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존경하는 후배의 400호를 축하하며.<br><br>나는 지금 적도와 가까운 무더운 나라 라오스에 와 있다. 오늘도 올해 내가 가져온 공과 방망이로 처음 야구를 시작한 라오브라더스팀을 지도하며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들어왔다. 샤워 후 핸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잊지 않고 연락해주는 한 후배의 기쁜 소식에 마음이 동해 글을 남기고 잘련다. <br><br>이승엽, 두 말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의 최고의 타자이자 내가 본 후배 중 연습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다. 내가 은퇴를 앞 둔 해에 이승엽 선수가 루키로 팀에 합류했다. 나는 그가 처음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리배팅을 하는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의 스윙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힘이 느껴져 마치 대포알처럼 공을 야구장 밖으로 날려버렸다.<br><br>나의 타구와 너무 비교돼 고참으로서 선배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던 그 감정이 400호의 홈런타구가 날아가는 장면과 오버랩됐다. 지금에 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 나는 루키인 이승엽 선수의 배팅 연습을 몰래 컨닝하면서 따라해보기도 했었다. 그 시절 경직된 선후배 문화만 아니었다면 가서 물어보고 후배한테 배웠더라면 나도 홈런을 조금은 더 치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기도 한다. <br><br>이런 완벽한 스윙을 가진 그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 연습량과 자기관리라는 것이 또 한 번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만족할 줄 모르는 성격 덕분에 그의 스윙은 계속 진화한다. 팀에서 최고참인 그가 동계훈련에서 보이는 모습, 시즌 중 시합 전 연습, 시합에 들어가서 보이는 정신력, 시합 후 다음시합을 준비하는 자세,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삼성 라이온즈의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br><br>나같이 성공하지 못한 지도자의 끊임없는 잔소리보다 팀의 선배가 보이는 작은 정성의 모습들이 열 배 아니 스무배 이상 팀에 공헌하는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4번 타자이자 아시아의 4번타자가 보이는 그 겸손함은 앞으로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이 더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 <br><br>시카고 화이트 삭스 배터리 코치로 있을 때 이승엽 선수가 동계 훈련차 지역 라이벌 팀인 시카고 컵스로 초대받아 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내가 모시고 있던 기옌 감독에게 저 선수를 빼앗기면 우리는 앞으로 지역 라이벌 전을 더 힘들게 치뤄야 할 것이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 적이 있다. <br><br>기옌 감독은 몰래 승엽이의 프리배팅을 한 참을 지켜보더니 어떻게 저런 선수가 아직도 한국에 있을 수 있냐고 꼭 데려오고 싶다고 흥분했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만약 승엽이를 일본에 빼앗기지 않고 우리가 데려왔더라면 그 해 메이저리그 홈런왕은 어쩌면 대한민국 4번 타자의 차지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br><br>다시 추억에서 나와 내일 훈련할 라오스 선수들을 위해 지도방안을 수정해야 한다. 그렇게 훌륭한 스윙을 가지지도 않았고 훌륭한 지도자의 능력을 갖추지도 못했기에 항상 내 몸이 고생을 한다. 아직도 저렇게 멋진 스윙을 가진 승엽이가 이 곳에 있었으면 더 훌륭한 야구를 가르칠 수 있을 텐데 라는 말도 안 되는 아쉬움을 접어두고 나는 또 내일 자라나는 선수들이 이만수가 아닌 더 멋진 이승엽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 승엽아. 자랑스럽고 정말 축하한다.<br><br>이만수 KBO 육성 부위원장. </p> <p><br></p> <p>감동니뮤ㅠㅠㅠㅠㅠㅠㅠ</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