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보통 갓 전입온 이등병들은 어리버리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도 부족하고 </div> <div>낯선 생활에 적응도 끝나지 않은 상태라 사회에선 멀쩡했던 사람도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한번쯤은 </div> <div>흔히 말하는 고문관 시기를 거치고는 한다. </div> <div> </div> <div>특히 전입온지 한달이 채 안된 이등병들이 보이는 증상은 치매 초기증상과 매우 흡사하다. </div> <div> </div> <div>-기억장애</div> <div> </div> <div>사물이나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못하거나 최근의 일이나 대화내용등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div> <div> </div> <div>가령 어제 알려준 분대 맞고참의 이름을 기억 못한다거나 알려준 장비 이름을 기억 못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div> <div> </div> <div>-공간지각장애</div> <div> </div> <div>자신이 놓아둔 물건의 위치를 모르거나 잘 다니던 길을 잃어 집을 못찾는 증상. </div> <div> </div> <div>이 또한 대부분의 이등병들이 겪고 있는 증상으로 옆소대 총기함에 자기 총을 넣고 잠구고 총을 잃어버렸다며 소대를 </div> <div>발칵 뒤집어 놓거나 처음 백일휴가를 나가서 설레는 기분에 남몰래 입수보행을 시도하다 전투복 바지주머니에서 </div> <div>3co 1p라고 적힌 작은 열쇠를 발견하는 경우. 근무를 나가다 혼자 기동로를 벗어나 길을 잃고 헨젤과 그레텔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div> <div> </div> <div>-실행증과 계산장애 </div> <div> </div> <div>평소 하던 일상적인 동작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간단한 계산도 잘하지 못하는 증상. </div> <div> </div> <div>보통 실행증은 훈련소 입소 초기 제식훈련을 받을 때 자주 보이는 증상이다. 왼손과 왼발이 같이 나간다거나 조교의 좌향좌 구령에 </div> <div>혼자 비보호 우회전을 돌아버리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불침번을 설 때 인원수나 총기수를 못맞추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div> <div> </div> <div>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본 일일 것이다. 그 중 가장 흔하고 가장 심하게 보이는 증상은 바로 </div> <div> </div> <div>'말귀를 못알아 듣는다.' 라는 증상이었다. </div> <div> </div> <div>무슨 말을 하던간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슴같은 눈망울로 "예?" 혹은 "잘 못들었습니다." 혹은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div> <div>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경우였다.</div> <div> </div> <div>사실 어절수 없는 일일수도 있다. 이등병은 항상 바쁘다. 자기 일 하기도 벅찬 상태에서 잔심부름도 해야하고 고참들 눈치도 봐야하다. </div> <div>주변에 자기보다 낮은 사람이 없으니 누구 무슨말을 해도 항상 자기한테 하는 말 처럼 들린다. 그냥 던지는 말에도 일일이 반응하다보면 </div> <div>자연스럽게 되묻는 경우가 많아진다. 특히나 고참의 말이 빠르거나 혹은 사투리가 심한 경우엔 더 심해진다. </div> <div> </div> <div>신병 중 유독 말귀가 어두운 후임이 하나 있었다. 처음엔 아직 적응기간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후임의 증상은</div> <div>심각해졌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줘도 못알아 듣는 경우가 많았고 잘 못들었니다로 하루를 시작하고 잘 못들었습니다로 하루를 </div> <div>마무리 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고참들의 인내심도 무너졌다. </div> <div> </div> <div>한 고참이 참다 못해 말했다.</div> <div> </div> <div>"너 한번만 더 잘못들었습니다 라고 하면 진짜 못듣게 만들어준다. 심봉사 되는거야 알았어?"</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심봉사는 눈이 안보이는거지 말입니다."</div> <div> </div> <div>괜히 옆에서 한소리 했다 고참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나는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div> <div> </div> <div>그렇게 엄포를 놓고 나니 후임의 상태가 평소때보단 나아진 것 같았다. </div> <div> </div> <div>그리고 청소시간 이었다. 청소를 끝내고 밀대걸레를 청소도구칸에 넣고 있는데 옆에서 그 후임이 열심히 손걸레를 빨고 있었다. </div> <div>화장실로 들어온 고참이 후임을 불렀다. 빨래에 열중하던 후임은 그 소리를 못들었는지 계속 빨래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div> <div>빡친 고참이 후임을 다시 불렀다. 뒤늦게 자신을 부르는 걸 알아챈 후임이 고참을 바라봤다. </div> <div> </div> <div>"너 내가 뭐라그랬어?"</div> <div>"....."</div> <div>"내가 뭐라그랬냐고? 대답 안하냐?"</div> <div>"....."</div> <div> </div> <div>후임은 말이 없었다. 무슨말인지 되묻고 싶지만 고참이 전에 한 말 때문에 되묻지 못하고 있는것 같았다.</div> <div>후임의 표정을 보니 아마 잘 못들었습니다. 라는 말을 대체할 단어를 찾고 있는게 분명했다. </div> <div>한참동안 말이 없던 표정의 후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div> <div> </div> <div>".... 뭐라고요?"</div> <div> </div> <div>나도 모르게 오.. 페이퍼 타올이 요기잉네. 라고 대답하고 싶어질 만큼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한국말이었다. </div> <div> </div> <div>벙찐 표정의 고참은 말이 없었다. 내무실로 돌아간 고참은 조용히 자기 아래후임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div> <div>내무실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