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나랑 사귀자."</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서울시청 앞 분수대의 그것처럼 물을 뿜었다. 여름도 아닌데 이게 무슨 물난리야.</div> <div>카페 안에있던 많은 사람들이 나와 선영을 쳐다보고, 그녀는 그저 빙글빙글 웃으며 나를 쳐다 볼 뿐이다.</div> <div> </div> <div> </div> <div>"넌 뭐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 모 정치인의 성대모사를 하며 장난처럼 넘겨보려 하지만,</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야 장호연."</div> <div> </div> <div> </div> <div>사뭇 진지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과 달리 그녀는 여전히 빙글빙글 웃는다. 뭔가 재미있는 것을 찾았을 때만</div> <div>보이는 저 웃음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아 싫다. 왜 오늘인거야. 그냥 밥먹고 놀다가 집에나 들어가려고 했을 뿐인데.</div> <div>아니, 오늘이 아니면 언제든 괜찮다는 말은 아니니까. 흠흠.</div> <div> </div> <div> </div> <div>"진짜야. 사귀자. 난 네가 좋아."</div> <div> </div> <div> </div> <div>"얼만큼 좋은데?"</div> <div> </div> <div> </div> <div>와. 이 정신나간 놈.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이라는게 마치 허락을 구하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질문 하는 것 같잖아.</div> <div>3년전에 면접봤던 지금의 회사에서 나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던 면접관의 그 말. '호연씨가 이 회사를 위해 도움이 되는 사람이길 바래요' 같은</div> <div>채용확인의 상투적인 말 같잖아. 아니, 싫은건 아니야. 이런식으로 사랑이 오기를 바라진 않았다고.</div> <div> </div> <div> </div> <div>"뭐? 깔깔. 그런 말 하니까 되게 재미있다 너. 얼만큼 좋냐면... 현실적으로 말해줄게. 연애 하고 싶은데 너정도 되는 사람이 주변에 없을 뿐이야.</div> <div>괜찮잖아. 못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하고 취미가 엇갈리는 것도 아니고. 나도 좋아해 오버워치. 해결사가 왔어!"</div> <div> </div> <div> </div> <div>퓨 퓨- 그녀는 트레이서가 총을 쏘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웃어댔다. 내가 경쟁전에서 트레이서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div> <div>목숨당 처치가 노르망디 해변에 첫발을 내딛은 이름모를 미군의 그것과 같은 주제에... 아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div> <div> </div> <div>나는 적어도 사랑이 이런식으로 찾아오길 바라지는 않았다. 나의 연애는 조금 더 지고지순하고 조용한, 성시경의 어느 노래가사처럼</div> <div>따스한 그런 사랑의 시작이 되길 원했다. 그런데 뜬금없는 상황에서 이런식으로 고백해오는 건 개인적으로 실례라고 여겼다.</div> <div>나는 할 말을 해야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저기 말이야. 물론 네가 싫은건 아니지만 우리가 연애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길 바라지는 않아.</div> <div>어 물론... 넌 예뻐. 좋아. 그리고 활발해. 나도 너와의 연애를 생각해 보지 않은건 아니지만 적어도 고백은 내 쪽에서 먼저 하고 싶었고</div> <div>아니! 그러니까! 만약에 한다면 말이야! 한다면! 우린 그냥 지금같은 친구사이로 남아도 좋지 않...을까?"</div> <div> </div> <div> </div> <div>레모네이드가 빨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것 같다. 마지막에 말 끝을 흐린건 그녀의 눈치를 보기 위해서였다.</div> <div> </div> <div> </div> <div>"뽕을 좀 더 넣을까? 너 가슴 큰거 좋아한다며"</div> <div> </div> <div> </div> <div>"야! 조선영!"</div> <div> </div> <div> </div> <div>완전히 글러먹었다. 나는 진지하게 우리의 관계에 대해 다시 정립하려고 했던 건데 이미 그녀는 면접에 합격한 회사원마냥</div> <div>첫 출근에 입을 옷을 고르고 있는 꼴이다. 내 이야기를 듣기는 하는걸까? 하느님. 내가 이런 여자에게 달콤한 앞날을 맡겨도 되는 겁니까?</div> <div>그 전에 달콤할 수는 있습니까? 성모님 제발...</div> <div> </div> <div>중학교때 견진성사 받은 이후로 한번도 가지 않았던 성당에 가고싶은 마음이 불쑥 찾아들었다.</div> <div>내가 이런 시련을 겪는건 올해 부활절에 고해성사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했다.</div> <div> </div> <div> </div> <div>"소리를 지르고 그래. 아니... 그러면 네 여자친구가 앞뒤로 똑같은 전화번호면 좋겠어? 