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내가 자대 배치를 받고</p><p>갈굼과 욕으로 아침을 시작해 갈굼과 욕으로 하루를 끝마치는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이등병 시절</p><p><br></p><p>어느날 일과가 끝나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p><p>선임이 나를 불러 앉혔다</p><p><br></p><p>다음주에 준비태세니까 군장싸기 연습해야 겠다</p><p>통과시간은 5분 .. 그 안에 못하면 계속 반복이다</p><p>00(동기)하고 00(1달선임)은 2번 만에 통과했다</p><p><br></p><p>시작!</p><p>유난히 손이 느렸던 나는 첫 군장싸기에 10분이 넘게 걸렸고 .. 고참으로부터 군장하나도 드럽게 못 싼다며 욕을 한바가지로 처먹었다</p><p><br></p><p>시작!</p><p>그 다음은 그나마 좀 나아서 간신히 10분</p><p><br></p><p>시작! </p><p>9분</p><p><br></p><p>시작!</p><p>8분</p><p><br></p><p>반복 반복 반복..</p><p><br></p><p>내가 군장을 정말 못 싼 이유는 손이 느린 것도 있었지만..전투화 사이즈가 285 EE 였다</p><p>남들하고 똑같이 전투화를 넣어도 남들은 한번에 쏙 들어가는데 나는 손으로 두드리고 비집고 밀어 넣어도 당췌 제대로 들어가지를 않았다</p><p><br></p><p>7.8여번을 넘게 반복하다 보니 한 여름이었던 날씨에 온몸은 땀으로 범벅에다 얼굴은 분함과 억울함에 시뻘개졌다</p><p><br></p><p>결국 엉엉 울면서 군장을 싸고 있는데 건너편 침상에서 내 꼴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상병이 와서 내 뒤통수를 한대 치고는</p><p>(이 선임도 전투화 사이즈 285 EE)</p><p><br></p><p>"야이 등신아..그렇게 넣으면 당연히 잘 안 들어가지..이렇게 포개서 이렇게 넣으면 한번에 쑥 들어가잖아"</p><p><br></p><p>전투화가 들어가자 단번에 5분내에 찍고 또 그게 좋다고 한심하게 처 웃고 있으니</p><p>"으이그 저 등신 처 웃는 꼴하고는 .. 가서 세수나 하고 와라 ㅉㅉㅉ"</p><p><br></p><p>그렇게 험난했던 하루는 끝이 났다</p><p><br></p><p><br></p><p><br></p><p><br></p><p><br></p><p>어느 덧 시간이 흘러 병장이 된 나..</p><p>"야 .. 짜샤 봐봐 .. 285 전투화는 그렇게 넣는게 아니야 .. 이렇게 포개서 이렇게 쑥 넣야 잘 들어가지"</p><p><br></p><p>같은 침상의 그 누구보다도 군장싸는 속도가 빠르다</p><p>병장의 군장싸는 속도는 레알 불가사의 한 듯...</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