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내가 다 가져간 것 같아서 미안하다.</P> <P> </P> <P>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넌 그 흔한 단어인 '친구' 라 부를 사람도 한 명 없구나.</P> <P>난 큰 키에 나쁘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넌 기구의 도움 없이는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구나.</P> <P>내가 철이 없어 남을 괴롭히고 아프게 했는데, 내 동생인 니가 그 모진 괴로움과 아픔을 받고 있었구나.</P> <P>여자 만나러 다니고, 여자 좋아서 돌아다닐 때, 넌 학원의 여자아이들에게 조롱을 받고 있었더구나.</P> <P>고작 여자 문제 따위로 힘들어하고 아파할 때, 너는 세상을 어떻게, 무슨 힘으로 더 살아갈지, 더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구나.</P> <P>내가 술이나 마시러 다니면서 개똥철학을 읊조릴 때, 너는 학교와, 학원에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칠판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었구나.</P> <P>내가 사람은 꿈을 좇으며 살아야 한다. 꿈을 위해서는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할때, 너는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꿈이었구나.</P> <P>운동신경이 좋아 어떤 운동도 척척 잘하고 다닐 때, 넌 공도 하나 제대로 못차냐는 소리를 들으며 외로이 운동장 저 구석에 있었었구나.</P> <P>가족들이 나만 바라보고, 나에게 기대를 하는게 부담스러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넌 그저 날 말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구나.</P> <P> </P> <P>사랑하는 내 동생아.</P> <P>내가 다 가져간 것만 같아서 너무 미안하다. 내가 저지른 많은 잘못들을 니가 대신 벌 받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P> <P>니 몫까지 내가 다 갖고 있는듯 해서 너무나 미안하다. 누나나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생각해서 너무 미안하다.</P> <P>다른 집의 평범한 형제를 보고 부러워해서 미안하고, 겉으로는 아닌 척 해도 사실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선 너를 조금 부끄러워해서 미안하다.</P> <P>내가 니 몫까지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건, 아마 내가 들리지 않는 너의 귀가 되기 위함일거라 생각한다.</P> <P>입은 하나지만 귀는 두개라고, 그만큼 듣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하잖아. 많이 공부하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깨우쳐서 훌륭한 너의 귀가 되어줄게. 좋은것은 골라듣고, 나쁜것은 가려듣고, 평범해 보이는 것 가운데에 의미있는 것을 뽑아 들을게.</P> <P> </P> <P>누군가가 나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줘서 고맙다.</P> <P> </P> <P> </P> <P>늦은 시간, 아무도 보지 않겠지만, 이 글을 읽어주신 단 한 명이라도 계신다면 감사합니다. 베오베 글에 지체장애 동생을 둔 형의 글을 쓰다 너무 가슴이 아파 저도 적습니다.</P> <P>곧 해가 뜨면 하루가 또 시작되겠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어제보다 더 행복한 오늘을 사시길 바랍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