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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isa_172377
    작성자 : 란스씨
    추천 : 0
    조회수 : 504
    IP : 119.205.***.17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2/02/22 10:25:33
    http://todayhumor.com/?sisa_172377 모바일
    [펌[청소년보호법은 어떻게 만화계를 망가뜨렸나
    http://mangolnam.com/151172082

    일단 글은 퍼왔지만 위 사이트 들어가서 봅시다?


    ----------------------------------------------------------






    - 만화 골라주는 남자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만골남 뉴스(http://mangolnam.com) 편집장



    ■ 시작하며

    웹툰 스물네 편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려 하는 이 즈음, 2012년인데 다시 1997년 이야기를 꺼내게 됐습니다. 일단 이 지점부터 슬픕니다. 15년이나 전 이야기를 다시 반복해야 할 만큼 변한 게 없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된 원인도 슬픕니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오래도록 떠들었던 이야기인데도 귀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사람들을 볼 때, 지금까지 이 이야기로 보냈던 시간이 순간 무위로 돌아간 듯한 허탈감과 더, 좀 더 시끄럽게 떠들었어야 한다는 자괴감이 교차하기 때문입니다.

    여하간 청소년보호법, 원래 명칭은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보호를 위해 제정한 법률 - 줄여서 청보법 이야기입니다. 1997년에 출몰해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만화계가 보일 수 있었던 가능성을 체제 단위로 망가뜨려놓은 이 법은 이후 기틀 그대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근데 여태 그대로 있었던 이 법이 왜 새삼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걸까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법에 관한 경계심을 상당히들 풀고 있었습니다. 마치 법이 사문화라도 됐다는 듯 말이지요. 만화진흥법에 관련한 논의들이 이뤄지던 2009년 무렵, 저는 당시 내내 이렇게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청소년보호법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은 만화계에 여전히 독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법 조항이 그대로인 이상 정권이 이용하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하물며 지금은 청소년보호법을 만들어 이용하려 들었던 그 정치세력이 다시 주도권을 잡은 시기이므로 말기에 접어들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심의 기준을 악용해 검열 도구로 이용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에 관한 준비 방안과 파쇄법에 관해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 당시 일부 작가 및 출판사 관계자들은 이런 제 주장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심의 기준 요즘 많이 풀어졌다. 예전 같지 않은데 지나친 우려 아닌가?” 저도 차라리 그러길 바랐습니다. 진심으로요. 하지만 2011년 12월 말, 한 아이가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으로 자살을 선택한 이후 만화와 게임계를 향해 터진 일련의 사태는 2012년을 순식간에 1997년으로 똑같이 되돌려놓고 말았습니다. 정말, 말대로 됐지만 하나도 안 기쁩니다.

    이 글은,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청소년보호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받는다는 게 어떤 뜻인지에 관해 잊으셨거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씁니다. 지나간 15년 동안의 역사입니다. 이를 이해해야, 만화계에서 조금 시간을 오래 보낸 사람들이 지금 왜 저리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는가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청소년보호법의 시작과 그 내용

    1997년 발효된 이후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되어오고 있는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과 청소년이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등을 규제하고, 청소년을 청소년폭력·학대 등 청소년유해행위를 포함한 각종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제1조)을 목적으로 하는 법입니다. 1996년부터 당시 신한국당 박종웅 의원이 의원 입법활동을 시작해 1997년 3월 7일 제정되었고 1997년 7월 1일 발효되었습니다.

    청소년보호법은 기본적으로 만화 뿐 아니라 문화 매체 전반에 걸쳐 청소년 정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청소년보호위원회(청보위)를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으로 신설하고, 위탁 등을 통해 매체물을 심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론 난 작품에 관해 ‘행정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명령에는 수거/파기/시정 등이 있고요. 도서 등 간행물은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심의를 맡습니다. 웹툰은 이 당시에는 형식명으로 정립돼 있질 않았던 터라 고려가 안 되긴 하였습니다만, 도서가 아니라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맡고요. 일단 같은 ‘만화’지만 이런 점 때문에 만화와 얽힌 심의 구도가 상당히 복잡다단합니다. 참고로 웹툰이 적용받는 법은 청소년보호법과 더불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줄여서 정보통신망법입니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 제42조와 그 이후 조항을 보면 결국 그 유해매체물 판단 기준을 청소년보호법을 참고하고 있으므로 웹툰 심의 기준 또한 청소년보호법에 명시된 내용을 참고해야 합니다.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되던 당시 발생했던 문제에는 참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당시 간행물윤리위원회(간윤)을 법적인 기구로 격상시켰다는 데에 있습니다. 본래 군사정권 시절부터 법적인 근거 없이 만화 등을 검열해 왔던 사단법인에 지나지 않던 기관인데 1997년 청소년보호법 발효와 함께 준사법권을 지닌 법적 기구가 된 곳이지요. 이곳의 업무가 무엇인가 하면, 청소년 권장 도서 등을 발표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도서, 잡지, 만화, 전문신문, 전자출판물 등 제반 간행물의 유해성 여부를 심의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나마 36년 만에 사전심의에서 사후심의로 바뀌긴 했지만 수거/파기/시정이라는 준 사법권을 부여하여 결과적으로는 검열제도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게다가 그 행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합니다. 이게 이제 청소년보호법의 독소조항으로 거론되는 제10조입니다. 청소년보호법 제10조 내용을 보시지요.


