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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36829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3
    조회수 : 2314
    IP : 221.155.***.186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1/16 23:51:56
    원글작성시간 : 2017/01/13 23:19:30
    http://todayhumor.com/?humorbest_1368291 모바일
    [BGM] 내겐 그 순간이 영화였다​

    사진 출처 : http://hipster-indie-retro.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jQUR3oXMzmk





    1.jpg

    류시화입술 속의 새

     

     

     

    내 입술 속의 새는 너의 입맞춤으로

    숨막혀 죽기를 원한다

    내가 찾는 것은

    너의 입술

    그 입술 속의 새

    길고 긴 입맞춤으로 숨 막혀 죽는 새

    나는 슬픔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너를 껴안는다

    내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삶은 다만 그림자

    실낱 같은 여름 태양 아래 어른거리는

    하나의 환영

    그리고 얼만큼의 몸짓

    그것이 전부

    나는 고통 없는 세계를 꿈꾸진 않았다

    다만 더 이상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내가 찾는 것은 너의 입술

    단 한 번의 입맞춤으로

    입술 속에서

    날개를 파닥이며 숨 막혀 죽는 새

    밤이면 나는 너를 껴안고

    잠이 든다 나 자신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온 몸으로 너를 껴안고

    내 모든 걸 잊기 위해







    2.jpg

    이정하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그대 굳이 아는 척하지 않아도 좋다

    찬 비에 젖어도 새 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져도 별은 뜨나니

    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

    말 한 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 뿐

    그대 나를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3.jpg

    김명기그런 날 있었는지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가급적 아주 먼 길을 돌아가 본 적 있는지

    그렇게 도착한 집 앞을

    내 집이 아닌 듯 그냥 지나쳐 본 적 있는지

    길은 마음을 잃어

    그런 날은 내가 내가 아닌 것

    바람이 불었는지 비가 내렸는지

    꽃 핀 날이었는지

    검불들이 아무렇게나 거리를 뒹굴고 있었는지

    마음을 다 놓쳐버린 길 위에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날

    숨 쉬는 것조차 성가신 날

    흐린 달빛 아래였는지

    붉은 가로등 아래였는지

    훔치지 않은 눈물이 발등 위로 떨어지고

    그 사이 다시 집 앞을 지나치고

    당신도 그런 날 있었는지







    4.jpg

    엄지용영화

     

     

     

    너와 영화를 보러가면

    나는 종종 스크린 대신 너를 본다

    영화를 보는 너를 바라봤다

    즐거운 장면을 보는 너는 어떤지

    슬픈 장면을 보는 너는 어떤지

    너는 매순간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그렇게 너를 바라보곤 했다

    그러다

    너와 눈이 마주칠 때면

    내겐 그 순간이 영화였다







    5.jpg

    이창훈폭우

     

     

     

    지금껏

    나의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서서히

    젖을 새도 없이 젖어


    세상 한 귀퉁이 한 뼘

    처마에 쭈그려 앉아


    물먹은 성냥에

    우울한 불을 댕기며


    네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던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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