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무튀튀한 그 색의 남자는 언제나 그 곳에 있었다.
유치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역시 그녀인가.
연예인 보다 연예인 같은 유치원의 선생님을 살짝 보았다.
그래도 저 색은 너무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색깔이 보였다.
사람마다 수많은 색으로 수없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그것이 사람의 내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화를 내는 친구는 붉게 빛났다.
울고 있는 친구는 푸른색으로 빛났다.
지루해보이는 친구는 보라색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친구는 분홍색으로 빛났다.
그리고 저 남자는 분홍색으로 빛나고 있다.
다만 너무나 탁해 검게 보일 뿐.
즉, 그의 마음은 짙다는 것이다. 아니 끈적하다고 할까.
사랑에도 정도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밝고 연한 분홍 빛은 풋풋한 사랑의 색이다.
눈만 마주쳐도 좋은 그런 느낌이다.
저런 끈적하고 숨 막히는 색은 이미 색욕으로 가득 찼다는 것이다.
뭐랄까.
간단히 말해선 섹스다.
욕망이 올라온다는 것은 누구나 있는 일이지만 언제나 저렇게 욕망에 가득차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질리지도 않는지 그는 오늘도 그곳에 있었다.
오늘도 거무튀튀한 색이다.
개인적으로는 생판 모르는 사람을 저런 색으로 본다는 것이 참 바보 같게 느껴졌다.
또 한편으론 무서웠다.
그는 교사 선생을 바라보다 꼬마 애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딸이 있으면서도 저러는 걸까.
나는 그를 흘깃 쳐다보며 무시하고 걸어갔다.
참 사람 하나 없는 길이다.
생각없이 저벅저벅 걸었다.
그러고보니 잊고 간 것이 있었다.
그 유치원 옆의 은행에 잠깐 들리던 참이었지.
나는 다시 발을 돌려 나아갔다.
다만 은행은 들리지 않았다.
여러가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카드를 놓고 왔다는 것.
두 번째로 핸드폰 마저 놓고 왔다는 것.
세 번째로 모두 집 현관 신발장 위에 올려놨다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여전히 거무튀튀한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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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09/18 02:21:51 14.55.***.12 잼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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