        제10조(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 ①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각 심의기관은 제8조의 규정에 의한 심의를 함에 있어서 당해 매체물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여야 한다.  <개정 2005.3.24, 2005.12.29, 2008.2.29>
          1.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
          2.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3.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행사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4.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비윤리적인 것
          5. 기타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적용함에 있어서는 현재 국내사회에서의 일반적인 통념에 따르며 그 매체물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예술적·교육적·의학적·과학적 측면과 그 매체물의 특성을 동시에 고려하여야 한다.
        ③ 청소년유해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심의기준과 그 적용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다섯 개 항목을 잘 보시면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점이 있습니다. 뭐냐면, 심의자 내지는 단속권자가 자의적 해석을 할 수 있을 만큼 모호하다는 것이지요.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1.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
        2.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3.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행사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4.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비윤리적인 것
        5. 기타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

    국가라는 사회 체제에서 ‘심의’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지만 그 기준이 ‘제재’를 위해서 존재하고, 내용이 하나같이 모호하다면 제재를 위한 제재가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검열을 위한 준비 조치로 변질할 소지가 큽니다. 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지게 마련인데, 그것이 대중들이 보는 대중매체의 노출을 제어하는 데 쓰이는 ‘법’ 조항이라면 어떨까요.

    같은 맥락에서 이 법은 조항이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무엇보다 당시 아직 남아 있었던 미성년자보호법(1999년 2월 5일 폐지, 청소년보호법으로 대체)과 중복입법이라는 점, 또 형법 243조와 중복된다는 점을 지적받았습니다. 형법 243조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음란한 문서·도서·필름·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한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참고로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 Grundsatz nulla poena sine lege)에 관해서도 언급을 해야 할 텐데요. 아무리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행위라 할지라도 법률이 범죄로서 규정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즉 범죄에 대하여 법률이 규정한 형벌 이외의 처벌을 과할 수 없음을 말하고, 권력자가 범죄와 형법을 마음대로 전단하는 죄형전단주의(罪刑專斷主義)의 반대말이기도 합니다. 모호하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작품을 재단할 수는 없음을 나타낸 표현이지요.


    ■ 청소년보호법 발효 전/후 과정

    법이 준비되던 1996년은 김영삼 정권 말기로 접어들던 시점입니다. 때문에 당시 여당 입장에서는 아이 교육과 연결돼 보이는 문제를 거론해 표를 결집하려는 전략으로 학교 폭력 문제를 단속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할 수 있지요.

    1996년 당시 ‘청소년 보호를 위한 유해 매체물 규제에 대한 법률안’이란 이름으로 청소년보호법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법률안이 준비되기 시작하자 만화계에서는 ‘만화 심의 철폐를 위한 범만화인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쳤습니다. 이 날이 11월 3일로 이후 만화의 날이 되는 바로 그 날입니다. 주축이 되는 건 이두호·허영만·이현세·장태산 ·박재동·이희재·황미나 작가님 등이셨고요.

    하지만 이듬해인 1997년 청소년보호법이 제정이 되고, 그해 4월 15일 음란폭력성조장매체공동대책시민협의회(음대협)이 국내 3대 스포츠신문 발행인과 편집국 책임자를 집단 고발합니다. 당시 청소년보호법 이전의 관련 법률이었던 미성년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걸었는데요.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익히 잘 보셨던 ‘어느 시민의 고발’이 이미 이 때에도 횡행하기 시작합니다. 음대협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1997년 5월 스포츠신문 연재 작가인 이두호·배금택 작가님 등이 소환됩니다.

