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an style="font-size: 9pt;"> 의무감이죠 뭐.</span></p><p><span style="font-size: 9pt;"> 게임이 아무리 재밌어도 3일 안에 만렙 못 찍으면 벌점을 준다거나 1주일 안에 특정 아이템을 얻어오지 못하면 성적에 반영을 한다거나 게임을 3달 내내 꾸준히 하지 않으면 결석 처리를 한다거나 하면 재미가 있을까요?</span></p><p><br></p><p><span style="font-size: 9pt;"> 한 가지 여쭤볼게요.</span></p><p><span style="font-size: 9pt;"> 솔직히 오유 들어오면 베오베 다음으로 과학 게시판부터 켜시는 분들 중에 공부 좋아하시는 분들 꽤 있을 겁니다.</span><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저 역시도 물리 공부 굉장히 좋아하고 온갖 지식을 습득하는 게 취미예요. 어렸을 때 호기심 천국 애청자였고 스펀지가 유행일 때(지금처럼 요상한 포맷으로 시청자 우롱하지 않았을 때)는 매일 본방 사수했었고 점심 시간에 다른 아이들이 축구하러 나갈 때 도서관 가서 책 읽었어요.</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그런데 그런 분들이, 저를 포함해서, 과제와 레포트는 하기 싫어하죠. (간혹 재미있고 흥미로운 과제가 나와서 의욕이 불타오를 때도 있긴 합니다만 ㅋ)</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그건 바로 의무감 때문이에요.</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아이들에게 올림피아드 문제를 하루 안에 다 풀지 못하면 매타작을 하겠다 하면 풀기 싫어하지만, 풀어내는 사람에게 보상을 주면 당연히 하고 싶어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재미도 붙는 거고.</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저 역시 물리 공부는 스스로 시작한 것이지 어른들이 의무감을 조성해서 한 게 아니거든요...</span></p><p><br></p><p><span style="font-size: 9pt;"> 반론이 있을 수 있어요.</span></p><p><span style="font-size: 9pt;"> 엄마들이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면 당연히 칭찬을 하고 보상을 주지 않느냐. 대다수가 그렇지 않느냐...</span></p><p><span style="font-size: 9pt;"> 보상은 분명 큰 힘이예요. 의지를 불태우고 장애물을 뛰어넘게 하는 원동력이죠.</span></p><p><br></p><p><span style="font-size: 9pt;"> 그런데 그 보상이 잘못된 길로 흐르는 딱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span><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악의의 경쟁'.</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선의의 경쟁과 반대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단어 선택을 저렇게 했습니다.</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아이가 잘하면 그만인데 더 잘하라고 경쟁을 부추기고 채찍질을 해요. 보상으로 끝나지 않고 뒤끝을 남겨요. 아이가 기계도 아니고 늘 1등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건 김연아나 장미란과 같은 불세출의 천재들도 불가능해요. 김연아 선수 늘 1위한 거 아니예요. 컨디션 안 좋을 때, 편파 판정이 심할 때는 2위도 하고 3위도 해요.</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근데 우리 사회가 그래요. 늘 1등만 바라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늘 피곤하고 공부라면 학을 떼고 맙니다. 오죽하면 물리 무척 좋아하는 저도 수능 물리라면 지긋지긋하다며 손사레를 치겠습니까?</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제가 강사하던 시절에 어머니들이 아주 잘하던 말이 있어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아이가 잘하면 칭찬을 해주세요." 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아이가 못하면 야단을 쳐주세요." "우리 아이는 야단 안 맞으면 공부를 안 해요."</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한심했어요. 저게 부모인가? 싶을 때도 많고.</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아이에게 공부가 길이 아닐 수도 있고, 아이가 부모나 학교의 잘못된 교육 때문에 공부를 싫어하게 됐을 수도 있어요.</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그걸 자식이 안 한 탓이라고 돌리는 거죠.</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8;"> 또 반론이 있을 수 있어요. 애들은 오냐오냐하면 말을 안 듣지 않느냐고.</span></p><p><span style="font-size: 9pt;"> 오냐오냐하니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 보상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죠, 그건. 정서적 성취감을 아이들에게 줘야 해요. 칭찬의 방법이 잘못됐죠. 아주 크게.</span></p><p><br></p><p><span style="font-size: 9pt;"> "우리 아들 1등했네! 정말 잘했다!"</span></p><p><br></p><p><span style="font-size: 9pt;"> 가 아니라</span></p><p><br></p><p><span style="font-size: 9pt;"> "우리 아들 이번엔 공부 열심히 했구나! 정말 잘했어!"</span></p><p><br></p><p><span style="font-size: 9pt;"> 가 된다면</span></p><p><br></p><p><span style="font-size: 9pt;"> 아이들은 자신의 역량 그 이상을 해낼 겁니다.</span></p><p><span style="font-size: 9pt;"> 반드시요.</spa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