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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43997
    작성자 : 뒷북일까나
    추천 : 45
    조회수 : 7367
    IP : 61.85.***.222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3/03/10 23:57:10
    http://todayhumor.com/?panic_43997 모바일
    오유 공게에서 본 글들중 손에 꼽힐 정도로 무서운 글
    <p><p>글쓴이가 글의 몰입도와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중간 중간 비속어를 사용하였습니다. </p><p><br></p><p>이점 양해해주시고 봐주세요 웃긴대학 하드론님의 이야기 입니다.</p><p><br></p><p>====================================================================================</p><p><br></p><p>이 이야기는 군복무 당시 부대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소설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p><p><br></p><p>그 여자가 처음 보였던 날은 장맛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던 6월의 어느 여름날 밤이었다.</p><p><br></p><p>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속에서, 게다가 비까지 내려 바로 앞에 사람이 서 있어도 볼 수 없는 </p><p><br></p><p>상황에서 그 여자가 보인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게 느껴진다.</p><p><br></p><p>우리 부대는 반경 3km 이내에 민가가 없다.</p><p><br></p><p>산 속에 처박힌 구형막사의 부대였다.</p><p><br></p><p>밤에 위병소 근무를 서면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는 바람소리와 새소리 뿐이다.</p><p><br></p><p>간혹 멀리 떨어진 부대에서 야간사격을 하면 총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p><p><br></p><p>밤에 우리부대 주변에서는 그 어떤 인공적인 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p><p><br></p><p>내가 일병이 되면서 처음으로 위병소 근무를 나가던 날이었다.</p><p><br></p><p>우리 부대는 일병이 되어야만 부대 정문인 위병소 근무를 할 수가 있었다. </p><p><br></p><p>근무는 새벽 1시에서 2시 근무였다.</p><p><br></p><p>초 여름인데도 밤에는 생각보다 서늘했고, 맑디 맑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p><p><br></p><p>거의 보름 달에 가까운 달이 떠 올라 주변 시야가 눈에 띄게 넓어졌다.</p><p><br></p><p>근무가 지루했는지 내 사수인 김병장이 재미있는 얘기를 해 주겠다고 하였다.</p><p><br></p><p>"야. 저기 앞에 폐가 하나 있지?"</p><p><br></p><p>"예"</p><p><br></p><p>우리 부대 위병소 전방 50여 미터 전방 우측에 폐가가 하나 있다.</p><p><br></p><p>"저 집이 왜 저렇게 되었는지 내가 얘기해 주지."</p><p><br></p><p>김병장은 무슨 일급비밀이라도 나에게 얘기하느 냥 조용히 소근대면서 말을 이어갔다.</p><p><br></p><p>"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년 전쯤일거야.</p><p><br></p><p>내가 이 부대에 오기 전에 저 집에 부부와 20살인 딸 한 명이 살고 있었대.</p><p><br></p><p>그 집 딸은 이쁜 얼굴은 아니었는데 젊은 여자라는 이유로 이 부대 군인들에게 아주 </p><p><br></p><p>인기가 많았다고 하더라구.</p><p><br></p><p>부부는 사슴농장 일과 인접 부대 병사들을 상대로 여러 일을 대행해 주며 생계를 이어갔지."</p><p><br></p><p>"무슨 일을 대행합니까?"</p><p><br></p><p>"그거 있잖아. 군대 편지 말고 사제 편지 보내주고, 물건도 우편으로 보내주고, 간혹 읍내에서 사올 물건도 </p><p><br></p><p>대신 사다 주면서 군인들로부터 돈을 좀 받았지." </p><p><br></p><p>나는 왠지 괴기스런 얘기가 나올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p><p><br></p><p>"그런데 우리 부대원 중에 졸라 잘 생긴 놈이 있었는데, 그 집 딸내미와 눈이 맞았나봐.</p><p><br></p><p>사람들 얘기로는 여자가 그 놈을 무지하게 좋아했다더라구. </p><p><br></p><p>그 놈은 단지 욕정을 채우기 위한 대상으로 그 딸내미를 만났고.</p><p><br></p><p>그 놈이 아주 나쁜 놈이라는 건 뭐냐면 이미 두 세명의 사회의 여자들이 면회를 왔다갈 정도로 </p><p><br></p><p>여자가 많았음에도 그 집 딸내미를 계속 몸에 품었다는거야. </p><p><br></p><p>그 딸은 모든 걸 다 바쳐 사랑하고 있는데 말야.</p><p><br></p><p>그런데 말야 그 녀석 제대 날짜가 다가오자 여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어.</p><p><br></p><p>여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가 자기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p><p><br></p><p>자신의 모든 것은 이미 그 놈한테 모두 가버린거야.</p><p><br></p><p>그래서 여자는 남자를 잡기 위해 결국 임신을 택했어. </p><p><br></p><p>그런데 그것마저도 그 놈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지.</p><p><br></p><p>그 놈은 그냥 제대해 버렸고, 연락도 끊어버렸지. </p><p><br></p><p>군대에선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고 하는데 어찌되었든</p><p><br></p><p>제대 후 그 딸내미가 부대까지 찾아와서 어떡해서든 연락처를 알아보려고 쑤시고 돌아다녔나봐.</p><p><br></p><p>그러나 아무도 그 놈과 연락을 취할 수 없었어. </p><p><br></p><p>그 뒤로 여자가 한 달여동안 보이지 않았었나봐. 그 녀석 찾으러 다녔을지 모르지.</p><p><br></p><p>만났는지 못 만났는지 알 수 없지만 반 해골이 되어서 돌아 온 여자는 거의 실성 지경에 이르게 되었지.</p><p><br></p><p>그 부모들도 부대에 와서 그 놈 찾아내라고 다 죽여버리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말야.</p><p><br></p><p>그 때쯤 내가 이 부대로 배치 받은 거지.</p><p><br></p><p>그런데 말야.......아, 신발 소름끼쳐..."</p><p><br></p><p>"왜 그러십니까?"</p><p><br></p><p>김병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침을 꼴깍 삼켰다.</p><p><br></p><p>"그런데 말야....어느 날 밤에 위병소 근무자가 근무를 서고 있는데 그 집 딸내미가 집 앞의</p><p><br></p><p>우거진 미류나무 사이에서 반듯이 서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봤대.</p><p><br></p><p>밤이라서 잘 구분은 안갔는데 사람이 분명하고 똑바로 서서 나무 사이로 자기들을 보고 있더라는거야."</p><p><br></p><p>"와.....소름끼쳤겠습니다."</p><p><br></p><p>"그게 소름끼쳤다는게 아니라......."</p><p><br></p><p>김병장은 다시 한 번 침을 꼴깍 삼키며 하고자 하는 나머지 말을 이어갔다.</p><p><br></p><p>"여자가 흔들거리더라는 거야."</p><p><br></p><p>"으악!!"</p><p><br></p><p>난 나도 모르게 숨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p><p><br></p><p>"주..죽은 겁니까? 목 매달아서....."</p><p><br></p><p>공포스러워하는 내 표정이 즐거웠는지 김병장은 조용히 얼굴을 나에게 들이대며 말했다.</p><p><br></p><p>"시작은 그 때부터였지.....저 집이 이사간 뒤로...."</p><p><br></p><p>"그 여자는 죽었어. 니 말대로 목 매달아서....</p><p><br></p><p>그 때가 바로 내가 이 부대에 배치 받은 지 두 달이 다 되어갔을 때지.</p><p><br></p><p>나는 미 친 여자의 단순한 자살로 알고 있었는데 부대원들의 표정을 보니 그런 것 같지가 않았어.</p><p><br></p><p>모두들 함구하고 있었지만 난 직감적으로 뭔가 큰 일이 뒤에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었지. </p><p><br></p><p>그 때 나를 무지하게 아끼던 말년 병장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제대하기 전 날 이 얘기를 해준거야."</p><p><br></p><p>"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시 이등병이었을 텐데 왜 얘기를 해 준 겁니까?"</p><p><br></p><p>"그게 말야.... 그 여자가 죽은 뒤로 위병소에서 근무자들이 그 여자를 봤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거든."</p><p><br></p><p>"귀신 말입니까?"</p><p><br></p><p>"귀신인지 사람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몇몇 야간 근무자들이 그 집 딸내미를 텅 빈 집 근처에서 봤다는 거야."</p><p><br></p><p>나는 조용히 침을 한 번 삼켰다.</p><p><br></p><p>"근데...어우 신발.....죽을 때 모습 그대로 미류나무 사이에서 흔들리더라는거야."</p><p><br></p><p>나는 등골이 싸늘하게 얼어붙는 듯 하였다.</p><p><br></p><p>"한 번은 그것을 목격한 근무자가 위병소 써치라이트를 켠거야. 그런데 그 때는 보이지 않더래."</p><p><br></p><p>나는 지금 김병장에게 꼭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p><p><br></p><p>"지..