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평화롭던 A시의 12월 겨울 날씨는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div> <div> </div> <div>산악지형에 위치한 우리 부대만은 달랐다.</div> <div> </div> <div>국방부가 그 지역에서 가장 날씨가 궂은 곳만 골라서 부대를 세운다고 해도 밑을 정도로</div> <div> </div> <div>내륙이라고는 밑기지 않을 만큼 추운 날씨였다.</div> <div> </div> <div> </div> <div>"통신보안, 동원과 상병 XXX(필자)입니다. 무엇을.."</div> <div> </div> <div>"야, 나 연대 동원과장인데, 동원장교좀 바꿔줘."</div> <div> </div> <div>언제나 거만함의 대명사로 각 대대 동원과에서 미움을 한몸에 받던 연대 동원장교가 왠일인지 매우 침울한 목소리었다.</div> <div> </div> <div>마침 자리에 동원장교가 없어서 동원담당관님께 전화를 돌렸다.</div> <div> </div> <div>"전화 바꿨습니다. 네. 네?"</div> <div> </div> <div>20년동안 군대 짬밥을 먹었던 담당관님조차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div> <div> </div> <div>담당관님의 주름진 얼굴이 더욱 찌푸려졌다. 흡사 주름들이 좆이라고 잠깐 보였던 것은, 분명 다가올 날의 전조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리라.</div> <div> </div> <div>한참동안 어안이 벙벙하던 담당관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div> <div> </div> <div>"야, 우리 부대에 2작사령관님 오신댄다."</div> <div> </div> <div> </div> <div>국방부의 시계는 멈추었다.</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div> <div>그때 우리 처부인 동원과의 인원은</div> <div> </div> <div>물상병인 나. 물론 처부로 편입된지 2주밖에 되지 않았고, 사수는 전역했다.</div> <div> </div> <div>이등병인 후임. 얘도 나와 비슷한 시기에 전입을 왔다.</div> <div> </div> <div>그리고 1년간 처부에 몸담았던 내 동기. 녀석이긴 한데 착하긴 하지만 매우 모자라는 친구.(결국 나중에 짤림)</div> <div> </div> <div>나와 동시에 처부에 투입된, 나의 전 중대장이었던 동원장교.</div> <div> </div> <div>그리고 우리 부대에서만 4년정도 근무하신 담당관님.</div> <div> </div> <div>매년 우수부대 지정이 되다 보니, 제2작전사령관님이 우리 부대를 사열하신다는 것이었다.</div> <div> </div> <div>것도 2작사 예하부대 전 부대를 대표해서 말이다.</div> <div> </div> <div>발표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나를 포함해 전 대대, 아니 사단 전체가 약 3개월간 지옥이 펼쳐졌다.</div> <div> </div> <div> </div> <div>-예전 어떤 여자아이가 물어봤다.</div> <div>"그게 그렇게 힘든거에요?"</div> <div>"어..니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공장이..핸드폰 관련이지?"</div> <div>"네. 삼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 납품하는 하청업체지만요."</div> <div>"어. 그 공장에 이건희 회장이 니 일 잘하나 보러온거라고 생각하면 돼."</div> <div>"......"</div> <div> </div> <div> </div> <div>바로놔도 가지 않을 것 같았던 3개월이 지나가고</div> <div> </div> <div>대망의 사열이 이루어졌다.</div> <div> </div> <div>인원이 너무 없었기에 행정병인 내가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주차를 도우고 있던 상황.</div> <div> </div> <div>타 사단의 사단장부터 해서 군단장으로 추정되는 2스타, 3스타들이 레토나를 타고 마구마구 내리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물론 차에서 내릴 때 마다 경례구호를 붙여야 하지만, 매우 귀찮은 이유로 1스타 이하부터는 경례조차 붙이지 않았다.</div> <div> </div> <div>멀리서 헬기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전 부대원이 긴장을 하기 시작했으리라.</div> <div> </div> <div>그리고 우리 사단장 목소리가 그렇게 큰 지 처음 알게 되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주차가 끝나고 처부에 대기상황. 지금 사령관님은 예비군 교장 시찰중이었다. 조교들이 매우 힘들어하겠지. 하지만 난 안심할 수가 없었다.</div> <div> </div> <div>상황실에서 pt자료중 내가 진행해야 하는게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원래 동원장교가 해야 했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내가 진행하게 되었다. 그것도 첫빠따로.</div> <div> </div> <div>분주한 상황실 분위기를 뒤로하고 연습에 연습을 하는 수 밖에....</div> <div> </div> <div> </div> <div>어떻게 시간이 지나간 지도 모르겠다.</div> <div> </div> <div>발표가 끝나고 떨리는 다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div> <div> </div> <div>하지만 끝남과 동시에 이루 말로 다 할수 없는 해방감이 들었다. px에 있는 후임을 불러다가 담배나 피러 가기로 하고, 휴게실로 향했다.</div> <div> </div> <div> </div> <div>망할. 점심시간.</div> <div> </div> <div>대체 왜 2작사령관이 대대급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는 거였을까.</div> <div> </div> <div>대체 왜 우리 부대 식당은 휴게실 바로 옆이었을까.</div> <div> </div> <div>황급히 담배를 끄고 입김인지 담배연긴지 분간 안되는 목소리로 충성을 외쳤다.</div> <div> </div> <div>2작사령관이 나에게 악수를 청하고, 다시 정신을 차리기 어려워졌다.</div> <div> </div> <div>어깨를 두드리면서 '병사가 참 대단하다', '이 부대 예비군은 걱정 할 필요가 없겠다'는 둥 격려섞인 말을 했던 것 같다.</div> <div> </div> <div>하지만 그 뒤로 느껴지는 도합 스무개가량의 별들이 날 지켜보는 시선은 내 귀에 들어오는 사령관의 말을 지우기에 충분했다.</div> <div> </div> <div>그리고, 분명 머릿속에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우렁차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div> <div> </div> <div> </div> <div><strong><font size="5">"사랑합니다!!"</font></strong></div> <div> </div> <div>아뿔싸.</div> <div> </div> <div>드디어 순탄치많은 않던 내 군생활에 드디어 적신호가 꽃피는구나 생각했다.</div> <div> </div> <div>머리, 아니 눈 앞마저 하얘졌다. 대체 난 누구고 여기가 어디인가. 아니, 대체 인간의 존재는 무엇인가 하는 말로 다 할수 없는 고차원적 물음에까지 도달하고야 말았다.</div> <div> </div> <div>즉, 멘탈이 붕괴되고 말았다.</div> <div> </div> <div>눈치없기로 소문난 후임마저 날 바라보는 표정이 매우 안쓰러웠다.</div> <div> </div> <div>맑고 고운 소리 영창이 스타카토로 울려퍼질 무렵, 2작사령관은 껄껄 웃으며 자신도 모든 병사를 사랑한다고 한마디 하면서</div> <div> </div> <div>내 등을 툭툭 치고 식당으로 향했다.</div> <div> </div> <div>사령관 이하 수행원들이 식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 한 후, 그야말로 완전히 다리가 풀려벼러서 주저앉아버렸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음..</div> <div> </div> <div>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