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전 일단 약국에 근무하는 직원이구요..</p><p>어찌어찌 하다보니 3년이나 일하고 있네요.</p><p><br></p><p>얼마전에 중학생 정도 되 보이는 남학생이 폐의약품을 수거해 달라고 대량의 조제약을 가져왔어요.</p><p>알았다고 받았고, 뒤에가서 수거함에 풀어서 넣던 도중 봉지에 써진 성함이 아주 익숙한 분인걸 알았습니다.</p><p>저희 약국에 한달에 한번씩 오시는 산업재해 후유증 환자분이셨어요.</p><p>처음에는 왜 약을 안드시고 이렇게 많이 남기셨지.. 그냥 의아해서 약사님께 말씀드렸죠.</p><p>약을 안드시고 이렇게 많이 버리신다고.</p><p>그런데 약사님이 보시더니 이상하다고 하시는거예요. 최근에 조제해가신 약 같은데 왜 버리시냐고..</p><p>그래서 기분이 이상해서 그 분 환자기록을 조회해 보았어요.</p><p>사망한 사람의 경우 사망신고를 하면 주민등록과 의료보험이 말소되어서 소멸일자가 뜨거든요.</p><p>그런데 아직 살아계신걸로 뜨길래... 아 잘 못챙겨 드셨구나, 했죠..</p><p><br></p><p>그러다가 오늘 장기약 처방 환자들 리스트 정리중에 저번달에 그분이 안오신걸 알았고</p><p>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수진자 조회를 해 보았습니다.</p><p><br></p><p>돌아가셨더라구요... 21일에 의료보험이 소멸되었다고 적혀있었고...</p><p>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p><p>약사님도 한참을 멍하셨구요...</p><p><br></p><p>약국에 3년을 일하면서 사실 돌아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봐왔어요.</p><p>슬프긴 했지만 저와 혈연지간도 아니고 그냥 안타까워 하고 말았는데</p><p>이분은 막 눈물이 나는거예요...</p><p>진짜 창고 들어가서 한참 운 것 같아요. </p><p><br></p><p>그분.. 몸은 불편하셨지만 밝고 순수한 분 이셨어요.</p><p>제가 작은거 하나 챙겨드리면 금방 웃으시며 어눌한 말투로 고맙습니다를 연발하셨고,</p><p>항상 인사도 잘 받아주시고..</p><p>사실 약국은 아픈분들이 오시는 곳이라서 사소한 일에도 저에게 괜한 짜증을 내시는 분들이 많은데</p><p>그분은 다른분들보다 더 많이 아프시고 더 많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항상 웃어주시고.. </p><p>저에게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이지만 그 일에대한 자부심이나 봉사에 대한 생각도 다시한번 할 수 있게 해주시고..</p><p>얼굴을 보면 저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신 그런분이셨어요.</p><p><br></p><p>요즘들이 부쩍 밝아진 얼굴에 걸음이나 말투가 더 또렷해 지셨길래 많이 좋아지셨어요! 라고 했더니</p><p>그러냐고 잘됬다고 아이처럼 웃으셨던 분인데</p><p><br></p><p>버스타고 퇴근하면서도 뒷자리에 앉아서 챙피한줄 모르고 한참을 울었네요..</p><p>아직도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나는데.. 제가 더잘해드리지 못한게 너무 아쉽고 죄송한데..</p><p>위로받고 싶은데도 이상하게 제가 위로 받으면 안될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복잡하고 슬픈 기분입니다..</p><p><br></p><p>고게에 글 쓰는건 처음이지만,, 그냥 아무도 안봐주셔도 이렇게라도 제 마음을 여기에 남기고 싶어요.</p><p><br></p><p><br></p><p>아저씨! 성함을 말하면 실례가 될까.. 제가 처음으로 아저씨 라고 불러요..</p><p>아저씨께서는 제가 아저씨게 친절하게 대해드린게 고맙다고 하셨지만</p><p>전 오히려 그 정 반대예요.</p><p>다른 환자분들 때문에 아프고 상처받은 속상한 마음을 아저씨로 인해 많이 치료 받았고</p><p>아저씨를 만난 꼬박 2년 넘는 시간동안 아저씨가 행동으로 저에게 가르쳐주신게 참 많아요.</p><p>괴팍하고 괄괄한 성격나쁜 저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신것도 아저씨 덕이 큽니다..</p><p>아저씨, 무슨 사고로 그런 병을 얻으셨는지. 실례가 될까봐 여쭤보지못했습니다,</p><p>하지만 겉모습만 보아도 아저씨가 얼마나 아프신지, 약의 갯수만 보아도 아저씨가 얼마나 힘드신지...</p><p>마음속 깊이 빨리 쾌유하시길 빌었고, 좀 나아지셨을때는 정말 딸처럼 기뻤어요.</p><p>그런데 제가 이 약국을 그만두게 되어서 아저씨를 그만 보게 되기 전에</p><p>아저씨가 이 세상을 등져버리신게.. 아직도 믿기질 않습니다.</p><p>아저씨. 천국이 있다면 그곳에 계시죠?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항상 평안하셨으면 좋겠어요.</p><p>고맙습니다, 그리고 보고싶어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