지금도 나타납니까?"</p><p><br></p><p>그러자 김병장은 모든 얘기가 끝난 것처럼 나로부터 얼굴을 멀리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p><br></p><p>"니가 이 부대 배치받은 뒤로 한 번도 없었어. 너도 그런 얘기 들어본 것 없잖아."</p><p><br></p><p>"네. 그렇긴 합니다."</p><p><br></p><p><br></p><p><br></p><p><br></p><p>나는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다.</p><p><br></p><p>그 해 장마가 시작되면서 우리의 근무는 공포의 시간이 되었다.</p><p><br></p><p>우리 부대는 규정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근무자 중 한 명은 초소밖으로 나와 있어야 한다.</p><p><br></p><p>때문에 대부분 부사수가 판쵸우의를 뒤집어 쓰고 비나 눈을 맞으며 밖에 서 있게 되었다.</p><p><br></p><p>부사수로 정ㅇㅇ일병과, 사수로 최ㅇㅇ상병이 밤 11시 근무를 나갔을 때 얘기다.</p><p><br></p><p>간간히 어둠속에서 비가 흩날리는 밤이었다.</p><p><br></p><p>우의를 뒤집어 쓰고 20여분 정도 근무를 서고 있던 일병이 초소 안의 상병에게 다가와 속삭이는 말로 얘기를 건넸다.</p><p><br></p><p>"최상병님. 무슨 소리 안들리십니까?"</p><p><br></p><p>그 때 갑자기 사수인 최상병도 일병을 향해 말했다.</p><p><br></p><p>"이런 신발....나만 들리는게 아니었군."</p><p><br></p><p>최상병도 정체모를 그 소리를 계속 주목하고 있었던 거였다.</p><p><br></p><p>알 수 없는 여자의 소리.......</p><p><br></p><p>흐느끼고....간간히 웃기도 하고....뭐라고 그들에게 묻는 것 같기도 하고..........</p><p><br></p><p>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그들은 뭔가에 홀린 듯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 알 수없는 정체의</p><p><br></p><p>소리를 듣고만 있었다.</p><p><br></p><p>그런데 갑자기 초소밖을 응시하고 있던 최상병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하였다.</p><p><br></p><p>"전방 50미터......전방 50미터......전방 50미터......"</p><p><br></p><p>"왜 그러십니까 최상병님"</p><p><br></p><p>"야 신발놈아...저거 안보여? 전방 50미터....."</p><p><br></p><p>최상병은 소총을 움켜쥐고 초소 밖으로 뛰쳐나갔다.</p><p><br></p><p>그리고 실탄을 장전하는 것이다.</p><p><br></p><p>따라나온 정일병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p><p><br></p><p>전방 50미터 쯤에 어둠속에 서 있는 사람 형상.....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사람 형상이 보이다니...... </p><p><br></p><p>"손들어 움직이면 쏜다!!!!!!!!!!!"</p><p><br></p><p>우리부대는 최전방 부대이다. gp나 gop부대는 아니지만 평소에 근무를 설 때 공포탄없는 실탄 근무를 선다.</p><p><br></p><p>게다가 장전은 하지 않지만 탄창을 삽탄(탄창을 총에 끼워 넣는것) 상태로 한 후 근무를 서게 되어 있다.</p><p><br></p><p>그런데 최상병이 철커덕 소리를 내며 장전을 하는 것이다.</p><p><br></p><p>뭔가 큰 일이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그들을 감쌌다.</p><p><br></p><p>최상병은 겁에 질린 게 확실했다.</p><p><br></p><p>50미터 전방에 있는 사람에게 수하를 하다니.....</p><p><br></p><p>얼떨결에 똑같이 목표를 조준하고 있는 정일병도 마찬가지였다.</p><p><br></p><p>"손들어 움직이면 쏜다!!!!!!!!!!!"</p><p><br></p><p>"벽돌..."</p><p><br></p><p>최상병은 암구호를 외쳤다.</p><p><br></p><p>응답없는 사람의 형상....</p><p><br></p><p>"벽돌!!!"</p><p><br></p><p>정일병은 그 사람의 형상이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p><p><br></p><p>지금 이대로 있다간 최상병이 방아쇠를 당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p><p><br></p><p>아무리 전방 부대라고 하지만 철책 근무를 서지 않는 한 저항하지 않는 미확인 물체에 대해 방아쇠를 </p><p><br></p><p>당기진 않기 때문이다.</p><p><br></p><p>최상병의 마지막 암구호가 울려퍼졌다.</p><p><br></p><p><br></p><p>"벽돌!!!!!!!!!!!"</p><p><br></p><p><br></p><p>"안 됩니다!!!!!!!!! 최상병님!!!!!!!!!!"</p><p><br></p><p><br></p><p>정일병은 급하게 최상병 소총의 방열판을 움켜쥐었다.</p><p><br></p><p><br></p><p>"너 뭐야 새꺄!!!!!!!!!"</p><p><br></p><p><br></p><p>정신 나간 사람처럼 휘둥그레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는 최상병의 얼굴이 정일병에겐 </p><p>더한 공포로 다가왔다.</p><p><br></p><p>"안됩니다. 민간인이면 어떡합니까? 부대에 들어온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p><p><br></p><p><br></p><p>누가 사수고 누가 부사수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p><p><br></p><p>그제서야 정신이 든 최상병은 조용히 일어나 그 형상을 아무말 없이 주시했다.</p><p><br></p><p>빗방울이 엄청나게 굵어지고 나서야 그 형상은 사라졌다.</p><p><br></p><p>한 동안 멍하니 초소 밖에서 자리를 지키던 최상병은 아무 말없이 떨리는 손으로 </p><p><br></p><p>장전된 총알을 분리하고 탄창에 다시 끼워 넣었다.</p><p><br></p><p>이 소문은 삽시간에 부대 전체로 퍼졌다.</p><p><br></p><p>한 동안 잠잠했던 귀신소동이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p><p><br></p><p>군인 정신을 강조하는 중대장의 엄한 훈계가 있었음에도 부대원들은 그 소문에 대한 공포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p><p><br></p><p>아침 점호가 끝나면 그 날의 근무 시간표가 붙여지는데 모든 부대원들은 하나같이 밤시간대 위병소 근무에 자신이 </p><p><br></p><p>들어가 있는지 확인하는데 여념이 없었다.</p><p><br></p><p>그런데 진짜 사건은 다른데서 터졌다.</p><p><br></p><p>우리 부대의 최악의 근무지는 바로 탄약고였다.</p><p><br></p><p>탄약고는 부대 내무반으로부터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으며, 주변의 참나무와 아카시 나무 때문에</p><p><br></p><p>시야가 잘 확보가 되지 않는다. </p><p><br></p><p>탄약고 초소 앞에는 작은 계곡이 있고 그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만든 작은 나무다리가 있다. </p><p><br></p><p>초소 뒷편으로는 작은 언덕이 있는데, 겁나는 것은 그 언덕 뒤가 거대한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이다.</p><p><br></p><p>버려진 묘지들이 아닌 공원묘지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지만 밤 근무자에겐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p><p><br></p><p>우리 부대는 지원부대다. </p><p><br></p><p>1년 중 2~3개월은 부대원의 반 이상이 훈련지원 파견을 나가기 때문에 근무 인력이 부족하다.</p><p><br></p><p>이 때문에 위병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단초로 근무를 선다.</p><p><br></p><p>탄약고에 배정받은 근무자는 그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을 만난 것이다.</p><p><br></p><p>산 속의 공동묘지를 끼고 있는 초소에서 한 시간동안 혼자 있어야 하는 것이다.</p><p><br></p><p>이 때문에 탄약고 근무는 보통 상병들이 나간다. </p><p><br></p><p>박ㅇㅇ상병은 우리 부대에서 강한 군인의 상징이다.</p><p><br></p><p>강심장인지는 모르지만 몸짱에 항상 남자다운 성격으로 간부들이나 고참들로부터 신임을 독차지하는 사람이다.</p><p><br></p><p>그 날은 새벽 2시 근무였다.</p><p><br></p><p>"야! 이 강아지야! 정신차려!!!!!!"</p><p><br></p><p>인터폰으로 통화하던 당직하사의 큰 호통 소리에 당직사관인 소대장이 벌떡 깨어났다.</p><p><br></p><p>"야...뭐야?"</p><p><br></p><p>"박ㅇㅇ, 이 미 친 새끼가 헛 소리를 하지 않습니까?"</p><p><br></p><p>"뭔 소리?"</p><p><br></p><p>"초소에 누가 자기와 같이 있답니다."</p><p><br></p><p>"뭐?"</p><p><br></p><p>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을 가르는 총소리가 들렸다.</p><p><br></p><p>"탕!!!!!!!!!!!!!"</p><p><br></p><p>소대장과 당직하사는 서로의 얼굴을 한 번 확인한 후 미친듯이 탄약고를 향해 뛰어 갔다.</p><p><br></p><p>잠에서 깬 2~3 명의 말년 고참들도 따라서 뛰쳐 나갔다.</p><p><br></p><p>100 여 미터를 달려 황급히 도착한 탄약고.</p><p><br></p><p>나무 다리를 건너 누군가가 웅크리고 앉아 탄약고 쪽을 총으로 겨누고 있었다.</p><p><br></p><p>장마철이었지만 간간히 구름 사이로 비치는 달빛 때문에 누구인지는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p><p><br></p><p>후 레쉬를 박상병 등에 비추던 소대장이 물었다.