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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몬샤벳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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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1-06-01
    방문 : 3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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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6408
    작성자 : 레몬샤벳
    추천 : 2
    조회수 : 1136
    IP : 116.47.***.57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1/06/15 19:32:51
    http://todayhumor.com/?panic_16408 모바일
    [브금주의, 장편] 희곡 3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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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억!!

    "꺄아악!"

    여자아이들의 비명이 상록색 숲에 울려펴졌다. 새들이 요란하게 울어대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태성아, 태성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아악!"

    태성의 주먹이 무자비하게 날아들었다. 얼굴을 맞고 옆으로 엎어진 재혁은 두려움에 파르르 떨었다.

    재혁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태양을 가리고서서 검은 윤곽만을 보이고 있는 태성이 있었다.

    놈은 악마다.

    태성은 그 둘을 둘러싸고 지켜보는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애들아, 내가 왜 재혁이를 때리는지 알아?"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두려운 눈빛으로 태성을 바라보았다. 그가 왕이었다.

    모두가 그를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달랐다.

    여자아이들은 순수한 두려움과 강한 남자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표정인 반면에

    남자아이들의 표정은 흥분되면서도 무언가에 압도당한 듯한 표정이었다.

    광기-

    그것이 아이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태성은 웃었다. 그의 미소는 따뜻하고 호의적인 미소가 아니다.

    마치 냉혈동물이 먹잇감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듯한, 소리없는 끈적함이자 차가운 섬뜩함이었다.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여기가 어디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이들은 대답할 바를 찾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태성은 그런 침묵이 마음에 들지않는 다는 듯이 다시 사나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기가 어디냐고!!"

    ...

    "아..아마존"

    태성은 대답한 남자아이에게 걸어갔다. 태성이 앞에 다다르자 녀석은 눈을 질끈 감았으나

    느껴지는 것은 어깨에 올려진 그의 손이었다.

    "그래! 여긴 아마존이야"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태성을 바라보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여긴 좆같은 아마존이라구! 아주 불쾌하지, 마음에 안들어.

    자, 너희들 배고프지?"

    웅성거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동조의 말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그리고 씻고 싶지?"

    아이들이 이내 목소리를 높여 말하기 시작했다. "마, 맞아.."

    "배고프고 찝찝해"

    "옷도 갈아입고 싶어!"

    아이들은 무엇인가에 홀린듯 앞다투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소란은 점점 커지다가 이내 커다란 외침에 달했다. 아이들이 두서없이 외치기 시작하자

    태성이 손을 들었다. 순식간에 아이들의 소란이 멎었다.

    "자, 결론이 나왔잖아. 우린 아주 짜증나고, 배고프고, 불쾌한 상횡이야. 왜냐고?

    여긴 아마존이니까, 그리고 우리가 왜 아마존에 있지?"

    서서히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한 눈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바로 여기있는 우리의 훌륭하신 반장 재혁이가 아니었으면..

    우린 이런 인생일대의 특급체험을 못해봤을거 아냐? 안그래?"

    아이들에게 동요와 혼란이 찾아왔다.

    그것은 아주 짧았다.

    그 이후에 찾아온 것은..

    분노였다.

    격렬한 분노. 현재 상황이 자신에게 주는 모든 불이익과 불쾌감.

    그것을 정당하게 해방할 수 없는데에서 기인하는 스트레스, 불안..

    아이들의 눈빛에 불꽃이 점화되자, 마음속에 있는 그것은 핵보다 더욱 크게 폭발했다.

    "맞아! 이게 다 저 씨발새끼 때문이야.."

    "저새끼만 아니었어도!"

    "지금 우린 다 뒤질판이잖아? 이게 다 누구때문인데? 바로 재혁이 저새끼 때문이라고!"

    재혁이는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태성에게 맞는 자신을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아이들이 이제 눈에 살기를 담고 자신을

    을러대기 시작했다.

    "책임져, 이 개새끼야!"

    "뭐라고 말좀해봐! 엉! 아가리 찢어버리기 전에!"

    재혁은 뒤로 질질 기어가다가 썩은 나무 밑둥에 등을 부딫혔다.

    뒤를 돌아보았다.

    불쌓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던 여자아이들이 눈에 냉소와 경멸을 담고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말 없었지만 그 의미는 명백했다. 적대감, 그뿐이다.


    아이들이 서서히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흥분한 아이들의 폭력은, 누군가 시작하기만 한다면 일순 끔찍한 살의로 돌변할 것이다.

    그 때였다.

    왕이 말했다.

