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내가 어렸을적. 그러니까 이제 막 두자리수의 나이를 갖기 시작한 무렵의 이야기이다. <div><br></div> <div>나는 그럭저럭 한 정도의 중소도시에서 자랐다.</div> <div><br></div> <div>한 학년에 약 8~9개의 반이 있었으니 결코 적은 수는 아니었으나, 지금 남아있는 몇몇 쥐꼬리만한 기억으로도 무척이나 순수한 사람들로만 가득했다.</div> <div><br></div> <div>그러다 그 도시안에서 한번, 이사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옮겨간 학교는 한 학년에 반이 18개나 있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div> <div><br></div> <div>전학을 오기도 했거니와 성격부터 체격까지 왜소했던 나는 쉬는시간이면 그저 가만히 책상에 앉아있거나 했었다.</div> <div><br></div> <div>그러다보면 옆반과의 사이에 몇몇이 오가며 떠들고 뛰어다니고 그랬다.</div> <div><br></div> <div><br></div> <div>옆반, 아니 그 옆반일지도 모르는 그 어딘가에 있을 그 여자아이는 쉬는시간에 가끔씩 얼굴을 내밀었다.</div> <div><br></div> <div>예쁘다고 생각하며 그저 바라만 보곤 했었다. 용기가 없었으니까.</div> <div><br></div> <div><br></div> <div>중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고, 다른 학교가 되었으니 그 여자아이와는 다시 볼 수가 없게 되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내 인생의 최대 전환점이 된 이사를 하게 되었고, 나는 그렇게 서울로 향했다.</div> <div><br></div> <div>1톤트럭 하나에 다 싣고도 남아서 끈으로 짐들을 동여매고 단 한번의 멈춤도 없이 도착한 서울에서 가장 먼저 나를 반긴것은 매캐한 공기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아직 내 방의 책상옆에 꽂아 넣어야 할 책이 상자안에 있었지만 우선 새로운 중학교로 가야했다.</div> <div><br></div> <div>체육시간이 되었지만 아직 체육복을 사놓지 않았던 나는 교복차림으로 벤치에 앉아 축구를 구경하다 문득, 같이 체육을 하고있는 옆반의 여자아이가</div> <div>교복차림으로 운동장 반대편에서 나와같이 앉아있는걸 보았다.</div> <div><br></div> <div>체육시간이 끝날무렵 오와열을 맞추어 체조를 하고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슬쩍 돌아다본 여자아이의 가슴팍에는 낯익은 이름이 있었다.</div> <div><br></div> <div>국민학교와 초등학교를 넘나들던 그 시절 옆반, 아니 그 옆반일지도 모르는 예쁜 여자아이.</div> <div><br></div> <div>성씨도 흔치않은데다 외자로 되어있는 그 이름을 달고 몇 걸음 뒤에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쉬는시간이 되어 옆반으로 가서 그 여자아이를 찾아 물어보았더니, 자기는 전학온지 3일째라고 답했다.</div> <div><br></div> <div>나보다 이틀 먼저, 나와는 다른 중학교에서 이 머나먼 서울의 어느 한 중학교로 전학을 와서 만나기까지.</div> <div><br></div> <div>어느정도의 확률이 될까? 게다가 그 여자아이는 내가 좋아했던 아이였음에야.</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나는 아직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성격부터 체격까지 왜소했던</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용기없는 남자아이였기에 그저 속으로만 이것도 운명이라며 좋아했다. 그저 바라 볼 뿐이었는데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것이 전부였다. 그 아이가 누군가와 사귄다는 소문을 듣고, 그렇게 가슴앓이를 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다시는 못보게 된 지금까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 아이. 아니 그녀는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div>
나에게는 국민학교1학년 시절, 꾀돌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잔머리를 잘 쓴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환경미화용 청소집게에 이름을 써 주시던 담임선생님께서는 집게 안쪽에 "고돌이"라고 적어주셨다. 내가 고씨라는 이유로...
시간이 많이 흐르고 서울로 전학을 간 중학교에서 졸업하기 얼마 전 받은 졸업 앨범에서 그때의 담임선생님 이름을 발견했다.
가르치는 학년이 달라서 한번도 뵙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기억속의 화사했던 담임선생님은 어느새 인자한 아주머니같은 모습이 되어 계셨지만 얼굴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 이름과, 집게에 손수 "고돌이"라고 적어주신 그것 또한 기억하지 못하셨지만 그때의 국민학교 이름은 기억하고 계셨고,
약간의 어색한 해후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고등학생이 된 뒤에 다시 찾아가보니 어느새 전근을 가시어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지금은 내 이름을 기억 해 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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