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가 익고 있다매실이 한창이다일을 대강 마무리하고 나도 손을 보태야만 한다이런 와중에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들었다.안도현 시인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그것이다전주지검은 61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안도현 시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작년 12월 안도현 시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및 비방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시인이 올린 트위터 내용은 감쪽같이 사라진 보물 제 569-4호인 안중근 의사 유묵의 소장자가 박근혜라는 기록이 각종 도록과 학술논문에 적시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이를 근거로 당시 박근혜 후보가 유묵의 소장 경위와 도난 경위를 자세히 밝혀달라는 것현재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이 보물은 도난 문화재로 분류되어 있다그런데 기이하게도 문화재목록에는 소장자와 관리자가 청와대로 되어 있다.

볕 짱짱하던 날안도현 시인과 함께 아름다운 순례길을 걸은 적이 있다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특정 종교에 치우치지 않은 소통과 통합의 길이었다그 순례길은 총 9개 코스로 나뉘어있었다대략 240킬로미터쯤 된다고 했다그 길 중 제1코스를 걸었다전주한옥마을 전동성당에서 완주 송광사까지였다지난 유월 첫째 주 일요일의 일이다

길을 걸으며 얻은 소득 중 가장 큰 소득은 안도현 시인에게서 나무 이름을 제법 알게 된 것이다깜냥에 소통과 통합에 대한 깨달음도 조금은 얻었다안도현 시인은 나무도감에 가까웠다시인은 걷는 내내 나무 이름을 불러주었다때죽나무 국수나무 팽나무 정도나 알고 있던 나는 자꾸 부끄러워졌다시인 덕에 나는 노래에서나 알고 있던 비목나무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게 되었고 산딸나무꽃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산딸나무꽃은 가막살나무꽃과 거의 같다는 말도 시인은 덧붙였으나 나는 가막살나무를 몰랐다팽나무는 다 같은 팽나무인 줄 알았으나 팽나무과에는 팽나무좀팽나무왕팽나무검팽나무 등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찌 그리 나무이름을 잘 알지나는 시인이 어떻게 그렇게나 많은 나무이름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궁금증을 내봐관심을 줘봐그럼 알게 돼그게 사랑이거든.” 그의 대답은 뜻밖에 간단해서 싱겁기까지 했으나 곰곰 생각해보니 마침맞는 말이었다. “의문을 품어볼 것이라고 나는 수첩에 짧게 메모했다.

일반 사람들은 안 시인에 대한 기소로 이 문제가 잠잠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국민들의 의구심은 날로 늘어갈 것이다. 1976년 홍익대 이사장 이도영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기증하여 청와대에 있어야 할 이 보물은 어디로 갔는가?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청와대에서 퍼스트레이디 대리로 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응당 이에 대한 답을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안 시인은 국가의 중요 보물의 행방이 묘연해진 점을 발견하고 이의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이를 뜻 깊게 여기지는 못할망정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를 하는 것은 이 나라가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지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검찰이 원세훈 국정원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로 흉흉해진 민심을 희석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몹시 걱정 된다안도현 시인에 대한 불구속 기소김어진 총수와 주진우 기자에 대한 불구속 기소문재인 캠프의 SNS 관련자 체포 등이 6월 13일 단 하루에 벼락치기처럼 한꺼번에 이루어진 점에 대해서도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이는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를 불과 1주일도 남겨 두지 않는 시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대선과 관련해 최근 검찰이 보여준 행태들이 정권을 향한 해바라기처럼 보이는 건 왜일까그 해바라기가 결코 온당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안도현 시인을 기소하기 전에 안중근 유묵 관리에 소홀한 문화재청 관계자를 소환하든지안중근 유묵을 소장했던 관계자를 먼저 소환해서 알아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왜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사람을 기소하는 걸까의문이 아닐 수 없다개인의 트위터를 문제 삼는 것도 의아하다특히나 시인에게 있어 표현의 자유는 목숨이나 마찬가지아닌가사법권력이 부당하게 시인의 생각을 간섭하며 기소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 봐도 온당치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시인이 궁금증도 못 내는 나라는 죽은 나라다.안도현 시인은 엊그제 내게 책 한권을 은근슬쩍 내밀었다. ‘한국의 나무라는 책이었다내가 나무에 대해 궁금증을 내는 게 좋아보여서 서점에 들렀다고 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궁금증을 내봐관심을 줘봐그럼 알게 돼그게 사랑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