    "그만 둬"

    흥분한 남자아이들이 뒤돌아보았다. 태성은 머리를 매만지면서 그들을 쳐다보았다.

    "뭐?"

    "그만 두라고"

    대한의 얼굴 핏줄이 꿈틀거렸다. 잘나가는 바이크 폭주족의 가입자인 그는 불같은 성질과

    럭비로 다져진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전국구에서 알아주는 최태수와

    집안 받쳐주고 주먹도 되는 태성과 같은 반이 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타고난 성질이 죽지는 않았다.

    "네가 선동했잖아? 대체 어쩌라는.."

    대한은 침을 튀기며 말하다가 이내 움찔했다. 태성의 표정이 일순 굳었기 때문이다.

    "그만 둬라, 더 이상 말하게 하면 죽여버린다"

    194cm의 거한인 대한이 183cm의 태성에게 움츠리는 것은 보기 이상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대한은 알았다. 태성의 괴력을... 놈은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태수를 제외하면

    학교에서 태성을 이길 사람은 없다.


    "난 니들이 재혁을 두드려 패기를 원한게 아냐. 그런거라면 내가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내가 확실해 해두고 싶은 건, 우리가 이곳에 있는게 재혁이 새끼 때문이라는 거다.

    이 사실이 가지는 영향은 클거야. 앞으로.. 생명이 경각에 달하는 일이나, 궃은 일은

    모조리 재혁이 맡아서 한다. 불만은 없겠지?"

    아이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성이 재혁을 바라보자

    재혁도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뻔했다..

    어떠한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태성은 아이들을 불러모은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구조되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돼. 그러려면 먹을게 있어야 하지. 여자들은 이곳에서

    기다려. 남자들은 날 따라온다. 뭐라도 먹을것을 구해오는거야"

    남자아이들은 자동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너, 너말고 그 뒤에. 너, 그리고 너. 따라와"

    태성은 특별히 힘이 좋은 아이들을 추렸다. 그 속에는 대한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머지 놈들은 여기서 여자애들을 지켜, 얼마 안걸릴 거야"


    아이들은 군말없이 복종했다.


    그 시각, 태수는 경석에게 악수를 건네고 있었다.

    무슨 대조일까. 태성이 재혁을 깔아뭉개어 조직을 안정시킨 것과, 태수가 책사를 보호한 것은.

    아마존의 숲에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7.



    아이가 나무에 힘겹게 올랐다. 손가락 끝이 부들 부들 떨렸다. 이윽고 오르려던 가지에 다다르자

    조심스럽게 딛고 섰다.

    "다왔어!"

    "빨리 따서 떨어뜨려!"

    지환은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포도빛 열매를 열심히 따기 시작했다.

    온 나무가 포도빛 열매 천지였다. 서투르게 따는 내내 흘러나온 과즙에서 달콤한 향이 났다.

    지환이 따는 족족 열매를 아래로 떨어뜨리자, 아이들이 그것을 줍기 시작했다.

    개중에 손놀림 빠른 아이들은 허공에서 과일을 낚아채기도 했다. 여자 아이들은 땅에 떨어져 터질세라

    옷자락이나 치마로 과일을 받아냈다.

    성격급한 지선과 오식이 집어든 과일을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으와! 달다! 달아!"

    그 말에 아이들 모두가 주워들던 과일을 허겁지겁 크게 베어 물었다.

    "야! 난 열심히 올라와서 따는데, 너흰 낼름 먹기냐!"

    그 광경을 본 지환이 크게 소리쳤다.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각기 제 몫의 과일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지환은 서둘러 나무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모두 멈춰"

    아이들이 일제히 행동을 멈췄다. 다리 하나를 어색하게 나무 가지에 걸친 지환도 얼이 빠진채

    태수를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먹으면 뭐가 남겠어? 지금은 먹지마. 일단 모두 따고 먹도록 해"

    태수의 말에 아이들 모두가 도로 과일을 줍기 시작했다. 태수는 고개를 들어 다시 말했다.

    "한지환, 너도 마저 따도록 해. 다 따놓고 먹을 테니까, 못먹는단 걱정은 말고"

    "아, 알았어"

    지환은 다시 가지에 올라 열심히 가지에서 열매를 따 땅으로 떨어뜨렸다. 대충 30여분간의 과일따기에

    아이들은 푸대자루 세 개는 넉넉히 채울만한 과일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열다섯명의 아이들은 이틀을 내리 굶었다. 모두가 먹어치우는 양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앞으로 얼마나 식량을 찾기 어려울지도 미지수였다. 정글을

    해매는 동안 먹을 것을 비축해둘수 있어야 한다.