    이윽고 1997년 7월이 되자 청소년보호법이 발효가 됩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중2~중3 학생들의 셀프 섹스비디오인 「빨간 마후라」 사건이 터지고요. 경찰은 거의 동시에 ‘일진회’ 등 학교 폭력 사태의 주범으로 만화를 지목합니다. 이 때 거론된 작품이 그 유명한 일본만화 「로쿠데나시 블루스(ろくでなしBLUES)」입니다. 애들이 이거 보고 따라했단 거죠. 7월 2일엔 신한국당 대표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요. 소매상과 만화방, 도서대여점 등을 압수수색영장 한 장 없이 무차별적으로 압수하기 시작합니다. 7월 9일에는 만화방 업자, 출판업자 142명이 ‘불량만화’ 유통혐의로 입건되고요. 7월 19일, 급기야 이현세 작가님이 검찰 소환을 통보받고 나흘 후인 7월 23일에 끌려갑니다.

    청소년보호법으로 동시에 사단법인에서 졸지에 준사법권을 휘두르는 기관이 된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이현세 작가님 소환과 거의 동시에 ‘유해만화’ 목록을 발표하는데요. 그 수는 무려 1700여 종 510만 권! 7월 23일, 이 목록을 기준으로 압수 수색을 실행합니다. 그리고 7월 31일, 성인 격주간 만화잡지 『미스터 블루』 『빅점프』  『투엔티 세븐』이 발행을 중단합니다. 한국의 ‘성인인 만화독자’층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색깔을 갖춘 만화들이 한꺼번에 몰살당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림] 『빅점프』, 『트웬티 세븐』, 『미스터블루』.

    양영순 작가님, 윤태호 작가님 등을 비롯한 실력파 작가들의 진한 작품들이 살아 숨쉬었던 잡지들.


    8월 2일에는 음대협이 고발한 스포츠신문 관계자와 만화가들을 대거 기소하는데요. 방학기·강철수 작가님 등 여덟 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조운학 작가님 등 세 명은 약식 기소, 이두호·황재·배금택·오일룡 작가님 등은 기소 유예됩니다.


    ■ 만화계의 반응

    ‘만화 심의 철폐를 위한 대책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는 건 앞서 설명했습니다. 발효 후에는 만화가들이 절필 선언, 홍보물 배포, 팬 사인회, 일일 감옥 체험, 삭발식 등을 진행했는데 이 당시 삭발에 참여한 작가분들은 장태산·권가야·이충호·문정후·전세훈·박찬섭·강웅숭 작가님 등 젊은작가모임(젊작모)를 중심으로 모인 분들이었고요. 7월 29일엔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범 만화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검경은 만화 및 대중문화에 대한 마구잡이 단속과 무차별적 규제를 즉각 중단하라.
        2. 정부는 위장된 검열을 일체 중단하고 표현 및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라.
        3. 정부는 '검열 보호'에 급급한 [청소년보호법]을 폐기하라.
        4. 청소년들의 창의적이며 자율적이며 다양한 문화 활동을 보장하라.

    이어 1997년 8월 21일 제3회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코엑스에서 1996년 11월 3일을 기념해 만화의 날로 정하기로 결의했고요. 이날 이후로 11월 3일이 만화의 날이 된 겁니다. 또, 잡지 발행 중단과 만화가 기소에 항의해 서울 신촌, 종로, 대학로 등지에서 서명운동을 벌여서 1만 4천여 명 분을 받았고요. 그해 가을에 열렸던 제2회 아시아만화대회에 참석한 만화가들과 연대해 ‘한국의 만화탄압 중지’를 요구하고 공동대처를 결의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만화가협회 차원에서도 자율심의를 꾀함으로써 상황을 타개해 보려고 했습니다.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만화출판인협회가 주축이 되어 한 권 5만 원의 심의료를 받으며 7월 중순부터 자율심의 업무를 진행하긴 하였습니다만 여기서 자율 심의를 거친 만화에 관해서도 간행물윤리위원회가 “너네가 했든 말든 우리는 따로 심의한다”라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사실상 무산. 결국 실질적인 의미는 없었습니다.


    ■ 「천국의 신화」 사태

    이현세 작가님이 소환된 지 얼마 후인 1998년 2월, 「천국의 신화」를 그려 ‘미성년자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약식 기소당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습니다. 청소년판을 별도로 제작해 다소 강한 장면은 암시적으로 묘사를 하고 있음에도 끝끝내 성인판의 내용으로 문제를 삼았다는 것이 개그죠. 이현세 작가님이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1심에서 벌금 3백만 원 유죄판결이 납니다. 이게 2000년 7월 18일. 항소를 통해 2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오는데 이게 2001년 6월. 검찰이 바로 상고를 하는데요. 근데 이 즈음, 중요한 사건이 하나 터집니다. 2002년 2월 28일 헌법재판소가 미성년자보호법에 있는 ‘불량만화’ 조항을 위헌으로 판결한 것이지요. 위헌 사유는 앞서 언급한 죄형법정주의 위반. “미성년자보호법과 아동복지법에 규정된 `불량만화'의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돼 있어 헌법에 위배된다“가 그 내용입니다. 대체 어떻게 돼 있었냐고요? ‘미성년자에게 음란성 또는 잔인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거나 기타 미성년자로 하여금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게 하는 만화’를 가리킵니다. (제2조의2, 불량만화등의 판매금지 등)