</p><p><br></p><p>"박ㅇㅇ. 니가 쐈어?"</p><p><br></p><p>아무 말 없이 몇 초간을 계속 탄약고를 주시하던 박상병이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고개를 돌렸다.</p><p><br></p><p>후 레쉬 불빛 속에서 확인된 그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p><p><br></p><p>당시 목격했던 고참들 얘기로는 박상병의 튀어나올 듯 크게 부릅 뜬 눈이 너무나도 무서웠다고 한다.</p><p><br></p><p>소대장은 신속히 박상병의 총기를 회수하고 탄약고 근무를 2시간씩 복초근무로 돌렸다.</p><p><br></p><p>행정반에 돌아와서도 반 넋이 나간 사람처럼 흐느적 거리는 박상병의 목덜미를 당직하사가 움켜 쥐었다.</p><p><br></p><p>"야 미친놈아. 정신차려!!!"</p><p><br></p><p>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박상병에게 소대장은 물었다.</p><p><br></p><p>"무슨 일이야?"</p><p><br></p><p>고개를 떨구고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르는 분비물을 떨구며 박상병은 입을 열었다.</p><p><br></p><p>"소대장님. 귀신을 봤습니다."</p><p><br></p><p>이 한마디에 행정반에 있는 사람들은 몇 초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있었다.</p><p><br></p><p>탄약고 초소 새벽 2시 근무자인 박상병은 이전 근무자와 교대를 하였다.</p><p><br></p><p>이전 근무자로부터 특별한 이상 징후를 보고 받지 않았기 때문에 박상병은 늘 그렇게 자연스럽게 근무에 임했다.</p><p><br></p><p>탄약고 초소는 조금 특이하게 만들어져 있다.</p><p><br></p><p>블럭벽돌로 가슴 높이까지 쌓아올린 구조에 천장은 슬레이트로 덮어져 있다.</p><p><br></p><p>벽돌과 천장 사이에는 네 개의 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고 정면의 공간은 유리, 그리고 측면과 후면은</p><p><br></p><p>비닐로 둘러싸여 있다.</p><p><br></p><p>20여분이 지났을까? 박상병은 바람소리 사이로 들리는 작은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p><p><br></p><p>누군가를 부르는 소리.....박상병은 스스로 강건해지려고 했지만 정체모를 그 소리 때문에 </p><p><br></p><p>초소밖으로 일단 뛰쳐 나왔다. 그리고 초소 뒤쪽 공동묘지가 있는 언덕을 향해 총을 겨눴다.</p><p><br></p><p>"아...신발 뭐야?"</p><p><br></p><p>욕이 저절로 튀어나오면서도 박상병은 계속 자신을 안심시키려 노력했다.</p><p><br></p><p>그런데 그 여자의 소리는 조금씩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p><p><br></p><p>'나야..........하하하......'</p><p><br></p><p>박상병은 자신도 모르게 총알 한발을 장전하였다.</p><p><br></p><p>전에 있었던 귀신소동이 사실이 아니길 바랬지만 눈 앞에 벌어지는 상황은 그것이 아니었다.</p><p><br></p><p>"야이 신발년아 나와!!!!!!!"</p><p><br></p><p>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 미터 언덕 위에 나타난 희멀건 형상. </p><p><br></p><p>극도로 흥분한 상태임에도 박상병은 천천히 초소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인터폰을 집어들었다.</p><p><br></p><p>"탄약고 초..초소에 누가 있습니다...지금.."</p><p><br></p><p>인터폰으로 통화를 하는 와중에 박상병은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듣는다.</p><p><br></p><p>그리고 바로 코 앞의 유리창 정면에 나타난 희멀건 형상. </p><p><br></p><p>박상병의 온몸은 굳어버렸지만 오른쪽 엄지손가락은 조용히 소총의 안전핀을 풀고 있었다.</p><p><br></p><p>그리고 조금씩 고개를 돌렸다.</p><p><br></p><p>유리창에 나타난 그 희멀건 형상이 자신의 뒤에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p><p><br></p><p>박상병은 고개를 모두 돌려 그 정체모를 형상의 얼굴을 확인할만큼 강심장은 아니었다.</p><p><br></p><p>고개를 돌리는 와중에 박상병은 방아쇠를 당겨 허공에 총탄을 날린 후 미 친 듯이 초소를 뛰쳐나왔다.</p><p><br></p><p>그리고 나무다리를 건너 참나무 아래에 웅크린 후 초소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p><p><br></p><p>그래도 난 아직도 박상병이 엄청난 강심장의 소유자였다고 생각한다.</p><p><br></p><p>내가 만일 그 여자 형상이 초소안에서 내 뒤에 있다고 생각되었다면 난 그자리에서 기절하였을지 모른다.</p><p><br></p><p>모든 얘기를 마친 박상병은 내무반으로 조용히 이동하였다.</p><p><br></p><p>이미 내무반은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였고 무슨 영문이지도 모르는 부대원들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p><p><br></p><p>들어오는 박상병을 멍하니 쳐다보았다.</p><p><br></p><p>"야. 당분간 박ㅇㅇ, 야간근무 열외시켜."</p><p><br></p><p>행정반에서 들리는 소대장의 말소리를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무표정한 얼굴의 박상병은 침상에 걸터앉아 얼굴을 </p><p><br></p><p>두 손으로 감싸며, 두 세번의 긴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p><p><br></p><p>몇몇 병장들의 괜찮냐는 질문에 박상병은 괜찮다며 근무복장을 조용히 해체했다.</p><p><br></p><p>그러나 빨갛게 충혈된 박상병의 두 눈을 보고 더 이상 아무도 말을 걸지 못했다.</p><p><br></p><p>그 뒤로 박상병은 며칠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p><p><br></p><p>위병소에 이어서 이번엔 탄약고라니........</p><p><br></p><p>부대 전체는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공포가 서서히 엄습해 왔다.</p><p><br></p><p>박상병 사건 이후로 위병소와 다른 초소는 정상적으로 돌아갔지만 탄약고는 두 시간 교대 복초로 바뀌었다. </p><p><br></p><p>밤 근무를 두 시간씩이나 서야 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p><p><br></p><p>혼자 공동묘지를 끼고 산속에 한 시간동안 처박혀 있는 것보다 나았기 때문이다.</p><p><br></p><p>게다가 파견 나간 부대원들이 돌아오면 한 시간으로 줄기 때문에 당분간은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다.</p><p><br></p><p>귀신소동은 드디어 나에게까지 찾아왔다.</p><p><br></p><p>그 날은 정말로 기분 나쁠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다.</p><p><br></p><p>새벽 2시 근무였는데 하늘에 구멍이 났는지 장대비가 억수로 쏟아졌다.</p><p><br></p><p>나는 판쵸우의를 뒤집어 쓰고 밖에 서 있었으며, 나의 사수인 정ㅇㅇ상병은 초소안에 처박혀 무엇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p><p><br></p><p>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p><p><br></p><p>시끄러웠다. </p><p><br></p><p>판쵸우의로 덮은 헬멧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주변 숲의 나무잎을 강타하는 빗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렸다.</p><p><br></p><p>게다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장대비가 쏟아져서 그야말로 전방 1미터안의 물체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p><p><br></p><p>정말로 누가 바로 코 앞에 있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p><p><br></p><p>내가 그 형상을 발견한 건 근무시작 20분이 지났을 때였다.</p><p><br></p><p>난 아직도 그 시간을 기억한다. 새벽 2시 20분.....</p><p><br></p><p>내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시계에 내장된 조명등을 켜고 봤을 때이니까.</p><p><br></p><p>2시 20분.....시간을 확인한 나는 다시 고개를 들고 전방을 주시했다.</p><p><br></p><p>그런데 이게 뭔가?</p><p><br></p><p>전방 십수미터 정도에 희멀건 형상이 미류나무쪽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p><p><br></p><p>너무나 어두워 미류나무에 매달려 있는 건지 그냥 떠 있는 건지 모르지만 그냥 미류나무쪽이었다.</p><p><br></p><p>난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고참들이 얘기해 준 적응시라는 말이 떠올랐다.</p><p><br></p><p>"불빛을 보고 아주 어두운 곳을 쳐다보면 망막에 잔상이 남는다. 보통 파르스름하게 잔상이 나타난다.</p><p><br></p><p>그 때는 눈을 10초 정도 감았다가 떠라. </p><p><br></p><p>그리고 한 곳을 오랫동안 쳐다보지 마라. 니 머리가 사물을 왜곡시켜 표현한다."</p><p><br></p><p>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속으로 10초를 세면서...</p><p><br></p><p>그리고 눈을 떴다.</p><p><br></p><p>그러나 나는 다시 눈을 감아야 했다. 