    "태수야, 여기엔 없어! 이제 다 딴거 같어!"

    "그래? 저-기. 더 높은 가지에 올라가봐, 더 큰 것들이 보이는데!"

    그 말에 지환은 얼굴이 새하얘졌다.

    "너무 높다구! 여기도 지금 간신히 올라왔어!"

    "흐음...."

    지환이 허겁지겁 나무를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쉬웠다. 태수의 말대로 나무 높은 부분엔

    더 크고 빛깔이 선명한, 맛좋아보이는 열매가 그득했다. 하지만 높이가 너무 높다.

    아무리 운동을 십년이상 해온 태수라도 타고난 곡예사가 아닌 이상은 무리다.

    '포기하고 다른 먹을 걸 찾아봐야하나...'

    태수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내가 해볼게"

    태수는 고개를 들었다.

    "뭐?"

    "내가 해본다고"

    윤세환이었다. 같은 반이었지만, 태수와는 한번도 말을 섞어본 적이 없었다.

    그건 태수 뿐 만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반 아이들이 세환과 한번도 대화해본적이 없었다.

    학기초, 태수는 세환을 눈여겨보았다. 근골이 아주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다년간 운동을 해온 태수는 운동능력을 어느정도 타고나는 '재능있는 사람들'을 보는 눈이 자연스레

    길러졌다. 태수의 눈에 세환은 '타고난 신체' 였던 것이다. 그리 넓어보이지 않는 어깨와

    길쭉해보이기만 한 팔다리였지만, 태수는 그 몸에 감춰진 탄력과 근력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세환은 아주 조용한 학창생활을 보냈다.

    심지어 걸려오는 모든 시비들도 묵묵히 참으며 견뎠다. 분명 마음만 먹으면 제압할수 있을 텐데도...

    그런 녀석이 지금 나서서 말을 하는 것이다.

    태수가 생각기로,

    녀석은 자신과 강태성을 제외하면 전교에서 가장 강한 놈이었다.

    "네가 열매를 딴다고?"

    "그래"

    "아주 높은데, 다칠지도 몰라. 자신있는 거야?"

    세환은 말없이 티셔츠의 팔을 걷어 올렸다. 평소 아무말이 없던 세환이 태수와 말을 나누는 것을

    아이들은 놀라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본인이 나서서 열매를 따오겠다니.

    그리고 그때였다. 세환이 순식간에 훌쩍 뛰어올랐다.

    "뭐,뭐야"

    "어머?"

    "저.. 저거 뭐야"

    "봤어?봤어? 방금 무지 높이 뛰었어!"

    태수의 눈이 커졌다. 분명 1m 이상 점프했다.

    세환은 능숙하게 가지를 밟았다. 가지가 무게에 못이겨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안돼!"

    "부러지겠어!"

    부러지는 가지 위에서 살짝 뒤로 빠진 세환은 가지가 다시 위로 오르는 탄력을 이용해

    한번 더 위로 솟구쳤다. 왼쪽 팔로 굵은 가지를 잡더니 몸을 반대쪽으로 틀면서 둥치를 밟았다.

    두어번 둥치를 밟으며 위로 딛고 오르는가 싶더니 이윽고 무지막지한 힘으로 완전히 나무 옆면을

    밟아 걸어 지나가며 몸을 거꾸로 솟구친채 가지에 착지했다.

    아이들의 비명이 끝나자 세환은 아주 높아보이는 가지위에 위태롭게 서있었다.

    "와우! 끝내주는데 윤세환!"

    "저 자식, 체육시간엔 그저 그래보였는데..."

    태수와 아이들이 아득해보이는 나무위를 쳐다보는 동안, 세환은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위에서 과일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졌다.

    태수는 떨어지는 과일 하나를 손으로 낚아챘다. 훨씬 굵고 때깔이 좋았다. 나무 위에서 햇빛을 보다

    여유롭게 받았기 때문이리라. 이윽고 열매가 비처럼 떨어졌다.

    아이들은 떨어지는 과일에 머리를 맞으면서도 웃었다. 과일 한무더기가 쌓이자,

    세환이 다시 나무를 내려오기 시작했다. 저렇게 까마득한 높이에서 어떻게 내려올까- 싶었지만,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경쾌하고 단순해보일 수가 없었다. 몇 번 떨어지고 가지를 붙잡고

    하는 동안 세환은 이윽고 다시 땅에 발을 디뎠다.

    흥분한 아이들이 세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야, 진짜 대단한데!"