    여하간 이현세 작가님에게 미성년자보호법 위반혐의로 걸었는데, 그 건 근거가 위헌이 나고 만 겁니다. 결국 대법원은 ‘불량만화 조항 위헌 판결’을 기초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합니다. 이게 2003년 1월 24일. 엄밀히 말하면 무죄를 선고받았다기보다는 근거조항이 사라져서 이유가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거죠. 그래서 ‘완전한 승리’라 하기가 힘들죠.

    이겼다고 봐도 사실 상처뿐인 영광일 수밖에 없습니다. 5년에 걸쳐 50회 재판, 판사 네 번에 검사 여섯 번이 교체되었고 같은 말은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전체 100권 분량으로 고대 신화와 역사를 풀어내려던 계획도 축소되어 47권에서 마무리가 되었죠. ‘싸워서 무죄’가 되었으니 좋은 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법리 싸움은 걸려서 좋을 게 없습니다. 바로 이렇게 시간을 끝도 없이 잡아먹고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데에 있습니다. 때문에 법리만 따지는 건 정말 웃긴 이야기고요. 사실 만화계 언저리 등에 종종 보입니다. 소송 협박으로 사람 괴롭히기 좋아하는 사람 말이죠. 몹쓸 짓입니다 정말.

    참고로 이 당시 이 사단을 낸 장본인인 홍연숙 검사는 1970년생으로 사건 당시 20대 중반을 막 벗어난 새내기였습니다. 새내기 검사가 벌인 치기 어린 과욕이었다 할 수 있겠는데, 1997년 서울지검 검사로 출발해 사건 중간에 인천지검 부천지청으로 갔고 2001년엔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근무. 현재는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기소 전 단계인 소환 당시 홍 검사는 「천국의 신화」에 관해 “수간과 집단성교를 묘사한 하드코어 포르노”라고 일갈했었죠. (1997년 7월 25일자 한겨레신문, 「문화계 덮친 ‘공안’ 찬바람」 중에서) 더 재밌는 건 그에 앞서서 “비록 성인용이라 하더라도 청소년에게 해로운 만화를 시중에 유통시킨 책임은 면할 수 없다”(1997년 7월 20일 동아일보, 「폭력 음란만화 전면수사, 만화가 이현세 씨 소환키로」 중)라고도 했다는 점인데 뭔가 앞뒤에 안 맞습니다. 결국 홍 검사는 법리 싸움에서도 졌고, 그 이름 석자를 만화계 탄압에 나선 악질 검사로서 만화사에 진하게 남겼습니다. 물론 「천국의 신화」도 작품 자체에 관한 호불호 또는 비평 가능한 점과는 전혀 상관없이 표현의 자유와 얽힌 한 키워드로 오래오래 남게 됐죠.

    그리고 이 재판 결과가 개운치 않은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위헌 판결을 받고 사라진 미성년자보호법의 내용 자체가 청소년보호법의 심의 조항 등에 거의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겁니다. 그저 ‘불량만화’가 ‘청소년 유해매체’로 바뀌었을 뿐이지요.



    [그림] 2000년 7월 18일 1심 유죄판결이 나고 2000년 7월 23일 탑골공원에서 열린 만화인들의 침묵시위 풍경.



    ■ 청소년보호법이 만화계에 끌고 온 파장

    「천국의 신화」가 5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지지부진한 싸움을 전해가는 와중에 만화계 또한 시련에 시련을 덧대는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일단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 시장(이 자체가 ‘에로만화’를 뜻하는 게 아님)이 소멸한 데 이어 소매 시장 자체가 무너졌습니다. 청소년보호법 제 18조(구분·격리 등)을 보시면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제18조(구분·격리등) ① 청소년유해매체물은 이를 청소년에게 유통이 허용된 매체물과 구분·격리하지 아니하고서는 판매 또는 대여하기 위하여 전시 또는 진열하여서는 아니된다.

    또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17조(구분·격리 방법) 1항과 2항에 보시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오는데요.


