순식간에 고갈되고, 뒤이어 장갑이 파괴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탈로스는 끝내 완파당한다.

     이제 남은 적함은 아머 허리케인 두대와, 도망간 다음 아직 귀환하지 않은 레이피어, 그리고 아마겟돈급 전함과 도미닉스급 전함, 마지막으로 겁을 먹고 줄행랑을 치고 있는 텐구 하나이다. 아군 허리케인이 도망치면서 틈틈이 적함의 잔해를 제거해 놓은 덕분에, 저들이 아군에게 곧장 워프해 들어올 방법이 없다. 저들에게 프로버나 미리 마련해 둔 전략 거점이 있는 것 같지도 않으니 말이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해적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깨달은 캠퍼들은, 느릿느릿 버블 밖으로 벗어나 제각기 워프아웃하기 시작한다. 전함 두 척은 아예 게이트에 붙은 다음 하이 시큐리티 지역으로 빠져나가버린다. 전투 종료. 10:4(+1)으로 시작하여, 4:0의 승리를 만들어 냈다.

     “gf [Good Fight]”
     “gf”

     지역 통신망에 ‘좋은 싸움이었다’를 알리는 인삿말이 오고간다. 라키라스를 제외한 파일럿들은, 손상된 선체와 과열된 장비를 수리하기 위해 일단 Torrinos로 넘어가 스테이션에 정박하러 넘어간다.

     “아, 그냥 허리케인 잡히게 놔뒀어야 하는데.”
     “아 왜요, 살았으면 좋은 거지.”
     “내 배 아니잖습니까. 허리케인 죽었으면 킬 리포트가 훨씬 멋있었을 텐데…….”

     오로지 파괴된 함선을 기준으로 전투경과를 기록하는 콩코드의 전투정보 수집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싸움의 양 당사자 중 한쪽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쪽 당사자의 실질적인 함대수가 리포트에 반영되지 않는다. 방금 있었던 싸움은, 기록상으로는 4:4의 싸움이 될 뿐이다. 하지만, 만약 아군 허리케인이 파괴되도록 놔두었다면, 허리케인의 파괴에 기여한 10척의 적함이 모두 기록되었을 것이기에, 기록상으로도 4:10의 싸움임이 드러나게 되었을 것이다. ‘허리케인 잡히게 놔뒀어야 했다’는 말의 의미는 이러한 것이다.

     “오랜만에 잘 싸웠으면 됐지, 뭘 더 바라십니까.”
     “에이, 오합지졸 상대로 싸우는 건 영 긴장감이 없어요. 레이피어 못 잡은것도 아쉽고.”
     “쓸데없는 투정은 그만 하고, 정비 다 됐으면 EC-P8R로 넘어와. 한 번 싸우고 돌아갈 셈이야?”

     라키라스가 시간낭비하지 말자는 듯, 함대원들을 재촉한다. 함대원들은 주섬주섬 정비를 마치고 출항명령을 내린다.

     “뭐, 짧게 순찰이나 한번 돌고, 끝냅시다. UMI-KK로 1차 목적지, M-OEE8로 2차 목적지 설정하고, 별다른 지시 있을때까지 그냥 달려.”

     UMI-KK 성계는, 최근의 큰 전쟁이 있기 전까지 대형 얼라이언스의 본거지로 사용되었던 성계로서, 대형 얼라이언스가 이사를 간 현재 시점에도 소규모 전투가 종종 벌어지고 하는 장소이다. 한편, M-OEE8 성계는 이곳 EC-P8R과 유사한 입구 성계로서, 수시로 캠핑과, 그 캠핑을 깨부수기 위해 나타나는 해적들 사이에 교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라키라스는 짧게 이 두 곳만 주로 살펴본 다음, 자신들의 본거지로 돌아갈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이브의 세계, 뉴 에덴에서, 문제는 항상 예기치 못했던 곳에서 발생하는 법이다.

     ****

    Pure Blind Region > MDM8-J Constellation > KQK1-2 Solar System
    “Get On My Tree” Aliance 영토
    치안수준 -0.1607
    이브 표준시 14:12

     “UMI-KK에도 별 거 없네. 그냥 계속 점프해 와.”
     “잠깐, 로키 랜딩했어 오빠.”

