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바탕글">전역한지 두 달쯤 된 예비역 오징어입니다.</div> <div class="바탕글">군대가기 전부터 눈팅만 했었는데 밀게에 재미있는 군대썰도 많이 올라오고 해서</div> <div class="바탕글">제 에피소드를 하나 투척해봅니다.</div> <div class="바탕글">음슴체가 익숙하질 않아서 반말체로 감.</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div> <div class="바탕글"></div> <div class="바탕글">때는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나는 갓 병장을 달고 내무실에 퍼져있다가 대장에게 호출되었다.</div> <div class="바탕글">(대 : 중대~대대 중간쯤 됨. 지휘관은 소령급)</div> <div class="바탕글">훈련차 합참(..)에 다녀오라는 것이었는데 말년에 너무한다고 궁시렁대면서도 시간은 빨리 가겠다 싶었다.  사실 이전 훈련 때에도 한 번 다녀온지라 각종 꿀빠는 타이밍과 장소도 파악이 끝난 상태.  끝나고 특박까지 준다고 하니 발걸음도 가볍게 용산으로 향했다.  훈련 내내 별 특별한 일은 없었다.</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사건은 마지막 날 터졌다.  별 탈없이 끝나가서 긴장을 놓은 탓일까. 의장의 오전평가가 끝나고 담당 간부가 사무실에 USB를 놓고 왔으니 빨리 가져오라고 날 재촉했다.  일장연설이 끝난 직후라서 다들 일어나는 분위기였고, 빨리 가지 않으면 짬에서 밀려 엘리베이터를 못 타고 대여섯층을 뛰어올라갈 판이었다.  마침 근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것을 보고 냉큼 달려갔다.</div> <div class="바탕글"></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합참에 근무해본 헌병이나 파견병이라면 알 것이다.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5개가 있는데 4개는 평범한 은색이고 범상치 않은 금색 엘리베이터 하나가 따로 있다는 것을.  거기서 저건 왜 금색일까 고민을 해봤어야 했다.</div> <div class="바탕글"></div> <div class="바탕글">타려고 하는데 반쯤 열린 문 사이로 웬 중령이 손을 내밀어 내 가슴을 밀쳤다.  명백한 타지말라는 신호였다.</div> <div class="바탕글">‘조까! 난 말년이라고!’ 패기를 부리며 비집고 들어갔는데</div> <div class="바탕글">.</div> <div class="바탕글">.</div> <div class="바탕글">.</div> <div class="바탕글">어깨에 별 네 개가 달린, 어디선가 많이 보던 얼굴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머리가 후광을 두른 듯 눈부시게 빛났다.  수행원으로 보이는 중령, 대령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div> <div class="바탕글">그렇다. 난 합참의장 엘리베이터를 뺏어탄 것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img style="border-top: medium none; border-right: medium none; border-bottom: medium none; border-left: medium none" alt="저 그냥 나갈게요.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9/13803447332rJFxTm2cp8Je5FNfSwjDtjCRt.jpg" width="420" height="535" /></div> <div style="text-align: left"><img style="border-top: medium none; border-right: medium none; border-bottom: medium none; border-left: medium none" alt="안된단다.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9/1380344733Jkfjie8vOtEFrBP.jpg" width="420" height="535" /></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그렇게 내 군 생활은 끝나고 세상은 멸망했다.</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div> <div class="바탕글">아니, 아직 포기할 수는 없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가죽을 가지고 돌아온다지 않던가. 마음을 다잡는데 선빵을 맞았다.</div> <div class="바탕글">“XX부대에서 여기는 어쩐 일로 왔는가?”</div> <div class="바탕글">...부대마크와 명찰 때문에 이미 소속/관등성명까지 신상파악 완료. 훈련 때문에 왔다고 하자 일반적인 덕담을 늘어놓는데 나는 한마디 한마디를 금과옥조처럼 새겨듣는 자세로 맞장구를 치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다. 30년같던 30초가 지나고 마침내 문이 열리던 순간 나도 모르게,</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충성! 사랑합니다!” 하고 경례를 붙였다.</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그 때의 정적은 사돈간의 어색함이나 부킹가서 전 여친을 만난 것에도 비할 바 아니었다.</div> <div class="바탕글">다행히 시공이 오그라들기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먼저 닫혔고, 나는 무사히 제 날짜에 전역할 수 있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