        ① 법 제18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구분·격리하여야 할 자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이 구분·격리된 장소 또는 시설에 별표4의 방법으로 청소년에 대하여 당해 매체물의 판매등이 금지된 것임을 나타내는 표시를 부착하여야 한다.
        ②청소년유해매체물을 구분·격리하여 전시·진열할 장소 또는 시설은 당해 업소에서 영업자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서 청소년의 이용을 통제하기 가장 쉬운곳이어야 한다.  <신설 1999.6.30.>

    이는 곧 서점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은 작품은 빨-갛게 표시 잘 해놓아 보이기도 잘 보이는 별도 책장을 갖추고 모아놓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표시 문구와 크기도 지정해 놨어요. 한쪽이 각각 400mm, 100mm 이상인 직사각형 안에 ‘19세 미만 구입 불가’라고 적어놔야 합니다. 대형 서점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소매서점들이라면 어떨까요. 만화만을 위해서 별도 서재를 따로 갖춰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제59조(벌칙)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벌금을 맞게 됩니다. 마진 크지 않은 만화 때문에 벌금까지 맞을 판이니 소매 서점들이 만화를 들여놓고 싶겠습니까? 안 하죠. 이게 만화 단행본의 소매 시장이 홱 줄어든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물론 이 틈바구니에 수십 년 이상 기형적인 틀을 유지해 왔던 만화 총판 유통망에 기대고 있던 도서대여점이 대거 비집고 들어오면서 만화책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시작한 것도 문제였지만요. 그 큰 요인을 청소년보호법이 제공했음을 부정할 순 없을 겁니다. 독자들의 소비 패턴 자체가 망가졌고, IMF로 지갑까지 얇아지면서 악순환을 거듭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보호법은 격리 비치용 표시는 물론 책에 붙일 표시도 지정해 놓고 있습니다. 청소년보호법 14조는 유해 매체물에 관해 표시를 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데, 그 모양새도 제시하는 거죠. 시행령 제14조를 보겠습니다.


        제14조(청소년유해표시의 종류ㆍ방법) ①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유해표시의무자는 법제22조의 규정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고시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별표 3이 정하는 바에 따라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으로 청소년유해표시를 하여야한다. 다만, 다른 법령에서 유해표시방법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법령이 정하는바에 의한다.

        ②청소년유해표시가 되지 아니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유통의 목적으로 소지하고 있는자는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청소년유해표시의무자에게 지체없이 청소년유해표시를하여 줄 것을 요구하거나 직접 청소년유해표시를 하여 유통시킬 수 있다.
        [전문개정 1999.6.30.]

    1항에 적힌 ‘별표3’에서 간행물에 해당하는 건 한 쪽 60mm에 다른 한 쪽이 15mm 이상인 직사각형 안에 그 안에 빨간 바탕에 하얀 글씨로 ‘19세 미만 구독불가’를 적는 겁니다. 참고로 유해매체물은 청소년보호법 15조에 따라 반드시 포장해야 합니다.


    [그림] 청소년유해표시의 예


    청소년보호법이 끌고 온 또 다른 큰 문제는 제재를 우려한 매체의 자체검열입니다.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규정 제12조의2 (정기간행물 등의 심의특례)를 살펴보지요.


        ① 유통기간이 짧은 정기간행물로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게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청소년유해간행물 표시와 포장을 하지 아니하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청소년보호법제8조제5항에 의거, 간행물의 종류, 제목 등을 특정하여 청소년유해간행물로 결정, 고시할 수 있다.
            1. 일간은 발행회수 12회 중 6회 이상 청소년유해간행물로 결정될 경우 고시일로부터 2주 이내에 발행되는 간행물
            2. 주간은 발행회수 6회 중 3회 이상 청소년유해간행물로 결정될 경우 고시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발행되는 간행물
            3. 월간은 발행회수 4회 중 2회 이상 청소년유해간행물로 결정될 경우 고시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발행되는 간행물 <본조신설 99.6.25>
        ② 외국간행물 심의의 신속성ㆍ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법 제19조 제1항에 해당하는 외국간행물 안건은 제5심의위원회가 심의ㆍ결정한다.
        ③ 제5심의위원회는 심의의 신속성ㆍ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입추천 신청 외국간행물의 목록 심의, 외국간행물 견본제출 명령 및 법 제19조제1항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되고 신속한 배포를 요하는 외국간행물의 심의ㆍ결정은 상근심의위원에게 위임한다.
        ④ 상근심의위원이 제3항의 행위를 하였을 경우, 해당 심의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개정 신설 2003.2.28>

    자. 일개 작품 뿐 아니라 잡지나 신문 등도 이렇게 아예 전체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일정 기간치가 지정될 수 있지요. 그런데 청소년유해매체물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당연히 청소년 못 삽니다. 또 앞서 언급한 대로 구분, 격리된 매대가 있어야만 팔 수 있습니다.  포장도 해야 하고 딱지도 붙여야 하죠. 게다가 제20조에 따라 광고선전도 제한됩니다. 이러니 잡지 입장에서는 그 자체가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이건 그냥 폐간명령이죠.