그런거야?"</div> <div> </div> <div> </div> <div>"내가 하고싶은 말은 너와 내가 연애를 할 수 없다는 거야."</div> <div> </div> <div> </div> <div>그녀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그게 왜 문제가 돼? 얼마전 홍대입구역에서 어떤 꼬마애가 달려가다</div> <div>내 옷에 아이스크림을 쏟았는데 그 꼬마가 '뭐요. 왜. 닦아요.' 같은 표정을 짓고 지 엄마한테 갔을 때의 그 표정과 다르지 않았다.</div> <div>마음의 상처를 입은 나는 언제나처럼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녀에게 대한민국 예절교육의 중요성을 토로하며 울분을 삼켰는데</div> <div>그녀는 그때도 '애를 잡아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잖아' 라는 말을 하며 '이해하고 넘어가라' 고 말해줬다.</div> <div> </div> <div>그때와 똑같다. 어쩌겠어? 일이 이렇게 된 걸.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내 앞날과 함께 하자. 라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말과 뭐가 달라.</div> <div> </div> <div> </div> <div>"알아. 네가 나와 연애를 할 수 없다는 건. 넌 이런종류의 계획없는 시작 싫어하잖아."</div> <div> </div> <div> </div> <div>이제야 이야기가 좀 되려나?</div> <div> </div> <div> </div> <div>"그런데 어쩌겠어. 내가 시작하겠다는데?"</div> <div> </div> <div> </div> <div>젠장! 갓뎀!</div> <div> </div> <div> </div> <div>"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을 이야기 한 것은, 너와 함께 해도 내 삶이 좋은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거라는 기대 때문이야.</div> <div>물론...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내가 지금까지 지켜봐 온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지금과 같이 변하지 않는다면</div> <div>내 미래도 너와 함께 하는게 큰 문제는 아닐거라고 생각했어. 그것뿐이야."</div> <div> </div> <div> </div> <div>"내 문제가 있을거라고는 생각 안해보셨습니까. 조선영씨?"</div> <div> </div> <div> </div> <div>"네. 안해봤습니다. 장호연씨."</div> <div> </div> <div> </div> <div>그녀는 목소리를 낮게 깔며 손바닥을 내밀어 내 거부의사를 강하게 거부했다. 우리는 잠시 조용해졌다.</div> <div>카페에 홍대광의 '고마워 내사랑' 이 울려퍼지고 있다. 아. 타이밍 한번 더럽게 안좋네. 확실히 나는 계획에 없는 일은 하지 않는 주의다.</div> <div>그녀의 말처럼 앞으로 내 자신에 변화를 줄 마음도 없다. 하지만...</div> <div> </div> <div>"사랑이란건 그런게 아니야. 날 좋아하는 너의 마음을 존중하고... 나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 아니야.</div> <div>우린 좀 더 준비를 한 뒤에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이런식으로 시작한 사랑이 이런식으로 끝나게 되면, 그때는</div> <div>우리가 얼마나 슬플지, 세상이 가볍게 시작한 우리 사랑을 얼마나 비웃을 지 생각해 본 적 있냐?"</div> <div> </div> <div> </div> <div>"시작이 가볍다고 마음이 가벼운건 아니지~ 바보야. 너는 왜 말에 모든 것을 담고 판단하려고 해? 말 뜻에 담긴 속뜻도 생각해보란 말이야.</div> <div>'아 얘가 나랑 사귀는 오늘 밤 이 애의 속옷 아니 속뜻을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하면 더 좋고. 그렇지만 난 오늘밤 너에게</div> <div>모든걸 보여줄 생각이 없어요. 깔깔. 음란하긴 남자들이란..."</div> <div> </div> <div> </div> <div>완전히 졌다. 사이코를 넘어선 사차원 큐브공간의 그 어디쯤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div> <div>예전에 강남 대성학원에서 사차원 단과반을 신설했다는데 그게 헛소문이 아니였구나. 차마 미...친... 으로 시작하는 말 까지는 할 수 없다.</div> <div>그건 그녀에 대한 존중이 아니야. 그리고 그렇게 부를 만큼 나는 그녀를 가볍게 대한 적도 없으니까.</div> <div> </div> <div> </div> <div>좋은사람과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꿈꿔왔다. 사차원 큐브의 어디쯤이라는 것만 빼면 선영이는 분명히 내 마음에</div> <div>드는 사람이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저런 활발한 사람과 미래를 함께할 수 있다면 좋을거라는 상상도 분명히 했었다.