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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38379
    작성자 : 노노봉
    추천 : 1
    조회수 : 1066
    IP : 123.100.***.5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7/03 05:58:07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8379 모바일
    군대 고문관 새X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txt

    나 슬슬 말년 테크 타기 직전에 대대로 한 새끼가 전입을 왔다.


    생긴 건 진짜 흔히 씹덕이라고 말하는 얼굴형의 표본이었지.


    파오후까진 아니었지만 여름만 되면 쿰척거리는 데 모자랄 것 없는 풍족한 살집,


    마치 호남평야를 방불케하는 평평하고 밋밋한 몽골리안 이목구비,


    시커먼 얼굴에 더할 나위 없는 부티 작렬 금테 안경을 꼈고,


    여드름은 없었지만 5미터 밖에서도 식별 가능한 크레이터 수준으로 씹창난 피부의 소유자였다.





    물론 대가리 빡빡 깎아놓고 개구리 입혀 놓으면 그런 놈들도 딱히 눈에 띄게 못난 건 아니라 특별히 신경 쓰진 않았었다.


    또 어차피 같은 대대 소속이지만 우리 중대는 아니었거든. 그럼 내 알 바 아닌 거였지.





    전입 첫 주, 행정반에 주구장창 앉아 있는 그 새끼한테 으레 전입온 신병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서랍에 찡박아놨던 육포를 하나 꺼내주면서 긴장을 풀어주려 했다.




    그런데 어, 이 새끼가 좀 이상했던 거야.





    보통은 그렇게 먹을 걸 주면 고맙습니다! 이병 겜갤럼! 이 지랄하면서 막 일어서서 두 손으로 받고 하는 등


    오히려 주는 사람이 더 무안해질 정도로 호들갑스럽게 반응하는데


    이 새낀 진짜 아무말도 없이 한 손으로 덥썩 받는 거였다.


    그리고 더욱 놀라웠던 건 내 육포를 그 자리에서 우척우척...





    행정반에서 수많은 노랭이들이 나를 거쳐갔는데


    진짜 이렇게 음습한 놈은 처음이었다.


    아니, 밖에서도 이러면 미친놈 취급 받잖아.


    킹스맨을 만드는 매너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미풍양속은 따라주는 게 보통의 인간인데 말야. 




    아무튼 아니나다를까,


    그 새끼가 들어간 옆 중대에선 그날 이후로 조용했던 적이 없었다.


    왜 얼굴 허여멀건하게 피둥피둥 찐 돼지들은 대체로 순종적인 반면


    농투성이처럼 시커멓고 눈 막 째진 돼지들은 호전적인 경향이 있는데 


    그런 돼지들조차도 이등병은 꺾이고 나서부터 개기고 뻗대고 그런단 말야.


    근데 이 새낀 병아리때부터 남달랐던 거라.





    일단 기본적으로 소통 불능.


    관등 성명 복창하는 건 고사하고 그냥 모든 대답을 거부했다.


    짜증나고 답답해서 선임들이 막 재촉하고 화내면 혼자서 페르.. 넵.. 비ㅌ.. 이러면서 흑마법 주문 외우듯 웅얼웅얼 댔는데


    그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불쾌한 기분이 들어 그냥 내버려두게 되는 거 같더라.


    중대에서 악랄하다고 소문난 모 상병놈도 진지 공사 때 곡괭이로 찍어버릴 것처럼 개지랄 털다


    놈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니 씨발 담부턴 좀 잘하자, 그러고 돌아서서 담배만 뻐끔뻐끔 필 뿐이었다. 




    솔직히 첨엔 고참들도 너무 갈군 게 아닌가, 


    그런 새끼들일수록 햇볕정책을 고수해서 스스로 가시갑옷을 벗도록 도와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그것도 아니더라고.



    병사들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라 간부한테도 개겼거든.




    사회에서 영어 강사하다가 들어온 존나 고지식한 소대장 하나가 있었는데


    그 고지식한 성격에 그런 놈을 보고 참고 있을 수가 없었나보더라.


    소대장의 레퍼토리인 2시간짜리 막사 뒤 훈계를 시전했는데


    역시나 눈도 안 쳐다보고 아무 대꾸도 하질 않았다.


    훈계가 계속될수록 소대장의 인내심도 고갈되어 갔고


    마침내 언성이 높아지며 쌍욕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때 별안간,



    그 새끼가 소대장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막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이라기 보다는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걸 내기 시작했다.


    "으아... 이러니.. 한개도... 비트..앤.. 삼.."


    와 그때 진짜 무슨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을 보는 줄 알았다.




    이 새끼가 이러는 걸 물증으로 남겨야 뭐 헌병대 보내서 영창살이라도 시킬 거 아냐.


    그래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하사 반장이 옆에 있던 병사 옆구릴 찔러 빨리 캠코더 가져와 찍으라고 시켰다.


    근데 진짜, 캠코더를 바로 옆에서 들이대고 찍는데도 계속 그러더라.




    그날 그 테이프랑 주변 목격자 진술까지 묶어서 징계 위원회 열고 영창 보냈다.


    명령 불복종 조였나 뭐였나.


    창에서 한 일 주 정도 살고 나왔나 그랬을 건데,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지.


    대대장도 포기하고, 결국엔 그냥 유령 취급하기로 했다.


    후방 부대라 실탄 지급을 안 했었는데


    진짜 실탄 지급 받았으면 그 새끼가 쐈든가 옆에서 쐈든가 누가 쏘든 총 쐈을 거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전역하기 직전에 친구놈이 면회를 왔는데 공교롭게도 그 새끼의 부모도 면회를 왔었다.


    뭐 어디 사업하는 사람이라 카던데, 자식 새끼랑 달리 부모는 진짜 정상인처럼 보이더라고.


    내 뒷 테이블에 그 새끼 가족이 자릴 해서 도대체 부모랑은 뭔 얘기를 나눌까 되게 궁금해 귀를 쫑긋 기울였었는데



    야, 진짜 무섭더라.




    부모랑은 그냥 여타 말짱한 놈들처럼 똑바로 얘기 하더라고.


    발음도 또렷하고, 눈빛도 사람 눈빛이고. 물론 그 와중에 끊임없이 과일이며 치킨이며 하는 걸 우척우척거리긴 했지만.




    그 새끼가 했던 말 중에 전역한 지 벌써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게 있어 한 마디 남겨볼까 한다.


    "엄마, 다음에 면회오면 비타 좀 들고 와."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5/07/03 07:34:25  211.200.***.46  아롱쓰  264504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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