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margin:0px;padding:0px;">생명체는 죽지 않는 게 목적으로 사는 게 아니라</p> <p style="margin:0px;padding:0px;">죽는 것보다 삶이 쉬우니 살아 있는 상태를 유지함, 같습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그저 아무것도 안 하면 되니 죽는 게 자칫 쉬어 보일지 모르겠으나</p> <p style="margin:0px;padding:0px;">당장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잠과 배고픔, 무료함을 견뎌야 하고 숨은 쉬어지는 거지, 참는 건 힘들죠.</p> <p style="margin:0px;padding:0px;">행동 폭 안의 유한 자원을 소비하는 개체는 늘 경쟁에 놓여</p> <p style="margin:0px;padding:0px;">최소한의 욕구를 해소하는 일조차 얻는 게 힘들 수 있지만</p> <p style="margin:0px;padding:0px;">치열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죽지 않고 더 살고 싶은 건 왜죠?</p> <p style="margin:0px;padding:0px;">모성애, 자애 등 호르몬이 밝혀지고 있는 숱한 사랑의 종류와</p> <p style="margin:0px;padding:0px;">창조주의 명성으로 포장된 생명의 의무 탓인가요?</p> <p style="margin:0px;padding:0px;">정말 우린 의무로 살아갑니까?</p> <p style="margin:0px;padding:0px;">성 합목적성과 유전으로 맺은 뜨거운 핏줄은</p> <p style="margin:0px;padding:0px;">그 유대 구성원의 사별, 파탄, 독립 등 사건성(mootness) 부재를 어렵게 받아들일 심리를 줄 뿐</p> <p style="margin:0px;padding:0px;">죽음을 인정하기 힘든 건 생존이 경과하는 것과 별개고</p> <p style="margin:0px;padding:0px;">이타심은 생물학적으로 생존의 근원을 설명하는 이유가 아닙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처한 환경이 진짜 힘들면 스트레스로 체내외적인 장애가 오고 픽 죽는 겁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계속 살아남는다는 건 그냥</p> <p style="margin:0px;padding:0px;">죽는 것인즉슨 아무것도 안 하기보다 쉬운 일을 추구하는 습성의 반영이고</p> <p style="margin:0px;padding:0px;">이것이 제가 알고 있는 생존의 진실한 원동력입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간단히 말해 생존이란</p> <p style="margin:0px;padding:0px;">배가 고파지면 먹고 피곤하면 쉬고 배부르면 비우고</p> <p style="margin:0px;padding:0px;">스트레스를 낮춰주는 자신만의 영역을 가꾸고 지키고</p> <p style="margin:0px;padding:0px;">견디는 것보다 쉬운 일을 하게 되는 욕구죠.</p> <p style="margin:0px;padding:0px;">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는 건 그 행위가</p> <p style="margin:0px;padding:0px;">위기감과 고통을 견디기보다 쉬워서고</p> <p style="margin:0px;padding:0px;">태안 기름 유출 때 몇 가지 플랑크톤이 환경에 적응한 변형 징후를 보인 건</p> <p style="margin:0px;padding:0px;">몇 천 년을 압축시킨 급속 진화에 비견되는 기능 발휘가</p> <p style="margin:0px;padding:0px;">놀랍지만 당연하게도 기름 속에서 단지 아무것도 안 하기보다 쉬워서죠.</p> <p style="margin:0px;padding:0px;">오류를 파훼하자면, 간단한 것과 쉬운 건 다릅니다.</p> <div><span style="line-height:1.5;"> </span> <div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p style="margin:0px;padding:0px;">다소 거창하게 우주가 나아가는 척도로 방향성을 대입하여 볼 때</p> <p style="margin:0px;padding:0px;">생존은 복잡하지만 쉽게 이끌리고</p> <p style="margin:0px;padding:0px;">죽음은 간단하지만, 썩 이끌리지 않죠</p> <p style="margin:0px;padding:0px;">우린 세포가 늙고 손상되는 걸 알고 있으며</p> <p style="margin:0px;padding:0px;">사색을 하고 사후에 올 미확인의 허전마저 환상통처럼 겪기 때문에</p> <p style="margin:0px;padding:0px;">죽음이 더욱 두렵습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견디지 않습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근데 저는 이 글의 주관적인 견해마저 고려하여</p> <p style="margin:0px;padding:0px;">죽기로 판단했던 날이 있었습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축삭은 잿빛이었고, 닿는 건 바람과 모래가 되는 느낌이었어요.</p> <p style="margin:0px;padding:0px;">떠날 때까지 한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후로 말이죠.</p> <p style="margin:0px;padding:0px;">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p> <p style="margin:0px;padding:0px;">낫질 않는 창백한 피부병을 앓고</p> <p style="margin:0px;padding:0px;">저의 이승과 저승은 점점 뒤바뀌고 있습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아무것도 안 하는</p> <p style="margin:0px;padding:0px;">죽기보다 어려워져 가는</p> <p style="margin:0px;padding:0px;">산다는 게 그렇습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나는 슬픕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신이시여, 이 슬픔이 제가 유일하게 하는 것입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죽는 것보다 슬퍼하는 게 더 쉽단 말입니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부디 거둬가 주세요...</p> <p style="margin:0px;padding:0px;">그리고 주세요, 안식을. 하루빨리</p></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