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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77341
    작성자 : 팅이ㅋ
    추천 : 11
    조회수 : 881
    IP : 58.74.***.155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1/23 16:21:55
    http://todayhumor.com/?lovestory_77341 모바일
    축의금 만삼천원
    옵션
    • 펌글
    <div>축의금 만삼천원. </div> <div> </div> <div>10년 전 나의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가 보이지 않았다. '이럴리가 없는데....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div> <div> </div> <div>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여덟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어쩌나,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div> <div> </div> <div>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석민이 아빠는 못 왔어요. 죄송해요..대신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 전해드리라고 했어요." </div> <div> </div> <div>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뒤집어쓴 채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div> <div> </div> <div> </div> <div>철환아, 형주다.</div> <div>나 대신 아내가 간다.</div> <div>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div> <div> </div> <div>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리어카 사과 장사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div> <div> </div> <div>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은 들지 않는다. </div> <div> </div> <div>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으니까. </div> <div> </div> <div>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div> <div> </div> <div>'철환이 장가간다...철환이 장가간다...너무 기쁘다.' </div> <div> </div> <div>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div> <div>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div> <div> </div> <div>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div> <div> </div> <div>친구여, 오늘은 너의 날이다. </div> <div> </div> <div>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div> <div> </div> <div>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div> <div> </div> <div> </div> <div>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만원짜리 한 장과 천원짜리 세 장... 뇌성마비로 몸이 많이 불편한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 </div> <div> </div> <div>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데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div> <div> </div> <div>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신랑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데....  </div> <div> </div> <div>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기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 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나는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div> <div> </div> <div>사람들이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div> <div> </div> <div> </div> <div>형주는 지금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열 평도 안되는 조그마한 서점이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무의자가 여덟 개다. </div> <div> </div> <div>형주네 서점에서 내 책 저자 사인회를 하자고 했다.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여덟 시간을 달렸다. </div> <div> </div> <div>정오부터 밤 9시까지 사인회는 아홉 시간이나 계속됐다. 사인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이었다. </div> <div> </div> <div>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마음으로만 이야기했다. </div> <div> </div> <div> </div> <div>"형주야, 나도 너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살며시 웃으며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div>
    출처 http://dontfind-k.tistory.com/m/post/239
    이철환 수필집 <곰보빵>중에서
    팅이ㅋ의 꼬릿말입니다
    작년, 재작년에 결혼한 두 친구..
    직접 가지 못하고 봉투로만 축하를 해준게
    아직도 목에 걸린 가시처럼 마음 구석 한 켠이 불편하다.

    친구들아 미안하다, 내가 게으르고 할 일을 다 못해 
    너희들에게 축하 인사도 직접 전해주지 못했어.
    돌잔치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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