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몇주 전의 일이다.
소환사들이 가장 잔인해진다는 주말의 랭크 게임.
나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나와 함께하자는 강력한 친구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랭 듀오를 돌리기로 했다.
나는 실버4 친구는 실버3으로 친구는 몰라도 아마 나는 5픽일 것 같았다.
같이 봇듀오를 가기로 동의 한 뒤, 큐를 돌렸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큐는 금방 잡히었다. 2,5픽.
블루 진영이라 아군1픽에게 선픽 권한이 쥐어졌다.
조용히 흘러가는 밴픽창. 무난하게 op라 취급되는 챔들이 밴이 되었고, 이윽고 아군 1픽의 픽.
무려 베인을 칼락인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레이팅대의 베인 선픽은 충 아니면 장(애)인 취급인지라 걱정이 앞섰다.
2픽인 내 친구가 원딜을 가겠다고 했음에도 원딜을 먼저 픽한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결국 친구는 탑으로 가기로 하고, 이윽고 2,3픽의 차례
나는 먼저 서포터를 지원한다고 말을 했지만, 3픽이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저 라인도 자신 없고 정글도 자신 없는데..5픽님 서포터 양보 가능할까요?"
상당히 공손한 어투로 인해 그러시라고 했고, 나 역시 라인전은 자신이 없었기에
미드를 가면 쌀게 분명하니 정글을 달라는 단호한 의지를 담아 말했다.
"ㅈㄱ"
아군은 각자 탑블라디, 정글 자르반(본인), 미드 다이애나, 원딜 베인, 서폿 소나인 상황.
상대는 탑 럼블, 정글 리신, 미드 카직스, 원딜 케잉, 서폿 블리츠
한타 조합 자체는 괜찮은 편이었다.
탑에 칼날같은 갱으로 1킬을 먹고, 미드 역시 갱으로 1킬을 가져온 상황.
라이너가 아닌 내가 킬을 가져온 상황이라 예의상 죄송하다고는 했지만 귀환을 타면서 아이템을 보고 있었다.
곧 다시 적을 처치했다는 메세지가 뜨고, 그 메세지는 아군 베인을 가리키고 있었다.
소나가 'ㅅㅅ' 라는 감탄사를 날렸음에도, 베인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즉슨, 소나가 q파워코드 한방이었으면 더블킬을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확실히 베인의 실력은 이 실력 레이팅이 아닌 것 같은 손놀림이었다.
소나 : 제가 죽을까봐서요...ㅠ 죄송해요 다음엔 더 적극적으로 할게요
베인 : 아 진짜 드럽게못하네. 서포터한다며 샤방처자야.
(오유인 여러분을 위해 순화한 표현을 쓴 점 양해바랍니다.)
나 : 괜찮아요 ㅎㅎ 6렙찍고 바로 바텀 갱 갈게요. 베인님 킬 드림
베인 : 아 샤방 진짜 소나 하지마라 아오;
소나 : ㅠ;
두번째 블루를 다이애나에게 주고 6렙을 찍었다.
베인 : 야 정글 너 빨리 봇갱온다며
나 : 네 레드만 먹구 갈게요 ㅎㅎ
베인 : 뭔 레드야 레드는 진짜 봇갱 오라고 샤방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최대한 티는 나지 않으려 했다.
나: 조금만 기다려줘요 ㅎㅎ 자벨 사가려구요
베인 : 아 샤방 이래서 실론즈새끼들이 안됀다니까
소나 : ;;;
베인 : 아 소나 그냥 뒤로 빼 샤뱡아.
소나 : 네; ㅠ
나는 오히려 서포터를 가지 않았던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곧이어 상대 정글이 봇갱을 왔고, 나는 숨어있다가 역갱을 쳤다.
소나의 크레센도가 3명을 묶었고, 곧이어 3명을 전부 대격변으로 가두는데 성공했다.
내가 1킬, 베인이 더블킬을 기록 한 상황
베인 : 아 샤방 자르반 니가 왜쳐먹는데.
나 : ㅎㅎ 글게여 제가 생각보다 쎈듯.
소나 : 저 이번엔 크레센도 잘썻죠?
베인 : 잘쓰긴 개뿔 아오. 니가 개피로 도망가는 바람에 내가 1킬 놓친거아냐.
소나 : 죽어서 킬 주는 것 보단 나을거같아서요...
