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야<div><br></div><div><p>너와 네 형제들을 처음 만난 그 날은 지금도 눈에 선하단다. 이제는 제작년이 되어버린 2011년 더운 여름날이었어.<br></p><p>너보다 먼저 나에게 임보맡겨진 아이들의 젖동냥을 하겠다고 너희 엄니의 젖을 빨고 있던 너희 사이에 뚜리와 포비를 놓아두었지</p><p>착한 너희 어매와 형제들은, 아무 타박도 텃세도 없이 그 아이들을 받아주었고 너와 너희 형제들은 예쁜 눈을 또록또록 굴리며 주위를 살폈었구</p><p><br></p><p><img src="http://sphotos-h.ak.fbcdn.net/hphotos-ak-snc6/202547_337958376296008_1477826724_o.jpg" width="400" height="300"><br></p><p><br></p><p>사실 저 많은 너의 형제들 중 누가 지금의 너인지는 잘 모르겠어.</p><p>하지만 분명한 건 그 때의 너희들은 내게 참 특별했다는 거야.</p><p><br></p><p>그때 너희와 같은 아이들을 위해 봉사를 했던 이유는, 나 하나로 인해 너희처럼 갈 곳 없거나</p><p>야생에서 살기 힘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도 있었지만</p><p>사실 내가 그 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기도 했어.</p><p><br></p><p>그나마 너희를 돌보면서 치유가 되어간다고 느낄 무렵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고</p><p>그 때 임보하던 누리와 네 젖동무 포비를 보호소로 돌려보내야 했단다.</p><p>병원에서 내내 보호소로 돌아간 아이들 생각 뿐이었어. 열악한 환경에 몸은 괜찮은지.. 아픈덴 없는지..</p><p><br></p><p>교통사고의 원인이기도 했던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배신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p><p>타지에서 홀로 생활로 인한 마음의 상처까지 안고 퇴원한 지 한달 후,</p><p>내가 보호소를 다시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몸이 나아서 누리와 포비를 찾아갔을 때</p><p>내가 가기전에 포비는 잘 있냐 누리는 잘 있냐 물어도 아무도 대답 안 해주시더라..</p><p>불안한 마음에 달려갔을 땐 포비는 이미 하얀 박스 안에, 누리는 중성화수술 후 감염으로 인해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더라..</p><p>나는 하얀 박스를 부여안고 하염없이 울었단다.. 정말 그 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지더라...</p><p>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이 어린것들이 갔구나.. 살려보려고 데려갔다가 결국 살리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p><p>이제 고양이는 절대 다시 거두지 않을 거라고.. 내가 책임지지 못할 것 같으면 그냥 바라만 보자고.. 한참을 울었단다.</p><p><br></p><p>몇달 뒤, 대학원 진학을 위해 지방에서 먼 윗동네로 이사가는 나에게 보호소의 고양이 대모님이 연락을 하셨어</p><p>집에 큰 아이가 두마리인데.. 작은 아이를 하나 더 들이려니 주인아저씨가 못마땅해 하신다고, 혹시 생각 있음 데려가지 않겠냐고..</p><p>처음에는 조금 망설이다가 동년배들보다 작고 약한 너의 사진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그만 또 승낙해 버렸어.</p><p>이번에야말로 내가 잘 키울거다. 내가 잘 거둘 수 있다 하고 다짐을 했어.</p><p><br></p><p>니코야.</p><p>눈이 많이오던 이삿날, 이동장 안에서 주눅이 들어 나오질 못하던 너의 모습에 웃기기도 했지만 마음도 아팠어.