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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입니다.
리영희 교수님이 쓰신 칼럼입니다.
우리가 이른바 '보수'세력에 대해 불신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그들의 기회주의적 면모에서 찾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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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의 風向이 바뀐다 싶으니 지식인의 발언이 소연하다. 바람이 거셀 때는 꼼짝않고 엎드려 風向針만 노려보고 있다가, 바람 흐름의 조짐이 보이자 너도나도 뛰어 나오는 것 같다. 바야흐로 百花齊放 百家爭鳴의 시대가 도래하는가보다.
텔레비전과 신문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언제부터 이나라의 지식인들이 이렇게도 민주주의적 思考 行動양식에 투철했으며, 언제부터 이렇게도 愛憎을 초월하여 화해와 타협과 관용의 미덕으로 살았었느냐 하는 놀라움을 금할수 없다.
말하는 사람, 글쓰는 사람마다 모두가 옳고 하나도 그른 것이 없다. 그 博學과 經綸에는 절로 머리가 수그러진다. 그런데 그말과 글들이 너무나 高邁하고 슬기로와서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슬퍼지기까지 하는 것은 웬일일까.
요사이 지식인들은 입을 열었다 하면, 글을 썼다하면 한결같이 「大和合 妥協 寬容 容赦」로 시작해서, 「雅量 理解 不報復 忘却」의 미덕을 역설하는 설교로 끝난다. 「過去事는 과거속에 묻고 잊어버리는 것」이 민주주의의 「美德」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말들이 너무나 쉽게 나오고 있다. 심지어 어제까지 철두철미 반민주적 언행으로 이름났던 어떤 대학 총장이 朴鐘哲군의 위령탑을 그 대학 캠퍼스안에, 그것도 4.19의거학생탑 옆에 세울 생각이라는 말까지 하고 나섰으니 이제 있는 말은 다 나온 성 싶다.
「大妥協 和解…」로 시작해서 「寬容 雅量…」에 이르는 「美德」에 대해서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不報復 忘却」에 이르러서는 뭔지 석연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봐서 서둘러 덧붙이거니와, 보복을 해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를 잊어버리자」는 말은 지난 7년간 독재의 직접 당사자거나 그 협력자 격이었던 일부 지식인들의 입에서는 절대로 나와서는 안될 말이다.
「惡을 惡으로 갚지말자」는 德行은 지난시기에 뼈에 사무친 박해를 받아온 被害者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올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간적 권리를 위해서 싸우다가 고문으로 병신이된 이가 얼마나 많은지를 그들은 모를것이다. 1.3평의 棺과 같은 캄캄한 독방속에서 몇백날을 보내야했던 정치범들과 양심범들의 고통을 그들은 상상조차 할수 없을 것이다. 「容共 左傾」이라는 추상적이고도 황당한 죄목으로 꽃같은 인생의 파멸을 강요당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신음소리는 그런 지식인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체제를 위해서 지난날 「적극적」으로 이데오로그의 역할을 해온 지식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분명히 不義임을 알면서도 방관자의 자세를 취함으로써 체제의 「受惠者」로 살아온 지식인도 뭣인가 생각하는 바 있어야 할것이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려는 조짐이 보이자 그런 부류의 지식인들의 입에서 「大和合 妥協 寬容 雅量 容赦 理解 不報復 忘却…」의 미덕이 소리높여 외쳐지고 있다.
민주화는 시작조차 되지않았는데 그들은 마치 민주화가 이루어지기나 한듯이 정세를 호도하고 있음을 본다.
아! 지식인의 기회주의!
풍향계보다도 더 재빠른 變身!
우리는 해방직후 시기의 친일파, 반민족행위자들의 변신을 보았다. 李承晩정권과 朴正熙정권 몰락후 어용지식인들의 변신도 보았다.
지금은 축하할때가 아니라 괴로와해야 할 때다. 지금은 준엄한 公理가 강조돼야 할 때이지 얼버무릴 때가 아니다. 光州사태를 비롯해서 지난 7년간에 저질러진 모든 큼직한 사건들이 밝혀져야 할 때다. 그리고 그 책임이 추궁돼야 할 때다.
魯迅이 1929년에 쓴 글에 「훼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라는 글이 있다. 그는 이 글의 제목에 관해서 본래 「물에 빠진 개(犬)는 때려야 한다」하고 하려다가 「너무 모가 나서 고쳤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中國 軍閥들의 학정과 포악을 「관용과 타협으로 용서하고 과거는 잊어버리자」라는 林語堂의 글 「훼어플레이를 하자」를 비판한 글이다.
여기에 魯迅의 그 글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기는 「아직 시기상조」인듯 하다. 그 글의 정신만을 魯迅의 말을 그대로 빌어 옮기자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것을 요약하면, 「물에 빠진 개」는 때려서는 안된다는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실컷 때려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건져준 사람에게 덤벼들어 물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魯迅의 글은 원체 익살로 이름난 바 있어 말대로 들을 것은 아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의 말에는 오늘의 한국의 지식인들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무조건 관용과 망각만을 미덕으로 섬기는 듯한 어설픈 「민주주의론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오늘 우리의 사태는 민중의 힘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필리핀」과는 다르다. 구정권의 죄악과 과오가 민중의 힘과 뜻을 바탕으로한 신정권에 의해서 단죄된 「아르헨티나」와도 다르다. 그러기에 현실정치의 문제로 타혐과 화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설사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나라의 지식인들은 오랜 잠에서 깨어난 민중을 무조건적 관용과 타협이라는 최면술로 다시 잠재우려해서는 안될 것이다. 학생과 민중이 독재의 나무를 흔들어 피의 댓가로서 손에 넣은 고귀한 열매를 어느 누구도 가로챌 수는 없다. 국민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이 언론기관과 언론인들이다. 지난날 멀리는 維新체제와 지난 7년 동안에 걸쳐서 언론기관과 언론인들이 놓였던 고달픈 처지를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목탁을 자처한 그들이 소임을 다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각 언론기관에서 민주주주의적 자유언론을 위해서 싸우다가 쫓겨난 수많은 언론인들을 복권해 주는 일에서부터 언론기관이 그들의 민주적 飜身을 전국민 앞에 입증해주면 좋겠다.
지금은 관용과 타협, 화합과 망각에 못지않게 옳고 그름을 가리는 준엄한 민주주의적 正義가 확립돼야 할 때다. 훼어플레이는 훼어플레이를 이해하는 상대에게 적용될 때 비로소 공정한 게임을 기대할 수 있다.
훼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원문 - http://blog.naver.com/int_officer?Redirect=Log&logNo=157155749
[출처] [리영희] 기회주의와 지식인|작성자 int_off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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