    "멋있었어!"

    "자식, 이렇게 운동신경이 좋으면서 축구나 농구할땐 한번도 안끼고 말이야"

    주변에서 여자 아이들이 감탄어린 눈동자로 세환을 쳐다보았다. 넉살좋은 남자아이들과는 달리,

    한번도 말을 붙여본 적 없으니 쉽사리 친한 척 다가기기 힘든 것이다.

    "멋진데? 앞으로도 종종 부탁해"

    태수가 짧게 한마디하자 세환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남자아이들의 눈에 경외가 일었다.

    다시 말이 없어진 세환에게 태수가 물었다.

    "움직임이 아주 좋던데"

    "......"

    "그런 운동능력은 거저 오는게 아냐. 운동을 했었지?"

    "......"

    "뭐, 말하기 싫으면 됐다"

    뒤돌아 가려는 태수를 아이들에게 둘러쌓인 세환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프리러닝을 했었어"

    태수가 고개를 돌렸다.

    "프리러닝? 뭐라더라... 야마카시라고 하던가 그거?" 세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수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본인이 그런것처럼, 운동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왠지

    대책없이 호감이 가는게 최태수다.

    "멋진데- 그런 험악한 운동을 너처럼 곱상한 녀석? 하하하"

    아이들은 소곤소곤 서로 물었다.

    프리러닝이 뭐냐? 에그, 멍청한 놈. 왜? 뭔데? 있어,익스트림 스포츠야

    태수는 경석에게 물었다.

    "이봐! 부대장! 이거 먹을 수 있는거 확실해?"

    자신이 호명되자 깜짝 놀란 경석이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싸이 열매야. 원래는 쥬스를 만드는데 쓰여. 먹어도 문제 없어"

    그 말에 태수가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자! 다들 고생했어! 이제 먹도록 해! 단, 한 사람당 세 개씩만 먹어! 나머지는 아껴두고!"

    그 말에 화색이 돈 아이들은 허겁지겁 열매를 집어들었다.

    서둘러 과일을 베어무는 아이들 아래로 달콤한 과일 즙이 점점이 떨어지고 있었다.



    8.



    "하지 말랬지, 응? 이 새끼야!"

    세환의 뺨이 세차게 돌아갔다. 언 뺨에 선명하게 빨간 손자국이 뚜렷했다.

    앞에 술에 취한 아버지가 분을 가누지 못하고 씨익 씨익 숨을 몰아쉬었다. 왼손에 쥐여진 소주병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세환은 기죽지 않았다. 똑바로 눈을 들어 쏘아보았다.

    "이런 개만도 못한 새끼가, 엉? 어딜 아비한테 눈을 부라려?"

    아버지의 오른손이 다시 한번 높이 올라가고 세환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따귀는 날아오지 않았다.

    우당탕 소리와 함께 아버지를 덮쳐 넘어뜨린 어머니가 보였다.

    "세환아! 도망가, 빨리!" 어머니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 목소리, 그 얼굴.

    넘어진 아버지가 고래 고래 욕설을 내뱉으며 엄마의 머리채를 잡았다. 자지러지는 비명소리-

    "빨리 가! 가! 꺄아악!"

    사정없이 흔들어지는 어머니. 그는 도망쳤다. 현관으로, 길거리로, 그리고 집 아닌 곳이라면 어디든지.





    "저 운동 그만두겠습니다"

    "뭐?"

    장 코치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또 한쪽 눈이 푸르죽죽하게 멍들어 있는 세환의 얼굴을

    보고 그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이봐라, 세환아"

    "저. 마음 굳혔어요.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코치는 먹던 짜장면을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세환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너, 힘들다는 거 안다. 내가 힘있는 사람도 아니고 참으라는 말 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근데, 너 운동 지금 그만두면 아무것도 못 돼. 알아? 너도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야.

    ... 정 힘들면 요번 봄 개막 클라이밍만 나가. 너 정도면 내가 가능성있다고 누누히 말했지?"

    세환의 눈이 흔들렸다. 하고 싶었다. 진심으로... 하지만 안됀다. 장코치가 말을 이었다.

    "너희 아버지도 언젠가는 이해해주실거다. 그래도 에베레스트산까지 다녀오신 유명한 등산가 아니냐.

    어머니도 체조 선수 출신이시고... 다 널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세환의 주먹이 장 코치의 입에 꽂혔다. 이빨이 부러지는 느낌이 온 주먹을 타고 어깨 관절까지

    느껴졌다. 연습하던 아이들이 놀라 뛰어왔다. 두번, 세번 주먹을 맞고 얼굴이 으깨진 코치는 기절했다.