그것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p><p><br></p><p>두번째 10초를 세는 동안 나는 이미 등골에 싸늘한 기운이 몰려오기 시작했다.</p><p><br></p><p>다시 눈을 떴다. 아직도 그 형상이 있다.</p><p><br></p><p>갑자기 나도 모르게 헛기침이 나왔고 나는 입 속에 빗물이 쏟아져 들어감에도</p><p><br></p><p>위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려 긴 호흡을 하였다.</p><p><br></p><p>그 희멀건 형상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나를 내 스스로 진정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p><p><br></p><p>나는 그 형상을 주시한 채 정상병을 불렀다.</p><p><br></p><p>"정ㅇㅇ 상병님!!!!!!!"</p><p><br></p><p>들릴 리가 없었다. </p><p><br></p><p>4~5미터 거리지만 서로 볼 수도 없을 뿐더러 내 목소리는 이미 빗소리에 묻혀버렸기 때문이다.</p><p><br></p><p>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정상병이 있는 반대편 초소로 이동했다.</p><p><br></p><p>그리고 가만히 초소안에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정상병을 불렀다.</p><p><br></p><p>"정ㅇㅇ 상병님!!!!!!!"</p><p><br></p><p>그러자 갑자기 정상병이 움찔하더니 나를 뒤돌아 보았다.</p><p><br></p><p>"앗.. 신발 놀래라.....무슨 일이야?"</p><p><br></p><p>"잠깐 나와 보시기 바랍니다."</p><p><br></p><p>"뭔데?"</p><p><br></p><p>"저기 미류나무 쪽에 뭐가 있습니다."</p><p><br></p><p>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상병은 판쵸우의를 뒤집어 쓰고 밖으로 나왔다.</p><p><br></p><p>그리고 내가 가리키는 쪽을 쳐다 보았다.</p><p><br></p><p>보이지 않았다. 마치 영화처럼 조금 전만 해도 미류나무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는데......</p><p><br></p><p>그런데 정상병은 내 말을 믿어주었다.</p><p><br></p><p>"이렇게 어두운데 보였단 말야?"</p><p><br></p><p>"네."</p><p><br></p><p>"어떻게 보였는데?"</p><p><br></p><p>"그냥 희뿌옇게 보였습니다."</p><p><br></p><p>"어디로 갔어?"</p><p><br></p><p>"미류나무쪽 중간 쯤 있다가 아래로 내려오는 것까지 봤습니다." </p><p><br></p><p>"그 귀신년인가 보다. 이 신발년 죽여버리든가 해야지..."</p><p><br></p><p>상병 말호봉인 정상병은 짬밥에 걸맞게 아무 것도 아닌 냥 나에게 겁먹지 말라고 충고했다.</p><p><br></p><p>정상병은 내가 걱정되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두려움을 없애려고 하는지 초소안으로 들어가지 않고</p><p><br></p><p>나와 똑같이 비를 맞으며, 내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p><p><br></p><p>나는 다소 안심이 되었지만 그 편안함은 오래가지 못했다.</p><p><br></p><p>이번엔 소리가 들렸다.</p><p><br></p><p>천지에 쌀알이 쏟아지는 듯한 빗소리에 섞인 작은 소리........</p><p><br></p><p>"에..엑..우...."</p><p><br></p><p>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가 없었지만 몇 십초가 지나자 곧 알아들을 수 있었다.</p><p><br></p><p>토하는 소리였다.</p><p><br></p><p>"우...에..엑......우.....에..엑"</p><p><br></p><p>나는 그 때 처음으로 오금이 저리다는 것을 느껴봤다.</p><p><br></p><p>전기를 맞은 것처럼 무릎관절이 찌릿거렸다. 정말로 주저앉고 싶었다.</p><p><br></p><p>정상병도 나와 똑같은 소리를 듣고 있는게 확실했다.</p><p><br></p><p>"이....신발년...."</p><p><br></p><p>정상병은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욕을 내 뱉았다.</p><p><br></p><p>내 머릿속의 두뇌는 어떡해서든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수 만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열심히 작업중이었다.</p><p><br></p><p>그리고 한 가지 적당한 답안을 제시했다.</p><p><br></p><p>"개구리..........."</p><p><br></p><p>"뭐?"</p><p><br></p><p>"정상병님..개구리 소리 아닙니까?"</p><p><br></p><p>나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정상병은 그제서야 내 말에 맞장구를 쳤다.</p><p><br></p><p>"잘 들어보니 그렇기도 하다."</p><p><br></p><p>아무 말없이 잠시 그 정체모를 소리를 듣고 있던 정상병이 말을 이어갔다.</p><p><br></p><p>"그럼 아까 니가 봤다던 건 뭐야?"</p><p><br></p><p>"그게...저..............."</p><p><br></p><p>내 머릿속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p><p><br></p><p>"안 되겠다. 요 앞까지 순찰 좀 해보자."</p><p><br></p><p>"순찰 말입니까? 그냥 본대에 연락하심이...."</p><p><br></p><p>"이 새끼 겁 졸라 많네. 당직사관 오늘 누군지 알아? 수송관이잖아. </p><p><br></p><p>그 미 친 똘아이 새끼. </p><p><br></p><p>그 새끼가 니 말을 믿어 주겠냐고? 아마 군화발로 이단 옆차기 할거다."</p><p><br></p><p>난 나름대로 강심장이라고 생각하며 내 스스로를 단련시켜왔지만 솔직히 겁이 많다.</p><p><br></p><p>차라리 수송관한테 욕먹고 이 상황을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더 간절했다.</p><p><br></p><p>그러나 수송관 못지 않은 성격의 정상병은 이런 나의 생각에 절대로 동의할 인물이 아니었다.</p><p><br></p><p>"알겠습니다."</p><p><br></p><p>우리 둘은 손전등을 손에 쥐고 그 토악질하는 소리를 향해 조금씩 걸어나갔다.</p><p><br></p><p>장대비 속에서 손전등을 비추는 것은 그야말로 무의미했다.</p><p><br></p><p>빗줄기에 빛이 산란되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p><p><br></p><p>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p><p><br></p><p>"우...에....엑.....우...에....엑.."</p><p><br></p><p>거의 십수미터 전방까지 다다른 것 같았다.</p><p><br></p><p>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깨에 매달린 k-2소총의 개머리판을 펴고 총구를 들어올려 전방을 조준했다.</p><p><br></p><p>내 머리는 더 이상 전진하지 말것을 명령하고 있었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p><p><br></p><p>"철커덕!!!!!!!!!!!"</p><p><br></p><p>정상병이 갑자기 장전을 했다. </p><p><br></p><p>안전핀을 풀었는지 안풀었는지 모르지 여차하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p><p><br></p><p>제발 정상병이 미쳐 날뛰지 않길 바랄 뿐이다.</p><p><br></p><p>행여나 정상병이 나를 귀신으로 본다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었다.</p><p><br></p><p>이제 멀어야 10미터 전방이다. </p><p><br></p><p>땀인지 빗물인지 모르는 액체로 내 얼굴은 이미 흥건히 젖어있었다.</p><p><br></p><p>그런데 수미터 앞에 도달하고 나서야 나는 내가 고안한 답안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p><p><br></p><p>분명 사람소리였다. 개구리 소리가 아니었다.</p><p><br></p><p>아직도 빗소리가 더 크게 들렸지만 이건 분명 사람소리였다.</p><p><br></p><p>"우......에..엑!!......우.......에..엑!!"</p><p><br></p><p>손전등을 비추었지만 확인이 안되었다.</p><p><br></p><p>잡초와 잡목으로 우거진 덤불속이라 직접 파헤치지 않는 한 그 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p><p><br></p><p>정상병은 떨리는 목소리로 보이지 않는 형체를 조준하며, 수하를 했다.</p><p><br></p><p>"누..누구냐?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p><p><br></p><p>그러자 갑자기 소리가 멈추었다.</p><p><br></p><p>심장이 터질 듯 했고, 온 몸이 오그라드는 듯 했다.</p><p><br></p><p>그 토악질 소리가 들리지 않자 빗소리만이 주위를 감쌌다.</p><p><br></p><p>그러나 그 시끄러운 빗소리도 우리 둘에게는 무섭도록 소름끼치는 고요한 적막이나 다름 없었다.</p><p><br></p><p>"써치라이트 켜!!!"</p><p><br></p><p>"예?"</p><p><br></p><p>잠시 넋이 나간 듯 나는 정상병의 명령을 놓치고 말았다.</p><p><br></p><p>"초소의 써치라이트 켜라고 새꺄!!!!!!"</p><p><br></p><p>그제서야 나는 조금씩 뒷걸음질치며, 초소로 향했다. </p><p><br></p><p>위병소는 야간 근무 중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써치라이트를 켤 수가 없다.</p><p><br></p><p>써치라이트를 켜면 그 날 근무일지에 보고를 해야 되며,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p><p><br></p><p>그러나 나는 이것 저것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p><p><br></p><p>초소 안의 스위치... 