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몇 년 전, 부모님이 일 때문에 해외로 출장을 가 며칠간 삼촌네 집에 맡겨진 적이 있었다.</div> <div><br></div> <div>숙모와 중학교 3학년이었던 사촌동생도 반갑게 맞아주었고, 집도 넓어서 사촌동생이랑 같이 게임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첫날 저녁 시간, 일손을 돕느라 젓가락이나 컵을 사람 수에 맞게 늘어놓고 있을 무렵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 형. 컵이 하나 많은데?]</div> <div><br></div> <div>그래서 식탁 위를 찬찬히 보니, 젓가락이나 접시도 4개 있으면 될 것을 5개씩 놓아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바보 같은 짓을 했네 -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와 삼촌네 집 현관에 들어왔는데,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졌다.</div> <div><br></div> <div>삼촌과 숙모, 사촌동생의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는데, 왠지 누구 신발 하나가 모자란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내 신발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 벗어서 나란히 옆에 둬 봤지만 그래도 결핍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게다가 그 날뿐 아니라 그 다음날 아침과 저녁 때마저, 나는 전날처럼 식기를 하나씩 더 놓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뭔가 착각을 했나 싶었지만, 이쯤 되면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삼촌집에서 묵은지 나흘째 되는 날, 자다가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 잠이 깼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옆 침대에서 사촌동생이 자고 있었기에, 동생이 깨지 않도록 살며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div> <div><br></div> <div>복도를 지나 화장실 문을 보니, 틈새로 어렴풋하게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누가 안에 있나 싶어 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도 노크로 대답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래서 나는 그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div> <div><br></div> <div>아마 삼촌이나 숙모가 안에 있겠지.</div> <div><br></div> <div>그렇게 한동안 기다리고 있노라니, 복도 저 편에서 삼촌이 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 안에 숙모가 계신 거 같아요.] 라고 말했더니, 삼촌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div> <div><br></div> <div>[아내는 지금 방에서 자고 있는데?]</div> <div><br></div> <div>[네? 하지만 지금 안에 있었는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당황해서 화장실 문을 보니, 틈새에서 새어나오던 빛이 사라져 있었다.</div> <div><br></div> <div>소름이 돋아 손잡이를 돌려보니, 문은 가볍게 열렸다.</div> <div><br></div> <div>안에는 변기 밖에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정말로 누가 있었다고 삼촌에게 항변했지만, 삼촌은 어이없다는 듯 신경도 쓰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동아리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내일은 좀 일찍 자라.]</div> <div><br></div> <div>전혀 납득하지 못한 채 그 날은 지나갔지만, 그 후에도 한 달 남짓 되는 식객살이 동안, 구두나 옷, 식기 같은 데서 나는 계속 결핍감을 느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후, 집에 돌아온 후 설날에 삼촌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던 와중, 어쩌다 옛날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삼촌의 말에 따르면, 옛날 숙모가 사촌동생을 낳기 전, 임신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사고로 인해 그 아이는 유산됐고, 그 후로 사촌동생을 임신할 때까지, 숙모는 정신적 충격 때문에 그 아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그 이야기를 듣고, 그 결핍감은 아마 그 아이 때문이었겠거니 싶어 묘하게 무서웠다.</div> <div><br></div> <div>차마 삼촌에게는 말하지 못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아이는 아직도 삼촌네 집에서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div> <div><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000003814697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email protected]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투고 받고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000003814697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br></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000003814697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000003814697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br></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000003814697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a class="tx-li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m" target="_blank" style="color:#333333;text-decoration:none;border-bottom-color:#840000;border-bottom-width:1px;border-bottom-style:dashed;">http://vkepitaph.tistory.com/m</a>)</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