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저는 매일 꾼 꿈을 바로바로 적어놓기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div> <div>시작하겠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곧바로 제가 생쥐인 채로 시작하더군요<br />저는 친구인지 애인인지 다른 생쥐 하나와<br />회색빛 벽돌로 된 고풍스러운 건물 벽을 따라 달리고 있었습니다.</div> <div>그때 같이 달리던 쥐가 갑자기 소리를 지릅니다.<br />뭔가 겁에 질린 소리를 지르길래 돌아보더니<br />머리 없는 사람 5명이 잠자리채 비슷한 그물망을 들고<br />저희를 쫒아오고 있었습니다.</div> <div>필사적으로 도망가보았지만<br />이동속도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났기 때문에<br />잡히고 말았습니다.</div> <div>이대로 죽는건가.. 라고 생각하며 정신을 잃었는데<br />일어나니까 같이 있던 쥐와 같이<br />한 하수도에 같혀 있었습니다.<br /> <br /> 하수구<br />벽 ㅣ 물 철장<br />벽 ㅣ 물 철장<br />벽 ㅣ 물 철장<br />벽 ㅣ 물 철장<br />벽 ㅣ 물 철장<br />벽 ㅣ 물 철장<br />벽 ㅣ 물 철장<br />벽 ㅡㅡㅡㅡㅡㅡㅡㅡ<br />벽벽벽벽벽벽벽벽벽벽<br /> 높 은 벽</div> <div>ㅡ자로 되어있는 곳이 저희 둘이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였습니다.<br />하수구를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br />좌측은 약간의 길과 벽으로만 되어있고<br />우측에는 창살 사이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br />앞의 하수구에서는 녹슨 쇠 색을 띄는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div> <div>처음에는 단지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br />친구는 물가에 돌멩이를 던지고<br />저는 그대로 잠들어 버렸습니다.</div> <div>다시 일어났을 때<br />상황은 그대로</div> <div>몇일동안 버텨보지만<br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div> <div>저희는 탈출하기 위해 여러 곳을 뒤집니다<br />좌측은 완벽하게 벽으로 막혀 있었습니다.<br />우측의 창살은 우리가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간격이였지만<br />혹시 하는 마음에 다가가 보았습니다.<br />그러자 움직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우리를 노려보더니 돌을 던집니다.<br />우측도 포기.<br />물로 뛰어들까 하지만<br />'뛰어들면 죽는다' 라고 몸이 경고합니다.<br />물로 뛰어드는 것 역시 포기.</div> <div>남은 것은 뒤쪽의 벽 뿐입니다.<br />희망고문을 하듯이<br />혼자서는 절대 올라가지 못할 높이로 콘크리트가 쌓여 있습니다.</div> <div>그러나 두명이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br />저는 같이 있던 쥐에게 제안했습니다.</div> <div>'내가 먼저 올라가서 주변을 살펴볼게'</div> <div>같이 있던 쥐는 그에 응합니다.</div> <div>있는 힘을 쥐어짜<br />겨우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div> <div>헉헉대며 뒤를 돌아보자<br />하수구 안의 잿빛 풍경과는 다르게<br />푸른 나무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div> <div>뒤에 있는 녀석이 빨리 올려달라고 재촉합니다.<br />그렇게 뒤돌아 끌어올려주려고 하는데<br />갑자기 그늘이 생깁니다.</div> <div>바깥과 이어져 있는 듯 한 풍경이<br />쇠문에 의해 천천히 차단됩니다.</div> <div>어쩔까?<br />나갈까?<br />같이 나갈까?</div> <div>하지만 시간이 촉박합니다.</div> <div>'미안'</div> <div>반쯤 닫히자 더이상의 고민은 없었습니다.<br />그대로.<br />저는 흐르는 물로 뛰어들었습니다.</div> <div> </div> <div><br />퍼억!!</div> <div><br />나를 맞이하는 것은<br />시원한 물이 아닌<br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쇠창이였습니다.</div> <div>아!<br />애초에 그것은 굶주린 제가 본 환각이였습니다.<br />푸른 하늘과 흐르는 물은<br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div> <div>날카로운 창에 찔린 제 몸은<br />묵직한 무엇인가에 눌려 산산히 뭉개집니다.