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친구들, 동생들이 전부 따로 게임을 하고 있었고
어른아이인 나로서는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채 오유채널에 입장했다.
노말 초대달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대가 왔고, 마침 4명이 있었기에 인원이 맞아떨어져 바로 큐를 돌렸다.
주포는 서폿 정글. 원래 친구들하고 할때는 미드 탑 원딜 다 하지만, 처음 뵙는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신있는 픽을 하고싶었다.
어쩌다 보니 미드만 남은 상황. 나는 손사래를 치며 서폿이나 정글을 양보해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도 그럴것이 그때 갓 실버5로 올라온 나였지만
아군분들 두분이 플레티넘이셨던 걸로 기억한다.
두분은 브론즈 1티어씩.
그리하여 리신을 픽하셨던 분이 미드리신을 가기로 하고, 나는 대장군 자르반의 위용을 뽐내며 강타를 들고 전장에 합류했다.
적 정글은 녹턴....
시작은 깔끔하게
상대 탑라이너에게 쌍버프 + 더블킬이라는 영예를 안겼으며
무리하게 쫓다가 미드 탈론에게 다시 킬을 내주었고
6렙을 찍고 비등비등하던 바텀에 가서 자랑스레 버거킹을 외쳤지만
혼자 남았다는 음성이 내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랬다.
당시만해도 랭겜 자르반 승률 100%. 10전 전승의 자신감이 있었으나
탑에서 한번, 미드에서 한번, 봇에서 두번, 아군 정글에서 한번.
20분 경. 나의 킬뎃은 0/5/0.
킬전적은 6:2으로 밀리고 있을 때였다.
2킬이나 솔킬을 딴 리신의 힘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대 챔피언에게 각각 1킬씩 전부 따인 상태였다. 평등사상 돋네.
두번째 용 젠타임.
상대의 바루스가 시야에 포착되고, 나는 리신에게 눈짓을 보냈다.
'나와 함께 저 원딜을 순삭시키세!! 우리 팀에서 가장 잘 큰 자네라면 승산이 있네! 내가 시선을 끌 동안 저 원딜을 삭제시켜주게!!!'
가차없는 e!q! 우렁차게 데↗마↘씌↗아!!!!!!
.....
아뿔싸. 리신이라 눈짓을 못보았나보다.
물론 똥쟁이인 나는 내 똥이 이렇게 커졌음을 실감하며 초가스의 못다채운 6스택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게임 시작 전 하하호호 웃으면서 게임하던 분들이
어느새 말이 없어지고, 그들의 챔피언에서 날 원망하는 눈초리가 느껴졌다.
모니터 밖으로도 이런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했다.
나는 자신감 회복 및, 무안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 자신을 자학하는 개그를 날려보았지만
각자의 'ㅋ' 과 'ㅎ'의 초성이 두글자 이상 타이핑되지 않는 것으로 말미암아
저것은 나의 개그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날 비웃는 듯한 느낌이었다.
게임시간은 30분으로 흐르고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그래도 욕을 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상대 블리츠를 매라로 만들어주는 기적을 거행하니
다시 모든 적 챔프들에게 1킬씩 더 상납해주었다. 아 젠장 데마시아의 인류애란.....
0/10/0의 초라한 킬데스.
서렌직전, 미드리신님의 "정말..너무하세요 ㅠ" 라는 채팅이 어렴풋이 보였다.
게임이 끝나고
모두들 멘탈이 평안하지 못한지, 방장이셨던 분에게 인사조차 드리지 못하고 게임 초대 거절 메세지만이 가득했다.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방을 빠져나왔고, 그 후로 다시 오유채널에 들어가지 않는다.
1줄요약 : 내가 똥싸서 오유노말 접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