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post_title> ( 11) <P><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ony&no=21647&s_no=4242206&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271809">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ony&no=21647&s_no=4242206&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271809</A></P> <P> </P></DIV> <DIV class="post_content xed"> <P></P> <P>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 해는 점차 저물어가고 있었다. 이곳은 할머니가 운영하는 허름한 슈퍼였다.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제삿상에 쓸법한 커다란 상이 있었다. 나무로 못질해서 만들었는데 윗부분은 장판을 못질해서 박아둔 상태였다. 그래서 앉았을 때 약간 찬 느낌이 났다. 아직 초가을이라 날씨는 선선했다. 이 외진 곳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약속장소에 오면서 폐휴지를 줍는 할머니와 유유하게 산책을 다니는 할아버지 말고는 그 누구도 보질 못했다. </P> <P>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레리티가 들어있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아무리 포니가 작다고 하더라도 오래 들고 있으면 힘들었다. 녀석은 가방의 지퍼를 열고 머리만 빼꼼히 내민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녀석은 가방 속에서 뭔가 적더니 앞발로 종이를 내밀었다.</P> <P> </P> <P></P> <P>'대체 누굴 만나려는거야? 이런 누추한 곳에서...'</P> <P> </P> <P></P> <P>나는 녀석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순간, 무척 싫어하면서 발버둥쳤다. 그래도 상관 없이 녀석의 코앞까지 머리를 들이밀고 말했다.</P> <P> </P> <P></P> <P>"깜짝 놀랄 일을 준비했어. 기대해."</P> <P> </P> <P></P> <P>'숙녀의 얼굴을 함부로 만지는 건 실례야!'</P> <P> </P> <P></P> <P>라고 곧장 종이가 날아왔다. 갈수록 글을 쓰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난 그저 후후 웃어넘겼다.</P> <P></P> <P>만나려는 사람의 정체는 모른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레리티를 그 사람에게 팔 수 있다면 단번에 팔아버리고 말 것이다. 이 녀석을 언제까지 이렇게 데리고 다닐 수만은 없었다. 비록 귀여운 구석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이 든 것은 아니었다. 그 정은 '돈'이라는 철벽을 뚫기에는 너무 약했다. 지금 우리집 상황은 돈이 절박하게 필요했다. 만약 포니가 아니라 김태희를 판다고 그래도 팔 것이었다. 굿바이 마이 레리티.</P> <P> </P> <P></P> <P>약속시간이 다가오자 나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레리티는 가방에서 나온 뒤,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전신을 쫙~ 스트래칭했다. 엉덩이를 하늘로 뺀 뒤 허리를 활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마치 사람이 요가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녀석은 그걸로 멈추지 않고 곧바로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아서 앞발로 머리를 감싸고 돌리기 시작했다. 왼쪽 한 번, 오른 쪽 한 번. 번갈아서 한 뒤에 내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거슬렸는지 이렇게 써서 보여주었다.</P> <P> </P> <P></P> <P>'너무 뻔히 보지 말아줄래? 요가하는거 처음보니?'</P> <P> </P> <P></P> <P>"요가는 몇 번 봤는데.. 포니가 요가를 하는 건 처음보네."</P> <P> </P> <P></P> <P>'어때? 멋지지? 그럼 잘 보도록해. 이 우아하고 멋진 모습을.'</P> <P> </P> <P></P> <P>이렇게 쓰더니 우쭐해하며 다시 고양이 요가자세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기가 예뻐서 쳐다보고 있는줄 아는가보다.</P> <P>녀석이 허리를 부르르 떨며 고양이자세에 흠뻑 심취해 있을 때, 저 멀리서 오타바이의 불빛이 보였다. 그것이 이곳으로 오고 있었기 때문에 난 녀석을 낚아채서 곧장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녀석이 '꺅'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순간 내가 납치범이 된 느낌이었다. 