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속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이나 논쟁으로는 상대방의 마음을 바꾸기 힘듭니다. 그냥 소모적인 논쟁이며 감정소모이죠. 얼굴을 맞대고 하는 오프라인 토론에서조차 상대방과 하는 토론과정속에서 아 내가 잘못생각했군 ! 이제부터 생각을 바꿔먹어야겠다라고 인정한 토론을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하물며 인터넷에서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다수와 다수가 그냥 키보드로 읊어대는 자신의 주장과 근거에 타인이 동조할 확률은 더욱 적습니다.
N프로젝트를 하지 말자 !라는 이야기는 별론으로 하겠습니다. 이 문제는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인듯 합니다.. 저도 다음, 네이버뉴스를 간간히 보고 특히 네이버 뉴스에서 증거는 없지만 대충 알바들이 달았겠거니라고 의심되는 리플도 많이 봤습니다만 제가 적으려는 글은 N프로젝트의 정당성 여부가 아닙니다.
N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봐온 입장에서 제가 가진 물음은 어떠한 권리로 오유를 대표하느냐, 그니까 대표성입니다. N프로젝트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오유 유져 과반수 이상이 여기에 찬성한다던가, 아니면 N프로젝트가 계속되옴에도 아무런 논쟁이 되지 않는다면 이는 묵시적으로라도 유저들에 의해서 오유의 대표성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오유 커뮤니티 소유자인 운영자가 이끈 것이거나요. 제가 보건대 벌써 이렇게 논쟁이 오가며 논쟁 과정속에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있다는것에서부터 N프로젝트는 유저들에 의한 대표성은 잃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유인들 전부가 어디가서 투표를 할수도 없는 것이고 그냥 게시물 하나에 찬성하는사람은 여기 추천하고 반대하는사람은 반대주세요라고고도 할 수 없는 것이죠. 제가 적고싶은 말은 오유의 이름을 달고 하는 운동인만큼 운영님의 입장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영자님의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면 N자는 떼고 하는것이 맞겠죠.
이 토론은 제가 보건대 끝이 날 수 없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치우친다면야 겉으로는 반대의견이 나오지 않아 해결된거 같지만 그게 진정한 끝은 아니죠. 그냥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지쳐서 끝날수도 있구요.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그날 / 이성복
그날 아버지는 일곱 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 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 치는 노인과 변통의 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