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을 하러 갔다. <div>대학생 단체라 대학생들이 면접관이었다.</div> <div>이런 비공인 단체에서 일한들 내 스펙이 되지 않는다</div> <div>대학을 졸업한 뒤 약자를 돕는 일을 하려면</div> <div>아래에서 부터 일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스펙도 안될 일 시작했다</div> <div>분명 좋은 경험이었다. 배운 점도 많다</div> <div>근데 너무 비인간적이다</div> <div>다들 서로서로 친해 보이는데 끈적함은 보이지 않았다</div> <div>그냥 시간 지나서 정든 것으로만 보였다</div> <div>난 신입 회원이었다</div> <div>근데 혼자였다</div> <div>이런 기분 중학교 때 왕따 당한 이후로 처음이었다</div> <div>신입이 혼자 멀뚱멀뚱 앉아있는데 말 한마디 걸어주지 않는 곳은 처음이었다</div> <div>자기들끼리만 일하고 있고 노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만 논다</div> <div>성격이 사교적이진 않다</div> <div>근데 초면이라도 말은 잘 거는 편이다</div> <div>근데 도저히 먼저 말을 못걸었다.</div> <div>4~5명이 우루루 모여서 자기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div> <div>갑자기 거기 불쑥 끼어서 대화할 용기가 안났다</div> <div>오랫동안 혼자였다</div> <div>나도 똑같았다.</div> <div>시간 지나니 사람들이랑 친해지더라. </div> <div>그냥 시간 지나니 친해졌다</div> <div>또 다른 신입들이 들어왔다</div> <div>인터넷 공간이라고 거짓말 할 생각 없다</div> <div>최대한 관심 가져줬다</div> <div>친하지 않아도 대화거리를 찾으려 애썼다</div> <div>앞서 말한 대로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라 능숙하진 않았으나</div> <div>지금 이 순간 그래도 내가 갑작스럽게 단체를 나가는 것에 대해</div> <div>아쉬워해주고 만나서 밥먹자고 하는건 그 친구들인걸 보면</div> <div>내가 나름 노력하긴 했나보다</div> <div>내가 처음 당했던 꼴을 그 친구들도 당하고 있었다</div> <div>혼자 앉아 있고 혼자 배회하고 있고 혼자 일하고 있다</div> <div>사람을 위한 단체면서 사람을 위하지 않는다</div> <div>조금만 눈에 벗어나면 그 사람에 대한 뒷담이 끊이질 않는다</div> <div>나름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분석하려고 했다</div> <div>원리원칙주의자고 머리로만 생각하지 가슴으론 생각하지 않는다</div> <div>그 사람들 일은 잘한다. 머리를 잘 쓴다</div> <div>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낼 때 마다 놀랍기도 하다</div> <div>근데 머리만 잘 쓴다.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고 배려할 생각도 없어보인다</div> <div>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제법 많았다</div> <div>근데 생각만 하고 있을 뿐 행동하지 않는다</div> <div>이러한 분위기가 이미 형성되어있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게 이상하지 않나보다</div> <div>난 내 역할을 '멀리 내다보는 것'이라 생각했다</div> <div>일 잘하는 사람들이 현실적인 문제, 현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머리를 맞댈 때</div> <div>나는 조금 더 멀리 봤을 때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주로 생각해보았다</div> <div>나 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단체 운영이 힘들거다</div> <div>너무 이상적이고 추상적이라 현실적인 문제들을 간과할테다</div> <div>그렇지만 나 같은 사람도 분명 필요하다고 믿는다</div> <div>지금 이 순간의 일에만 파묻혀 사람 간의 문제를 간과하고</div> <div>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간 단체는 언젠간 무너질 것이다,</div> <div>혹은 인간적인 모습을 잃은 봉사단체는 그 목적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div> <div>라고 생각했다.</div> <div>그래서 몇몇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div> <div>지금 문제되는, 사람을 소홀히 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무시해버리는</div> <div>분위기를 만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했다</div> <div>'이게 논리적으로 맞는데 왜 쟤는 저런 소리만 하고 있나?'고 생각하나보다</div> <div>회의 때 회장이 나를 공격했다</div> <div>나도 똑같이 대응했다 서로 똑같은 잘못을 했다</div> <div>그렇지만 일개 회원인 나와 회장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고 책임감도 다르다</div> <div>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일개 회원을 온갖 논리로 찍어 누르려는 꼴이 웃기기도 했고</div> <div>무섭기도 했다.</div> <div>그런데 회장과 내가 싸운 안건에 대해서</div> <div>내 생각에 동의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는걸 보니 더 무서웠다</div> <div>회장의 잘못된 언행에 침묵하고 간접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그들이 무서웠다</div> <div>사실 그들보다는 이 단체에 형성되고 고착화되버린 분위기가 너무 무서웠다</div> <div>그래서 나왔다. </div> <div>오늘 나오는 날, 마지막까지 나한테 한소리 하려고 하는 회장을 보니 남은 정마저 떨어졌다</div> <div>이상적인 그리고 인간적인 세상을 꿈꾸는 나임에도 이렇게 포기하고 나온걸 보면</div> <div>나에게도 참 실망스럽기도 하고 또 아쉽다.</div> <div>1주일 전만 해도 나한테 많이 의지하던 그 사람이</div> <div>자기한테 반기를 들었단 이유로 마지막까지 한번을 안웃어주는 걸 보니 소름이 돋았다</div> <div>귀가 간질간질하지만 똥밭에서 그나마 빨리 나온 듯하여 안심이 된다</div> <div>내가 일했던 부서 사람들이 나보고 단톡방 나가지 말라고,</div> <div>여기 이제 친목방으로 만들거라고 말하는 걸 보면</div> <div>내가 틀리지만은 않은 것 같다</div> <div>앞으로 더 생각하고 더 노력해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데 작은 기여를 하고 싶다</div> <div>현실의 문제만 중요시하여 사람의 소중함을 간과하지 않는,</div> <div>한 사람의 생각이라도 무시되지 않는 그런 세상</div> <div><br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