    이러다 보니 잡지사에서 작가의 원고 가운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내용을 수정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시공사에서 나왔던 순정지 『비쥬』에 연재되었던 양여진 작가의 「주희주리」 2003년 8호(4월 15일자) 연재분이 작가 동의도 없이 멋대로 수정 당했지요. 원래는 씬 자체가 나온 것도 아니고 남녀가 침대 위에 있는 장면입니다만, 노출도 사실 야하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인데 편집을 통해 침대 장면을 지워놓은 거죠. 중간 칸을 삭제하고 하단 칸을 확대한 다음 배치를 변경했습니다. 대사를 삭제하거나 변경했고요.


    잡지 입장에서야 경고 누적으로 잡지 자체가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지정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점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매체가 알아서 가위질을 한 모양새를 남기고 말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컸습니다. 양여진 작가님은 이에 항의해 한 화를 쉬었습니다. 청소년보호법이 남긴 상처입니다.









    [그림] 「주희주리」 2003년 8호 『비쥬』 연재분들. 왼쪽이 원본, 오른쪽이 수정본.



    ■ 청소년보호법의 목적은 청소년 보호가 아니다

    사실 청소년보호위는 스스로 정한 고려사항조차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심의기준 다음의 고려사항인 10조 2항을 봅시다.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적용함에 있어서는 현재 국내사회에서의 일반적인 통념에 따르며 그 매체물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예술적·교육적·의학적·과학적 측면과 그 매체물의 특성을 동시에 고려하여야 한다.

    청소년보호위의 일반심의기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매체물에 관한 심의는 당해 매체물의 전체 또는 부분에 관하여 평가하되 부분에 대하여 평가하는 경우에는 전반적 맥락을 함께 고려할 것

    그리고 지금까지 상황을 보셨으면 이 대목에서 피식 웃을 수밖에 없지요. 언제 그런 걸 고려했습니까. 이 대목에서 우리는 청소년보호법의 원래 목적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보호법 제정 전 원래 추진되었던 법 명칭이 무엇이었나 아십니까? 바로 ‘음란매체규제에 관한 법’입니다. (참세상, 2001.2.12., 「“보호” 빙자 “통제” 노려」, 이택승)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게 아니라 음란한 유해매체를 지정하고 이를 잡아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거였죠. 이름만 살짝 바꿔 좀 더 받아들여지기 쉽게 했을 뿐입니다.

    이러니 애초에 청소년보호와는 거리가 먼 통제책으로 마련된 법이 청소년 보호라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리가 없지요.


    ■ 청소년유해매체물이라는 주홍글씨

    현재 등급제도에서는 만화 출판사가 1차로 자율적으로 등급을 결정합니다. 12세 이상만 보세요, 15세 이상만 보세요 식으로 말이지요. 그리고 사후심의를 거쳐 심의기관에서 유해성 여부와 등급이 매겨지면 해당 만화책에 관해 19세 미만 구독불가 스티커를 제작해 서점 및 총판 등에 배부합니다. 물론 아예 19세 딱지를 붙이고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의기관은 현재도 유해매체 표시 없이 유통되는 경우와 성인만화를 일반도서와 구분해 격리조치 하지 않고 판매하는 경우를 단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수위가 높은 작품을 그린 경우 자체적으로 19금을 달면 무난하지 않겠는가 할 수 있겠지요. 19금을 다는 게 무슨 대수냐 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웹툰 연재란이 19금을 달고 로그인 절차를 밟아 연재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읽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매체 차원에서 자율 등급을 매긴 겁니다. 어디까지나요. 지금 중요한 건 19금 딱지가 붙었느냐 아니냐보다, 그 작품이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받느냐 마느냐의 문제죠. 딱지야 자발적으로 붙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유해매체물이 되고 나면 일단 법령에 따라 사방에 고지가 됩니다. 이 작가와 이 작품은 애들에게 유해한 걸 그린 작가다-라고 공지하는 거죠. 또 일체의 광고 등이 금지되니 일단 노출도 자체가 반 이상은 깎여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책 또한 판매고에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일단 대중적인 시장을 포기하고 들어가야 하는 거니까요. 로그인을 통한 연령 확인 절차를 감수하고 들어간다손 치더라도, 이 귀찮음을 독자에게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물론 이 절차를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그랬다간 바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7에 근거해 유통금지 처벌을 받게 됩니다.