     UMI-KK에서 2점프 떨어진 성계에서 함대원들이 대기하고, 라키라스가 UMI-KK까지 들어가 간단하게 정찰을 수행한 직후, 점프 게이트에서 대기하고 있던 함대원들의 곁에 로키급 전략순양함이 랜딩한다. 십중팔구는 클로킹 모듈을 포함한 정찰용 장비를 장착하고 있을 것이다.

     “뭐, 점프하겠지. 신경쓰지 마. 하루이틀인가?”
     “어어? 어? 얘 어그레스[Aggress :: 다른 캡슐리어를 공격하는 행위]했는데요?”

     함대원들을 신경쓰지 않고 제 갈길을 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로키급 전략순양함이 갑자기 오라클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뭐? 일단 돌아가 볼게. 다들 거리 벌려. 나 도착할 때까지 알아서 잡히지 말고 버티거나, 수틀리면 도망쳐 버려.”
     “저는 웹까지 걸렸네요. 일단 반대쪽으로 점프했다가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라키라스가 간단히 지시를 내리고, 로키에게 공격을 받는 오라클은 일단 반대쪽 성계로 점프해 태클에서 벗어난다.

     “아, 잠깐만! 벌써 점프하면…….”

     아직 다른 함선들은 로키와 충분한 거리를 벌리지 못한 상태. 이렇게 되면, 최소한 한 대는 로키에게 붙들리게 된다. 함선들 중 가장 느린 페일리의 드레이크가 로키의 웹과 워프 방해에 걸린다.

     “저 웹 걸렸어요. 그냥 다시 점프게이트로 재접근할게요…… 잠깐만, 사이노[Cyno, Cynosural Field :: 초공간 도약 유도 필드]업! 사이노 업!”

     순간, 전투 개요에 사이노 필드, 다시 말해 초공간 도약 유도 필드가 열렸음이 감지된다. 로키급 전략순양함과 같이 비싼 배로 사이노를 열였다는 것은…….

     “아이고, 전 튑니다. 안녕히 계시죠. 하하!”
     “아, 나 얼라인 안 하고 있었는데!”
     “…전 점프 안하고 그냥 튀면 되는 거죠?”

     세 파일럿의 통신이 한데 뒤섞여 알아들을 수 없는 형태로 수신된 직후, 사이노 필드를 향해 수십 척의 함선이 점프해 들어온다. 세이버[Sabre, ‘사브레’로 읽는 경우도 있다]급 인터딕터[Interdictor], 플라이캐처[Flycatcher]급 인터딕터, 오닉스[Onyx]급 헤비 인터딕터, 디보터[Devoter]급 헤비 인터딕터, 프로테우스급 전략순양함 서너 척, 로키급 전략순양함 서너 척, 그리고 오네이로스[Oneiros]급 로지스틱스[Logistics]함 열 척 가량, 그리고… 질럿[Zealot]급 중전투함 수십 척.

    Zealot.jpg

     인터딕터들이 점프해 들어오자마자 워프 방해 버블을 편다. 로키에 이미 붙들려 있던 페일리의 드레이크가 버블에 빨려들어가고, 얼라인을 하지 않은 상태로 거리를 벌리고 있던 허리케인이 프로테우스와 로키의 태클에 걸려 도망가지 못하게 된다.

     “아이고! 나 죽네!”

     통신을 통해 전달되는 한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십 척의 질럿에서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가 드레이크와 허리케인을 산산조각낸다. 함선에서 캡슐이 탈출하기 무섭게, ‘파이어월’[Firewall : 스마트밤[Smartbomb]을 장착하여 상대 함대의 미사일이 적중하기 전 파괴하는 역할]장비를 갖춘 헤비 인터딕터가 어느새 근처로 접근하여 스마트밤을 터뜨리고, 캡슐은 그 폭발에 휘말려 파괴된다.

     “아… 짜증나…”
     “결국 이리 허무하게 죽네요.”

     희생된 두 파일럿의 통신이 12광년이 넘게 떨어진 곳에서 전달되어 온다.

     “뭐, 잘 됐네요. 귀찮게 걸어 돌아올 필요도 없고. 전 그럼 다시 게임이나 하러 갑니다!”
     “나도!”

     하지만,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캡슐리어들에게 죽음이란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 아니, 사실 그 정도의 의미도 없다. ‘귀찮게 걸어 돌아올 필요 없으니 잘됐다’는 허리케인 파일럿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점프와 워프를 반복하기 귀찮은 나머지, 캡슐을 자폭시켜 멀리 떨어져 있는 클론으로 이동하는 캡슐리어도 드물게 존재하니 말이다.

