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국내외 정치·경제, 문화·예술, 과학, 사회 등 전 분야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총망라해 엮은 ‘20세기 이야기-1980년대’가 출간됐다.

어느 한 사건에 대해 진보와 보수를 떠나 어느 한 쪽에 치우지지 않고 양쪽의 주장을 균형있게 조명하면서 딱딱한 역사 총론서가 아닌 사람과 세상사는 이야기 위주로 풀어냈다.

저자인 김정형씨는 조선일보 편집국 조사부로 입사해 현재 독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책의 최초 원고라 할 수 있는 코너가 바로 ‘역사 속의 오늘’이다.

‘역사 속의 오늘’은 조선일보 (2002년 12월~2003년 11월)에서 1년, 주간조선(2004년 9월~2006년 8월)에서 2년 동안 연재됐다. 또한, 월간지 뉴스메이커에서 ‘100년의 기록, 100년의 교훈’(2010년 1월~2011년 12월)이라는 제목으로 2년 동안 연재됐다.

20세기 이야기는 20세기 100년을 10년 단위로 끊어 전 10권으로 기획된 20세기 100년사다. 이번에 발간된 1980년대는 1960년대, 1970년대에 이어 5개월 만에 나온 3번째 책이다. 나머지 연대는 2014년 말까지 발간될 예정이다.

문화, 예술, 스포츠, 과학, 학문, 사상, 정치, 경제, 사회, 전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20세기 100년 동안 국내외에서 일어난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모든 것을 망라했다. 각종 사건, 사실, 인물들의 의미와 발단, 원인, 업적, 전개과정 등을 군더더기 없이 3~6페이지 정도로 압축, 요약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종편이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은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광주시민들은 응원군을 기다렸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유혈사태조차 알지 못했다’고. 그 만큼 언론통제가 철저하리만큼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20세기 이야기-1980년대 / 김정형 지음 / 답다 펴냄

 

1980년 9월 1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전두환과 이 당시 자행된 언론통폐합과 언론인 대량해직의 아픔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1980년대는 권위주의 통치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이에 저항하는 뜨거운 피가 10년 내내 분출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쟁취한 우리 역사의 중대한 분수령의 시대였다.

백남준, 조수미, 정명훈, 조정래, 박노해, 고은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문화와 문학이 꽃을 피웠으며 컬러TV 방송이 시작되면서 조용필, 김혜자, 이주일, 강수연 등 대중문화적으로도 한 단계 발전하는 시기였다.

스포츠에서는 프로야구 출범(1982년), 서울아시안게임(1986년), 서울올림픽(1988년) 개최 등 스포츠적으로도 세계적인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만기(씨름), 선동열·최동원, 장정구, 김수녕 등이 국내외 무대에서 맹활약 했다.

정치·사회적으로는 군사정권의 강압속에서도 6·10민주화 투쟁으로 힘을 결집해 마침내 6·29선언(1987년)을 이끌어냈다. 또한 원유가 하락, 국제금리 하락, 달러화 약세 등 ‘3저 현장’ 덕에 이뤄진 대한민국 사상 첫 국제무역수지 흑자(1986년)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 시대엔 분노와 좌절, 저항 속에 20대 시절을 보낸 이른바 ‘386세대’가 등장했으며 황석영·문익환·임수경의 잇따른 방북, 노동자의 대폭발, 동구권 수교 등도 1980년대를 대표하는 키워드였다.

삼성반도체의 64KD램 개발(1983년), 이찬진의 한글 개발(1989년) 등은 대한민국이 IT강국으로 가는 초석이 되었으며, 한강종합개발(1982년~1986년), 리비아대수로 공사(1983년), 63빌딩 준공(1985년),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1989년) 등은 우리 건축·토목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면서 삶의 질을 높였다.

또한, 버마 아웅산 폭발 사건(1983년), KAL기 폭파사건(1987년) 등 북한과의 대치 국면도 여전했다.
IBM PC와(1981년)와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 컴퓨터(1984년)의 등장은 인류의 삶에 결정적인 변화를 불러온 혁명과 함께, AIDS(에이즈) 발병(1981년)과 인간광우병(1982년)은 또 다른 인류의 고민거리를 안겨주었다.

마이클 잭슨(1982년)과 마돈나(1983년)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스티븐 스필버그(1982년)가 세계적인 영화 거장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또한, CNN(1980년)과 MTV(1981년)가 방송을 시작하면서 미국은 방송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였다.

1980년대는 공산주의의 종언도 대표적인 사건이다.

레흐 바웬사의 폴란드 자유노조가 결성(1980년)되고, 소련의 반체제 운동가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유배(1980년)로 인한 고르바초프의 등장(1985년)은 동독과 서독을 가로막고 있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1989년)되는 결정적인 신호탄이 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주요 지도가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도 1980년대였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1981년 같은 해에 취임했다.

영국의 포클랜드 전쟁(1982년), 미국의 그레나다(1984년)와 파나마(1989년) 침공 등 강대국의 무력행사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세기 대표적인 환경 참사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전 유출(1986년)도 이 때 발생했으며, 독일 녹색당 첫 연방회의 진출(1983년)과 중국 천안문 사태(1989년)도 국제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 왔다.

저자인 김정형 씨는 서문에서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식민지를 경험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대표적인 모범국가로 불리고 있지만 이면에는 인권유린, 노동자·농민 등 사회 양극화와 이념적 대립이 계속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소위 말하는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가급적 균형있게 사건들을 소개하려 노력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김 씨는 “사회가 건강하려면 ‘진보와 보수’라는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면서 “두 입장 모두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소중한 두 축이기 때문에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쳐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