    한 가지 좀 오버를 해 보자면, 정보통신망법 제61조에 해당하는 경우 작품 때문에 포털 사이트의 만화연재란이 날아갈 수 있습니다.


        제61조(통신과금서비스의 이용제한)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과금서비스제공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 대한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개정 2008.2.29, 2011.9.15>
        1. 「청소년보호법」 제16조 를 위반하여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청소년에게 판매·대여·제공하는 자
        2.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수단을 이용하여 통신과금서비스이용자로 하여금 재화등을 구매·이용하게 함으로써 통신과금서비스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자
        가. 제50조를 위반한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 전송
        나. 통신과금서비스이용자에 대한 기망 또는 부당한 유인
        3.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금지하는 재화등을 판매·제공하는 자

    청소년보호법 제16조는 유해매체물 표시와 포장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고 이를 위반한 채로 청소년에게 판매, 대여, 제공하는 경우 서비스 제공을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이건 로그인 걸고 표시 달면 된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사례와 절차가 반복되면서 포털 사이트가 웹툰 서비스 유지 의지가 사라진다면? 애초에 포털 사이트에서 웹툰 서비스가 트래픽에 상당히 기여한다고는 합니다만(일례로 네이버의 경우 전체 트래픽에서 만화가 5위권이라 함. 한국경제 2011.12.16., 「"88만원세대? 그도 부러운 40만원 만화가입니다"」) 창작물이라기보다는 트래픽 유치용 미끼 서비스에 가까웠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이 반복될 때 걸리는 각종 서류, 과징금 등을 굳이 감내할 필요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오버를 해 보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여러분의 연재공간이 그렇게 안락할 수만은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웹툰작가분들에게도 현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문제를 출판만화작가들은 십수 년 전부터 이미 겪고 있었던 거고요.


    참, 등급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 만화 출판사들이 자율적으로 15세 19세 달고는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과 유해하지 않은 것 둘 뿐입니다. 기준 참 더럽죠? 그런데 하나가 더 있긴 합니다. 뭐냐면, 아예 성인도 못 보게 할 수 있다는 사실.


        제36조(수거·파기) ①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된 매체물 및 청소년유해약물등이 제14조(제26조제4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의 규정에 의하여 청소년유해표시가 되지 아니하거나 제15조(제26조제4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의 규정에 의하여 포장되지 아니하고 유통되고 있거나, 각 심의기관의 청소년유해여부 심의를 받지 아니하고 유통되고 있는 매체물로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 소유자, 기타 당해 유통에 종사하는 자에 대하여 그 매체물 및 청소년유해약물등의 수거를 명할 수 있다.  <개정 1999.2.5, 2001.5.24, 2004.1.29>
           ②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수거명령을 받을 자를 알 수 없거나 수거명령을 받은 자가 이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수거 또는 파기하게 할 수 있다.  <개정 1999.2.5, 2004.1.29>
           ③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수거·파기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④시장·군수 또는 구청장 및 경찰서장은 청소년이 소유하거나 소지하는 「주세법」의 규정에 의한 주류, 「담배사업법」의 규정에 의한 담배 및 성기구와 같은 청소년유해약물등과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수거하여 폐기 또는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  <신설 1999.2.5, 2001.5.24, 2004.1.29, 2005.3.24>

    즉 이에 따르면 아예 유해매체물 대상 자체가 전량 ‘폐기’되어야 합니다. 만화는 아니나 소설 「GOTH」 가 2008년 7월 국내 수입되었다가 반인륜적인 내용이라는 이유로 폐기처분을 받는 바람에 이의신청을 거쳐 19금 딱지를 붙이고 가까스로 판매가 가능해진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는 이의가 먹혔지만, 우리나라가 성인도 못 보는 게 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지요.

    하긴, 우리나라는 19세 미만 구독불가 딱지를 붙여봐야 제대로 된 섹스씬, 에로물 하나 제대로 볼 수 없는 나라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국내 정식 성인 방송만 봐도 이게 얼마나 하품 나오는 수준인지 잘 알 수 있지요. 기왕 청소년 유해매체 딱지를 붙일 거면 어른들 한정으로는 한도를 두지 말아야지요. 물론 아동포르노 같은 사례를 들 수도 있을 겁니다.  그 경우조차도 아동 포르노의 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법적 제재를 요구할 수 없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법이고,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입니다


    ■ 대대적 단속 이면에 숨은 의도들

    만화 때리기는 정권들이 즐겨 이용하는 부모 계층 결집용 정책입니다. 특히 사회적 사안의 여파를 희석하고 비판 발언을 소란스러움으로 덮기 위해 자주 쓰였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2011년 말부터 일어난 최근 사례는 굳이 더 말 안 해도 잘 아시겠지요.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으로 자살한 아이 사건을 게임과 만화에 뒤집어 씌워 신문과 공조해 융단폭격을 가했죠. 정권 차원의 신호와 종편 채널에 광고 넣지 않는 데에 따른 보복차원으로 시행했다는 시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번에 웹툰 스물네 편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기 일보직전이라는 상황까지 왔지요.

