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제가 한잔했어요 게시판을 찾을 줄이야. ㅎㅎㅎㅎㅎ..</p><p><br></p><p>글쓰며 사는 놈이지만 지금 담배가 다 떨어졌으므로 음슴체로 갈게요.</p><p><br></p><p>중학생 때, 나님은 정말 게이를 방불케 할만큼 졸졸 따라다니던 형이 한 명 있었음.</p><p><br></p><p>아, 우리 집 이야기부터 하겠음.</p><p><br></p><p>나님은 집 가계도가 무척 복잡한데, 일단 최씨라는 것부터 밝히겠음.</p><p><br></p><p>최씨집안 장손임. 친척만 30명이 넘었음.</p><p><br></p><p>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 때부터 어른들에게 의해 술을 배웠음. 제사지내면 꼭 우리집에서 지냄.</p><p><br></p><p>다 지내고 제삿밥 먹을 때마다 술을 받음. 장손이니까 어려도 딱 한잔만 받으라고 ㅇㅇ...</p><p><br></p><p>작은 아버지가 대표로 주시는데, 그거 한잔 받아먹고 나니 다른 분들도 자기들이 주는 것도 받아먹으라고 아우성을 침.</p><p><br></p><p>당시 우리집은 술을 직접 빚어서 마셨음. 막걸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하면 도수가 끝내주는 놈이었음. 어릴 때 술 다 빚고 남은 찌꺼기, 술밥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건 안비밀.</p><p><br></p><p>어쨌든 나님은 어릴 때부터 그렇게 술을 배웠는데, 본격적인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임.</p><p><br></p><p>사실 지금까지의 집안 이야기는 내가 형을 만나면서 미성년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셨다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훼이크.</p><p><br></p><p>내가 그 형을 중학생 때 만나면서부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됨. 구구절절한 사연은 제외하고</p><p><br></p><p>고등학교 때, 그 형이 내게 술을 주었음. "마셔도 되겠냐?" "네." 어릴 때부터 마셔와서 그다지 거부감은 없었음.</p><p><br></p><p>당시 형은 백수였음. 사실, 형은 현대제철로 별 탈 없이 갈 수 있는 황금의 찬스가 있었지만 척추골절로 못가게 됨.</p><p><br></p><p>그래서 다른 일을 구하기 위해 죽어라고 면접 보고 이력서 넣고 하던 중이었음. 백수라서 돈이 없었을텐데도 내게 너무나도 잘해줬음.</p><p><br></p><p>먹을 거? 기본임. 내가 그 형 덕에 알게 된 맛집만 30곳이 넘음.</p><p><br></p><p>인생의 조언? 쉽게 말하면 그 이전까지는 찌질이의 대명사였던 내가 그 형의 조언대로 행동하니 "현명한" 이미지로 변신해 있었음. 날 보며 쑤군대던, 혹은 '멍청하다'며 겁나게 괴롭히던 개씹양아치새끼들이 어느 순간 내게 머리를 조아림. 그러함. 난 이제 드디어 '멍청한 놈' '찌질한 놈'에서 벗어나 있었던 거임. 물론 지금까지 만나는 부랄친구들 사이에선 여전히 둔하고 바보 같은 부처님인건 비밀</p><p><br></p><p>그 형이 내게 해준 말 중에 가장 가슴 찡한 게 있음. 내가 그 형에게 이런저런 도움받고 조언 얻고 얻어먹은거, 합치면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움. 아니, 내가 느끼기에 이건 도저히 내가 평생 갚을 수 없는 걸 그 형은 내게 주었음. 말하자면 리미트가 무한대로 수렴함.</p><p><br></p><p>근데 형이 내게 해준 말은 오히려 무한대가 아니라 0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했음.</p><p><br></p><p>"내가 너한테 뭔가 보답을 바라고 이러는 것 같냐?"</p><p>"네?"</p><p>"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딱 하나야. 정말 나중에 너가 정말 힘들어서, 소주 한병에 새우깡 하나 들고 와서 술 한잔 하자고 말하는 거. 너가 당장 나가서 연락 끊고 한 30년 뒤에 나와서라도 날 찾고 술 한잔 하자고 말하는 거. 그거 하나야."</p><p><br></p><p>그러함. 형은 내게 큰 걸 바라지 않았음. 나는 그 동안 받은 게 너무나도 커서 그걸 어떻게 다 갚지 하고 어린 마음에 혼자 끙끙 앓고 있을 때 형은 그걸 다 알고, 오히려 내게 바라는 건 소주 한병이면 된다고 함. 소주도 필요 음슴. 그냥 찾아오라고 함. </p><p><br></p><p>저 말 듣고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음. 