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텄다. 영 불쾌한 밤을 보낸 나는 몸 구석구석에 반죽을 덧댄 것처럼 무겁고 찌뿌둥했다. 

밖으로 나가봐야겠다. 좁은 나무뿌리 밑에서 더 있었다가는 웅크린 자세 그대로 굳어버릴 것만 같다. 슬금슬금 밖으로 기어나오자 살짝 차갑지만 상쾌한 공기가 폐를 깊숙이 채웠다. 나는 숲의 외곽을 산책하기로 했다. 에버프리라고 해도 날도 어느 정도 밝아졌고, 깊이 들어가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딱히 위험하진 않을 거다.

상태가 상태인지라 네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하며 걸어갔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한바탕 비바람이 씻어간 세상은 신비로웠다. 능선에서 떠오르는 해가 비스듬히 세상을 비추었고 젖은 나무의 잎사귀와 꽃들은 받은 빛들을 다시 한 번 흩뿌렸다. 덕분에 공포와 미지의 상징인 에버프리까지 사슴과 토끼가 뛰노는 오솔길이 있는 숲처럼 보였다. 하지만 잠시의 착시일 뿐, 저기 깊숙이 들어갈 일은 죽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저 태양도 셀레스티아 작자가 띄우는 거라고 생각하니 나오려던 감탄사도 쏙 들어갔다. 그래. 체인질링한텐 동굴만 한곳이 없지.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기력이 달린다. 당장이라도 포니빌로 달려가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이르다. 거리에 충분히 많은 포니들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 미치겠네...

어쩔 수 없이 나는 스윗 애플 에이커로 향했다. 사랑보단 훨씬 못하겠지만 사과도 나름 요깃거리는 되니까.

씨... 사과나 사랑이나 어차피 한 글자 차이 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