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예인을 좋아해본 기억이 없다
고등학교 때 엘비스 프레슬리의 죽음을 신문방송을 통해 듣고 그를 알게 되고 흉내를 낸 적은 있지만
그래서 별명이 잠깐 동안 엘비스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었고
군대에서 김트라볼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연예인을 좋아해본 적은 거의 없다.
중학교 때 연합고사를 치르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고 비비안리를 좋아한다고 설문지에 적어본 기억은 있지만
사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전혀 아니었고 그저 난 영화 평론가처럼 그 영화에 감탄했을 뿐이고
중학교 1학년 때 누가바 광고에 나오는 정소녀와 어떤 여학생을 좋아한 기억은 있지만
사춘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을 뿐이었다.
졸리면 차 안에서 김건모의 노래를 듣고 사이몬과 가펀클의 음악을 좋아했고
학창시절 피비케이츠와 소피마르소에게 반하기도 했지만
연예인에 대한 나의 솔직한 편견은 ‘교양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 이었다.
이 무식한 젊은 사람들이 라디오에 나와 세상 다 산 것처럼 인생조언을 해줄 때만큼 가소로운 것도 드물었으니
난 연예인을 좋아한 적이 없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故 이은주, 故 김광석, 故 유니 씨 등이
그렇게 자살을 해도 먼 산 바라보듯 객관적으로 악플러들의 무책임에 대해 성토했을 뿐 안타까움은 별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원본글 : 이은주(김은주?)씨가 죽고, 이광석(김광석?)이 죽어도 누군 줄도 모르고 유니(유나?)가 죽고 또 누구더라... 그렇게 자살을 해도 먼 산 바라보듯 객관적으로 악플러들의 무책임에 대해 성토했을 뿐 안타까움은 별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
그런데 정말 터무니없이 최진실씨가 죽었다고 하는 순간 나에게 찾아온 공황...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태를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내가 이렇게 허전해야만 하지?‘
마치 나와 아주 친하게 지내고 정말 스스럼없이 까불며 친근하게 지내던
바로 연인 같은 친척 같은 이웃보다 훨씬 가까운 사람이 사라진 듯한 이 공허함..
그날은 하루 종일 10분도 일을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는 방송을 바라보면서 눈가를 몰래 찍어보기도 하고...
도대체 그녀는 나의 무엇이었기에 아무렇게 쳐다만 보던 그녀였는데 어떤 이유로 이렇게 큰 구멍을 남기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나 말고도 주변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한 것에 놀랐고
심지어 목사님조차 그녀를 위한 기도를 말씀하실 때 그녀의 크기를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그녀는 너무나 강인하여 모든 것을 어머니처럼 다 견딜 줄 알았고
그렇게 외롭게 내버려두었다는 죄책감마저 드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왜 내가 이렇게 죄지은 기분이 되어야만 하는지...
아내와 동갑이어서 일까.. 나는 이 일로 내 가족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떡하든지 무슨 일이 있던지 난 악착같이 살아서 가족을 살펴야 한다는 생각도 더 심각하게 들었다.
인터넷 활동이 좀 넓은 나에게 적대적이던 사람들에게도 관대해지고 특정한 리플에는 더 엄격해지기도 하고...
그녀가 나에게 남기고 간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좀 더 많이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덜 미안하고 덜 후회하게 말이다.(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