    아이들은 미친듯이 고함을 지르는 세환을 끌어내려고 애썼다.

    "아버지? 씨발 아버지? 누가 내 아버지야! 어! 당신이 뭘 알아! 몇 년동안 굴려놓고 변변찮은

    수상경력없이 내가 뭘 더 참아야된다고!"

    집에 돌아온 세환은 클라이밍 기구를 모조리 불태웠다. 아버지는 술나발을 불며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울음을 짓다가 결국 먼저 현관으로 들어가셨다.

    "잘 생각했어 새끼야. 진작 이랬어야 했다. 산... 산...! 그놈의 등반이 뭐라고 남 인생을 말아먹어!

    너도 내 꼴 나지않으려면 진즉에 이랬어야 했어!"

    아버진 허리를 움켜잡았다. 뒤틀린 척추로 반쪽짜리 인생을 살아가는 불쌓한 잉여인간.

    세환은 나머지 록 장갑을 던져넣었다. 불이 플라스틱을 녹이며 기괴하게 탔다.


    그 날 이후부터, 세환의 손바닥과 정강이에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강제전학 처분을 받은 철원고 주변에서는, 위험한 고층 상가와 빌딩을 누비고 다니는

    프리러너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 S > 라는 그래피티가 뒷골목에 화려하게 그려져있기도 했다.

    아버지는 몰랐다. 어머니도 몰랐다.

    세환은 강렬하게 스포츠를 열망하고 있었다. 폭탄처럼, 누군가 터뜨려 주기를.









    경석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 소리는... 그는 귀를 기울이면서 아이들을 향해 잠시 멈추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태수가 다가와 옆에 섰다.

    "왜 그래?"

    "물... 물 소리야. 아마 아마존강에서 흘러나온 잔류일거야"

    아이들은 물이라는 소리만 듣고도 귀신처럼 반응해서 웅성웅성 거렸다.

    다시 태수가 손을 들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경석은 몸을 숙여 귀를 땅에다 가져다 댔다.

    1분여 정도 그렇게 있던 그가 몸을 일으켜 오른쪽을 가르켰다.

    "저 쪽이야, 저기서 소리가 들려"

    흥분한 아이들이 앞뒤가리지 않고 달려가려했다. 태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기다려!"

    순식간에 멈춘 아이들을 보면서 태수가 조를 짰다. 7명으로 이루어진 한조, 8명으로 이루어진 한조.

    "모조리 물에 뛰어들고 찰박거리면 분명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커. 한 조씩 교대로 하지"

    아이들은 모두 수긍하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럼... 조에서 지시자를 정해줄테니까, 그 사람 말에 따르도록 하자.

    아무래도 그런 지위가 서지 않으면 모두 제멋대로 할 테니까.

    자, 그럼 어때. 투표로 정할까?"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이 서로 쳐다보았다. 투표? 여자아이들은 왠지 떨떠름한 표정이었고,

    남자아이들은 괜히 치기어린 표정을 지으며 씨익 웃어보였다.

    그 때 경석이 말했다.

    "우선, 우린 너무 지쳤으니까. 임시로 지시자를 정하자. 투표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물을 마시는게 먼저야. 한 조에 한 명이 지시자를 하자"

    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누구로 할까?"

    그 때 지선과 오식이 손을 번쩍 들었다. 태수가 턱짓을 해보였다.

    "응. 그게. 우리 생각에는 우선 한 조의 지시자는 태수 네가 하는게 좋을 것 같아"

    태수는 피식 웃어보였다. 지선은 간만에 똑똑한 아이디어를 낸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씩 웃었다. 오식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지선을 흘끔 보았다. 오식은 질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럼. 나머지 한 조는 세, 세환이가 지시를 하는게 어떨까?"

    뜬금없는 소리였다. 대화한마디 나눈 적 없는 아웃사이더 세환이 아이들 모두를 통솔한다니.

    하지만 세환이 보여준 능력은 이 야생에서는 매우 커다란 메리트이자 권력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반대없이 찬성을 표했다. 물론 당사자인 세환이 매우 곤혹스러워했음에는 말할것도 없다.

    그리하여 태수와 경석이 이끄는 7인 1조와. 세환이 이끄는 8인 1조가 각기 걸음을 맞추어

    물소리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출처

    웃긴대학 초록환타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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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16 10:16:31  180.231.***.168  언제나좋은날
    [2] 2011/06/20 22:14:35  210.12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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