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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wtank_8335
    작성자 : 부엉군
    추천 : 6
    조회수 : 658
    IP : 222.107.***.35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01/20 16:20:17
    http://todayhumor.com/?wtank_8335 모바일
    월오탱 뉴비가 월오탱 떠나는 소설
     
      주말 오후의 피시방엔 흡연석 외엔 남는 자리가 없다. 여지없이 친구들끼리 띄엄띄엄 앉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금연석엔 세 사람이 앉을 자리가 허락되지 않는다. 그럼 별 수 있나, 흡연석에 가서 앉아야지. 망할놈의 피시방, 2000원에 3시간이라는 파격적인 요금만 아니였어도, 바로 주변에 널린 다른 피시방을 찾아갔을 것이다.
      흡연석은 비흡연자들이 기피하는 자리다. 그도그럴 것이 바로 옆자리에서 담배연기가 날아와도 할 말이 없는 곳이니 그렇다. 억울하게 소중한 내 폐가 혹사 당하는걸 반길 이는 없다 이거지. 그럼 게임을 포기하면 되질 않느냐고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것은 아주 바보같은 말대답이다. 애초에 게임하더 집밖을 나선 사람들이 담배연기 몇리터에 돌아설까보냐. 천만의 말씀, 이왕이면 편하게 있고 싶다고 징징대는 것일뿐, 절대 거기 안 있겠다고 떼 쓰는게 아니란 말이다.
      "내가 그래서 일찍 준비하고 나오랬지."
      늦잠으로 시간을 잡아먹은 스크류바를 쏘아보는 떡대의 눈초리가 매섭다. 금방이라도 스크류바의 못생긴 눈코입에 재떨이라도 갈길 기세다. 그러나 눈치없는 스크류바, 떡대를 바라보며 능글맞은 웃음으로 대꾸한다. 마치 흡연석에 앉게된 책임이 자신한테는 없다는 듯 순수하고 깨끗한 웃음이다. 저 새낀 머릿속도 깨끗한가보다.
      예상했던 대로 스크류바의 허벅지에 니킥이 꽂힌다. 엄살이 심한 스크류바는 키보드 위에 엎드려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는데, 정작 피의자는 덤덤하게 의자를 당겨 자리에 착석한다. 전원 버튼을 누르는 그의 손길도 냉정하기 그지없다.
      "땅꼬마야, 니가 오늘 재밌는 게임 보여준다며."
      떡대가 날 보고 기대감에 부푼 표정을 짓는다. 확실히 이곳에 오기전에 더러운 리그오브레전드에서 벗어날 새로운 게임을 찾아냈다고 일러두긴 했다. 서서히 랭점이 다이빙해가는 내가 모든걸 포기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할 심산으로 찾은 게임이다.
      "응, 월드 오브 탱크"
      떡대의 표정이 점차 굳어간다.
      "뭐냐, 설마 탱크에 타가지고, 조종하는 게임이야?"
      "아니, 니가 탱크가 되는 게임이야."
      순간 나도 재떨이에 맞을 지도 모른다는 살기를 느꼈지만, 기분탓이겠지.
      사실, 전날에 나는 팽귄맨이라는 친구와 이 게임을 플레이 해봤었다. 그때 당시에는 그래도 적 탱크를 몇번 요단강 보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손맛을 느꼈던 게임이다. 아직 초보인지라,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만, 그 손맛 때문에, 나는 이 게임을 더러운 리그 오브 레전드의 대항마로서 떡대에게 선보인 것이다. 당연히 떡대는 별로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였다. 하지만, 떡대 스스로도 리그 오브 레전드에 질려가고 있었기에, 순순히 내 제의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떡대의 옆자리에 착석한 롤 폐인 스크류바가 가뿐하게 내 제의를 무시하고 롤에 접속하는 동안 나와 떡대는 패치만 해도 한나절이 걸리는 월드 오브 탱크를 실행시켰다. 패치하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나는 웬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점점 촛점을 잃어가는 떡대의 눈동자가 아마 한 몫 했으리라.
      스크류바가 정글 베인을 하려하다가 수차례 닷지의 고배를 마시는 동안에도 패치는 하염없이 진행중이였다. 피시방이 자랑하던 듀얼코어도 이 미제게임의 엄청난 패치량 앞에선 그냥 맹구 두되가 되버리는 모양이다. 우리집 컴퓨터였다면 어땠을까, 상상만해도 주마등이 펼쳐진다.
      "맞을래?"
      "아 원래 이런 게임이라고, 롤도 패치 더럽게 오래 걸리잖아"
      내가 하릴없는 자기변명만 늘어놓고 있을 무렵, 갑자기 패치가 완료되더니, 실행창에는 실행이라는 문구가 뜬다. 그제서야 떡대는 흐린 눈의 촛점을 고쳐 잡고, 진지한 얼굴을 한 체, 로그인을 했다. 오늘로서 첫번째 플레이인 떡대의 차고에는 4대의 탱크가 앙증맞게 놓여있었다. 뭐가 뭔지 쥐뿔도 몰라하는 떡대에게 나는 이것저것 자세히 설명해줘야 하겠지. 존나 귀찮다.
      "이 탱크들 데리고 전투하면되."
      "그게 다야?"
