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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37202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8
    조회수 : 1650
    IP : 221.155.***.186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1/24 10:47:01
    원글작성시간 : 2017/01/18 23:34:17
    http://todayhumor.com/?humorbest_1372021 모바일
    [BGM] 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다


    1.png

    이수명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내려오는 투명 가위의 순간을

     

    깨어나는 발자국들

    발자국 속에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발자국에 맞서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 있고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육체가 우리에게서 떠나간다

    육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나가 돌아다니는 단추들

    단추의 숱한 구멍들

     

    속으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2.jpg

    이문재, 소금창고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3.png

    조정권약리도

     

     

     

    물고기야 뛰어 올라라

    최초의 감동을

    나는 붙잡겠다

     

    물고기야 힘껏 뛰어 올라라

    풀바닥 위에다가

    나는 너를 메다치겠다

     

    폭포 줄기 끌어내려

    네 눈알을 매우 치겠다 매우 치겠다







    4.jpg

    정호승꽃 지는 저녁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5.png

    박철

     

     

     

    끈이 있으니 연이다

     

    묶여 있으므로 훨훨 날 수 있으며

    줄도 손길도 없으면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리

     

    눈물이 있으니 사랑이다

    사랑하니까 아픈 것이며

    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다

     

    날아라 훨훨

    외로운 들길너는 이 길로 나는 저 길로

    멀리 날아 그리움에 지쳐

    다시 한번

    돌아올 때까지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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