<br />그리고 풍덩 소리와 함께 물에 빠집니다.</div> <div>이상합니다.<br />죽었어야 할 터인데<br />앞이 보입니다.</div> <div><br />아!</div> <div>차라리 <br />차라리 시각까지 빼앗아 갈 것을!</div> <div>여전히 보이는 눈으로 보이는 풍경은 <br />제가 있던 하수구.</div> <div>저는 흐르는 하수구의 물에 있던 것입니다.</div> <div>친구는 무엇인가 웅크리고 있습니다.<br />내가 떠나서 슬픈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할때.<br />갑자기 뒤척이더니 벽 한쪽을 파냅니다.</div> <div>그곳에서 나온 것은<br />꽤나 쌓여져 있는 견과류들.</div> <div>친구는 그것을 먹습니다.<br />어느정도 먹은 뒤 그것들을 다시 숨깁니다.</div> <div>그리고 우측에 있던 창살 앞으로 다가갑니다.<br />친구가 음식을 숨겼다는 것에 배신감이 들었지만<br />아직까지는 친구가 무사하길 바랬습니다.</div> <div>'그쪽으로 가지 마! 돌에 맞을거야!'</div> <div>그러나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br />사람들은 돌을 던지지 않았습니다.<br />하얀 손으로 친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br />밧줄 하나를 내려줄 뿐이였습니다.</div> <div>그것은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위태해 보이는 밧줄이였습니다.</div> <div>친구는 잠시 내가 있는 하수구 쪽을 바라봅니다.<br />그리고 그대로 밧줄을 타고 밖으로 빠져나갑니다.</div> <div>아!</div> <div>그제서야 모든 것을 깨달았습니다.<br />친구는 애초에 저 밧줄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br />먹이를 받은 것인지, 원래 이곳에 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br />먹을 것이 있다는 것도 제게 숨겼습니다.<br />한명 밖에 탈 수 없는 밧줄을 타기 위해<br />친구는 제가 죽기까지 기다렸습니다.</div> <div>허탈감에 눈을 감았습니다.<br />눈을 감자 몸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집니다.</div> <div>힘들게 다시 눈을 떠보았습니다.<br />여전히 저는 하수구의 물에 있었습니다.<br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br />제 몸과 마음 모두 이곳에 녹아버렸습니다.</div> <div>하수구의 물은 계속 흐릅니다.<br />위에서 아래로.<br />하수구의 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br />아래로 내려간 물은<br />어떻게인지 순식간에 다시 위로 올라갑니다.</div> <div>저 역시 물에 떠다니며 흘러다닙니다.<br />본능적으로 저는 영원히 이곳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div> <div>절망합니다.<br />절규합니다.</div> <div>비통함에 흐려져 가는 눈 한가운데<br />두 마리의 쥐가 들어오는 것이 보여집니다.</div> <div>'...............'</div> <div>두마리의 쥐 중에<br />한 마리는 <br />나를 죽게 만든 그 친구.</div> <div>다른 한 쥐에게 소리치려고 했지만<br />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div> <div>'그만 둬'</div> <div>누군가의 속삭임에 뒤를 돌아보았습니다.<br />어떻게인지는 모르겠지만<br />돌아보았습니다.</div> <div>그리고 보이는 것은<br />끝없이 보이는 쥐의 시체들.</div> <div>'우리는 이 곳에서 나갈 수 없어.'</div> <div>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것이 느껴집니다.<br />욱신거리며 눈앞이 붉게 변하는 것으로 보아 피눈물입니다.</div> <div>마지막으로 증오스러운 친구를 쳐다봅니다.</div> <div>마지막.<br />내 마지막 시선에 보이는 것은<br />나를 향해 돌을 던지는<br />그 친구의 모습이였습니다.</div> <div> </div> <div><br />돌을 맞고 저는 꿈에서 깼습니다.<br />꿈임에도 불구하고<br />정말로 찝찝하고 기분나쁜 꿈이였습니다.</div> <div>공포나 그런 것은 아니였지만</div> <div>꿈에서 깨고도 한참동안 기분이 나쁘더군요.</div> <div>여러분도 혹시 이런 꿈을 꾸신 적이 있나요?</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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