</div> <div>내 마음속에 주단을 깔고 그녀의 양 손을 잡은 채 웃으며 빙글빙글 도는 유치한 상상도 했었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누구에게나</div> <div>활발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실망을 느끼고 혼자 소심해지고, 그러다 그녀와 이야기만 하면 또 즐거워지고를 반복하곤 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너는 네 앞에 앉은 사람이 내가 아닌 누구라도 그렇게 고백할 수 있어?"</div> <div> </div> <div> </div> <div>"아뇨. 못합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왜요?"</div> <div> </div> <div> </div> <div>"내 앞에 앉은 장호연은 한사람이고, 동명이인이 오더라도 내가 아는 장호연은 아니기 때문입니다."</div> <div> </div> <div> </div> <div>"대체 내가 어디가 좋은데?"</div> <div> </div> <div> </div> <div>"현실적으로 말한 그대로야. 너는 계획적이고, 변함이 없고, 꾸밈도 없어. 그게 다라니까?"</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너는..." 나는 말을 하려다 그것을 삼켰다.</div> <div>너는 모든 이들에게 활발하고 친절하잖아. 그 말을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동명이인이 와도 내가 아니면 안된다니</div> <div>어느새 나의 마음에는 꽃길이 다시 펼쳐지려는 모양이다. 주단이 깔린다. 하지만 그 마음을 모두 보여주기에는, 이 여자의 행동이,</div> <div>또 너무나 스스럼 없고 농담처럼 시작하는 이 순간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div> <div> </div> <div> </div> <div>"북악스카이웨이 카페테리아에서..."</div> <div> </div> <div>"북악스카이웨이 카페테리아에서..."</div> <div> </div> <div> </div> <div>우리는 동시에 말을 꺼냈다. 세상에. 같은 말을 같은 음절로 끊어 동시에 말했다.</div> <div>그녀와 나는 잠시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div> <div> </div> <div> </div> <div>지금까지 빙글빙글 웃으며 장난처럼 이야기하던 그녀의 귀가 빨개진다.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숨길 수가 없다.</div> <div>나 역시 그렇다. 귀와 목 주변이 뜨거워지며 광대뼈가 뜨거워진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영원히 두드려지지 않을 것 같았던 심장이</div> <div>고동친다. 들리나? 안들리겠지?</div> <div> </div> <div> </div> <div>"먼저 말해."</div> <div> </div> <div>"아냐 먼저..."</div> <div> </div> <div>그녀가 괜히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리며 나에게 선답할 시간을 내준다.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리며 머리를 긁적였다.</div> <div> </div> <div> </div> <div>"어... 그러니까... 북악스카이웨이 카페테리아에서... 우리가 처음 단 둘이 만났잖아. 그때 산자락을 보면서...</div> <div>그 봄날에... 언젠가 내가 차가 생기면 내 차를 타고 같이 드라이브 하고 싶다는 말을 했던 그 때...에..."</div> <div> </div> <div>그녀가 받아친다.</div> <div> </div> <div> </div> <div>"너는 차가 아니더라도 같이 걸어도 좋을 것 같다고 했고..."</div> <div> </div> <div> </div> <div>내가 말을 잇는다.</div> <div> </div> <div> </div> <div>"거기가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같이 걸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지..."</div> <div> </div> <div> </div> <div>우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div> <div>홍대광의 노래는 온데간데 없이 이름모를 음악이 흐르고 있는데 우리는 아까처럼 떠들지를 못한다. 사랑노래가 아니라서 그럴거야.</div> <div>신중하게 시작하지 못하는 탓에 거부감이 들었던 사랑은 이제 나의 몸을 타고 흐른다. 아! 선영이가 생각하는 감정. 나는 갑자기 참을</div> <div>수가 없어지는데, 그걸 지금까지 참고 이제서야 이야기 한거야!</div> <div> </div> <div> </div> <div>"저 사실, 몸이 뜨거워. 에드벌룬을 타고 날아오를 수 있다면 이런 기분일 것 같아. 아니 그것과는 좀 달라. 지금 네가 널 꼭 안는다면</div> <div>영원히 놓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야. 한가지만 묻고싶어. 너는 지금까지 쭉 이랬었냐. 아니 이랬었어...?"</div> <div> </div> <div> </div> <div>나도 모르게 말투가 조심스러워진다. 존중이야 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은 친구처럼 대할 수가 없다.</div> <div>이미 그녀의 시선과 모든 행동이 날 더욱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급작스럽게 가고 싶은 길이긴 하지만.