     “하, 어쨌든, 태클러가 없으니 로밍 지속은 불가능하겠네. 돌아갑시다. Enaluri 목적지 설정. 정찰 천천히 할테니, 조심해서 따라와.”

     워프 방해 모듈을 장착하지 않은 오라클 두 척 만으로는 어떤 적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라키라스는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퇴각을 결정한다.

    ****

    Black Rise Region > Ishaga Constellation > Enaluri Solar System
    2번 행성 - ‘State Protectorate’ 병참 지원소
    칼다리 국
    치안수준 0.3278
    이브 표준시 13:25

     귀환 이후, 다른 함대원들은 또다시 게임에 몰두하고, 라키라스와 페일리만이 서로 아까의 일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나저나, 쟤들은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순양전함 네 척에 저 규모의 함대를 떨어뜨리나?”
     “그 뭐냐, 저 얼라이언스에 우리 친구 들어가있잖아? 한번 물어봐.”
     “아, 그럴까?”

     그러고 보니, 방금 대규모 함대를 ‘떨어뜨린’ 얼라이언스에는 같은 회사 동료였던 파일럿이 들어가 있다. 별로 신기한 일은 아니다. 해적들은, 첫째로 소규모 교전에 뼈가 굵어 있기에 기본적으로 함선을 조종하는 기술이 탁월하며, 둘째로 대형 얼라이언스들의 권력/영토다툼과 거리가 있어 적대 얼라이언스의 스파이일 가능성이 낮다는 등 여러 장점이 있기에, 입사지원서나 입사에 필요한 각종 절차를 충실히 수행하기만 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얼라이언스 주요 회사의 사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교전 기록이 신통치 않은 다른 캡슐리어들의 경우, 각 얼라이언스의 ‘훈련 회사’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 또는 다른 대형 얼라이언스 활동 내역이 있는 캡슐리어가 스파이로 의심받아 단칼에 입사지원을 거절당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메리트가 있는 것이다.

     “……뭐래?”
     “얼라이언스 규모의 작전을 허탕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타이탄 브릿지[Titan Bridge, 타이탄의 점프 포탈] 열리길 대기하고 있는데 우리가 걸렸대. 허탕친 김에 심심해서 들렀다는군. 뭐,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 재수가 더럽게 없었다는 거지.”
     “하, 저런.”
     “나중에 필요하면 배트폰[Batphone, 자기 규모로는 감당할 수 없는 큰 목표를 태클했을 때, 더 큰 얼라이언스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나 하라는군. 자기 지위가 꽤 올라가서 그정돈 해줄 수 있대. 해적질 질리면 회사 지원하라고도 하네. 자기가 보증 서 주면 귀찮은 서류제출같은거 안 해도 바로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흠, 마지막 제안은 좀 끌리는데?”
     “그러게 말이다. 아예 회사원들 단체로 꼬셔서, 바지사장 하나 고용하고 저 얼라이언스나 들어가버릴까도 싶다. 게임하는 애들 로밍 가자고 안 꼬셔도 되고 말이야.”

    *** 기록 종료 ***

    ============== [현실] ==============

    - 회사원들이 하는 게임은 현실에서도 게임입니다. 대표적으로 롤... 이브 오래 하다 보면 이브는 채팅 클라이언트가 되어 버리고, 오히려 회사원들끼리 다른 게임 하는 경우가 무지 많습니다. 그냥 보이스챗에서 할일없이 수다를 떨거나… 외국 회사도 상황은 비슷하다는게 함정.
    - 글에서처럼 구성 엉망인 오합지졸 플릿 상대로, 갱부 껴서 10:4+1 싸움 이기는 건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상대편도 갱부가 있다거나, 상대편 플릿 구성과 지휘가 체계적이라면 저런 압도적인 싸움은 잘 안 나옵니다. 
    - 그것과는 별개로, 글에서처럼 구성 엉망인 오합지졸 플릿이 캠핑하는 것은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 소규모 순양전함 갱이 얼라단위 함대에 핫드랍당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지만, (보통 귀찮아서 그런 짓 안 하죠) 어쨌든 발생하긴 합니다.
    - 영토를 점령중인 얼라이언스 이름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실존했던 얼라이언스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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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22 01:59:12  122.202.***.118  흰색과검정  90626
    [2] 2014/03/22 11:00:15  222.104.***.14  마기세르  188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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