친구인 블라디와 다이애나가 한마디씩 거들어주었지만, 나는 혹시나 잘 큰 베인이 던지는 경우가 발생할까봐 그냥 죄송하다고만 했다.
20분째 샤방을 입에 달고 다니는 베인을 보니 귀엽게까지 느껴졌다.
이어진 두번째 용타.
소나가 점멸 크레센도로 네명을 묶었다.
이윽고 블라디 궁이 예쁘장하게 들어갔고, 베인이 쿼드라 킬을 달성했다.
도망가는 케이틀린을 점멸 깃창 궁으로 마무리하고 여유있게 용과 상대 2차타워를 가져갔다.
베인 : 아 C방! 펜타 기회인데 니가 왜쳐먹는데
나 : 양념만 하려다가 그리 됬네요 히히
베인 : 아 정글새기가 킬딸 겁나 치네 진짜
소나 : 저 크레센도 네명들어갔어요! 저 이번엔 진짜 잘했죠?
베인 : 케이틀린을 묶었어야지 C발nyan야. 그럼 펜타인데
소나 : 헐...
블라디(친구) : 소나님 진짜 잘하시는데 베인님 너무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베인 : 아 씨foot 니들끼리 할래 진짜 그럼? 소나 너 그딴식으로 하면 절대 못올라간다.
소나 : 아니에요 제가 잘못했어요...ㅠ
다시 평화롭게 파밍이 진행되고 있었다.
베인이 갑자기 다시 땡강을 피우기 시작했다.
베인 : 소나 dog년아 미니언좀 치지 말라고
소나 : 빨리 밀구 타워 밀려구요...
베인 : 너 몇살이냐?
소나 : 고2요...
베인 : ㅋㅋㅋ고등학생이면 공부나 할 것이지 아오 이래서 고딩들이 안된다니까.
소나 : 지금까지 하다가 잠깐 머리식히려구 하는건뎁 ㅠㅠ
글로 다 적기 어려울 만큼의 쌩지랄을 보아하니
간만에 여기가 실버 아랫동네로구나 하는 체감이 될 정도였다.
30분경에 이어진 바론 한타. 상대 리신이 베인에게 정확히 음파를 맞추었다.
그리고 날아오는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베인이 먼저 끊기면 장담하지 못한다!
와드! 방호! 이쿠으으으으으!
는 나.
리신(전체) : 엌ㅋㅋㅋㅋㅋ나 죤낰ㅋㅋㅋ눈리신ㅋㅋㅋㅋㅋ
상대 네명 앞으로 배송된 나는 리신에게 엄지를 치켜올리며 버거킹을 외쳤다.
궁 안으로 들어온 소나궁과 블라디 궁은 덤.
결국 바론을 가져가고 무난하게 넥서스를 밀며 게임이 끝났다.
하지만 통계화면으로 넘어온 뒤에도 베인의 땡강은 계속되었다.
소나 : 너무하시네요 베인님..저 진짜 열심히 했는데....ㅠㅠ
적군 역시 소나에게 위로와 칭찬이 섞인 메시지를 건네었다.
베인 : 야. 소나.
소나 : 네?
베인 : 너 그딴식으로 하면 진짜 못올라갈거같다;
어차피 게임도 끝났겠다, 나와 내 친구를 비롯한 모두가 베인에게 몇마디씩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나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베인 : 아 C발; 소나야 친추나 받으라고.
친추라니? 모두가 의아할만한 상황이었다.
소나 : 네?
베인 : 니 혼자 못올라갈거같으니까. 나랑 같이 올라가야할거아니냐 ㅡㅡ
소나 : 허; 저 공부하러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
베인 : 공부 거 나중가면 다 쓰잘데 없어 ㅡㅡ 암튼. 근데 너 여자냐?
소나 : 여잔데요;
베인 : 하 그럴줄 알았다; 암튼 친추나 받으라고 ㅡㅡ
소나 : 저 진짜 나가봐야 해요.
베인 : 알았어. 다음에 들어오면 같이 하자. 누나
누나
누나
누나!?
나와 내 친구는 그를 사이버 김첨지에 빗대며 가끔 회상하곤 한다.
어떠한 트롤들을 만나도, "사실 이녀석도 좋은 녀석일지 몰라 ㅎㅎ", "어시를 가져왔는데..왜 먹지를 못하니..."라고 웃어넘기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 뒤로 그들이 진짜 듀오를 돌렸는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아군적군 통틀어 이어진 리폿에 정지를 먹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만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