그것을 올리는 것만이 나를 진정시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p><p><br></p><p>그러나 난 초소에 들어가기도 전에 내 바램이 어긋났음을 알게 되었다.</p><p><br></p><p>초소문을 열자 초소안에 누가 있는 것이다.</p><p><br></p><p>손전등에 비친 흰색과 검은색...</p><p><br></p><p>전설의 고향에서나 볼 수 있는 처녀귀신이라고 부르던 흰 소복의 검고 짙은 긴 생머리....</p><p><br></p><p>어쩌면 단순한 흰색과 검은색을 내 머리가 그렇게 해석했는지도 모른다.</p><p><br></p><p>눈으로 보이는 검은색 두 점과 시선이 마주쳤을 때 더 이상 내 두다리는 버티지 못하였다.</p><p><br></p><p>기절해 보았는가? </p><p><br></p><p>창피한 얘기지만 나는 훈련소에서 행군 중에 탈진으로 기절해 본 적이 있다.</p><p><br></p><p>체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수통의 물을 한꺼번에 들이키는 바람에 염분부족으로 탈수와 탈진이 동시에 온 것이다.</p><p><br></p><p>6시간 넘게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과 천근만근같은 몸을 이끌고 난 계속 걸었다.</p><p><br></p><p>그리고 도착지점 200여미터를 앞두고 안도감이 밀려오자 나는 바로 쓰러져 버렸다.</p><p><br></p><p>그런데 그 때는 기절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난 내가 잠깐 잠이 든 줄 알았다.</p><p><br></p><p>조교와 동기들의 도움으로 난 몇 초만에 바로 깨어났다. 그리고 행군을 완료했다.</p><p><br></p><p>그런데 지금은 달랐다.</p><p><br></p><p>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나른해지면서 힘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p><p><br></p><p>이미 내 몸은 내 것이 아니고, 외마디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p><p><br></p><p>"헉!"</p><p><br></p><p>내가 소리낸 것은 이것이 전부다. </p><p><br></p><p>그러나 이건 소리도 아니다.</p><p><br></p><p>숨이 나오다가 목에 걸린 것이다.</p><p><br></p><p>영화 속의 비명은 다 거짓이었다. 정말로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p><p><br></p><p>갑자기 사물이 멀어지고 눈 앞의 영상이 시선 중심으로 모아지면서 주변이 tv화면 꺼지듯이 어두워진다.</p><p><br></p><p>그래도 난 군인이었나 보다. </p><p><br></p><p>무릎을 털썩 꿇어 주저앉으며 기절 직전까지 갔지만 내 오른손의 소총은 놓지 않았다.</p><p><br></p><p>내 머리는 그 여자를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떨어뜨린 손전등 때문에 그 형상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p><p><br></p><p>머릿속에서는 계속 소총을 들어 쏘라고 명령하였지만 정말로 바늘하나 들어올릴 힘조차 없었다.</p><p><br></p><p>"저..정ㅇㅇ 상병님....정ㅇㅇ 사..상병님...."</p><p><br></p><p>난 미친듯이 정상병을 불렀지만 만취한 사람처럼 혀가 구부러져 발음이 되지 않았고, 가는 숨소리만이 새어나왔다.</p><p><br></p><p>저항할 수 없는 어떤 강력한 기세에 눌린 나는 바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p><p><br></p><p>"뭐하고 있어 강아지야!!!!!!"</p><p><br></p><p>정상병의 미친듯한 외침이 들렸다.</p><p><br></p><p>"야 이 신발놈아!! 불켜라고!!!" </p><p><br></p><p>그런데 나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자세로 머리를 숙인 채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고 장대비만 계속 맞고 있었다.</p><p><br></p><p>'차라리 기절해 버렸으면 좋겠다. 바보같은 내가 정말 싫다. 개병 신이다. 머저리같은 새끼. 지랄맞은 새끼'</p><p><br></p><p>이런 내 스스로를 자책하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맴돌자 눈물이 쏟아졌다.</p><p><br></p><p>아무런 응답이 없자 정상병이 참지 못하고 돌아왔다.</p><p><br></p><p>내 오른쪽 뺨에 손전등이 비춰지는 것이 느껴졌다.</p><p><br></p><p>"야....너 왜 그래?"</p><p><br></p><p>조용히 다가와 내 얼굴을 확인하던 정상병이 또 다시 물었다.</p><p><br></p><p>"야 신발놈아. 초소에 불 켜라고 했는데 너 뭐하고 있는거야?"</p><p><br></p><p>난 그제서야 고개를 천천히 돌려 울먹이며 거친 말을 내뱉았다.</p><p><br></p><p>"이...씨..신발..초소안에 있단 말입니다."</p><p><br></p><p>헉헉대는 정상병의 거친 숨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p><p><br></p><p>"뭐? 뭐라구?"</p><p><br></p><p>"그 신발년이 초소안에 있단 말입니다."</p><p><br></p><p>평소 거친 언행을 하지 않는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뱉는 욕설을 막을 수 없었다.</p><p><br></p><p>정상병은 후다닥 총을 초소쪽으로 겨누고 천천히 손전등을 비추었다.</p><p><br></p><p>이리저리 살피던 정상병이 내게 물었다.</p><p><br></p><p>"뭐 ....뭐......뭐가 있다는 거야? 응? 아무 것도 없잖아"</p><p><br></p><p>화가 난 듯한 정상병은 초소문을 부셔져라 쾅 닫아 버렸다.</p><p><br></p><p>오늘 그 여자가 날 엿먹이려나 보다.</p><p><br></p><p>이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갑자기 군화발이 내 오른쪽 어깨를 강타했다.</p><p><br></p><p>정상병이 욕설을 내뱉으며 나를 발로 밀어버린 것이다.</p><p><br></p><p><br></p><p>"이 강아지야! 정신 안 차려!!"</p><p><br></p><p>무릎을 꿇은 상태에 넘어진 나는 다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p><p><br></p><p>바보같이 보이는 내가 미웠는지 정상병은 다시 한번 군화발로 내 가슴팍을 밀어붙여 나를 넘어뜨렸다.</p><p><br></p><p>"병 신같은 새끼!! 일어나 이 강아지야!! 이런 일로 주저앉아 있냐? 이 병 신새끼야!!" </p><p><br></p><p>내가 상체를 다시 일으키자 정상병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나를 넘어뜨렸다.</p><p><br></p><p>난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단지 무능한 군인처럼 보이는 내 자신이 미울 뿐이었다.</p><p><br></p><p>수 차례 정상병의 발길질이 끝나자 그제서야 나는 제 정신이 드는 듯 했다.</p><p><br></p><p>온 몸에 독기같은 기운이 솟아나는 느낌이었다.</p><p><br></p><p>난 정상병의 마음을 이해한다.</p><p><br></p><p>나도 내 자신을 두들겨 패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p><p><br></p><p>정상병은 한 동안 내 앞에 서서 거친 숨을 수차례 몰아 쉬었다.</p><p><br></p><p>"헉헉...뭐가 있다는거야? 강아지...헉헉."</p><p><br></p><p>이 말이 끝나자 정상병은 초소문을 거칠게 열어제끼고 들어가 서치라이트 스위치를 올렸다.</p><p><br></p><p>순간 전방 50여미터가 대낮처럼 밝아졌다.</p><p><br></p><p>역시나 장대비 때문에 빛이 산란되어 사물은 정확히 확인이 안되었다.</p><p><br></p><p>주변이 밝아졌음을 느낀 정상병은 다시 그 소리가 나던 덤불 숲으로 미 친듯이 뛰어갔다.</p><p><br></p><p>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소총을 움켜쥐고 정상병을 따라 뛰어갔다.</p><p><br></p><p>"이 신발년아!! 나와!! 어딨어? 이 신발년!!!"</p><p><br></p><p>미친 사람처럼 정상병은 덤불 숲속에 들어가 발길질을 하고 소총의 개머리판을 휘둘렀다.</p><p><br></p><p>"이 개년 죽여버리겠어!!! 나와 이 썅년아!!"</p><p><br></p><p>무려 5분여동안 미친듯한 행동을 반복하던 정상병이 갑자기 조용해졌다.</p><p><br></p><p>그리고 잠시 후 스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정상병이 덤불숲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p><p><br></p><p>판쵸우의의 여기저기가 찢겨있고, 그의 온 몸은 빗물로 흥건해져 있었다.</p><p><br></p><p>뒤집어쓴 판쵸우의와 헬멧라인 아래로 콧날과 입만 보이며 긴 숨을 내 뱉고 있는 정상병의 모습은</p><p><br></p><p>조금 전의 그 형상보다 더 공포스럽게 느껴졌다.</p><p><br></p><p>"돌아가자."</p><p><br></p><p>좀 전의 모습과 너무나 다른 나즈막한 억양으로 정상병이 말을 했다.</p><p><br></p><p>정상병이 총을 쏘지 않은 걸 보면 행동은 친미친 듯 보였지만 정신은 있었나 보다.</p><p><br></p><p>초소로 돌아와서야 우리는 인터폰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p><p><br></p><p>정상병은 초소 문앞에서 한 번 멈칫하더니 천천히 초소 문을 열고 들어가 수화기를 들었다.</p><p><br></p><p>"통신보안, 상병 정ㅇㅇ입니다."</p><p><br></p><p>서치라이트의 스위치를 조용히 내리며 정상병은 수송관에게 서치라이트를 켜게 된 경위를 보고하고 있었다.</p><p><br></p><p>"자세한 건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p><p><br></p><p><br></p><p>미치광이 수송관이 우리 말을 믿어줄까 염려가 되었지만 정상병의 판쵸우의가 여기저기 찢겨있고 </p><p><br></p><p>두려움에 휩싸인 듯한 우리 둘의 모습을 본 수송관은 30분이 넘도록 조용히 우리 얘기를 들어 주었다.