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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힘껏 그녀의 이름을 외치지만 돌아보진않는다.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 목에 핏줄이 설 정도로 힘껏소리쳤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등을 보인 채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고 서 있었다. 목에서 흐릿한 피비린내가 올라왔다.
“사랑과 현실은 다른 거야.”
입버릇처럼 그녀가 내뱉던 말이었다. 그 때마다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하곤했다. 뭐가 다른데? 그러면 그녀는 눈처럼 하이얀 미소를살풋 머금곤 했다. 그런 그녀에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럼 넌 사랑과 현실 중에 어떤 걸 택할 거야?”
사랑과 현실은 다른 말이 아니다. 사랑이 곧 현실이고 현실이 곧 사랑이지. 현실과 다른 건 이상이다. 하지만 사랑은 이상이 아니다. 이렇게 너와 난 사랑하고 있으니까. 아, 정말 논리정연하고 아름다운 결론이야, 그렇지 않아?
“커피나 마셔, 멍청아.”
오래된 연인이나 할 수 있는 실없는 대화는 항상 그렇게 실없는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
오기가 생긴다. 목에서 깔깔하면서도 간질간질한, 묘한 느낌이 난다. 개의치 않고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른다. 내가 아는 그녀의 이름을. 머리가 띵했다. 그녀의 이름 세 글자를 목이 아니라 뇌에서 억지로 뜯어낸 것처럼, 머리가띵했다. 그녀의 고개가 살짝 움직인다. 그래, 이젠 내 목소리가 들린 거야? 하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바람결에 날려온 눈송이가 볼에서 녹아 내린 탓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살짝 돌린 것처럼. 그녀는 그냥 그렇게 서 있을 뿐이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너랑나는 인생을 함께 하기엔 걸림돌이 너무 많아.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겠어?”
그건 나한테 물을 말이 아니지. 나는 늘 그래왔듯이 ‘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 하는 거야.’라고 중얼거렸다.
“너는 나와 평생을 함께 하기 싫은 거야?”
“그러고 싶지. 하지만그럴 수 없을 때도 있는 거니까. 사랑하는 마음과 현실은 다를 때가 많은 거야.”
결국엔 원론적인 물음으로 돌아와 버렸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끝없이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이 문답은 의미가없다. 그래, 내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 그냥 서로 좋으면 그걸로 좋은 거니까. 서로가 좋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하지만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오래될수록, 이 지겨운 문답의 빈도는 늘어갔다. 아무런 생각 없이 했던 내 대답들. 똑같은 대답을 함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하기까지 내가 생각하는 시간은 길어졌다. 당시엔 의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다.
숨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보이는 것은 그녀의 뒷모습과 펑펑 내리는 새하얀 눈송이. 인상을 찌푸리고 숨이 막힐 때까지 소리를 질렀다. 이쯤 되면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괴성에 가까웠다. 보이는 것은 그녀의 뒷모습.
드디어 그녀가 뒤돌아본다. 아니, 뒤돌아봤다. 내가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처럼, ‘왜 이렇게 늦었어 멍청아.’라고 장난스레 말할 때처럼. 그녀는 웃고 있었다. 내 퉁명스런 대답에 하이얀 미소를 보일 때처럼, 그녀는 웃고 있었다. 사랑과 현실은 다른 거야. 그녀의 미소에서 이제야 이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듯 했다. 그래, 사랑은 이상일지도 몰라.
이상과 현실의 괴리. 두터운 현실의 벽과 벽 너머에 있어 보이지 않는이상. 그 사이에서 그녀는 그렇게 아프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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