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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컴컴했던 자신이 살던 바위 밭을 떠나 혼자서 이렇게 지낸 적은 처음이였다. 옆에 붕대를

칭칭 감고 곤히 잠들어 있는 붉은 털을 가진 망아지도 신기해보였고 밝게 빛나는 흰색 계통의 벽

지도 처음이였고 자신의 가족 외의 포니를 보는 것 역시 처음이였기에 모든 것이 신기해보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분홍색 어린 망아지에게는 모든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호기심에 다가

가고 싶었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공포감에 그녀는 자신이 위치한 침대 위에서 절대 내려오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서 간간히 자신의 안부를 묻는 간호사 포니를 똘망똘망하

게 쳐다볼 뿐, 그 의외의 것은 거의 하지 않았다.

 분홍색 어린 망아지가 그때 가장 기뻤던 순간은 꽃을 가지고 오는 어미를 마중하는 것과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러 들어올 때 마다 풍선을 가져왔던 의사를 마주했던 시간이였다. 정체모를

물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며 매번 분홍색 포니는 신기해 했다. 희미하게 투명한 내부를 보며

그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길래 이렇게 붕 떠다니는 거지?란 생각으로 하루종일을 보낸 적도

있었고, 하루는 그 풍선을 가지고 놀다가 갑자기 뾰족한 무언가에 찔러 팡!하고 터지는 바람에

놀라 울음을 터뜨린 적도 있었다.

 마력석을 판매하기 위해 포니빌 시내로 나오는 김에 자신의 어린 망아지를 위해 늘 항상 꽃을

사와서 병문안을 했던 어미는 (왜냐면 바위 밭 근처에는 그렇게 생그럽게 피어져 있는 꽃이 없으

므로) 어느날은 꽃이 아닌 작은 그릇 모양의 시트에 담겨 있는 밝은 색의 빵을 가져왔다. 원래는

여느 날처럼 꽃을 사올려던 어미는 포니빌 시내에 케이크 모양을 본 뜬 슈가큐브코너란 빵집이

열리던 것을 보고선 혹시 자신의 작은 분홍 망아지가 좋아할까해 그 빵을 사왔다. 분홍색 포니는

그 빵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살짝 한 입 베어 물고선 휘둥그레 놀라며 \'맛있다!\'라며 외쳤다. 맛

있게 먹는 자신의 딸을 보며 기분이 좋았던 어미는 분홍색 포니의 갈기를 쓰다듬어주며 다음부턴

꽃과 함께 그 작은 빵을 사오겠다고 말을 했다. 그녀의 작은 망아지는 홍조를 띄며 웃을 뿐,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외로움과 고독함과 홀로라는 공포감과 두려움 속에서 매일 밤 훌쩍이던 어린 망아지는 병실에서

한 달 두 달이 지나가면서 자신이 있는 곳이 그렇게 두려운 곳이 아님을 인식했다. 소심하고 낯

을 가리던 그 분홍색 포니는 점차 안정을 찾았고, 처음에는 자신의 침대 위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밖에 나가지도 않았던 소극적인 모습도 점점 풀려서 병실을 빼꼼 나가서 병원 밖의 공원에도 산

책을 나가곤 했다. 자신이 살았던, 모든 곳이 어두운 바위밭이였던, 하늘도 바위도 가족들의 표

정에도 그 모든게 우중충했던 흑빛이였던 것과는 정반대로, 포니빌 시내는 모든 것이 형형색색으

로 빛나고 있었다. 풀밭은 햇살에 비춰 싱그럽게 빛나는 연두색이였고, 하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상쾌한 푸른 빛이였고, 그 푸르름 속을 헤엄쳐 지나가는 구름은 때묻지 않는 순수하게 시린 하얀

색이였다. 이마에 뿔이 달린 포니도 날개가 달린 포니도 있다는 것을 그 분홍색 어린 망아지는

그곳에서 지내면서 깨달았다. 그녀는 그곳이 좋아졌다. 모든 것의 색이 밝았기 때문이였다.

 
 어느 날, 분홍색 포니의 옆에 비워져 있었던 침대에 시트가 새로 깔리고 등과 머리, 다리에 붕

대를 칭칭 휘감은 어린 망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다. 분홍색 포니가 지내던 아동용 병실에 남아

있던 한 자리를 차지한 어린 환자에다가, 처음에 들어왔을 땐 절대 안정을 위해 커튼으로 쳐진

상태라서 더더욱 이목이 집중되었었다. 굳게 쳐져있는 커튼 아래의 아주 좁은 빈틈 사이로 들리

는 신음 소리는 그 병동의 화제거리였다. 아동용 병실이라 어린 포니밖에 없었던 터라 그 커튼

너머의 주인공이 누군지 추측하는 이야기에는 벼라별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었다. 사실 괴물이 들

어왔다느니.. 혹은 에버프리 숲에서 온 정체 모를 포니가 와서 전염병이 있다느니 등등 실제로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 마저 나왔었다.

