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군생활을 하다보면 별의 별 경험을 겪게된다. 그 중엔 좋은 경험도 있지만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경험들도 존재한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주말이 되면 근무지 투입갔다 돌아오는 선탑자가 비디오를 빌려와 보는 것이 우리들의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한창 혈기왕성 할 때의 </font></div> <div><font size="2">남성들인지라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작품성 보다는 선정성에 있었다. 노출이 많을수록 그 작품의 작품성은 상승하는 것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보통 한시간 반짜리 영화를 보는데 두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그 이유인 즉슨 영화의 특정부분을 돌려보기 때문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말로는 저 장면의 미장센이 훌륭하네 저 부분은 어느 작품의 오마주네 하면서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해댔지만 목적은 하나였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런 의미에서 그날 빌려온 비디오는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렇게 우리들만의 상영회가 진행되고 있었고 고참들의 무언의 눈빛을 </font></div> <div><font size="2">알아챈 후임은 하염없이 리모콘의 되감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그때 언제 들어왔는지 들어와 우리의 모습을 한심하게 쳐다보던 고참이 </font></div> <div><font size="2">지금 뭐하는 짓들이냐며 우리들을 꾸짖었다. 후임의 리모콘을 뺏어든 고참은 능수능란하게 리모콘 조작하더니 특정구간을 구간반복</font></div> <div><font size="2">시켰다. 그리곤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자리에 누워 영화에 빠져들었다. 역시 고참은 괜히 고참이 아니었다. </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영화를 본 날이면 밤마다 끙끙대며 앓는 이들이 늘어났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주말이 지나고 평일이 찾아왔다. 교육훈련을 받다가 화장실이 급해 화장실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내무실을 지나다 문득 혼자 남아있는 </font></div> <div><font size="2">고참 생각이 났다. 몇일 전부터 감기에 걸려 비실대던 고참은 교육훈련도 열외하고 내무실에 누워 쉬고 있었다. 좀 나아졌나 확인해볼 겸 </font></div> <div><font size="2">내무실로 들어선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켜져 있는 TV에선 빌려온 비디오의 특정 부분이 흘러나오고 </font></div> <div><font size="2">자고 있을줄 알았던 고참은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침낭을 뒤집어 쓰고 있어 직접적으로 보진 못했지만 </font></div> <div><font size="2">침낭의 특정부분이 일정한 리듬으로 올라갔다 내려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래 총기수입을 하고있는 걸꺼야.. 날이 추워서 침낭 안에 총을 넣고 총기수입을 하고 있는 거겠지... 라고 이 상황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font></div> <div><font size="2">스스로를 다그쳤지만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선 고참의 얼굴을 본 순간 일말의 희망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봄바람난 처녀처럼 홍조띈</font></div> <div><font size="2">고참의 </font><font size="2">얼굴과 그 리드미컬한 움직임이란.. 심하게 당황했는지 그 고참은 손을 멈춰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은듯했다. </font></div> <div><font size="2">왠지 침낭의 특정부분이 베수비오 화산마냥 곧 폭발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아무말도 없이 </font></div> <div><font size="2">뒷걸음질로 내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고참은 총기수입을 하고 있었던 거야.. 태어날때 부터 가지고 있던 자기의 소중한 총기를..</font></div> <div><font size="2">이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그 고참과 다시 말을 섞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이렇게 시각적 테러를 당하고 난 후 그 상처가 아물어 갈 때 쯤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한 후임이 있었는데 그 후임의 별명은 고구마였다. 처음 그 후임이 전입왔을 때였다. 항상 신병이 오면 가장 먼저 하는일은 빨래와 샤워였다.</font></div> <div><font size="2">역시나 전입당시 꼬질꼬질했던 녀석을 후임과 함께 샤워장으로 보냈다. 잠시 후 넋나간 얼굴로 후임이 돌아왔고 무슨일이냐고 물었더니 </font></div> <div><font size="2">그 후임은 고구마야.. 고구마... 라고 읊조릴 뿐이었다. 다음 날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줄 알게 되었다. 훈련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있는데 </font></div> <div><font size="2">샤워장에 그 신병이 들어왔고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녀석의 그곳엔 달려있어야 할 물건 대신 왠 고구마가 달려</font></div> <div><font size="2">있었다..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물건이라기 보다는 흉기에 가까워 보였다. 한 고참은 연신 내가 미안하다며 서둘러 샤워장을 벗어났고 </font></div> <div><font size="2">다른 고참은 신병이 총을 두자루 가져왔다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녀석은 이름대신 고구마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대대전술 훈련기간이었다. 찌는듯한 더위와 유달리 빡세게 진행되는 훈련 일정에 이미 우리들의 불쾌지수는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와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이미 하룻밤을 야영한 상태에서 다음날 훈련이 진행됐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mopp상황까지 겪게 되었다. 실제로 복장을 착용하란 말에 </font></div> <div><font size="2">이제는 모두가 체념한 상태였다. 땀이 흘러 온 몸이 젖었다가 마르기를 반복해 이미 전투복은 소금기로 빳빳해질 지경이었고 거기다 </font></div> <div><font size="2">mopp복장까지 착용을 하니 사우나라도 온것처럼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찝찝함이 느껴졌고 머릿속엔 </font></div> <div><font size="2">씻고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때 저 멀리서 차량이 한대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보는 군용차량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고 올라온 차량은 제독차였다. </font></div> <div><font size="2">평소같았으면 그냥 복귀해서 씻고 말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미 더위와 땀내에 쩌든 우리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font></div> <div><font size="2">차량에 달려들어 옷을 벗고 샤워실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로 몸을 씻어내니 내 안의 미움 고통 분노 증오까지 한번에 씻겨져 </font></div> <div><font size="2">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촉박했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초조해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앞에 사람들이 채 다 씻고 나가기도 전에 </font></div> <div><font size="2">밀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는 점점 앞으로 밀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좁아터진 샤워실은 사람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font></div> <div><font size="2">이제는 거의 움직일 공간도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내 허벅지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font></div> <div><font size="2">누가 총가지고 들어왔어? 라고 묻자 아닙니다. 라는 대답이 들려왔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 목소리를 고구마의 목소리였다. 그렇다는 것은 내 허벅지에 닿은것도..? </font></div> <div><font size="2">그랬다. 고구마였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비눗기를 채 가실새도 없이 샤워실 밖으로 뛰쳐나갔다.</font></div> <div><font size="2">잊고 있었던 과거의 아픔이 떠올랐다. 그렇게 나는 평생 안고 가야 할 시각적 테러와 촉각적 테러를 군생활에서 경험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