</p><p><br></p><p>결론은 역시 내가 헛 것을 본 걸로 끝났다.</p><p><br></p><p>"들어가 쉬어라. 오늘 들은 얘기 내일 중대장한테 보고하겠다."</p><p><br></p><p>그 날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적은 이 부대에 처음 배치받은 날 빼놓고 처음이다.</p><p><br></p><p>다음 날 우리는 중대장에게 불려갔다.</p><p><br></p><p>결론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날 만큼은 중대장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p><p><br></p><p>군인정신 부족같은 훈계는 하지 않았고, 근무에 열중하라는 말만 하였다.</p><p><br></p><p>그 날 이후로 정상병은 말이 없어지고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p><p><br></p><p>쉬는 시간이면 내무반 뒷뜰에 혼자 앉아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p><p><br></p><p>우리는 소대별로 돌아가면서 일주일 동안 식당청소와 아침 근무자 식사준비를 해야 한다.</p><p><br></p><p>이번주는 우리 소대가 담당이었다.</p><p><br></p><p>밥을 챙길 수 없는 아침 근무자의 식사는 담당 소대가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p><p><br></p><p>그런데 배식과 청소에 열중한 나머지 아침 근무자의 식사가 늦어진 것이다.</p><p><br></p><p>근무자가 돌아왔을 때 부대원들은 거의 식사가 끝나가는데 근무자 식사가 준비 안된 것이다.</p><p><br></p><p>근무자인 1소대 이상병이 우리 소대 일병들에게 다가와 짜증을 냈다.</p><p><br></p><p>"이 자식들이 어디다 정신팔고 다니는거야?"</p><p><br></p><p>그제서야 근무자 식사를 깜박했다는 사실을 안 일병들은 밥을 먹던 도중 급히 일어나 사과했다.</p><p><br></p><p>"시정하겠습니다. 곧 식사 준비하겠습니다."</p><p><br></p><p>일병 막내축에 속하는 나는 후다닥 식판 두 개를 들고 배식판으로 향했다.</p><p><br></p><p>이상병은 계속 아니꼽다는 듯이 성질을 냈다.</p><p><br></p><p>"2소대 왜 그래? 정신차려 임마!! 니네 귀신 나타났다고 위병소에 불도 켰다며?"</p><p><br></p><p>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옆에서 밥을 먹고 있던 정상병이 음식물이 담긴 식판을 이상병에게 던져버렸다.</p><p><br></p><p>"이 신발새끼가 어디서 지랄이야!!"</p><p><br></p><p>욕설과 함께 미친 사람처럼 눈을 부릅뜨고 정상병은 이상병에게 달려들어 주먹과 발길질을 사정없이 날렸다.</p><p><br></p><p>며칠 전 밤에 보았던 정상병의 그 모습이 다시 재현된 것 같았다.</p><p><br></p><p>여느날 같았으면 뜯어말리고 끝날 일이었지만 그 날은 정상병이 큰 실수를 하였다.</p><p><br></p><p>중대장이 사병식당에서 식사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p><p><br></p><p>중대장 앞에서 사병들간의 그런 험한 꼴을 보였으니 난리가 아니었다.</p><p><br></p><p>분노한 중대장은 정상병과 이상병에게 군장을 매고 연병장을 돌 것을 명령했다.</p><p><br></p><p>늘 보는 얼차려이지만 다른 점이라면 그 날은 군장 속에 모래와 자갈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p><p><br></p><p>중대장은 굉장히 엄했다.</p><p><br></p><p>반나절동안 쉬지 않고 뺑뺑이를 돌리는 것도 모자라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까지 포복으로 기어서 가도록 했다.</p><p><br></p><p>서서 밥먹는 중에도 군장을 벗지 못하게 했고 식사가 끝나자 다시 </p><p><br></p><p>포복으로 연병장까지 기어가 뺑뺑이를 돌게 만들었다.</p><p><br></p><p>부대 분위기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침체되어 있었다.</p><p><br></p><p>무슨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p><p><br></p><p>하룻동안의 얼차려가 끝나자 정상병은 이상병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낸 후 조용히 </p><p><br></p><p>내무반 뒷뜰로 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p><p><br></p><p>그의 몸은 물을 끼얹은 듯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p><p><br></p><p>나는 그가 괜히 나 때문에 얼차려를 받은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p><p><br></p><p>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p><p><br></p><p>"정ㅇㅇ 상병님.. 괜찮습니까?"</p><p><br></p><p>나의 물음에 정상병은 아무 대답도 없이 담배만 깊게 빨아들이고 있었다.</p><p><br></p><p>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멍하니 전방에 시선을 고정한 채 연신 담배만 빨던 정상병이 입을 열었다.</p><p><br></p><p>"야.....이ㅇㅇ"</p><p><br></p><p>"일병! 이ㅇㅇ!!"</p><p><br></p><p>"그날...니가 귀신봤다는 날...."</p><p><br></p><p>"예.."</p><p><br></p><p>"니가 초소안에 그 여자가 있다고 했을 때 말야..내가 확인했잖아"</p><p><br></p><p>"예.."</p><p><br></p><p>정상병은 계속 전방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마지막 한 모금의 담배를 빨며 말을 이었다.</p><p><br></p><p>"나도 초소안에서 그 여자 봤다.."</p><p><br></p><p>"예?"</p><p><br></p><p>"나도 너처럼 그 여자 봤다구..."</p><p><br></p><p>"그런데 왜 가만히 계셨습니까?"</p><p><br></p><p>정상병은 담배 꽁초를 슬리퍼 바닥으로 짓이기고, 다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p><p><br></p><p>그리고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말을 이어갔다.</p><p><br></p><p>"반투명한 희멀건 여자형상이 허공에 반쯤 떠 있더라. </p><p><br></p><p>그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어. 내가 어떻게 해 볼 상대도 아니었어.</p><p><br></p><p>너무 겁이 나서 얼른 문을 닫았어. 정신 차리고 뭔가를 해야겠는데, 아니 미친척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p><p><br></p><p>니가 그러고 있는 걸 보니까 화가 갑자기 치밀었다. 미안하다...."</p><p><br></p><p>"아닙니다. </p><p><br></p><p>그런데 왜 수송관이나 중대장한테 그 얘기 안하셨습니까?"</p><p><br></p><p>"넌 부사수고 난 사수 아니냐. 게다가 다음 달이면 병장 달 놈이 그런 소리하고 있으면 날 뭘로 취급하겠냐?</p><p><br></p><p>본의 아니게 너만 찌질한 놈으로 만든 것 같다."</p><p><br></p><p>그 해의 장마는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p><p><br></p><p>조금씩 정상병은 정상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부대원들은 야간근무에 대한 공포감을 떨쳐버리지 못하였다.</p><p><br></p><p>조명이 없는 탄약고에 백열등이 설치되었고, 조금만 이상한 징후라도 보이면 위병소에 불이 켜지기 일쑤였다.</p><p><br></p><p>우리는 빨리 파견 나간 부대원들이 돌아오길 염원했다.</p><p><br></p><p>또 한번의 소동이 벌어진 것은 장마가 끝나 갈 무렵이었다.</p><p><br></p><p>완전히 장마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며칠동안 구름만 껴있고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p><p><br></p><p>그 날은 야간사격을 하는 날이었다.</p><p><br></p><p>주간 사격때는 보통 소대장이 인솔을 하는데 그 날은 중대장까지 참가를 하였다.</p><p><br></p><p>우리 부대는 자체 사격장이 있다.</p><p><br></p><p>연대나 사단규모 사격장보다 작고, 표적도 자동화 타겟이 아니지만 150미터까지 </p><p><br></p><p>표적을 설치할 수 있는 비교적 중급 규모의 사격장이었다. </p><p><br></p><p>대신 사로의 수는 작아서 동시에 5명 정도만이 쏠 수 있었다.</p><p><br></p><p>조그만 산 중턱쯤에 사격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사로로부터 뒤쪽 10여미터 아래에는 </p><p><br></p><p>작은 연습장 겸 대기소가 있다.</p><p><br></p><p>그날 야간사격은 영점조준용 종이타겟을 25미터 전방에 놓고 실시하였다.</p><p><br></p><p>야간 사격을 할 때는 가늠자와 가늠쇠에 형광물질을 바른다.</p><p><br></p><p>야간 사격은 가늠자 구멍을 통해 조준이 어렵다. 따라서 두 군데에 발라놓은 </p><p><br></p><p>형광물질의 위치를 일치시키고 대충 쏘는 것이다.</p><p><br></p><p>그렇게 해도 표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표적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p><p><br></p><p>그 누가 보름달도 아닌 구름 낀 그믐달 아래서 보이지도 않는 25미터 거리에 있는 </p><p><br></p><p>a4규격의 황토색 재생용지를 맞추겠는가?</p><p><br></p><p>그냥 감으로 쏘는 것이다.</p><p><br></p><p>때문에 가끔 말년 고참들은 소총의 안전핀을 단발이 아닌 자동으로 놓고 9발을 그냥 드르륵 갈겨버리기도 한다.