이제껏 이런 형을 본 적이 음슴으로...</p><p><br></p><p>여차여차 해서 형과 즐겁게 지내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잠시 사이가 틀어지게 됨.</p><p><br></p><p>난 어쩌면 형한테 받은 것조차 못 갚고 그대로 연락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임. </p><p><br></p><p>한 2~3주 간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내가 먼저 용기를 내서 연락을 드렸음. 형이 해준 말을 믿고.</p><p><br></p><p>"형, 한잔 해요"</p><p>"ㅇㅇ"</p><p><br></p><p>대답이 너무나 흔쾌해서 솔직히 무서웠음. 만나서, 둘은 아무런 말도 없이 약 한시간동안 소주만 주거니받거니 함.</p><p><br></p><p>그렇게 헤어짐.</p><p><br></p><p>그게 한 달 전 일임.</p><p><br></p><p>그로부터 일주일 후, 내가 다시 전화를 드렸음. 한잔 하자고.</p><p><br></p><p>역시나 흔쾌히 수락하심. 이번에는 꼭 이야기해야지. 내가 잘못한 것이니까, 형과 다시는 연락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형에게 받아온 걸 보답할 기회 정도는 달라고 빌어야지 하고 결심함.</p><p><br></p><p>만나자마자 형은 나를 끌고 둘이서 자주 갔던 순대국집으로 데려감.</p><p><br></p><p>순대국 두개 시켜놓고 소주 한 병을 시켰음. </p><p><br></p><p>밥보다 소주가 먼저 나와서, 형이 내게 한 잔 따라주심. 난 최대한, 정말 예의를 다 차려서 정성스럽게 받고, 술 따라드림.</p><p><br></p><p>그리고 내가 결심을 말하려는 찰나!!!!!</p><p><br></p><p>형이 먼저 입을 염.</p><p><br></p><p>"다 알아 임마."</p><p><br></p><p>순간 눈물이 핑 돌았음. 난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말없이 미소만 지었음.</p><p><br></p><p>"솔직히, 그 때 일은 정말 많이 실망스러웠다. 내가 그동안 너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 한 건데, 결정적으로 너가 그런 모습을 보이니까."</p><p><br></p><p>너무나 죄스러운 마음에, 아무 말도 못했음.</p><p><br></p><p>"근데 말이다. 너가 그대로 연락도 않하고 멀뚱거렸으면 난 더 실망했을거야. 너가 먼저 연락해줬으면 그걸로 된거야."</p><p><br></p><p>난 정말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도 못함. 그 날 처음으로 눈물젖은 빵...이 아니라 눈물 젖은 순대국을 먹음. 형은 맛이 예전같지 않다며 툴툴거렸는데 난 그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순대국이었음. 그날 형과 2차로 전집 가서 막걸리를 들이부었음.</p><p><br></p><p>그렇게 눈물로 화해함. 약 2주전 일임.</p><p><br></p><p>그리고 오늘!</p><p><br></p><p>형이 날 점심에 불러냄.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자마자 곱창이 뙇!!! 막걸리가 뙇!!!!!!</p><p><br></p><p>평소 국순당만 마시던 우리 둘이었는데 오늘만큼은 장수막걸리를 마심. 가게에 장수막걸리 밖에 없었으므로[....]</p><p><br></p><p>곱창이 너무 쫄깃하고 맛깔나서 둘이서 막걸리만 6병이나 마심......지금 정신이 알딸딸함...</p><p><br></p><p>형은 휴가 내서 목요일까지 쉰다고 함. 나님은 내일 과외가는데........</p><p><br></p><p>이번 주 목요일에는 참치집 가기로 했음. 그 날은 내가 내기로 함.</p><p><br></p><p>담배 한보루 더 사야 되는데 참치집 가야 돼서 못 삼....나님 너무 슬픔....</p><p><br></p><p>그러나 참치먹을 생각에 기분 좋음! 슬펐다 좋았다 내가 취하긴 취했나봄 헿헿ㅎㅎㅎㅎㅎㅎㅎ</p><p><br></p><p>다섯 줄 요약 :</p><p><br></p><p>1. 스승님같은 형이 한 명 있음.</p><p>2. 형괴 친하게 지내다가 사이 틀어짐.</p><p>3. 먼저 연락해서 화해함.</p><p>4. 오늘 함께 곱창 집에서 낮술했음</p><p>5. 막걸리는 장수막걸리, 소주는 참이슬 후레쉬</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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