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앞부분의 줄거리]</div> <div>엄마 인희는 50대의 가정주부이다. 남편은 월급 의사이고, 시어머</div> <div>니는 중증 치매 환자이며, 아들 정수는 삼수생이며 딸 연수는 직장인</div> <div>이다. 가족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살아온 그녀는 오줌소태 증세로 병</div> <div>원을 찾는데, 자궁암 말기라는 결과가 나온다. 수술 이후에도 병세가</div> <div>악화되기만 하자, 엄마는 자신이 죽으면 시어머니를 돌봐 줄 사람도</div> <div>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어머니의 목을 조르다가 이내 포기한다.</div> <div>S# 51. 화장실 안</div> <div>엄마, 할머니(변기 위에 앉아 있고)에게 새 속옷을 갈아입혀 주고 있</div> <div>다. 윗옷까지 마저 다 갈아입혀 주고.</div> <div>엄마 (할머니 눈을 보며, 맘 아픈 걸 참고) 좋아요?</div> <div>할머니 …….</div> <div>엄마 (쪼그려 앉으며) 개운하지?</div> <div>할머니 (엄마의 눈을 보고 있다. 정신이 들어왔는지 엄마 맘을 알 것</div> <div>같다.)</div> <div>엄마 (눈물을 참고, 대견해하며) 이렇게 입으니까 꼭 새색시</div> <div>같네. (할머니 손을 잡고, 차마 못 보고) 어머니, 나 먼</div> <div>저 가 있을게, 빨리 와. (다시 할머니 눈을 보며) 싸우</div> <div>다 정든다고 나 어머니랑 정 많이 들었네. 친정어</div> <div>머니 먼저 가시고 애들 애비 공부한다고 객지 생활</div> <div>할 때, 애들두 없구, 외롭구 그럴 때도…… 어머닌</div> <div>내 옆에 있었는데…… 나 밉다고 해도 가끔 나한테</div> <div>당신이 좋아하시는 거 아꼈다가 주곤 하셨는데……</div> <div>어머니, 이젠 기억 하나두 안 나지?</div> <div>연수(E) 엄마?</div> <div>할머니 (갑자기 버럭, 밖에 대고) 저리 가, 이년아!</div> <div>엄마 (놀라, 할머니를 보고 정신이 드는가 싶어 눈물이 난다.) ……</div> <div>어머니, 아까 미안해요. 내 맘 알죠?</div> <div>할머니 (눈물이 나는 걸 참고) …….</div> <div>엄마 (손을 잡고, 울며) 이런 말 하는 거 아닌데…… 정신 드실</div> <div>때 혀라도 깨물어, 나 따라와요. 아범이랑 애들 고생시</div> <div>키지 말고, 기다릴게. (손을 잡아 얼굴에 대며 울고) 아이</div> <div>고, 어머니…….</div> <div>S# 67. 차 안</div> <div>엄마 (장난처럼, 밝게) 정수야, 나 누구야?</div> <div>정수 (고개를 들고 눈을 부릅떠 눈물을 참고, 아이처럼) 엄마.</div> <div>엄마 한 번만 더 불러 봐.</div> <div>정수 (목이 메어) 엄……마.</div> <div>엄마 (눈가가 그렁해) 정수야, 너…… 다 잊어버려두, 엄마 얼굴</div> <div>도 웃음도 다 잊어버려두…… 니가 이 엄마 뱃속에서</div> <div>나온 건 잊으면 안 돼.</div> <div>정수 (힘들게 끄덕이고)</div> <div>엄마 (손가락에 낀 반지를 빼서, 정수 손에 쥐어 주고) 이거, 니 마</div> <div>누라 줘.</div> <div>S# 73. 침실</div> <div>조금은 어두운, 그러나 따뜻해 보이는. 엄마, 정철, 조금은 낯설고 멋</div> <div>쩍게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div> <div>엄마 당신은…… 나 없이두 괜찮지?</div> <div>정철 (보면)</div> <div>엄마 잔소리도 안 하고 좋지, 뭐.</div> <div>정철 (고개 돌리며) 싫어.</div> <div>엄마 나…… 보고 싶을 거는 같애?</div> <div>정철 (고개를 끄덕인다.)</div> <div>엄마 언제? 어느 때?</div> <div>정철 ……다.</div> <div>엄마 다 언제?</div> <div>정철 아침에 출근할려고 넥타이 맬 때.</div> <div>엄마 (안타까운 맘. 보며) ……또?</div> <div>정철 (고개를 돌려, 눈물을 참으며) 맛없는 된장국 먹을 때.</div> <div>엄마 또?</div> <div>정철 맛있는 된장국 먹을 때.</div> <div>엄마 또?</div> <div>정철 술 먹을 때, 술 깰 때, 잠자리 볼 때, 잘 때, 잠 깰</div> <div>때, 잔소리 듣고 싶을 때, 어머니 망령 부릴 때, 연</div> <div>수 시집갈 때, 정수 대학 갈 때, 그놈 졸업할 때, 설</div> <div>날 지짐이 할 때, 추석날 송편 빚을 때, 아플 때, 외</div> <div>로울 때.</div> <div>엄마 (눈물이 그렁해, 괜히 옷섶만 만지며 둘레를 두리번거리며) 당</div> <div>신, 빨리 와. 나 심심하지 않게. (눈물이 주룩 흐르고)</div> <div>정철 (엄마를 안고, 눈물 흘리고)</div> <div>엄마 (울며 웃으며) 여보, 나 이쁘면 뽀뽀나 한번 해 줘라.</div> <div>정철 (엄마 얼굴을 손으로 안고, 입을 맞춰 주고)</div> <div>두 사람, 다시 안고 울고.</div> <div>정철 고마웠다.</div> <div>S# 74.</div> <div>1. 정원에서 돌 고르는 행복한 얼굴을 한 엄마와 정철.</div> <div>2. 화장실에서 정철에게 등목을 해 주는 엄마.</div> <div>3. 서로 밥을 먹여 주는 엄마와 정철.</div> <div>4. 거실 소파에서 엄마, 정철 무릎에 누워 있다. 정철, 재미난 책</div> <div>을 읽어 주고, 엄마는 재미있는지 환하게 웃고.</div> <div>S# 76. 침실</div> <div>침실 가득 밝은 햇살이 들어오고, 엄마는 정철의 팔에 안겨 깊은 잠이</div> <div>들어 있다. 정철은 물기 가득한 눈으로 엄마를 안고 있다.</div> <div>정철 (엄마의 죽음을 느낀다, 엄마를 보지 않고) 여보.</div> <div>엄마 …….</div> <div>정철 여보…….</div> <div>엄마 …….</div> <div>정철 인희야.</div> <div>그러나 엄마는 대답 없고,</div> <div>정철, 이를 앙다물고 우는데, 눈물 뚝 떨어져 엄마의 뺨 위로 흐른다.</div> <div>엄마, 너무도 편안하게 깊이 잠들어 있고,</div> <div>그런 두 사람 보여 주며 카메라 멀어진다.</div> <div>-노희경,「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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