조선시대에 유부녀를 보쌈해가는 남자들도 이런 느낌일런지.</P> <P> </P> <P></P> <P>오토바이를 탄 사람은 내 앞에서 멈춰섰다. 그런데 그 오토바이는 익숙한 것이었다. 아침에 수연이와 싸웠던 혜진이도 같은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 꽤 인기 좋은 모델인가보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은 헬멧을 쓰고 있었다. 갈색 호피무늬였는데 고양이귀 같은 게 달려있었다. 가슴은 보기 좋게 볼륨감이 있었고 가슴 밑까지만 내려오는 여성용 가죽점퍼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단숨에 여자란 것을 알아차렸다. 그 속에는 흰 나시티를 입고 있었는데 길이가 짧아서 배꼽이 살짝 드러나보였다. 군살 없이 매끈하게 빠진 몸이었다. 스키니한 청바지를 입었는데 부츠는 종아리를 가릴만큼 긴 것을 신고 있었다. 이렇게 훑어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단 한명 있었는데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 사람이 헬멧을 벗자, 그 속에 감춰있던 머리카락이 나오면서 커튼처럼 흩날렸다. 오토바이를 탄 채로, 고양이같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날 내려다보았다. 그 사람은 혜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아침에 날 본것을 기억 못하는 것인지 그녀가 처음 꺼낸 말은 이것이었다.</P> <P> </P> <P></P> <P>"혹시.. 포니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오셨어요?"</P> <P> </P> <P></P> <P>저 사람이 나보다 동생임에도 난 왠지 기가 죽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P> <P> </P> <P></P> <P>"네.."</P> <P> </P> <P></P> <P>"우와~!"</P> <P> </P> <P></P> <P>탄성을 질러댔다. 그 모습이 마치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같았다. 그녀는 오토바이에서 내리더니 내 손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P> <P> </P> <P></P> <P>"반가워요! 세상에!! 레리티는요?"</P> <P> </P> <P></P> <P>"가빙에요.."</P> <P> </P> <P></P> <P>"열어봐도 되요?"</P> <P> </P> <P></P> <P>호기심 여린 고양이 같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내 영혼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제발 열어보게 해달라..냥;' 이라고. 그래서 마녀의 주술이라도 걸린듯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다.</P> <P>선물 받은 어린아이처럼 조심스럽게 가방을 연 그녀는 다시 한 번 "우와~!"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무척 좋은가보다. 너무 좋아서 입까지 가린채로 어찌할지 모르는 듯했다. 저 조그만 망아지 때문에 감동이라도 받았나보다. 수연이를 때린 일진이라길래 이미지는 안좋았지만 생각 외로 좋은 면이 있는 아이 같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저 여자에게 시간을 뺏길 수는 없었다.</P> <P> </P> <P></P> <P>"레인보우 대쉬는요?"</P> <P> </P> <P></P> <P>"잠시만요."</P> <P> </P> <P></P> <P>이렇게 말하고는 공포에 질린 레리티에게 다가가서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레리티는 이게 무슨 경우인가 하는 표정이었다. 혜진이와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두 세번 쳐다본 뒤, 마지막에 나에게로 고정 된 눈빛은 '제발 어떻게좀 해줘..'라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듯 보였다.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혜진이는 악수는 포기한 뒤, 미소지으며 말했다.</P> <P> </P> <P></P> <P>"제 이름은 고혜진이라고해요. 그쪽은 레리티죠? 놀라게 한 거 죄송해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요."</P> <P> </P> <P></P> <P>레리티가 혜진이를 쳐다보자 혜진이는 쑥스러운듯 머리를 긁적였다. 뭐지.. 이 소름 돋는 상황은. 저 망아지에게 어째서 존댓말을 쓰는거야? 그리고 지금까지 쭉 반말을 썼던 나는 뭐가 되는데..?</P> <P> </P> <P></P> <P>"레리티, 당신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P> <P> </P> <P></P> <P>혜진이는 그렇게 말한 뒤, 오토바이의 트렁크를 열었다. 그러자 날개 같은 것이 '푱' 하고 튀어나왔다. 