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우리나라 남자라면 기본적으로 모두 군대에 간다. 그리고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전역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소들이 필요하다.</font></div> <div><font size="2">물론 몇몇 희귀한 케이스 들이 있기는 하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특기가 있어 아얘 처음부터 특기병으로 지원을 한다거나 </font></div> <div><font size="2">아버지가 보온병을 포탄으로 바꾸는 마법을 부리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어 애초부터 면제를 받거나. </font></div> <div><font size="2">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의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들은 거의가 비슷한 과정을 거쳐 군대에 입대하게 된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보통의 눈치와 어느정도의 개념만 탑재하고 있다면 군생활에 있어서 크게 장애가 될 요소는 없다. 어느정도 모자라는 부분이 있더라도</font></div> <div><font size="2">군생활을 하다보면 어느정도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기 마련이다. 다만 이런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요소가 존재한다. </font></div> <div><font size="2">그건 바로 운이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군대는 줄을 잘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느정도 눈치도 있어야 하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가끔 경례만 했는데도 휴가를</font></div> <div><font size="2">나가거나 상병을 채 달기도 전에 소대 최고 선임이 되는 억수로 운이 좋은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이 좋기도 하고</font></div> <div><font size="2">나쁘기도 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는 그 어느쪽도 아니었다. 그는 불운의 아이콘이자 움직이는 저주인형이었으며 악운 그 자체</font></div> <div><font size="2">였다. 부대원들은 그와 함께 근무나 작업하는것을 극도로 꺼렸다. 사람 자체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일도 잘 하는 편이었지만 문제는 </font></div> <div><font size="2">하나였다. 내가 태어나 본사람 중에 가장 운이 없다는 점이었다. 예전에 쓴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그는 정말이지 어쩌면 이럴</font></div> <div><font size="2">수 있을까 할 정도로 운이 없었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나보다 두달 선임이었던 그는 전입오자마자 유격을 받았고 제대를 얼마앞두고도 유격을 받았다. 이론상으로나 가능할것 같았던 2년간</font></div> <div><font size="2">유격 3회의 위업을 달성했고 실제로 뒤로넘어져 코가 깨지기도 했다. 그리고 항상 크고작은 부상들을 달고 살았다. 전투화에 꿀이라도 </font></div> <div><font size="2">발라놨는지 기동로에서 넘어져 삐거나 긁히는 일은 다반사였고 작업하다 페인트 통에 머리를 부딪혀 기절할 뻔한 적도 있었으며 심지어는</font></div> <div><font size="2">60트럭을 타고가다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싸대기를 맞고 얼굴에서 피를 철철 흘린 적도 있었다. 이쯤되니 이게 군생활인지 나홀로집에 인지</font></div> <div><font size="2">헷갈리기 시작할 정도였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뿐이 아니었다. 우리가 그를 부르는 여러가지 별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탱커였다. 몸이 튼튼해서? 아니었다. 저돌적이어서? 아니었다.</font></div> <div><font size="2">그건 바로 순찰자 어그로를 기가막히게 끌기 때문이었다. 같이 근무를 나가면 열에 아홉은 상급부대에서 순찰자가 나왔다. </font></div> <div><font size="2">어느날은 왠일인지 순찰자가 오지 않았다. 근무가 끝날때까지 개미새끼하나 보이지 않고 아침이 밝았다. </font><font size="2">그런데 기쁘기보다는 왠지모를 </font></div> <div><font size="2">불안감이 온몸을 엄습했다. 그리고 철수신고가 끝나고 군장검사를 진행할 때 그 불안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탄창 두개가 모자랐다. </font></div> <div><font size="2">언제 찢어진건지 그 고참 탄조끼 밑부분이 찢어져 탄창이 사라진 것이었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다시 차에 올라타 근무지로 향해야했다.</font></div> <div><font size="2">60트럭이 그렇게 빠른줄 그때 처음 알았다. 다행히 초소에 떨어져 있는 탄창을 발견해 챙겨왔지만 만약 잃어버렸다면 영창으로 끝날 일은</font></div> <div><font size="2">아니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이런 모든 악운들을 이겨내고 그의 전역날이 다가왔다. 하지만 악운과의 질긴 인연은 마지막 날까지도 그를 괴롭혔다. 말년휴가를 복귀한 후</font></div> <div><font size="2">이틀대기기간동안은 보통 부대에서 쉬면서 지내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휴가자로 인한 결원이 생겨 그는 마지막날 까지도 근무를 나가야했다.</font></div> <div><font size="2">이제는 뭐 놀랍지도 않았다. 그렇게 그의 역사적인 마지막 근무가 끝나고 아침이 밝았다. 부대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본 그의 모습은 왠지</font></div> <div><font size="2">모르게 감상에 젖어있는 듯 했다. 이제 현역 군인으로써는 마지막으로 보게 될 아침햇살을 바라보며 그동안의 고생과 추억들이 되살아 </font></div> <div><font size="2">나는지 그의 눈은 촉촉해져 있었다. 마침내 차는 부대에 도착했고 그는 약간은 잠긴 목소리로 하차를 외치며 차에서 뛰어 내렸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 순간이었다. 풀어 놓은 차량 안전고리에 그의 총 멜빵끈이 걸리면서 그 반동으로 팽이처럼 핑그르르 돌며 바닥으로 낙하했다. </font></div> <div><font size="2">과연 그다운 </font><font size="2">군생활의 마무리였다. 각개메어 라도 했다면 끈이 목에걸려 그는 그대로 형장의 이슬처럼 사라졌을 것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하차하다 인생 하차할뻔한 그 고참은 마지막까지 전설을 남기고 우리곁을 떠나갔다.</font>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