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903765<br /><b><br />[리뷰] 미야자키 하야오 신작, 전쟁 미화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겐 불편한 이야기 </b><br /><br />실존 인물인 전투기 설계사 호리코시 지로의 삶을 그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는 주인공에 대해 모를지라도, 이미 극 초반에 이야기의 향방과 결말에 대해서 가늠할 수 있다. 아름다운 꿈을 위해서 비행기를 만들었지만, 결국 제로센이 된 전투기는 지로 본인은 물론 일본을 파멸시키는 저주받은 꿈으로 추락한다.<br /><br />실제 호리코시 지로는 그리 낭만적이고 순수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주장과 근거가 제기되고 있으나,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 지로는 오직 비행기밖에 모르는 소년이다. 비행기를 만들고 싶다는 일념 하에 전투기 회사에 입사한 지로는 자신이 만든 비행기가 전 세계 곳곳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을 벌이는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비행기 만드는 데만 전념한다. 그런데 비행기에만 관심 있을 줄 알았던 소년도 한 소녀 나호코를 사랑했는데, 불행히도 그녀는 결핵으로 투병 중이다.<br /><br />애니메이션 전반부는 온갖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비행기 설계사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지로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후반부는 지로와 나호코의 가슴 아픈 사랑에 집중한다. 평생 비행기와 나호코를 위해 달리던 남자의 순애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바람이 분다>는 가슴 시릴 정도로 슬프고 아름답다.<br /><br />미야자키 하야오 대표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달리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 특유의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그림체는 아름답고도 아픈 이야기를 은은하게 빛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br /><b><br />아름답지 않은 시대의 아름다운 이야기<br /></b><br />전쟁 미화 등 <바람이 분다>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미야자키 감독은 "호리코시 지로는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쓰인다는) 의식은 안 했겠지만 그가 만든 비행기는 태평양 전쟁에 쓰였다. 그렇다면 '그가 단지 열심히 살았다고 죄가 줄어드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br /><br />영화 개봉 전, 최근 우경화 되고 있는 일본 정부에 우려를 표하는 입장을 표명한 미야자키 감독의 소신대로 <바람이 분다>는 그 나름대로 전쟁의 폐해와 반전 의식을 전달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다. <br /><br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극 중 등장하는 관동 대지진과 그 이후에 일본 내 일어나는 움직임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장기간 불황과 맞물려 급격히 우경화되는 일본 사회와 비슷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br /><br />지진이 일어나고 항공 연구소가 불에 탄 이후, 지로의 친구는 일본은 끝났다고 절망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함께 전쟁을 일으킨 독일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독일인 의사는 일본과 독일은 파멸할 것이라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로의 롤 모델인 카프로니 백작도 제2차 세계대전 주범 중 하나인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것이다. <br /><br />카프로니 백작, 지로 모두 본인들은 사람의 꿈을 싣는 비행기를 만들고 싶었지만 사람을 죽이는 전투기를 만들어야하는 운명을 가진 사람들이고, 오직 비행기 만드는 삶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말한다. <br /><br />물론 미야자키 감독은 지로와 제로센, 태평양 전쟁을 감싸기보다, 오히려 처참하게 추락한 지로의 비행기와 꿈을 보여주며, 한 개인의 삶을 철저히 망가뜨리는 전쟁의 위험을 보여주고자 했다. 결핵으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선을 완전히 넘었음에도 남편 지로에게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남편 곁을 지킨 나호코와 지로는 개인의 비극을 넘어, 전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무모한 제국주의 야욕에 가려진 일본의 슬픈 역사로도 볼 수 있겠다. <br /><br />자연의 재해로 쑥대밭이 된 상황에서도 그토록 바라던 아름다운 꿈을 이루었지만, 그에 응당 따르는 대가인 저주받은 꿈도 감내해야하는 지로의 삶. 이를 통해 <바람이 분다>는 바람이 불면 계속 살아야한다면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실의에 빠져있는 일본 국민들을 위로하고, 잔잔한 희망을 안겨준다. <br /><br />태평양 전쟁과 제국주의를 미화하지도 정당화할 의도는 없었다고 하나, 한국에는 아픈 역사인 관동 대지진은 극 중에서 위기 속에서도 피어오르는 삶의 의지와 사랑을 표현하는 결정체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는 실제로 아름답지 않은 시대를 그리면서 전쟁의 참혹성보다, 지로와 나호코의 슬픈 사랑과 그 절망을 딛고 다시 묵묵히 살고자하는 희망이 부각된 <바람이 분다>가 상당히 불편하게 다가온다. <br /><br />아름답고, 슬픈 만큼 더욱 위험하게 다가오는 애니메이션. 어쩌면 <바람이 분다>는 순수한 열정과 의도만으로 결과마저 아름답게 포장되지 않는 현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 개봉 이후 논란의 한복판에 선 미야자키 하야오 그 자체가 아닐까.<br /><br /><font color="#333399">한 줄 평: 평생 비행기와 한 여자만 사랑했다는 남자의 순수한 꿈에 대한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야기.</font><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