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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ilitary_45993
    작성자 : 행복한그림자
    추천 : 4
    조회수 : 5002
    IP : 49.143.***.237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07/03 21:55:37
    http://todayhumor.com/?military_45993 모바일
    여친이랑 예비군 훈련 받은 썰

    [썰즈넷 펌]


    내 여친은 집착과 질투가 심해서 진짜 피곤했었다.
    친구 한 놈이 늦게 입대를 해서 오랜만에 다들 모여 술 약속을 잡았는데
    여자친구가 무조건 따라 오겠다는 거야.

    나는 사내끼리 모여 우애를 다지는 자리에 여자가 끼면 안됀다고 했는데
    자기가 옆에서 내가 술을 얼마나 마시는 지 담배는 얼마나 피는 지
    무슨 얘길 하는 지 무조건 봐야 되겠다고 우기더라.

    결국 이 문제로 몇 시간을 다투다가 여친이 빡돌길래 내가 먼저 꼬리를 내렸어.
    방해가 안되겠다는 약속을 받고 당일 날 저녁에 주점에서 친구들이랑 만나서
    술을 마시는데 여친은 따로 옆 테이블에 혼자 자리 잡고 우리 술 다 마실 때까지 날 구경했다.
    절대 아는 척 하지 마라길래 진짜 아는 척 안 하고 친구랑만 놀았다.
    같이 시내에서 돌아 다닐 때 별 생각 없이 신호등 앞에 여자를
    위 아래로 훑어 봤다가 30분 동안 씹털린 적도 있다.
    사람 한 번 쳐다봤다고 더럽다니 변태라니 오만 말들은 다 들었다.

    여친이 담배연기를 진짜 싫어했는데 담배를 펴도 항상 자기 옆에 있어야 했고
    세수나 목욕도 무조건 같이 해야했다.
    무슨 일을 하던지 항상 자기 옆에 내가 있어야 된데.
    폰에는 엄마를 포함한 모든 여자 번호는 다 지워야하고
    인터넷 아이디가 있으면 공유해야 했고 길 가다가 오랜만에
    본 친했던 여자 동창생을 만나면 인사는 물론 눈길조차 주면 안됐다.

    뭐, 서론이 길었는데 대충 이 정도면 어떤 성격인지 파악이 되지?
    참고로 이때 내 나이가 스물 네살이었고 여친은 열아홉 살이었다.
    문제는 내가 예비군 훈련을 받음으로써 시작 되었지.
    길게 쓰기도 귀찮고 대충 요약해서 간단하게 쓸테니 이해바람.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받고 여친에게 곧 훈련 받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여친은 검정고시 준비하며 알바를 하고 있었거든.
    근데 하필이면 여친 휴무일이랑 내가 훈련 받는 날이랑 겹치는 거야.
    여친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예비군 훈련이 뭐냐고 묻길래
    지금 받는 건 향방작계라고 어디 경계지에 짱 박혀서 시간 때우다가
    해질 때 집에 간다고 하니까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돌연 자기도 가겠다고 징징됨.
    순간 정신이 혼미해서 멍때림.
    말했듯이 여친은 엄마랑 통화하는 거에도 삐질만큼
    질투가 너무 심하고 집착도 박살나서 결국 같이 가기로 했다. 

    우리는 차를 타고 같이 예비군 중대까지 갔다. (면사무소 예비군 동대)
    여친은 차에 남고 나는 한 시간 가량 동대장님께 설명 들으며 장구류와 소총을 지급 받았다.
    경계작전지로 행군가고 있는데 여친은 택시를 타고 적정 거리를 두고 나를 미행함.
    이 후 매복지에서 세, 네 사람씩으로 나누어 참호 안에 짱 박힐 때
    여친에게 몰래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려줬다.
    여친은 내가 동대에서 설명을 듣고 장구류를 착용하는 사이에
    사둔 치킨을 들고 와서 예비군 아저씨들과 함께 닭다리를 뜯었다.
    전날에 행정병한테 전화를 걸어서 어떤 훈련이고 어디를 가는 지 알아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 

    나랑 같이 참호에 있던 예비군 아저씨들이 멀리서 여자가 걸어오니까 많이 놀라했는데
    내 여친이라고 하니까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소리 내더라.
    걸리면 곧장 퇴소 조취를 받기에 나한테 뭐라고 말 하려다가
    여친이 들고 온 치킨에 표정이 해맑아졌다.
    11월이라서 날씨가 쌀쌀했는데 여친이 옷을 춥게 입고 와서
    야상을 벗어 입혀주고 머리로 열기가 빠져 나간다면서 머리에 방탄헬멧 씌어 줌.
    헐렁하고 삐딱한 게 귀여워서 빠게다가 쳐맞을 뻔 했다. 

    작전지가 해안에 암초들 위에 만들어진 진지였고 의자가 있길래
    두 개 들고 와서 붙어 앉아 여친 어깨에 어깨동무 하듯이 손 올리고 다리를 꼬아서
    소총 거치대에 올리고 바다를 바라 보는데 나름 낭만적이더라.
    멀리서 부터 누가 오는 지 보이기에 들킬 염려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스릴 있고 재밌었다.
    끝나기 30분 전에 근처 도로에 주유소가 있어서
    그 쪽으로 택시 불러서 여친 보내 놓고 한 숨 잤다.

    쓰고 보니 별거 없네. 너무 무미건조하게 쓴 듯. 어짜피 그 때 무슨 얘길 나누었는 지
    지금은 기억도 안나기에 간략하게 적어서 재미는 있을 지 모르겠지만
    따라 하는 예비군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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