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일요일. 오늘도 알바를 쉬었기 때문에 주말에는 모두와 함께 보낼 수 있었다.</P> <P> </P> <P>"오빠는 오늘 왜 쉬어?"</P> <P> </P> <P>수연이가 물어보았기 때문에 오늘의 계획을 말해주었다.</P> <P> </P> <P>"레리티랑 쇼핑이라도 해볼까해서..."</P> <P> </P> <P>순간, 레리티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P> <P> </P> <P>"쇼핑?!"</P> <P> </P> <P>생각보다 반응이 무척 좋아서 나도 무척 기뻤다.</P> <P> </P> <P>"응.. 쇼핑."</P> <P> </P> <P>"어디로 가는데?"</P> <P> </P> <P>수연이가 묻자, 난 쭈뼛쭈뼛 얘기했다.</P> <P> </P> <P>"애견 용품 백화점..."</P> <P> </P> <P>그러자 레리티는 인상을 찌푸렸다.</P> <P> </P> <P>"애견샵이라고? 나더러 개들이나 입는 옷을 입으라는거야 지금?!"</P> <P> </P> <P>"넌 개만큼 작잖아.. 그리고 사람 옷을 입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P> <P> </P> <P>그러자 레리티는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P> <P> </P> <P>"하지만 보통 포니들은 옷을 입지 않아. 그래서 중요한 행사 같은 때만 드레스를 입는다고. 아니면 무진장 추울 때나.."</P> <P> </P> <P>"곧 추워질거야. 밤 되면 지금 꽤 쌀쌀해."</P> <P> </P> <P>그러자 레리티는 터덜터덜 자기 가방을 챙겨오더니 속에 들어갔다.</P> <P> </P> <P>"별 기대는 안할거야. 개 옷들 중에 예쁜 것이 있을 리가 없어."</P> <P> </P> <P>하지만 막상 수연이와 함께 애견 샵의 수많은 옷들을 보자 레리티가 들어 있는 가방 속에서 미약한 탄성이 들려왔다.</P> <P> </P> <P>'우와..'</P> <P> </P> <P>우리가 있는 곳은 유명한 수제 애견 용품 백화점이었다. 주로 있는 것들은 애견 옷들이었다. 아마도 한국에서 제일 큰 규모일 것이다. 주차장까지 겸비되어 있으며 건물 크기는 약 200평가량 되었다. 그 안에 있는 대부분의 용품이 바로 동물 옷이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난 레리티에게 말했다.</P> <P> </P> <P>"가방 속에서 쭉 보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마법으로 흔들어."</P> <P> </P> <P>"알았어!" </P> <P> </P> <P>그렇게 신난듯 외쳤다. 그리고 가방 속에서 중얼중얼 거렸다.</P> <P> </P> <P>"오, 이건 너무 튀어. 이건 너무 유치해. 색감이 안좋아. 으.. 뭐지? 저 혐오스러운 옷은? 이건 꽤 봐줄만 하군. 심플한 게 마음에 들어."</P> <P> </P> <P>이러면서 살랑살랑 흔든 것은 레리티도 맞을만한 스웨터였다. 검은색이었다. 가격은 59000원.. 이 쪼만한 게 더럽게 비쌌다. 그래서 지금 막, 녀석에게 쇼핑을 가자고 했던 말이 후회가 되려고 했다.</P> <P>매장을 다 돈 것이 두 번째. 난 지쳤지만 수연이와 레리티는 처음보다 더 신난듯 보였다. 힘들지도 않은가보다. 그렇게 군대 연병장 돌듯 하염 없이 터덜터덜 걷는데, 멀리서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나랑 같은 인력 사무실 직원 '윤인수'씨였다. 그 특유의 우람하고 거대한 몸집은 이 조그맣고 앙증맞은 아기자기한 매장에서 유독 더 눈에 띄었다. 그래서 난 레리티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말한 뒤,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방울이 달려 있는 광대옷과 평범한 광대옷을 양손에 쥐고 무엇을 살지 고민하고 있었다.</P> <P> </P> <P>"형님."</P> <P> </P> <P>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곧장 날 알아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뜨며 쳐다보았다.</P> <P> </P> <P>"오, 시윤이. 여긴 어쩐 일이야."</P> <P> </P> <P>"형님은요?"</P> <P> </P> <P>"난 망아지 줄 옷 사려고..."</P> <P> </P> <P>"망아지요?"</P> <P> </P> <P>"응. 근데 이 여자분은 누구야?"</P> <P> </P> <P>수연이는 그제서야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그러자 형도 쑥스러워하며 '안녕하세요' 이랬다.</P> <P> </P> <P>"제 동생이에요."</P> <P> </P> <P>그러자 형이 말했다.</P> <P> </P> <P>"미인이시네요. 허허.."</P> <P> </P> <P>"아, 고마워요."</P> <P> </P> <P>수연이는 그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호호 웃었다.</P> <P>인사는 이쯤으로 관두고, 난 이 형과 반드시 짚고 가야 할 문제가 있었다.</P> <P> </P> <P>"형, 망아지라뇨? 망아지 키우세요?"</P> <P> </P> <P>"아니.. 내가 키우는 게 아니고. 내가 자원봉사 다니는 양로원이 있어. 거기서 키우는거야."</P> <P> </P> <P>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포니들이 한국에 와있다면 그 망아지라는 것이 포니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P> <P> </P> <P>"혹시 색깔이 어때요?"</P> <P> </P> <P>"색깔이 좀 특이하긴 해. 분홍색인데."</P> <P> </P> <P>난 단번에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이 세상에 분홍색 망아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형이 말한 양로원에 있는 것은 망아지가 아니라 포니일 것이다. 바로 '핑키파이'란 이름의 포니.</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