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89737<br /><b><br />[전세난 '대안' 장기안심주택①] 이용자들 "서민들에 이만한 제도 없죠"<br /></b><br /><font color="#996633">"뭐가 좋냐고요? 월세 내고 있는 절박한 서민들이 단 6년만이라도 돈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잖아요. 이자없는 대출인 셈이지 뭐야."</font><br /><br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주택가. 이진경(가명)씨는 회전하는 선풍기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그는 대화를 나누는 40여 분 동안 '좋다'는 말을 수십 회 반복했다. 그중 1/3 정도는 '너무 좋다' 였다.<br /><br />이씨가 3년째 살고 있는 집은 서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면적 79.2㎡(24평)의 평범한 빌라다. 전세 가격은 9000만 원.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는 전세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의 70%만 냈다는 것이다. 나머지 2700만 원은 서울시 예산이다. 그가 올해 장기안심주택제도 이용자로 선정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br /><br />최근 서울시내 25개 구 중 8개구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의 60%를 넘는 등 수도권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세 보증금 일부를 무이자로 빌려주는 장기안심주택 제도가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년 간 이 제도를 경험한 사람은 약 2700여 명. 이용자들은 이 정책이 자신이 경험해 본 정부 전세 정책 중 가장 낫다고 입을 모았다.<br /><br /><b>"신용등급 관계없이 전셋값 30% 무이자 대출해주는 셈"</b><br /><br />이씨는 남편과 함께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실패하고 6년 전 귀국했다. 생활이 넉넉할 땐 몰랐지만 서울은 돈 없는 사람들이 살기엔 쉽지 않은 곳이었다. 이씨는 자신의 명의로 전세자금 대출을 1650만 원 받고 구로구 개봉동에 33㎡(10평), 3500만 원짜리 전세를 겨우 구했다.<br /><br />설상가상 유학 가 있던 자녀들도 돌아왔다. 머릿수가 늘어난 이씨 가족에게 10평짜리 집은 좁았다. 2년 전 고민끝에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지금의 집을 구했다. 용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했지만 재계약이 걱정이었다. 전세값이 더 오르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정이었기 때문이다.<br /><br />이씨가 장기안심주택 제도를 알게 된 것은 올해 초. 전세 재계약이 가까워졌을 무렵이었다. 이씨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전세금 30%를 시에서 무이자로 빌려주는 제도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 반신반의하며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제도를 대행하는 SH공사가 뽑은 1370명 안에 들었다. 그리고 시가 빌려준 금액에 자기 돈 6300만 원을 들여 전셋집 재계약을 마쳤다.<br /><br /><font color="#996633">"이 얘기를 해주면 주변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하죠. 신용등급도 관계없이 30% 무이자 대출해주는 셈이잖아요. 제가 겪어본 전세 정책 중에는 제일 마음에 와닿는데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매년 1월쯤에 새 이용자들을 선정하는데 자기도 월세 탈출 하고 싶다고 그때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이 많습니다."</font><br /><br />이씨는 이 제도를 이용하면 앞으로 6년 동안은 계속 이 집에서 살 수 있다. 자신의 소득 수준이 신청자격인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의 70%(4인가족 기준 330만 원) 이하'를 유지한다면 전세금이 올라도 걱정이 없다. 오른 후 전세 보증금의 5%만 이씨가 부담하면 모자라는 금액은 시에서 추가로 채워넣어 주기 때문. SH공사에서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소득 평가에서만 합격점을 받으면 된다.<br /><br />이씨가 이사를 가더라도 이사지가 서울시내라면 시의 30% 보조는 계속 이어진다. 이씨는 "우리는 네 식구라 전세금 1억 5000만 원인 집까지는 이사를 갈 수 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이사를 갈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br /><br /><br /> <img src="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3/0725/IE001603864_STD.jpg" alt="기사 관련 사진" /><br /><b>▲ </b> SH공사의 장기안심주택 설명 페이지. <br /><br /><b>"서민들에 당장 필요한 전세 제도는 부족한 보증금 빌려주는 것"</b><br /><br />동작구 노량진동에 사는 김희철(60, 가명)씨 역시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주인의 요구에 난감해 하다가 장기안심주택 제도 덕을 봤다. 김씨는 "주인이 8000만 원에서 9500만 원으로 전세 보증금을 올려 달라고 했는데 이미 전세자금대출을 3000만 원 받아 여유가 없었다"면서 "월세로 바꾸던가 이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br /><br /><font color="#996633">"아는 분이 신청을 해보라고 해서 했는데 다행히 자격이 맞아서 됐어요. 지금 집이 건물은 좀 오래됐지만 교통이 편해서 계속 살고 싶었었는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싼 가격에 살수 있게 된 셈이지요."</font><br /><br />김씨는 이같은 제도가 자신 같은 연령대의 서민에게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의 고등학교 동기들이나 대학 동기들을 보면 60%는 일거리가 없는 '백수'이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 보증금을 도저히 쫓아갈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br /><br />김씨는 "공무원, 대학교수나 의사 같은 친구들이나 돈 많이 벌어놓은 사람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전세 갱신 기간인 2년 안에 2000~3000만 원 만들기가 무척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식들은 직장 갖기가 밤하늘의 별따기고 요행히 돈을 벌어와도 사회 초년생이라 생활비에 조금 보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br /><br />그는 기자와의 대화 중 자신이 이용하는 제도의 재원이 서울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는 제도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br /><br />김씨는 "전세난에 시달리는 서민 입장에서 느끼기에 당장 시급한 건 보증금 맞춰주고 그 동네에 계속 사는 것 아니냐"면서 "이 이상 가는 제도는 없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60평생 살아오면서 나라에서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했는데 나 뿐만 아니고 다른 서민들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