 그 소문 가득한 포니의 옆의 분홍색 어린 망아지 역시 자신의 옆에 누가 새로 들어 온 것인지

궁금함이 한가득 했었다. 밤에 자다가 가끔가다 옅게 들리는 커튼 너머 주인공의 신음 소리는 어

린 암컷 망아지의 것인지 어린 수컷 망아지의 것인지 헷갈렸기 때문이였다. 무언가가 괴로운 건

지 침대를 세게 주먹질과 고개짓을 해대는 소리도 들렸고, 또 어느 새벽날 밤에는 고통에 차오른

울부짖음을 내지르는 통에 아동용 병실이 발각 뒤집혀진 적도 있었다. 미소 지으며 절대로 다급

한 표정이나 심각한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던 \'레드 하트\'라는 젊은 간호사가 정말로 진지한 표

정으로 무언갈 가져와라 누군갈 불러와라, 하는 이것저것 지시하는 모습을 보고선 분홍색 어린

포니는 놀랬다. 잠자다가 깬 아동용 병실의 어린 망아지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 채고선 서로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커튼 안의 분주함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커튼

너머로 울부 짖는 소리가 분홍색 망아지에겐 공포로 다가왔다. 분홍색 망아지에겐 여기서 겪는

모든 것이 처음이였고, 자신의 어미도 없는 상태에다가, 저렇게 괴기스럽게 세상 떠나가라 소리

를 바락바락 지르는 정체 모를 것도 처음이였다. 목도 다 갈라져 가는 저런 쇠소리를 내는 누군

가의 목소리도 처음이였다. 아동용 병실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정신이 없었다. 간호사들

도 왔다갔다 거리고 의사들도 자다 깬 잠옷 차림으로 와서 커튼 너머로 사라졌다. 분홍색 포니는

이불을 갈기 끝까지 덮어 썼다. 그때 아동용 병실에는 오로지 커튼 너머의 곳과 커튼 밖의 어린

포니들의 곳으로 완벽히 분리 된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커튼 너머로는 완전한 혼돈과 공포의 소

리가 쉴새 없이 새어나왔었다. 그와 반면에, 그 광경을 소리 죽여 쳐다보던 어린 포니들은 얼음

에 갇혀진 것 마냥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 커튼이라도 뚫어질 듯이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 갑자기 커튼이 촤륵! 열리더니만 간호사들과 의사들 모두 커튼 너머의 침대를 밀고서 아동용

병실 밖으로 급히 빠져나갔다. 해가 중천에 떴어도, 그날은 새벽의 밤처럼 고요했었다.

 분홍색의 작은 망아지는 그 사건이 있었을 때 이불 사이로 흘깃 커튼을 바라보았었다. 커튼 아

래의 사이로 무언가가 보였었다. 그때, 침대에 누워 있었던 포니가 떨어졌는지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간호사들도 순간 숨을 들이마쉬고 안타까운 탄성소리가 들렸다. 퍼득퍼득, 아주

옅게 날개짓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을 분홍색 망아지는 다 지켜보고 있었다. 등에 꽁꽁 감

싸매어진 붕대 사이로 비어져 나온 날개가 이상한 모양새로 비틀려져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생긴

날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 해진 분홍색 어린 망아지는 공포에 질려 다시 이불을 자신의 갈기 끝

까지 끌어올려 눈을 꼬옥 감았다.

 어린 분홍색 망아지가 잠시 밖으로 나갔다온 사이에 병실에 다시 자신의 옆 침대에 커튼이 쳐져

있었다. 같은 병실의 망아지들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동안 뿐이였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와 저 커튼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서로 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때 그 사건 이후 한층

더 아이들의 상상은 괴물의 괴물을 넘어서고 있었다. 분홍색 망아지는 그들의 상상에 끼기보다는

주로 듣는 편이였는데, 한편으론 그때 봤던 비정상적으로 생겼던 날개가 계속 떠올라 그들의 말

에 암묵적 동의를 했었다.

 분홍색 망아지는 이제 더 이상 그 병실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병원에서 나오는 적정량의 영양

도 충분히 섭취를 했고, 바위 밭의 일도 한동안 안하고 있었던 이유였었는지 스트레스도 적게 받

아서 몸은 건강을 찾았고 얼굴에는 다홍색 혈색이 돌았다. 여전히 말랑말랑한 발굽을 가졌고, 또

래보다 여전히 약간 작은 체구이지만, 처음에 병실에 입원했을 때에 비하면 눈에 띄게 자랐다.

의사가 분홍색 어린 망아지의 건강 상태를 여느 때와 같이 확인하면서, 병문안을 온 어미에게 퇴

원 수속을 밟아서 집에 가는 편이 좋겠다고 말을 했다. 어미는 \'우리 애기, 이제 집에 돌아 갈

수 있게 되었구나. 엄마는 행복하단다!\'라고 자신의 어린 망아지에게 갈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

며 말을 했다. 분홍색 망아지는 같은 병실 내의 망아지들에게서 부러움과 동시에 이제 정들었는

데 나가서 아쉽다라는 눈빛을 읽었다. 소극적인 성격이라서 말을 우물쭈물하게 밖에 건내지 못했

지만, 분홍색 어린 망아지 역시 그들에게 정이 들어있었다. 어린 망아지는 어미가 자신을 위해

사왔던 작은 컵모양의 빵들을 그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린 분홍 망아지는 커

튼 너머의 정체 모를 괴성의 주인에게도 그 빵을 줘야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고민이 들었다.

* 지금 시점의 핑키는 꼬불머리 핑키가 아니라 곧은 생머리 핑키 예요 :)

  아주아주 어릴때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