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div> <div> </div> <div>어언 5년이었다. 힘들게 견뎌온 시간이… 생채기를 놔두고 상처가 곪을 때까지의 시간을 계산하면 얼마나 걸릴까?</div> <div>그녀는 이미 만신창이였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했고, 누가 봐도 산만한 행동을 했다. 공황장애라도 도지는 날에는 지인들은 식겁을 했다.</div> <div>그녀에게 사생활은 사생활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가 나에게 사람을 물리쳐 달라고 했고, 그녀가 혼자 살기에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주었다.</div> <div>매일 내가 찾아갔을 때 그녀의 일기장엔 단문의 글이 잉크도 마르지 않은 채 종이에 스며들고 있었다.</div> <div> </div> <div>나는 완전히 갇혔다.</div> <div> </div> <div>풀린 눈으로 밖을 본다. 먹구름이 회색 도시를 가두고 사람들도 갇혔다. 비는 언제 올까. 비가 쏟아지면 그때는 나갈 수 있을까.</div> <div> </div> <div>알고 있지만 모른다.</div> <div> </div> <div>먼지가 가득한 사진 한 장. 그녀가 연명하고 있는 생명의 유일한 희원. 끼니도 거리고 쪼그려 앉아 내리 하는 일이라곤 고작 사색에 잠기는 것 뿐.</div> <div>사색이라고 해도 그건 회피, 비겁한 합리화에 지나지 않았다.</div> <div> </div> <div>이 도시에는 희망이 없다.</div> <div> </div> <div>그것이 무채색의 도시를 관장하는 그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빌려 글을 써내려간다.</div> <div> </div> <div>그는 이제 희망이 아니야.</div> <div> </div> <div>아니, 그는 분명…</div> <div> </div> <div>그만 돌아와. 희망은 찾지 않아도 돼. 모두 네 안에 있어! 날 믿어.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 줄게.</div> <div> </div> <div>아니라니까!</div> <div> </div> <div>마음속에 들어찬 울분이 터져버렸다. 나도 그녀도, 아니 나는 지쳐서 뻗댈 힘조차 없었다. 서로의 힘이 상충해서 손아귀에 쥐어진 펜을 떨어리고 말았다.</div> <div> </div> <div>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서 비가 떨어지자 회색 장막이 걷히고 사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색 하늘에 원색의 빛이 간간하게 돌며 도시를 채색하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거봐, 내가 뭐랬어. 네가 알고 있는 대로라고 했잖아. 기억은 알고 있는 거라고. 인정하면 고통이 곧 사라질 거라고. 조금만 움직이면 희망을 볼 수 있어. 바로 내 안에 그가 있는걸. 그녀가 나고 내가 그녀이고 그는 내 안에 있다. 더 이상의 회색 도시는 없다. 내 눈이 그를 담았으므로 나는 사진을 찢어버렸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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