</div> <div> </div> <div> </div> <div>"항상 그렇지는 않았어. 하지만 너하고 이야기 하다보면... 응..."</div> <div> </div> <div> </div> <div>"준비된 사랑이 아니라도 괜찮은걸까?"</div> <div> </div> <div> </div> <div>"우린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div> <div> </div> <div> </div> <div>"너무 갑작스럽...잖아. 이런건."</div> <div> </div> <div> </div> <div>"마음만 준비되어 있다면 말이야 아무려면..."</div> <div> </div> <div> </div> <div>"말은... 반은... 내 억지야..."</div> <div> </div> <div> </div> <div>"아까는 안된다고 해놓고 지금은 네 손을 잡고 싶은 것도 내 억지일까..."</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가 약간 술에 취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div> <div> </div> <div> </div> <div>"손만 잡아. 팔짱은 내일이야. 키스는 일주일 뒤에 해."</div> <div> </div> <div> </div> <div>"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는데."</div> <div> </div> <div> </div> <div>그녀가 기분좋은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빙글빙글 웃는 표정으로 돌아온 모습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올려다보았다.</div> <div>나는 왕자를 맞는 공주처럼 그녀가 내민 손을 수줍게 잡았다. 나 역시 일어서서,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본 뒤에 손을 잡고 고개숙여</div> <div>인사를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잘 부탁드려요. 조선영씨."</div> <div> </div> <div> </div> <div>"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장호연씨."</div> <div> </div> <div>목소리는 왜이렇게 떨리는지. 손을 타고, 전해져 온 감정이 고개 숙여 서로의 머리가 살짝 닿았을 때 고개를 들며 본 그녀의</div> <div>표정은 세상 어느것과 비교 할 수 없는 수줍음이라. 그녀는 어땠을런지.</div> <div>이제서야 모든것이 해결된 사람들처럼, 우리는 출구로 향했다. 그녀가 팔짱을 끼웠다.</div> <div> </div> <div> </div> <div>"어? 팔짱은 내일부터라며."</div> <div> </div> <div> </div> <div>"오늘밤에 키스를 할 수도 있어. 계획따윈 없어. 오버워치 하러갈래?"</div> <div> </div> <div> </div> <div>"하지마. 안해."</div> <div> </div> <div> </div> <div>가을바람이 시원하다. 낙엽이 저무는 계절에 떠오른 사랑이라.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게 인생이라지만, 너무 뜬금없이 찾아왔다.</div> <div>내 새로운 사랑이 그렇게 찾아왔다. 티저영상 정도는 좀 보여주고 찾아오지. 아무려면 어떤가. 내 팔짱낀 오른팔로 전해져오는</div> <div>그녀의 온기가 이토록 나를 억지스럽게 사랑에 빠트린 것을.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에필로그</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중요한 문제에 맞딱뜨렸다.</div> <div>내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이다.</div> <div>그녀는 담배를 피우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div> <div>효자동 주민센터 앞을 산책하며,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div> <div> </div> <div> </div> <div>"저기, 내가 담배를 피우는데... 그... 끊어야되나!"</div> <div> </div> <div>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던, 그 문자의 내용이 '얘가 자자고 하면 은장도를 꺼내야 되나.' 라는 말인데... 다보인다 너.</div> <div>아무튼 그건 모른체 하고, 나의 흡연에 대해 묻자 그녀가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div> <div> </div> <div>"응? 펴. 길빵? 뭐라더라? 하여튼 길가면서 피우지 말고 내앞에서만 피우지 마."</div> <div> </div> <div>"너 담배피우는거 질색하잖아. 아예 끊었으면 싶지 않아?"</div> <div> </div> <div>"아니, 그거야 그냥 너한테 좀 더 여자여자하게 보이려고 그런거고요. 네가 알아서 끊지 않을까. 끊고싶으면."</div> <div> </div> <div>나는 몸에 힘이 빠졌다.</div> <div> </div> <div>"그럴거면 다른걸로 어필을 하지..."</div> <div> </div> <div> </div> <div>하지만 끊긴 해야겠다. 좀 더 좋은냄새가 그녀에게 전해지길 바라니까.</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