      "어"
      떡대가 후회의 한숨을 내쉬는 동안 정글 베인으로 드디어 소환사의 협곡에 당도한 스크류바는 환호한다. 희비가 엇갈리는 흔치 않은 광경이다.
      "너랑 나랑 같이 플레이 할 수 있어?"
      "당연하지. 어제도 막 소대 전투인가 뭔가해서 팽귄맨이랑 같이 했었는데.."
      "소대 전투가 뭐야?"
      "파티 같은건데. 기다려봐 내가 소대 만들어 볼께"
      나는 자신만만하게 떡대를 기다리게 해놓고, 소대를 만들어보려 했다. 하지만 이제 플레이 2일차인 나로선 빌어먹을 '소대 만들기'가 어디에 붙어있건지 알길이 없었다. 여러번의 마우스 클릭과 재빠른 눈동자 굴리기로도 한참을 애를 먹어야 했던 것이다. 나름 월드 오브 탱크 선배로서 쪽팔린 일이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쪽팔린 일이 있을 줄이야...
      "야, 이거 아니냐?"
      떡대의 모니터에 소대전투라는 문구가 선명히 점멸하고 있다. 그래 그거 맞다 이 새끼야.
      "어, 그거야"
      "병신이냐 진짜 ㅋㅋㅋㅋ 눈 사시? 뇌 문도? ㅋㅋㅋㅋ"
      떡대가 미친듯이 웃으며 날 비웃는다. 아 쪽팔리다. 쪽팔리다.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 떡대가 돌연 옆자리에 스크류바에게 내 병신같은 행동을 꼬바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스크류바는 앞구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 오! 오! 작골 존나 쎄! 오! 오!"
      정글 베인이 고전하고 있는 동안, 나는 떡대와 함께 소대를 만들고 전투를 시작했다. 이때 나도 나름 선배로서 떡대의 기를 죽여놓을 심산으로, 녀석의 허접한 독일제 경전차보다 한단계 더 우월한 2단계 소련제 경전차를 데리고 출격했다. 업그레이드도 안되있는 냄새나는 기본 전차와는 그 클라스가 다른 2단계 전차의 위용 앞에서 떡대는 예상대로 놀란 기색을 보이며 이를 갈았다. 그 모습이 그저 귀여울 따름이다.
      전투개시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화면 안에 모든 전차들이 매캐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떡대의 조잡한 경전차가 느릿느릿 마을을 통과할 때, 나의 우월한 소련제 경전차는 괴물과 같은 엔진 소음과 자욱한 먼지구름을 동반하며, 맹렬히 전진해 나갔다. 전차의 앞길을 감히 막고 서있던 가로수며, 전봇대며, 돌담들은 철의 괴물의 횡포에 맥없이 쓰러질 뿐이였다.
      서서시 탁트인 교전 구역에 도달한 나는 진정한 전차전이 무엇인가를 떡대에게 보여주기 위해 GTA로 단련된 운전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미친것 같은 화려한 컨트롤에 소련제 경전차는 저 너머로 날아오는 포탄들을 모조리 피할 기세로 곡예를 부렸고, 불을 뿜는 포구는 용 트림마냥 공포스럽기 까지 했다. 딱 궤도가 끊어지기 전까진 그랬다.
      '궤도가 손상됐습니다!'
      전차수의 다급한 통신은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나름 컨트롤을 보여 준답시고 탁트인 공간으로 나와 무빙샷을 갈기다가 그만 봉변을 당한 것이다. 키보드가 부서져라 WASD를 연타했지만, 엔진만 그르렁댈뿐 우월'했던' 소련제 경전차는 그자리에서 지박령이 된 체 움직이질 않았다. 아 신이시여, 날 왜 이 탁트인 공간에다 버리셧습니까?
      연습용 표적이된 나의 소련제 경전차는 포탄비로 뜨거운 샤워를 해야했고, 너무 뜨거운 나머지, 운전수들과 함께 산화해버렸다. 허망하게 불타오르는 내 전차의 잔해와 흑백 화면이 인생의 덧없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요단강으로 편도여행을 떠난 내 전차의 잔해를 엄폐물로 삼은 떡대의 경전차는 나를 더욱 비참하게 한다.
      "너 서든도 못하더니 이런것도 못하면 어떡해?"
      "닥쳐, 내가 니 봐주다가 이렇게 됐잖아"
     조금 비굴하긴 했찌만, 이 변명은 앞으로 전개된 비슷한 상황들에서 요긴하게 쓰였다. 무슨 이유에선지 우월한 나의 소련제 경전차는 죽는 속도도 우월했던 것이다. 분명 완벽한 조준 끝에 발사를 했건만, 이것저것 도탄되질 않나, 홈런볼이 되질 않나, 탱크로 날아가는 말 잘듣는 포탄은 하나도 없었다. 덕분에 내가 숨은 곳을 내가 광고한 나는 전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다. 하필이면 오늘로서 1일 차인 떡대보다도 일찍 말이다.
      여러번 그런 상항이 이어지자, 나는 마침내, 안 그래도 질려하는 떡대에게 걍 롤이나 하자면서 월오탱을 종료했다. 안녕 월오탱 취향타는 게임이여.
      "짱뜰래? ㅋㅋㅋㅋㅋ"
      떡대의 공허한 웃음에 내 시야가 눈물로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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