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 진수는 단골 식당에 들러 저녁식사를 해결하려고 한다. <div><br></div> <div>"사장님, 저 왔어요."</div> <div><br></div> <div>"아이고, 오셨네요. 거기 에어컨 잘 나오는 데 앉으세요."</div> <div><br></div> <div>"네, 그럼 저는 순대국 하나 주세요."</div> <div><br></div> <div>"네, 조금만 기다리세요."</div> <div><br></div> <div>그러나, 30분이 지나도 밥은 나오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진수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div> <div><br></div> <div>"사장님, 조금 오래 걸리나요?"</div> <div><br></div> <div>식당 주인은 TV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는 듯 말했다.</div> <div><br></div> <div>"아, 지금 쌀이 다 떨어져서 주문했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div> <div><br></div> <div>주인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div> <div><br></div> <div>진수는 어이가 없어 재차 물었다.</div> <div><br></div> <div>"그럼 언제쯤 식사가 나올까요? 제가 일이 좀 있어서 일찍 들어가 봐야 하는데요."</div> <div><br></div> <div>주인은 의아하다는 표현으로 답했다.</div> <div><br></div> <div>"글쎄요? 쌀이 오면 뭐 금방 되겠죠?"</div> <div><br></div> <div>진수는 부아가 치밀었다. </div> <div><br></div> <div>가방을 챙겨 일어나 밖으로 나서며 말했다.</div> <div><br></div> <div>"사장님, 죄송한데 저 일이 있어서 먼저 들어갈게요. 다음에 올게요."</div> <div><br></div> <div>사장은 소리를 질렀다.</div> <div><br></div> <div>"잠깐! 지금 뭐하는 거야?"</div> <div><br></div> <div>진수는 예상 외의 반응에 화들짝 놀랐다.</div> <div><br></div> <div>"네? 왜요?"</div> <div><br></div> <div>"지금 옆 식당 가려는 거지?"</div> <div><br></div> <div>"아뇨, 그냥 오늘은 대충 빵으로 때우려고요. 제가 진짜 해야할 일이 있어요."</div> <div><br></div> <div>주인은 눈을 부라렸다.</div> <div><br></div> <div>"옆 식당에는 미원을 듬뿍 쳐대니까 국물이 맛있는 것 같지? 그거 다 화학 조미료야!"</div> <div><br></div> <div>"네에, 저 진짜 그냥 들어가려고요."</div> <div><br></div> <div>주인은 들고 있던 리모콘을 바닥에 던졌다.</div> <div><br></div> <div>"아니 지금, 장사를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div> <div><br></div> <div>"네?"</div> <div><br></div> <div>"동네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도와줘도 모자를 판에, 왜 자꾸 옆 식당엘 기웃거려? 거긴 불량식품이라고!"</div> <div><br></div> <div>이쯤 되자 진수도 화가 났다.</div> <div><br></div> <div>"아뇨, 그런데 전 정말 밥 안 먹을 거고요, 어차피 제 돈으로 사 먹는 건데요."</div> <div><br></div> <div>그러자 식당 안에서 테이블을 정리하던 종업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고,</div> <div><br></div> <div>이를 구경하던 길 건너의 회사원들도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회사원1이 물었다.</div> <div><br></div> <div>"저는 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지성을 갖췄습니다. 당신은 왜 우리 마을의 자랑인 순대국밥을 버리고, 미원범벅인 갈비탕집을 가려고 했죠?"</div> <div><br></div> <div>진수는 답했다.</div> <div><br></div> <div>"저는 그냥 빨리 들어가야 해서, 그냥 빵으로 때울 건데요."</div> <div><br></div> <div>회사원2가 물었다.</div> <div><br></div> <div>"저는 진수씨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빨리 가야할 일이 있으면 빨리 가보셔야죠. 그런데 우리 마을의 자랑인 순대국밥이 망해도 상관 없으시겠군요?"</div> <div><br></div> <div>진수가 답했다.</div> <div><br></div> <div>"아뇨, 어차피 저 없어도 순대국은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데..."</div> <div><br></div> <div>회사원3이 물었다.</div> <div><br></div> <div>"저는 진수씨를 존중합니다. 그런데 진수씨는 대체로 논리적 사고는 못하시는 것 같군요.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중요한가요, 진수님의 그 '대단한' 일이</div> <div>중요한가요?"</div> <div><br></div> <div>진수가 답했다.</div> <div><br></div> <div>"당연히 일 아닐까요..."</div> <div><br></div> <div>시간이 흘러 17번째 회사원이 물었다.</div> <div><br></div> <div>"저는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고자 합니다. 애초에 왜 이렇게 순대국을 미워하시죠? 혹시 갈비탕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셨나요?"</div> <div><br></div> <div>진수는 이성을 잃었다.</div> <div><br></div> <div>"아니, 그냥 좀 내버려 두세요! 진짜 짜증나게 구시네요!"</div> <div><br></div> <div>18번째 회사원이 물었다.</div> <div><br></div> <div>"안 드시는 건 상관 없는데, 왜 이리 소란을 키우시는 걸까요?"</div> <div><br></div> <div>"자꾸 같은 얘기만 하시잖아요!"</div> <div><br></div> <div>지나가던 회사원 19가 물었다.</div> <div><br></div> <div>"저는 이 사건을 방금 목격했습니다만... 아니, 안 먹으면 안 먹는 거지, 왜 이리 화를 내시나요?"</div> <div><br></div> <div>진수는 모든 걸 내려 놓았다.</div> <div><br></div> <div>"제가 뭘 어쩌면 되죠?"</div> <div><br></div> <div>종업원이 이제야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대답했다.</div> <div><br></div> <div>"순대국 육천원입니다!"</div> <div><br></div> <div>진수는 지갑을 꺼내며 물었다.</div> <div><br></div> <div>"그러니까 순대국이 되긴 하는 거죠?"</div> <div><br></div> <div>주인은 말했다.</div> <div><br></div> <div>"아니, 쌀이 떨어졌네."</div> <div><br></div> <div>진수는 둘러싼 사람들을 헤치고 집으로 무작정 달리는 수밖엔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진수가 옆 마을로 이사를 간 것은 그 다음달의 일이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