</p><p>하지만 300km가 넘는 먼 길을 달려 새집에 도착했을 때, 아직 짐도 못 푼 방에서 어느 새 이동장을 나와 기웃거리던 네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넌 모를거야</p><p><br></p></div><p><img src="http://sphotos-f.ak.fbcdn.net/hphotos-ak-snc6/616969_337956642962848_1232601575_o.jpg" width="285" height="400"><br></p><p><br></p><p>넌 내가 하는 말에 대답도 족족 해주고, 내가 하루 이틀 집에 못 들어왔다가 들어오는 날이면 나에게 잔소리를 하곤 했지</p><p>넌 동물농장에서 고양이 친구들이 나오면 유심히 쳐다보곤 했고, 사료는 항상 너무 급하게 먹어서 가끔 여기저기 몰래 토해놓고 시치미를 떼기도 했어</p><p>처음엔 말썽 피우는 너 땜에 속상했는데 그것도 아저씨 눈치보느라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건 아닐까 싶어 다음부턴 조금씩 자주 먹게 해줬지</p><p>내가 시험기간이거나 페이퍼 제출을 앞두고 있어서 화장실 청소를 제 때 못해주거나 너랑 안 놀아주면</p><p>여기저기 대변테러도 서슴지 않는 말썽꾸러기였지. 그건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ㅎㅎ</p><p>그럴때도 처음엔 화가 났지만 너 자는 모습, 너 노는 모습, 너 밥 먹는 거, 나 쳐다보는 모습 하나하나에 마음을 빼앗겨서</p><p>어느 새 왜 너에게 화를 냈었는지도 모르게 되고 되려 행복해 지는 나날들이었어.</p><p><br></p><p>니코야,</p><p>지금 그 행복을 나보다도 더 불행하고 힘드셨던 우리 어머니에게 넘겨드리고 난 후 하루하루 너에게 얼마나 감사하는지 네가 알까</p><p>아침에 씻으려고 욕실로 향하다가 괜히 어머니 옆에서 곤히 잠든 너를 나직하게 불러도 보고</p><p>어머니 공부를 방해하는 너와 아깽이 우다다와도 같은 몸싸움을 벌이며 깔깔거리고 웃기고 하고</p><p>어머니 방 문을 닫고 나오면 너의 냐아~ 소리와 함께 새어나오는 어머니의 소녀같은 웃음소리에</p><p>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감동받고 감격하는지 너는 알까</p><p>매일 널 보며 미소지으시고 내가 집에서 밥을 먹으면 옆에 앉아 네 이야기만 하다가 할머니로부터 핀잔을 들어도</p><p>그래도 나는 니코없으면 못산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너는 알까</p><p><br></p><p><img src="http://photos-c.ak.fbcdn.net/hphotos-ak-snc6/s720x720/185122_357734907651688_1999176446_n.jpg?dl=1" width="300" height="400"><br></p><p><br></p><p>니코야,</p><p>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난 곧 결혼을 할 예정이고, 내 남편이 될 사람도 너의 시작과 지금까지의 행보를 아는 사람이란다.</p><p>그 사람마저도 '고양이는 다 귀엽지만 난 우리 니코가 제일 귀엽고 예뻐. 그리고 남자다워(?).' 라고 말하며 </p><p>고양이와 같이 산다면 너와 같이 살겠다고 말할 정도로 너를 아끼는 사람이란다.</p><p>그리고 너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사람이 한때 날 아프게 했던 그 사람이기도 해.</p><p>하지만 지금은 세상 누구보다 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과 너까지도 품고 싶어하는 사람이야.</p><p>이미 지난 일을 언급한 이유는, 니코야, 내가 다시 행복해지기 시작한 건 너를 알고 너를 만난 이후이기 때문이란다.</p><p><br></p><p>니코야,</p><p>이 모든 행복을 내게 안겨준 네가 난 항상 고맙고 또 고마와.</p><p>고맙다는 말로는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어쨌든 난 정말 네가 고맙고 사랑스럽단다.</p><p>내가 너로인해 얻을 수 있었던 모든 기쁨과 행복, 네가 내 곁을 떠나 저 먼 어느곳으로 갈 때까지</p><p>내가 보살피고 신경써주면서 갚아나갈게.</p><p><br></p><p>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어머니 옆에서 자고 있을 네 생각을 하며 나는 웃는다.</p><p>사랑한다 니코야...♥</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