    예전엔 어땠을까요. 크게 세 가지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1972년에 한 초등학생이 주인공이 죽었다 살아나는 것을 보고 따라 해 자살했고요. ‘불량만화’ 척결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이 때 있었던 일이 뭐냐면, 박정희가 제 7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에 가까스로 이겼고 대중 불만이 고조되던 단계였어요. 1980년엔 <사회정화위원회>라는 조직에서 만화가 69명을 미성년자 보호법위반이라는 구실로 고발하고, 그 결과 14명의 만화출판관계자가 불량만화제작자라는 이유로 구속되어죠. 이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진압한 전두환 정권의 정국 수습책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1997년. 언급한 바 대로 바로 이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되고 압수수색과 작가 소환, 기소 등이 잇따랐죠. 이 때엔일진회, 「빨간 마후라」 등이 등장했고 또 대선 직전이었습니다.

    이렇듯 만화, 요즘은 게임이 1차가 되어 참 미묘한 기분입니다만 어쨌든 단순히 만화가 나빠서 고쳐주려고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대대적인 조치에는 반드시 의도가 있습니다. 만화를 비롯한 대중문화계는 그 흐름을 파악해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요즘 같이 청소년보호법 뿐 아니라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를 위한 법률 같이 역시 기준 모호해 몹시 위험천만한 법이 등장하는 판국이라면 더욱이 그렇습니다.


    [그림] 1970년대, 만화 화형식 풍경



    ■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이와 같은 사안을 통해 청소년보호법이 어떻게 만화계를 유린했고 왜 문제가 되는지, 또 단순히 출판된 만화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웹툰조차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작가분과 출판사분이 “심의가 느슨해졌다”라고 하면서 걱정도 팔자라는 반응을 보였다 했었죠. 천만에요. 그저 잠시 관심이 멀어졌을 뿐이었습니다.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법을, 위정자는 기어이 써먹고 말았습니다. 이게 참 비참한 일입니다.

    청소년보호법으로 기틀이 흔들리고 이어서 도서대여점 범람과 IMF가 겹쳐 들어오면서 소비 시장 자체가 무너지고, 미처 수습할 여지도 주지 않은 채로 만화계의 트렌드는 급격하게 웹으로 옮겨 옵니다. 그리고 웹에서 시도된 여러 가지 것들 가운데에서 가장 대중친화적이고 문법적인 자산을 갖추었던 웹툰이 살아남아 현재 10년차를 맞이했지요. 하지만 그동안 법을 극복하지 못한 채 그 당시 만화를 탄압했던 자들에게 정권을 다시 빼앗긴 결과, 1997년에 당했던 그대로를 웹툰이 다시 당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웹툰 쪽에 계신 신진작가분들은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신 듯합니다. 그래서 이리 길게 설명했습니다. 이게 지금 남 이야기가 아니고, 심지어는 매체 자체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그럴 리 없다’ 장담하기보다는 우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눈앞에서 보이듯, 상대는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청소년보호법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만화진흥법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같은 사안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지금이 어느 지점까지 왔는지를 알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딱 상자 뚜껑 높이까지밖에 뛸 수 없게 된 실험체 벼룩 신세에, 오히려 해외에서 수입해 온 작품들에 비해 표현 면에서 오히려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 그게 지금 우리 만화계가 처한 상황입니다. 정말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이제는 ‘그럴 리 없다’는 낙관을 치우고 다 같이 고민해 봐야 할 때입니다. 저도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 위정자 여러분. “솔직히 그거 좀 심하지 않아?”라는 말은 저잣거리에서 그냥 할 수는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법으로 어디까지가 가능하다고 무조건 규정지으려 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잣거리의 일을 저잣거리에 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2000년 7월 침묵시위 당시 강경옥 작가님이 연사로 나서 던진 한 마디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판단을 못할 만큼 바보가 아닙니다”
    란스씨의 꼬릿말입니다
    내가 오유하면서 느낀건데 제목 잘 짓는 것도 진짜 능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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