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신드롬 2
by 슈헤르트
세상이 뒤엉키듯 마치 우주에 있는것마냥 고요했고 , 또한 울렁거렸다 .
마지막으로 기억나는것은 자신이 공을 너무 멀리 던져버려서 그걸 주우러
숲속으로 들어갔던거였고 , 그 공을 찾았을때 어떤 아저씨를 만났다는것이였다 .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그 아저씨가 나무뒤에서 나와 말을 걸었었지 .
" 으으 . . "
공황상태에 빠질것만 같은 미칠듯한 어지러움에 애플블룸은 나지막히
신음을 흘렸다 . 그 아저씨를 만난 뒤로는 뇌가 정전상태가 되버린듯
깜깜하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 애플블룸은 살며시 눈을떴다 .
딱히 이상할것 없는 가정집이였다 . 다만 여기저기에 술병이 많이
놓여있었고 , 약간 지저분한 분위기였으며 창문마다 커텐을 쳐놓았고
하나밖에 달려있지 않는 회색빛 조명이 집안에 약간 음침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
그리고 자신은 거실 한가운데에 있는 의자에 앞 뒷다리가 묶여있었다 .
" 대체 , 이게무슨 . . ! "
' 저벅 , 저벅 "
애플블룸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당황스러워 하며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있을때 , 주방에서부터 누군가 거실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
그 발굽소리에 애플블룸은 위험을 느꼈는지 , 묶인몸을 마구 비틀었고 ,
그로인해 자신이 묶여있는 의자가 옆으로 넘어가 큰소리를 냈다 .
" 으윽 ! . . 살려주세요 !! 살려주세요 !! "
점점더 발굽소리가 자신을 향해 들려오자 애플블룸은 어딘지도 모를
방향을 향해 마구 소리쳤다 . 하지만 그 절망에 응하는 기적은 없었고 ,
주방으로부터 누군가의 모습이 가까이 드러났다 .
" . . . "
애플블룸은 그 포니의 모습을 보자 모든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사형수같은 마스크로 머리 전체를 덮고있었던 그 아저씨 ,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운 그 아저씨 , 그리고 날 이곳으로 납치한 그 아저씨 .
그리고 지금 그 아저씨의 발굽엔 , 시퍼런빛을 띄고있는 칼날의 식칼이 있었다 .
" 아 . . 아아 . . ! "
겁에 질려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 아까전부터 지르던 비명조차
공포에 삼켜져 입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 식칼을 든 아저씨는 점점
자신에게 다가왔고 무표정한 눈은 이미 식칼보다 빠르게 자신을
한두차례 찔러버린 칼날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제발 . . 제발 살려주세요 . . ! "
공포에 잠식된 뇌가 깨어나 이젠 슬픔을 울부짖었다 . 애플블룸은
바닥에 의자와 함께 묶여 쓰러져있는채로 그 포니를 향해 울부짖었지만 ,
발굽소리는 멈추지 않고 자신을 향해 계속 다가왔다 .
어느덧 그 포니는 자신을 향해 코앞까지 다가왔고 , 애플블룸은
눈물을 흘리며 텅빈듯한 그 포니의 눈을 바라보며 덜덜 떠는것밖에
할수없었다 . 이어 그는 식칼을 든 발굽을 머리위로 쳐들었고 , 애플
블룸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닥쳐올 운명을 기다렸다 .
' 서걱 ! '
" . . . 어 ? "
분명 칼이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 아무런 고통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 꾹 감아버린 눈을 떠 아래를 보자 , 자신의 앞,뒷다리가
묶여있었던 밧줄이 두동강나있었다 . 멍한 눈으로 다시 앞을 바라보자
자신에게로 등을 돌려 주방으로 향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
그는 잠시 주방으로 향하다 , 잠시 멈춰 애플블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 배 , 안고프니 ? "
" 네 . . 네 ? "
" 저녁이야 , 배고프냐고 . "
" 아 . . . 그 . . 네 . . "
" . . . "
네다리가 자유로워 지금 이 위험할수도 있는 상황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 도망칠수 있었다 .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녀는 도망칠
생각같은건 전혀 들지 않았다 .
잠시 애플블룸을 바라보던 그는 , 다시 고개를 돌려 주방으로
향했다 . 다리가 자유롭게 풀려 일어난 애플블룸은 , 얼떨떨한
기분으로 잠시 주방을 멍하니 쳐다보다 , 그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
" 애플블룸 ! 애플블룸 ! "
경찰포니 수십마리가 어두운 포니빌 숲을 헤매며 이미 사라져버린
망아지의 이름을 불러댔다 . 하지만 사라져버린 이는 그들의
부름에 답할수 없기에 , 경찰들은 무력하게 숲속을 이리저리 뒤지며
사막 모래속의 바늘같은 단서를 찾기에 급급했다 .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경찰포니 속에 , 애플잭도 섞여있었다 .
그녀는 절박한 표정으로 목이 터져라 애플블룸의 이름을 불러댔다 .
이미 목은 쉬어버렸고 , 지칠대로 지친 몸은 휴식을 요구해댔지만
멈추지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가며 애플블룸을 찾아댔다 .
" 애플블룸 ! 애플블루움 !! "
차라리 그 장난꾸러기가 친 대형장난이였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런 망상을 부정했고 드디어 지쳐버린 몸이 강제로
그녀를 그 자리에 쓰러트려버렸다 . 쓰러져 숨을 몰아쉬는
애플잭은 단 한가지 , 단 한가지만을 강렬히 염원했다 .
" 제발 . . 무사하길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