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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1714992
    작성자 : 네번째커튼콜
    추천 : 1
    조회수 : 249
    IP : 42.62.***.6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02/14 09: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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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인생 돌아보기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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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렇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채로 밤이 지났다. 평소와 다를것 없는 평일 아침이였지만

    변한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

    잠에서 깨어 눈을 뜬 그날 아침 나의 세상은 모든게 달라져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세상 모든게 아무렇지 않았다.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바닷속에서 잠수함을 타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에게 보이고 들리는 세상은 나와는 별개의 세상이었다.

    나와 소통되지 않았고 섞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쓰이지 않았고 어떠한것도 나와는 상관이 없었다. 왜 인지 말을 할 생각도 들지 않아서 말수도 없어졌다. 나와 상관없는 세상과 무슨 대화를 할게 있을까.

    감정이 사라졌다 라는게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였던것 같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화나지도 않았다. 그냥 전날밤의 소동 이후로 나는 이 세상과 관련 없어졌다.

    정말이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나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건 형이였다. 아침에 잠에서 깨서 나를 보고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듯했다. (아무리 집에서 무뚝뚝하고 관심없이 행동하던 형이라도 전날의 소동 때문인지 내가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형은 엄마에게 나를 좀 챙겨봐야하겠다고 말하고 학교로 나섰고 어머니는 나의 변화를 대번에 알아차렸다.

    어머니는 나에게 많은것을 물어보시며 말을 거셨는데 나는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아니 말을 하는것 자체의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초점없는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볼 뿐이였다. 상황의 심각함을 느낀 어머니는 바로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는 전날밤 경찰서를 나서 바로 부대로 들어가서 밤을 보내신 모양이였는데, 어머니는 전화로 당신의 아들을 책임지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지르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집에 도착하셨다.

    어머니는 평소 연약하고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우리 형제에 대한 일이라면 무서운 것이 없으셨다.


    집에 도착한 아버지는 나를 보고선 꽤나 놀라신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평상시 아버지 말이라면 무조건 순종하던 모범생 막내아들이 불연듯 본인에게 대들고 심지어 당신을 수갑까지 차게 만들었던 전날 밤만으로도 놀라 자빠질 일인데, 오늘 집에 들어와보니 아무것에도 반응하지 않는 바보가 되어 앉아 있었니 말이다.

    어머니는 나를 어쩔꺼냐며 아버지께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아버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서 나에게 계속 말을 걸며 나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그와중에도 사과의 말은 없었고 그냥 왜 그러냐고 하는 다그침이 전부였지만..

    물론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말 뜻이 뭔지는 알고있지만 왜 나에게 말을 거는지 의미가 전해지지 않았다. 어항속의 금붕어가 입을 뻐끔거리는듯한 느낌.


    어머니와 아버지는 곧바로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셨다. 평상시 신경정신과라면 펄쩍 뛰시던 아버지도 사태의 심각함을 느꼈는지 어머니를 따라 병원으로 들어서는데 아무 반대도 없었다.

    그렇게 병원에 같이 가시자고 설득할때는 화를 내시며 무시하던 아버지와 같이 병원에 들어서다니. 이정도 상황은 되어야 병원에 오시는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 재미있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금방 사라졌다.

    병원 접수처의 평상시 우리 모자를 반겨주던 간호사 누나는 어머니와 나를 보자마자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평상시의 상냥한 미소 대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바로 선생님께 안내해 주셨다.


    의사선생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몇마디 걸어보시곤 간호사 누나를 불러 나를 상담실 밖으로 데리고 나오게 하셨다. 간호사 누나는 내 모습이 많이 안쓰러웠는지 내 손을 잡아주시고 상담실 밖에 같이 앉아계셨는데 살짝 열린 상담실 문 사이로 의사선생님께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나무라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진작 제대로 치료했으면 저렇게까지 악화되지 않았을것이라며 앞으로 아버지도 상담치료를 오겠다는 약속을 받으시는 듯 했고, 뭔가 심각한 대화가 오고간 뒤 어딘가로 전화를 하시는듯 했다.


    그리고 나는 바로 큰병원으로 이동하여 입원 수속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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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2/14 15:14:51  223.39.***.174  오늘도삼겹살  76706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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