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은 무언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거야, 누구나 품을 수 있는 마음입니다만, <br> 뱀의 경우는 기왕 무언가가 되는 거라면 신이 되자고 생각한게 좀 다르긴 했습니다. <br><br> 무언가가 되는 것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br> 지금에서 더하는 것과, 지금에서 빼는 것이죠.<br> 뱀은 첫번째 방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래 뭐든 닥치고 삼키고 보는 녀석이니까요.<br><br> 가끔 허물을 벗음으로써 '빼는' 경우도 있지 않냐고요?<br> 그건 고통스러울 뿐더러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과정이라 싫다는군요.<br> 그리고 생각을 해 봅시다. 일단 빼려면 더한게 있어야 하지 않나요. <br> 원래 뭐든 시작하려면 든든히 먹어야 하는 법입니다.<br><br> 그래서 뱀은 더하는 것. 무언가를 먹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br><br>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신이 될 수 있을까요?<br> 우리는 모릅니다. 뱀도 모른다는군요.<br> 그러면, 무엇인지 모를 것을 먹어야 하는 것은 자명해졌습니다.<br> 여태껏 아는 것은 다 한번씩 삼켜본 녀석이 하는 말이니 믿어봅시다.<br> 신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을 먹어 삼켜야만 했습니다. <br><br> 모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쓸데없을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습니다.<br> 뱀은 이내 고민하기를 멈추었습니다.<br> 음, 고민하려는 시도를 멈추었다는게 좀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요.<br><br> 아무튼 그 때 마침 뱀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와 눈길을 끌었습니다.<br> 그래요. 왜 몰랐을 까요?<br> 그것은 뱀이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br><br> 하지만 그것은 또한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br> 동시에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기에 결코 알 수 없는 것이죠.<br> 가장 잘 알고 있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 <br> 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반대편, 자기의 꼬리였습니다.<br><br> 그래서 뱀은 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먹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br><br> 뱀은 입을 벌려 자신을 먹기 시작했습니다.<br> 이제 곧잘 밖으로 분출되던 뱀의 힘은 다시 온전히 뱀의 소유가 되었습니다.<br> 밖으로 표출되던 힘은 다시 뱀의 입속으로 들어와 또다시 자신의 힘이 되었습니다.<br><br>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br> 머리를 시작이고 꼬리를 끝이라 하던, 그 반대라 하던,<br> 뱀은 시작도 끝도 없는 형상이 되었습니다.<br><br> 마치 뱀의 몸뚱아리가 그러하듯, <br> 뱀의 꿈과 충동과 희망과 욕구와 힘도 모조리 다시 뱀의 소유가 되며 끝없이 커져갔습니다.<br><br>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자. <br> 알파이자, 오메가.<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