</p><p><br></p><p>말년 병장들이 하니까 중대장이 모르는 척 하는거지 내가 그랬으면 당장 얼차려를 받을 일이다.</p><p><br></p><p>"1조 탄창 삽입!!!"</p><p><br></p><p>"탄창 삽입!!"</p><p><br></p><p>"탄알 일발 장전!!"</p><p><br></p><p>"탄알 일발 장전!!"</p><p><br></p><p>"준비된 사수부터 사격 개시!!!"</p><p><br></p><p>"탕..타타타타탕..."</p><p><br></p><p>난 화약 냄새가 좋다. 어깨를 전해지는 소총의 반동이 좋다.</p><p><br></p><p>그리고 이산 저산에서 메아리치는 소총소리가 좋다.</p><p><br></p><p>난 총을 잘 쏜다. 논산 훈련소 자동화타겟에서 전진무의탁 자세로 20발 중 19발을 맞춘 적이 있다.</p><p><br></p><p>태어나서 처음으로 쏴 보는 총이었는데 조교가 사회에서 총 쏴봤냐며 물을 정도였다.</p><p><br></p><p>지금 생각해보면 사격은 나에게 군생활 동안 고마운 존재엿다. </p><p><br></p><p>나에게 휴가를 한번 더 보내줬으니까</p><p><br></p><p>안전검사를 마치고 1조 사격이 끝나자 뒤에 서서 대기하던 2조가 사로로 진입했다.</p><p><br></p><p>바로 그 때였다.</p><p><br></p><p><br></p><p>"사격 중지!!!!!!!!"</p><p><br></p><p><br></p><p>중대장의 엄명이 떨어졌다.</p><p><br></p><p>중대장이 왜 사격을 중지시켰는지 사로에 서 있던 모든 부대원들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p><p><br></p><p>표적 너머 숲이 시작되는 곳에 희멀건 형상이 서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p><p><br></p><p>몇몇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볼 수 있었다.</p><p><br></p><p>사람일리는 없다. 사격장 주변은 목책과 시멘트 방호벽으로 이중으로 둘러싸여 있다. </p><p><br></p><p>사람이 들어올 수 없을 뿐더러 일단 부대 반경 3km이내에는 민가가 없다. </p><p><br></p><p>인접한 부대도 없다. </p><p><br></p><p>간첩이라면 미 친 놈이 아니고서야 사격장 표적 근처에서 자신을 드러내진 않을 것이다.</p><p><br></p><p>게다가 사격 전에 표적지 주변을 순찰하고, 사격 5분 전에는 사이렌까지 울리고 </p><p><br></p><p>경고방송까지 한다.</p><p><br></p><p>집단 최면이 아니라면 우리 대부분은 두 눈으로 그 형상을 본 건이다.</p><p><br></p><p>사격 중지를 명령한 중대장은 한참동안 말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 움직이지 않는 형상만을 주시했다. </p><p><br></p><p>그리고 큰 소리로 그 형상에게 큰 소리로 말을 걸었다.</p><p><br></p><p>"어이!! 거기 누구요?"</p><p><br></p><p>메아리처럼 중대장의 목소리가 사격장 주변을 맴돌았다.</p><p><br></p><p>아무 반응이 없는 그 형상.</p><p><br></p><p>갑자기 중대장이 그 형상이 있는 표적지 뒤의 숲를 향해 미 친 듯이 뛰어갔다.</p><p><br></p><p>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중대장...잠시 후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p><p><br></p><p>"우리 얘기 좀 합시다!!"</p><p><br></p><p>그러나 여전히 그 형상은 말이 없었다.</p><p><br></p><p>가까이 접근한 중대장은 그 형상이 뭘로 보였을까?</p><p><br></p><p>목책과 방호벽 때문에 어쩌면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p><p><br></p><p>사격장은 사로에서 표적지까지 완만한 u자로 구부러진 형태라 표적지가 있는 </p><p><br></p><p>곳으로 접근하면 목책과 방호벽 뒷편이 보이지 않는다.</p><p><br></p><p>중대장은 계속 말을 이었다.</p><p><br></p><p>"왜 우리 부대원들에 이러십니까? 우리 얘기 좀 합시다.!!</p><p><br></p><p>왜 우리 부대원들을 괴롭히십니까?"</p><p><br></p><p>그런데 중대장의 이런 질문에 돌아온 것은 외마디 비명소리였다. </p><p><br></p><p>"으아아아악!!!!!!!!!!!!"</p><p><br></p><p>우리는 동시에 살을 에는 듯한 전율과도 같은 소름에 할말을 잃어버렸다.</p><p><br></p><p>내 옆의 고참들의 숨소리같은 말소리가 들렸다.</p><p><br></p><p>"와...신발 잠이 다 확 깬다."</p><p><br></p><p>중저음의 여자 목소리. 톤은 낮았지만 확실히 남자는 아니었다. </p><p><br></p><p>그런데 그냥 비명소리가 아니었다.</p><p><br></p><p>tv 사극에서 고문을 당할 때 고통에 못 이겨 울부짖는 소리!!!!!!!</p><p><br></p><p>우리를 깨운 건 중대장의 외침이 들렸다.</p><p><br></p><p>"야..밑에 있는 부대원들 전원 소집시켜!!!!!!!!"</p><p><br></p><p>우리는 근무자를 제외한 한 명의 열외도 없이 총과 손전등을 준비하고 표적지 주변으로 모였다.</p><p><br></p><p>"잘 들어라. 오늘 그 년이 누구인지 잡는다. </p><p><br></p><p>1소대는 사격장 왼쪽, 2소대는 사격장 오른쪽 외곽으로 돌아라. </p><p><br></p><p>3소대는 정면 쪽문을 통해 나가서 숲속을 뒤진다. </p><p><br></p><p>그리고 4소대는 나와 함께 위병소 뒤쪽의 샛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숲속을 살핀다.</p><p><br></p><p>그리고 탄창 분리해라. 절대로 총을 쏴서는 안된다. 싸우더라도 총을 쏴서는 안된다.</p><p><br></p><p>소대장은 내려가서 위병소 포함 부대 내의 모든 근무자들에게 불을 밝히라고 해라.</p><p><br></p><p>모두 산 정상까지 올라가면, 수색을 종료한다."</p><p><br></p><p>이렇게 해서 1시간 동안 우리의 야밤 순찰은 시작되었다.</p><p><br></p><p>2소대에 속한 나는 사격장 오른쪽 외곽으로 진입하여 목책과 방호벽 외곽 주변을 샅샅히 수색하기 시작하였다.</p><p><br></p><p>며칠 동안 비가 거의 안왔음에도 아직도 산속의 흙은 걷기 불편할 정도로 질퍽거렸다.</p><p><br></p><p>게다가 나무 사이 사이에 있는 무성한 덤불과 잡목은 우리의 전진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다.</p><p><br></p><p>부대원들이 같이 있음에도 수색작업은 긴장의 연속이었다.</p><p><br></p><p>우거진 덤불 속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손으로 하나씩 열어제낄 때마다 누군가가</p><p><br></p><p>바로 코 앞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었다. </p><p><br></p><p>그러고 보니 나는 이 산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p><p><br></p><p>우리 부대는 가을에 이 산에서 싸리나무 채취작업을 한다고 했는데.</p><p><br></p><p>길을 잘 모르는 졸병들이 길을 잃을까봐 고참들은 수시로 2미터 이상 서로 떨어지지 말 것을 계속 강조했다. </p><p><br></p><p>30여 분이 지나자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p><p><br></p><p>여기저기서 헉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p><p><br></p><p>산속에서 부대쪽을 내려다 보니 부대 전체가 하얗게 밝혀져 있는 것이 보였다.</p><p><br></p><p>나 뿐만 아니라 거의 부대원들의 생각은 같을 것이다. 이 여자는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p><p><br></p><p>우리의 예상은 맞았다.</p><p><br></p><p>수색 시작 1시간 뒤 쯤에 우리는 모두 아무런 소득없이 산 정상에서 만났기 때문이다.</p><p><br></p><p>그 날 야간사격은 그렇게 끝났다.</p><p><br></p><p>밤 12시가 넘도록 행정반에서 중대장과 소대장, 그리고 말년 병장들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p><p><br></p><p>귀신소동을 겪었던 모든 사병들과 말년 병장들, 소대장, 수송관 모두가 다음날 아침 중대장에게 불려갔다.</p><p><br></p><p>물론 나도 거기에 속해 있었다.</p><p><br></p><p>모두들 하나부터 열까지 빠짐없이 얘기를 하는데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듯 했다.</p><p><br></p><p>그 와중에 나는 모르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p><p><br></p><p>내가 이 부대에 오기 한 참 전에 한 사병이 외곽 초소 근무 중에 총을 난사했다고 한다.</p><p><br></p><p>다행이 같이 있던 근무자를 포함 아무도 상해를 입지 않았지만 그 사병은 군기교육대로 끌려갔고</p><p><br></p><p>부대에 복귀하였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다른 부대로 전출갔다는 것이다. </p><p><br></p><p>당시 그 사병은 무엇에 홀린 듯 미 친 사람처럼 욕설을 하며 근무지 주변을 뛰어다녔다고 한다.</p><p><br></p><p>이야기가 한 시간 쯤 지나자 우리 부대에서 5년 넘게 근무 중인 수송관이 목매달아 죽은 그 여자 얘기를 꺼냈다.</p><p><br></p><p>중대장은 이 부대에 부임한지 2년이 채 안된다. 때문에 그 여자 얘기를 처음 듣는 것이었다.</p><p><br></p><p>중대장은 신기한 듯이 수송관의 얘기에 귀를 귀울였다.</p><p><br></p><p>중대장은 이 얘기를 부대원들이 모두 알고 있느냐 물었고, 수송관은 대부분 알고 있을거라고 대답했다.</p><p><br></p><p>잠시동안 입을 굳게 닫고 있던 중대장이 무엇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p><p><br></p><p>"나도 군생활동안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기이한 얘기를 많이 들었었고, 직접 몇 번 경험도 해 본 적이 있다.