푸른색이었다. 그것이 몇 번 퍼덕이더니 트렁크에서 레인보우 대쉬라는 포니가 짜잔, 하고 튀어나왔다. 난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세상에 망할, 날아다니는 말새끼라니!! 그렇게 놀라고 있었는데 더 놀랐던 것은 내 옆에서 들렸던 앙칼진 여자 목소리 때문이었다.</P> <P> </P> <P></P> <P>"레인보우 대쉬!!!"</P> <P> </P> <P></P> <P>다름 아닌 레리티가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했던 외침에 레인보우 대쉬는 바로 반응했다.</P> <P> </P> <P></P> <P>"세상에!! 레리티!"</P> <P> </P> <P></P> <P>단숨에 레리티에게로 날아왔지만 차마 멈추지 못해서 그만 부딪히고 말았다. 그것 때문에 서로 얽혀서 몇번 구른 뒤 멈춰섰다. 서로 아파했지만 레리티는 곧장 레인보우 대쉬를 와락 끌어안았다.</P> <P> </P> <P></P> <P>"보고 싶었어 레인보우 대쉬.. 무사해서 다행이야!"</P> <P> </P> <P></P> <P>"잠깐, 일단 좀 떨어지자..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껴 안는건.. 쿨하지가.."</P> <P> </P> <P></P> <P>떨어져보려고 아둥바둥거리는 듯 했으나 레리티는 놓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자기도 어쩔 수 없가 없다는듯 끌어안아주었다. 난 녀석들이 다쳐서 혹시라도 상품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혜진이는 놀란듯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말했다.</P> <P> </P> <P></P> <P>"세상에.. 말을 하다니.."</P> <P> </P> <P></P> <P>그 말을 그냥 흘릴 수가 없었다.</P> <P> </P> <P></P> <P>"말을 하다니..가 무슨 뜻이죠?"</P> <P> </P> <P></P> <P>"랭보는 방금까지 말을 못했어요. 지금 처음 말한거에요!"</P> <P> </P> <P></P> <P>무척 흥분됐는지 볼까지 빨개져가며 소리치듯 말했다. 여기서 랭보는 레인보우 대쉬를 뜻하는 거겠지.</P> <P> </P> <P></P> <P>"레리티도 말 못했었는데.. 그래서.."</P> <P> </P> <P></P> <P>메모장의 종이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레리티가 썼던 글이 적혀 있었다. 그러자 혜진이는 다시 탄성을 질렀다. '우와..' 하고.</P> <P> </P> <P></P> <P>"미처 이 생각은 못했어요! 그래서 랭보는 손짓 발짓을 해가면서 나랑 말했었는데!!"</P> <P> </P> <P></P> <P>저 여자보다는 아무래도 랭보가 더 멍청한 것일테지. 우리도 사실 저런 생각은 레리티가 제안한 것이니까. </P> <P>이렇게 감동적인 제회가 끝나고 난 혜진이와 대화를 할 필요가 있었다. 레리티를 살 의향을 물어보는 것부터가 시작인데 좋아하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히 살 것 같았다. 그 다음으로는 가격.. 그 다음으로는 결제 방법등; 설레이고 기분 좋은 생각만이 넘쳐나왔다. 그런데 막상 처음에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난감했다. 혜진이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랭보와 레리티가 노는 모습을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랭보와 레리티는 서로 그 동안 못나눴던 회포를 푸느냐고 쫑알쫑알 시끄러웠다. 말을 하는 망아지들이 신기하긴 했지만 저렇게 시끄러울 거면 차라리 종이로 말을 썼던 시절이 더 나앗을 것 같았다.</P> <P>나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뒤에 혜진이에게 말했다.</P> <P> </P> <P></P> <P>"저기요."</P> <P>"저기요."</P> <P> </P> <P></P> <P>둘 다 동시에 말한 '저기요'는 상대방과 자신, 둘 다 난감하게 하는 최고의 상황일 것이다.</P> <P> </P> <P></P> <P>"먼저 하세요."</P> <P>"먼저 하세요."</P> <P> </P> <P></P> <P>이것 또한 앞서 말한 것과 동일한 상황. 그래서 난 혜진이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자 혜진이는 이렇게 말했다.</P> <P> </P> <P></P> <P>"우리 장소를 옮겨요!"</P> <P> </P> <P></P> <P>생각해보니 혜진이와 판매 얘기를 하려면 장소를 옮기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 그 말에 동의했다.</P> <P> </P> <P></P> <P>"하려던 얘기는 뭐였어요?"</P> <P> </P> <P></P> <P>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레리티의 모습을 보았다. 도도한척 고개를 꼿곳히 세운 채로 랭보의 열변을 듣고 있고 있었다. 이젠 안녕이다. 레리티. </P></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