</p><p><br></p><p>그러나 그것들은 대부분 무시하고 지나갈 수준의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좀 다른 것 같다.</p><p><br></p><p>지난 번 처음 사건을 보고 받았을 때 나는 사태의 심각성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p><p><br></p><p>대대장에게 보고하겠다."</p><p><br></p><p>이에 수송관이 물었다.</p><p><br></p><p>"보고해서 어쩌시려고 하십니까?"</p><p><br></p><p>"천도제라도 지내야 되지 않겠나?"</p><p><br></p><p>"예? 천도제요? 이승을 떠도는 귀신을 달래서 저승으로 보낸다는 그 천도제 말입니까?"</p><p><br></p><p>"그렇네. 지금 부대원들의 사기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데 짚푸라기라도 잡아야 되지 않겠나?"</p><p><br></p><p>"에이...대대장님이 기독교 신자인데 허락하시겠습니까?"</p><p><br></p><p>"안돼면 내가 나서서라도 해야지."</p><p><br></p><p>이 때 대대장이 부대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p><p><br></p><p>우렁찬 경례소리가 위병소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p><p><br></p><p>잠시 후 중대장을 포함 모든 간부들은 cp앞에 정렬하여 대대장을 맞이했다.</p><p><br></p><p>나중에 소대장으로부터 들은 얘기인데 중대장이 대대장의 설득 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p><p><br></p><p>결국 우리는 무속이 아닌 불교식의 천도제를 지내기로 했다.</p><p><br></p><p>며칠 후 중대장의 사비로 음식을 간단히 준비하고 불교 군종병의 섭외로 인근 절의 주지스님을 모셨다.</p><p><br></p><p>천도제는 오전 10시 위병소 옆 공터에서 그녀가 </p><p><br></p><p>천도제는 오전 10시 위병소 옆 공터에서 그녀가 살던 집을 마주보고 시행되었다.</p><p><br></p><p>근무자와 취사병을 제외한 모든 부대원이 집결하였다. </p><p><br></p><p>물론 대대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주지스님을 대대장 1호차로 모셔오라고 명령했다. </p><p><br></p><p>대대장 1호차를 타고 누군가가 위병소 정문 앞에서 내렸다. </p><p><br></p><p>나이는 들어보였지만 깨끗한 승복을 입은 아주 선하고 강직한 인상의 스님이었다. </p><p><br></p><p>오늘 천도제를 주관할 분이었다. </p><p><br></p><p>제단 앞에 서서 열중쉬어 자세를 하고 있는 우리를 향해 그 스님은 입을 열었다. </p><p><br></p><p>"젊은 나이에 갑자기 죽는 요절, 횡사, 자기 집이 아닌 타관·거리에서 죽는 객사, </p><p><br></p><p>결혼하지 못하고 죽는 미혼사, 자살·타살로 인한 죽음, 교통사고 등의 사고로 죽은 </p><p><br></p><p>사고사 등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도 저승에 들지 못하며 이승을 떠돌면서 </p><p><br></p><p>살아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원귀가 된다고 합니다.</p><p><br></p><p>사람들이 보통 지박령이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p><p><br></p><p>지방령들은 처음에 죽었던 곳에 머물며, 누군가를 한없이 기다리거나, </p><p><br></p><p>또는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살아서 하던 일을 계속하기도 합니다. </p><p><br></p><p>이런 원혼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을 때나 자신을 방해한다고 생각이 들면, </p><p><br></p><p>처녀귀신이나 몽달귀신같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힙니다.</p><p><br></p><p>천도제란 이런 원혼들의 넋을 위로하여 저승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행해지는 의식입니다. </p><p><br></p><p>그들의 가슴에 맺힌 한과 억울함을 풀어주고 저승으로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이지요. </p><p><br></p><p>이곳에 오기 전에 오늘 제를 지내게 될 원혼에 대한 슬픈 얘기를 들었습니다. </p><p><br></p><p>이 원혼은 자신을 버린 남자을 기다리고 있거나 아니면 군인들에 대한 원한으로 </p><p><br></p><p>이 곳을떠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p><p><br></p><p>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하느님을 믿으시는 분은 그 원혼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p><p><br></p><p>부처님을 따르시는 분들은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기원해 주시기 바라며, </p><p><br></p><p>종교 없으신 분들도 오늘만큼은 꼭 이 원혼이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기원해 주십시오." </p><p><br></p><p>원래 천도제는 보통 두 세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p><p><br></p><p>그런데 오늘 천도제는 30분 정도로 간단하게 행해졌다.</p><p><br></p><p>주지스님은 목탁을 두드리고 염불을 외며 중간중간 절을 하였다. </p><p><br></p><p>기독교 신자인 사병들은 서서 기도를 했고, </p><p><br></p><p>나머지 사병들은 엎드려 주지스님을 따라 절을 했다. </p><p><br></p><p>표현의 방식은 달랐지만 오늘 우리 모두의 바램은 모두 같았다. </p><p><br></p><p>거의 막바지쯤 술을 올리고 스님은 알아듣기 힘든 내용의 천도제문을 낭독했다. </p><p><br></p><p>그리고 그 제문을 불태웠다 30여분 간의 의식이 끝나자 목탁소리가 멈추었다. </p><p><br></p><p>끝난 것 같았다. </p><p><br></p><p>그리고 주지스님은 천천히 고개를 쳐들고 무엇인가를 향해 입을 열었다.</p><p><br></p><p>"이보게. 젊은 처자양반. 이승에 연이 닿지 않는다 하여 이렇게 미련을 가지고 </p><p><br></p><p>구천을 떠돌면 어떡하나? 이승에 연이 없으면 반드시 저승에서라도 연이 닿는 법, </p><p><br></p><p>반드시 다음 생에는 자네의 인연을 만날 것이네. </p><p><br></p><p>산 자를 괴롭히는 것은 극락왕생을 바라는 죽은 자의 도리가 아닌 법, 이제 그 한서린 마음을 풀고 부디 이승의 끈을 놓게나." </p><p><br></p><p>주지스님의 그 말에 감동을 먹었는지 아니면 그 동안의 겪은 일이 서러웠는지 </p><p><br></p><p>나를 비롯한 몇몇 부대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p><p><br></p><p>얼굴도 모르는 여자의 천도제를 지내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다니 왠지 오늘은 그녀가 </p><p><br></p><p>친숙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p><p><br></p><p>우연인지 아니면 주지스님의 애절하고도 간곡한 부탁이 통했는지 </p><p><br></p><p>그녀의 눈물같은 비가 한방울 두방울씩 흩날리기 시작했다. </p><p><br></p><p>"중대장님. 한 마디 하시겠습니까?" "예?" </p><p><br></p><p>주지스님의 갑작스런 부탁에 중대장은 머뭇거렸지만 곧 모자를 벗어 왼쪽 품에 안은 후 </p><p><br></p><p>제단앞에 서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p><p><br></p><p>"부대원들을 대표하여 이전에 있었던 불미스런 일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p><p><br></p><p>이제 우리 부대원들을 용서해 주시고 편안히 잠드시기 바랍니다." </p><p><br></p><p>단체 경례를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p><p><br></p><p>장마가 끝난 후 그 해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p><p><br></p><p>잘못을 빌고, 죄를 씻었다는 기분 때문인지 천도제 이후로 부대원들은 사기를 되찾았고,</p><p><br></p><p>더 이상 귀신소동은 벌어지지 않았다.</p><p><br></p><p>어쩌면 진짜 귀신은 우리 마음 속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p><p><br></p><p>마음이 평안을 되찾자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p><p><br></p><p>찌는 듯한 삼복더위가 시작되어 훈련이 줄어들면서 파견 나갔던 부대원들이 속속 복귀하기 시작했다. </p><p><br></p><p>근무일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부대 생활은 정상으로 돌아갔다.</p><p><br></p><p>그 동안의 일어났던 일들을 복귀한 부대원들에게 얘기하자 그들은 마치 재미있는 영화라도 보는 냥 신기한 듯 듣고 있었다.</p><p><br></p><p>아직도 그 미스테리한 일련의 사건들의 전말은 풀리지 않고 있지만, </p><p><br></p><p>확실한 건 이제 그 일들이 한밤의 해프닝처럼 느껴질 정도로 잊혀졌다는 것이다.</p><p><br></p><p><br></p><p><br></p><p>[출처]</p><p><br></p><p>1차 출처 : 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 </p><p>2차 출처 :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365183</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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